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24화 (24/120)

젠가 (6)

“……좋아요.”

뒤늦게 정신을 차린 차설희가 코 앞에 있던 내 얼굴에서 살짝 멀어졌다.

“저도 당신한테 죽기 싫으면 빠릿빠릿하게 좀비를 죽이면 된다는 거죠?”

앞쪽을 눈짓하며 내게 묻는 모습에 난 몽키 스패너를 멈추고 숨을 헐떡이는 박효은을 곁눈질했다.

“하악―! 하악―!”

뭐 대단한 일을 했다고 바닥에 병신같이 주저앉아 있는 박효은.

난 다시 차설희와 눈을 맞추며 헛웃음을 토했다.

너무 티가 나는 어설픈 화제 전환이다.

그런 의미로 물은 게 아니라는 걸 나도 알고, 차설희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면서.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전혀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다.

“설마.”

하지만 난 굳이 그걸 티 내지 않고 그녀의 장단에 어울려주었다.

“너한테 저런 일을 시킬 생각은 전혀 없는데?”

그동안 미동도 없던 그녀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수확이었으니까.

“넌 그냥 내 옆에 붙어서 보기만 해. 그 정도만 해도 알고 싶은 건 다 알 수 있잖아?”

“……잠깐만요, 뭐라고요?! 그건 말도 안 되죠!”

내 지시에 차설희가 눈을 치켜뜨며 반론했다.

“당신 말처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종말에 공주님 대접 받을 생각은 전혀 없어요! 저도 위급한 상황에 제 자신을 방어할 방법 정돈 알고 있어야 한다구요!”

“허― 걸크러쉬 납셨네, 납셨어.”

이 여자랑 말싸움을 하다간 매번 이렇게 이야기가 길어진다.

난 그녀에게 보란 듯이 귀를 후비며 고개를 비스듬히 꺾었다.

“이 정도 양보해줬으면 너도 나한테 하나쯤은 양보해야 할 텐데. 이건 나도 양보 못하니까 그냥 얌전히 내 옆에 붙어있어.”

“저도―”

“아니면 내려가든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단호히 내뱉은 문장에 그녀가 불만스레 입을 닫았다.

무언가 부글부글 끓는 듯이 입을 달싹이는 그녀에게 명심하라는 듯 반복한다.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은 다른 거야. 진짜 위급한 상황에 나도 곤란하고, 너도 곤란해지기 싫으면 나대지 말고 열심히 보기나 해.”

난 차설희에게 재차 경고하며 박효은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숨을 헐떡이며 정신병자처럼 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는 박효은.

툭―!

“으, 아아아―!”

“쉬이잇.”

발로 놈의 허리를 툭― 건들자마자 발작하듯 경기를 일으키는 박효은.

놈의 머리통을 잡고 조용히하라 속삭이자, 그제서야 놈이 침을 꼴깍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위, 위에서 뭐가 사사삭―거리는 소리가―”

놈이 어버버 거리며 다급히 말하는 변명에 찬찬히 위를 훑었다.

살짝 어두컴컴하지만, 육안으로 형체를 확인할 수 있는 밝기.

책장 꼭대기와 천장을 이루는 일정한 모양의 타일들.

그리고 어둠뿐인 위쪽을 확인하곤 박효은에게 어깨를 으쓱였다.

내 몸짓에 억울하다는 듯 서둘러 입을 열려는 박효은.

“아닛― 진짜로―”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예?”

“소리가 나는 거랑 네가 기어 오는 좀비 하나 못 죽이고 질질 짜던 게 무슨 상관이냐고.”

고개를 숙이고 묻는 내 질문에 박효은은 적절한 대답을 찾지 못했다.

“개꿀 같은 아르바이트에 폐급 아르바이트생이네, 안 그래?”

“…….”

“돈 받는 입장에서 차설희의 안전을 생각해야 하는데, 방금 건― 조금 병신 같았다, 그지?”

놈이 지껄였던 허세끼 넘치는 말을 그대로 돌려줘도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한다.

처음의 그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던 박효은은 어디가고 내가 내뱉는 말을 얌전히 들으며 그저 벌벌 떨기만 하는 겁쟁이.

하지만, 이거론 부족했다.

“그만 주접떨고 얼른 일어나서 준비해. 특별히 너한테는 한 번 더 기회를 줄 테니까.”

난 거의 강제로 놈을 잡아당겨 앉은 자리에서 일으켰다.

기회라는 말에 어리둥절한 얼굴을 내보이는 박효은.

난 놈을 향해 옅게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엔 다리가 멀쩡한 좀비로 할 테니까 단단히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예?”

“좀비한테 태권도나 복싱을 쓸 순 없으니까 검도가 좋겠다, 안 그래?”

내 비웃음이 몽키 스패너로 향하자 알아들었다는 듯 파르르― 떨기 시작하는 놈의 몽키 스패너.

난 툭― 놈의 어깨를 가볍게 밀치며 속삭였다.

“자기만족이든, 자기 수양이든 목숨이 달리면 뭐라도 써봐야지.”

아, 그리고―.

난 무언가를 상상하듯 또다시 겁에 잔뜩 질린 박효은에게 말을 덧붙였다.

내 말이 끝나지 않자 다시금 나를 바라보는 불안에 젖은 눈동자.

“이제부터 너는 손전등으로 위만 살피는 거야. 만약 정말로 네 말대로 위에서 뭐가 나오면 네가 해결하는 거고. 만약 아무것도 없으면, 그것도 네가 책임을 져야겠지?”

툭―!

마지막 당부로 가볍게 밀친 어깨에 술에 취한 듯 몸을 휘청이는 박효은.

난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놈의 얼굴을 보며 수색조에게 턱짓했다.

내 지시에 맞춰 서둘러 탐색을 이어가는 수색조.

“……그래도 처음보단 두 번째에 굳은 몸이 더 빨리 풀리겠죠.”

그렇게 졸업자들이 기증한 책이 모여있던 중앙을 지나, 2층으로 치면 생존자 캠프가 있는 구역으로 들어갈 무렵.

그동안 얌전히 침묵하고 있던 차설희가 조용히 읊조렸다.

누가 봐도 무언갈 고뇌하듯 골몰히 생각하는 모습에 가만히 두었던 그녀의 첫 마디.

“아무리 무서워도 두 번째보단, 세 번째에. 세 번째보단 네 번째에 더 빠르게 익숙해질 거예요.”

입을 꾹 다물고 들었던 내 말에 대한 그녀의 답이었다.

“당신이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대단한 건 인정해요. 하지만 다른 누군가도 시간이 지난다면 당신처럼 익숙해지겠죠.”

이젠 제법 예전처럼 또렷한 눈빛을 회복한 그녀가 나를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저도 그랬어요. 처음엔 트레이너 선생님들한테 어마어마한 박치라고 얼마나 혼났는 걸요.”

하지만―

“저를 보세요. 시간과 노력만 있다면―”

“그만해.”

난 제법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그녀의 목소리를 끊었다.

굳이 끝까지 듣지 않아도 대충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난 짜증을 숨기지 않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똑똑한 애가 왜 계속 이렇게 떼를 쓰지?”

“…….”

“내가 무슨 하이퀸즈 공익광고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건가? 뭐, 그렇게 열심히 노력한 춤과 노래로 탑 아이돌이 됐으니, 여러분도 노력하면 그렇게 될 수 있어요. 그러니 반대로 말하면―”

저도 노력하면 당신처럼 할 수 있어요.

“뭐 그런 거야? 순진한 척 그만해. 알 거 다 알만한 사람이 왜 갑자기 애새끼처럼 뗴를 쓰는 거야?”

난 노골적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사납게 속삭였다.

“너도 알잖아. 네가 탑에 앉은, 그러니까 돈방석에 앉은 이유는 노래랑 춤을 잘 춰서가 아니잖아.”

난 그녀의 얼굴을 훑으며 짓씹듯이 읊조렸다.

“그냥 존나 예쁜 여자가 노래와 춤까지 잘 추니까 돈을 번 거지.”

그녀의 외모가 특출나지 않았으면 지금과 같은 성공은 절대로 이루어낼 수 없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의지와 노력 말고 다른 특별한 것도 필요하다는 걸 그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걸 아는 그녀가 왜 이렇게까지 떼를 쓰듯이 내 말에 토를 다는지도 당연히 알고 있다.

하긴, 내가 차설희였어도 그녀가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예고 강간마뿐이었다면 미쳐버릴 심정이었겠지.

나도 아마 그녀처럼 어떻게든 나 말고 다른 선택지를 찾으려 발버둥 쳤을 것이다.

선택지가 예고강간마뿐인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든 회피하려 했겠지.

그래도―

“나도 인내심에 한계가―”

차설희에게 다시금 경고하려던 입이 서둘러 닫혔다.

끼에에에에―

차설희를 노려보던 내 귓가에 조용히 들려오는 익숙한 괴음.

난 곧바로 손을 들어 수색조의 발걸음을 멈췄다.

끼에에에에―

수색조의 손전등이 자연스레 소음의 향방을 쫓는다.

2층으로 치면 완벽히 도서관 캠프의 구역인 왼쪽 상단 구석.

그것에 인위적으로 위치가 조정되어있는 책장들이 옅은 불빛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리저리 불규칙적으로 흐트러지고 무너진 책장들.

다른 구역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핏빛으로 말라붙은 바닥을 따라 단 하나의 규칙성만이 뇌리를 스친다.

끼에에에에―

무언가를 막기 위해 책장을 옮겼다는 것.

턱―!

난 서둘러 뒤로 손을 뻗어 점점 위로 향하려던 차설희의 손전등을 막았다.

그녀의 불빛에 아른거리는 수많은 인체의 다리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듯 작게 건들거리며 제자리를 지키는 썩은 다리들.

이제야 3층이 왜 다른 층들에 비해 상당히 널널했는지 알 수 있었다.

3층은 좀비들의 수가 적은 게 아니라,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좀비들을 막으려 필사적으로 책장으로 바리케이드를 만드는 그날의 생존자들.

그리고 점점 한곳에 모이는 생존자들에게 이끌린 더 많은 좀비들.

옅은 손전등 불빛에 책장으로는 쉽게 막을 수 없는 틈이 반사된다.

그리고 그 책장 틈에 아주 선명히 번져있는 짙은 핏자국들도.

그렇게 본의 아니게 3층의 생존자와 좀비들이 전부 모이게 된 곳.

그리고 결국 모두 좀비가 된 구역에 우리가 발을 내디뎠다.

차설희와 고장훈의 손전등 불빛이 아슬아슬하게 놈들의 다리 사이를 머문다.

최소 스무 마리는 가볍게 넘어 보일 듯 빼곡한 놈들의 다리.

천천히 손을 들어 다음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

“으, 으아아아아아악―!”

갑자기 뒤에서 공포에 질린 비명이 튀어나온다.

그와 동시에 천장을 살피던 손전등이 파르르 떨리며 정면을 비췄다.

“끼에에에에에엑―!”

비명에 화답하듯 도서관 3층을 찢는 괴음의 합창.

손전등 불빛과 사람의 비명.

놈들이 아주 환장하는 것만 가득한 곳을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

그곳에 뭐가 있든지.

쿵―! 쿵―! 쿵―!

좀비들의 육탄 공세에 놈들을 가로막던 책장이 크게 휘청인다.

불빛을 향해, 사람을 향해 간절하게 손을 내뻗는 책장 앞의 좀비들.

책장 틈 사이로 튀어나온 수십 개의 손이 점점 더 그 숫자를 더 불려 나갔다.

쿵―! 쿵―!

결국―

끼이이이익―!

좀비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책장이 서서히 무너진다.

난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바닥에 쓰러지는 책장을 바라보며 서둘러 생각을 정리했다.

좀비의 수가 많은 것은 내게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미 놈들을 따돌리며 게릴라전을 펼칠만한 민첩 스탯을 달성했으니까.

나는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 내 뒤에 있는 이들이 문제였다.

저들을 모조리 죽여버리는 것은 가능할 것 같았지만, 뒤에 있는 이들을 모두 지키면서 죽이는 것은 명백히 불가능했다.

그럼, 이대로 내부 계단으로 도망쳐야 하나.

잠시간 머릿속에 떠오른 또 다른 플랜이었지만, 이것 또한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 특히나 차설희가 직선주로를 돌파하기 시작하는 좀비들의 추격을 물리칠 확률은 매우 저조했다.

그렇다고 차설희만 챙기기엔 저런 좀비들에게 고장훈과 두 쩌리들을 소모하는 건 너무 아까웠다.

결국 싸우는 방법뿐이다.

그것도 뒤에 있는 이들을 온전히 지키면서.

빠르게 굴리는 머릿속에 3층에서 이 목표를 수행할만한 장소들이 스쳐 지나간다.

2층과 거의 비슷하지만 조금 넓은 구조의 3층.

내게 너무나도 익숙한 2층의 구조가 빠르게 3층과 겹쳐진다.

지금 내게 필요한 조건들.

가깝고, 좁으면서, 수색조를 보호하며 놈들을 죽이기 용이한 곳.

쿵―!

“화장실!”

난 책장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뛰어―!”

내 지시에 수색조가 빠르게 화장실로 뛰어가는 발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그에 맞춰 더 정열적으로 3층을 달구는 괴음.

“끼에에에에엑―!”

책장이 넘어지며 가장 밑에 깔려있는 좀비들을 짓밟으며 좀비들이 내게 내달린다.

그런 놈들에게 짓밟힌 놈들도 아무런 이상 없이 몸을 일으키며 그 뒤를 따른다.

난 오히려 그들에게 멀어지기보다 가까워지는 걸 택했다.

하지만 매번 그랬던 것처럼 쇠 파이프를 휘두를 순 없었다.

이번엔 내가 쇠 파이프를 휘두르는 빈틈에 달려들 좀비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난 쇠 파이프를 휘두르기보단 주위에 난잡하게 배열된 책장들에 손을 뻗었다.

쿠우웅―!

무너지는 책장들이 좀비들의 진로를 성실히 방해했다.

가끔씩 책장에 그대로 깔려 뒤지는 좀비들도 보였지만, 대부분의 좀비들은 어떻게든 책장을 빠져나와 화장실로 향하는 내게 손을 뻗어왔다.

“고장훈―!”

“예에에에엡―!”

열심히 책장을 무너트리며 소리치는 고함에 화장실로 달려가던 고장훈의 화답이 들려온다.

난 고개를 뒤돌아 확인할 틈도 없이 더 세게 고함을 내질렀다.

“화장실 안에 박우진이랑 김민준부터 들여보내!”

두 쩌리가 방패로 혹시나 있을 좀비들을 막고 있으면― 내가 빨리 들어가서 정리할 작정이었다.

굳이 길어질 뒷말을 생략하고 내지른 명령에 “예에에엡―!”이라는 확실한 대답이 들려왔다.

퍼어억―!

슬슬 지근거리에서 내게 달려드는 좀비들이 많아진다.

난 눈에 보이는 뭐든 장애물이 될 수 있을 법한 건 모두 다 무너트리며 착실히 좀비들의 대가리를 후렸다.

“끼에에에에에엑―!”

그렇게 꾸준히 이루어지는 장애물과 쇠 파이프의 조화에도 여전히 기세등등하게 울리는 놈들의 포효.

“야아아―! 이 씨발 박효은 새끼야―!”

“멈춰―! 씨발 우리가 먼저―!”

그 순간, 다급히 울리는 두 쩌리의 고함에 자연스레 고개가 돌아갔다.

이제 슬슬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낸 화장실 문.

2층과 똑같은 위치에 존재하는 화장실을 향해 다급히 달려가는 수색조가 시야에 들어선다.

급하게 손을 내뻗는 두 쩌리의 등과 그들의 손이 향하는 수색조의 최선두.

멀리서도 느껴질 만큼 흠뻑 젖어있는 근육질의 등이 급하게 남자 화장실을 열어젖힌다.

뒤이에 열린 남자 화장실을 비추는 손전등 빛과 그 빛에 반응한 화장실 안의 좀비.

좀비가 포효하듯 내 벌린 입에 최선두의 박효은의 손전등이 어지럽게 춤췄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리던 놈의 팔이 지지할 무언가를 찾았다.

그리고 지지대를 짓눌러 물가를 벗어나려는 사람처럼 손에 걸려 온 지지대를 앞으로 내세운다.

갑작스럽고 필사적인 완력에 이끌려 순식간에 끌려가는 길쭉한 청바지.

바람에 흩날리는 긴 머리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먼저 반응했다.

[민첩 : 18(17+1) -> 21(20+1)]

[잔여 포인트 : 15 -> 0]

스킬을 찍기 위해 곧바로 찍지 않았던 잔여 포인트를 민첩에 몰아넣었다.

쿠우우웅―!

마지막 책장이 무너지는 소리와 디딤발 내디디는 소리가 동시에 울린다.

끄드득―!

바닥이 일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제법 거리가 멀었던 박효은의 등이 순식간에 크기를 불려왔다.

“끼에에에엑―!”

그리고 박효은이 내세운 산 제물에 더 격하게 환영하고 있는 좀비까지도.

쿠웅―!

제동 없는 질주가 박효은의 등을 무참히 밀어버린다.

곧바로 바닥에 엎어지는 차설희와 박효은의 앞에 손을 내뻗고 있는 좀비의 목을 움켜쥐었다.

“끼에에에에엑―!”

내게 목이 잡힌 채 발광하는 그대로 화장실 벽으로 놈을 몰아세웠다.

쿠우웅―!

화장실 벽에 부딪히는 충격 따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손을 내뻗는 좀비.

끄드드득―!

제법 힘을 준 손아귀에 무언가 부러지는 짜릿한 손맛이 올라왔다.

목이 기괴하게 꺾인 채로 바닥에 쓰러지는 좀비.

퍼어억―!

혹시 몰라 놈의 대가리에 확인 사살까지 끝마치고 서둘러 몸을 돌리는 찰나―

사사삭―

계속되는 교전의 영향으로 뾰족하게 예민해진 오감에 걸리는 소음.

‘위, 위에서 뭐가 사사삭―거리는 소리가―’

자연히 되뇌어지는 박효은의 겁에 잔뜩 질린 얼굴과 목소리.

지금도 여전히 화장실 앞에서 그 얼굴을 하고 있는 박효은이 천장을 바라보며 기겁을 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2편 더 있습니다, 오타 확인 후 바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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