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22화 (22/120)

젠가 (4)

[성명 : 한세계]

[성별, 나이 : 남, 23세]

[속칭 : 폭군]

[힘 : 21(20+1)] [민첩 : 18(17+1)] [지능 : 1] [왕권 : 10]

[잔여 포인트 : 4]

[전용 스킬]

[부분무능(部分無能) Lv.1]

[당신은 무능의 군주입니다.]

[천박한 품위 Lv.1]

[왕이라기엔 당신은 너무 천박합니다.]

이젠 제법 내용이 풍부해진 내 상태창.

그중 왕권 10 달성으로 해금된 두 번째 스킬을 흐뭇하게 응시했다.

드디어 쓸만한 스킬이 해금됐다.

난 힘과 민첩 스탯이 공짜로 하나씩 가산되어 있는 걸 보며 더 환하게 웃었다.

이번에도 부분무능 스킬처럼 스킬 설명창엔 원인도 모를 원색적인 비난만이 가득했지만, 이건 뭐 상태창 특유의 컨셉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왜 왕권이 내 전용 스탯인지 더 뼈저리게 알게 됐다는 거겠지.

[육체계 스탯에 (왕권 × 0.1)의 보너스 스탯 합산 적용.]

스킬명 ‘천박한 품위’를 오랫동안 응시하고 있으니 설명창처럼 팝업되는 상태 메시지.

그러니 저 설명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왕권이 커질수록 내 육체계 스탯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천박한 품위 옆에 붙어있는 아주 앙증맞은 수식어.

Lv.1

스탯을 뻥튀기시켜주는 저 비율 또한 스킬 레벨을 올리면 분명히 따라 올라갈 확률이 높았다.

드디어―

스탯에만 쓰던 잔여 포인트의 쓰임새를 고민할만한 선택지가 생겼다.

띠링―!

[천박한 품위 Lv.1 -> 천박한 품위 Lv.2]

[스킬 레벨업을 위해 10포인트를 지불하시겠습니까?]

스킬 레벨 하나를 높이는데 필요한 포인트는 10.

생각보다 별로 포인트를 잡아먹지 않는 것 같지만, 지금까지 내가 본 상태창 짬으로 보건대―

아마 천박한 품위가 2레벨이 되면 분명 스킬 레벨업에 필요한 포인트가 늘어날 것이다.

스탯 포인트에서도 당연히 그랬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잔여 포인트로 스탯을 찍는 것보다 그리 큰 가성비는 안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얻은 이 스킬은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스킬이었으니까.

우우웅―!

가볍게 쥔 손을 따라 내 의지에 답한 미지의 기운이 오른손에 모인다.

이건 내 마나통 역할을 하는 ‘왕권’이 높아질수록 육체계 스탯에 보너스가 가산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종의 MP가 높아질수록 HP도 같이 높아지는 사기성 짙은 선순환 스킬이니까.

우우웅―

다시 살짝 펴는 손바닥을 따라 순식간에 내 손을 떠나는 옅은 황금빛.

빨리 좀비들을 죽여서 포인트를 모으고 싶었다.

그렇게 모은 포인트로 스킬과 스탯을 높여 이것보다 더한 ‘강함’을 손에 넣고 싶다.

그래서―

“……뭐하냐. 빨리 안 오냐?”

“예, 옙!”

난 머릿속에 아직도 선명한 스파크들을 천천히 치우며 뒤쪽을 재촉했다.

내 시선에 서둘러 속도를 높이는 수색조.

그중 박우진과 김민준의 손에 들린 테이블 방패를 다시금 확인했다.

도서관에 넘치던 테이블을 쪼개 만든 일종의 조잡한 방패.

좀비를 죽이기보다 밀쳐내야 하는 쩌리들에게 아주 적합한 무장이었다.

좀비를 죽이는 건 포인트를 모을 수 있는 나여야 하니까.

게다가 어차피 좀비들을 잘 죽이지 못하는 저 쩌리들에겐 이쪽이 더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 두 쩌리가 좀비를 죽이면 그 포인트는 어떻게 되는 거지?’

저 두 쩌리의 주인인 나한테 돌아오는 건가?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먼저 생각해봐야 했을 의문점에 작게 혀를 찼다.

1 포인트, 1 포인트가 내게 너무 귀중하다 보니 포인트에 관련된 의문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게 많았다.

뭐, 이것도 여유가 있을 때 확인하면 되는 일이니까.

차곡차곡 생각을 정리한 나는 고개를 주억이며 앞을 응시했다.

안세준의 여자 친구인 정세리까지 캠프에 거뒀으니, 이젠 정말 3층을 확보할 시간이었다.

내 재촉에 뒤에 바짝 붙은 수색조의 기척을 느끼며 코너를 돌았다.

길게 일자로 배치된 책장 너머에 우리들을 반기는 익숙한 바리케이드.

내부 계단 문을 막는 바리케이드 앞에 익숙한 얼굴과 낯선 얼굴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박효은이잖아.”

나와 똑같은 장면을 응시한 두 쩌리 중 김민준이 조심스레 중얼거렸다.

바리케이드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차설희와 박효은.

그 둘이 점점 그들에게 가까워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우리에게로 향한다.

“뭐하냐, 민준아. 빨리 조장님께 알려드려야지.”

“아, 예, 옙!”

눈치 빠른 고장훈의 속삭임에 서둘러 내게 조금 더 가까이 붙는 김민준.

“차설희 옆에 붙어 있는 저 새끼는 정치학과 2학년 박효은입니다. 음― 뭐랄까 좀 재수 없는 새끼? 얍삽 빠른 새끼인데. 안 그래도 장염이니 배탈이니 하면서 구석에 농땡이 피우던 새끼인데. 왜 저기 있는 거지?”

……그것도 차설희랑 같이?

우리가 다가오는 걸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두 사람을 마주하며 조용히 중얼거리는 김민준의 속삭임.

“아, 드디어 오셨네요.”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가까이 온 우리에게 옅게 미소 짓는 차설희.

자연스레 더 증폭되는 궁금증과 함께 그들을 탐색하며 빠르게 훑었다.

먼저 가까이 온 우리를 견제하듯 차설희 앞에 서는 박효은.

부드럽게 차설희를 뒤로 물리는 딴딴한 손과 옷 밖으로도 자연스레 태가 나는 근육질.

딱 봐도 평소에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스타일의 남자인 것 같았다.

그리고 처음 봤던 두 쩌리를 연상하게 하는 손목 보호대와 몽키 스패너.

특히 검은 핏물이 번져있는 흔적이 가득한 몽키 스패너는 한눈에 누가 줬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박태하의, 그러니 부회장의 무기를 들고 있는 학생회 남자와 그의 보호를 받는 차설희.

보기만 해도 수상쩍은 조합의 여주인공이 당당하게 앞으로 나선다.

“아― 괜찮아요, 효은 씨.”

사실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마치 앞에 있는 사람에게 제발 좀 들으라는 듯 선선히 들려오는 비아냥.

자신을 보호하는 모양새를 취한 박효은에게 가볍게 미소 지은 차설희가 나를 올려다본다.

그날 밤의 대화가 아직 생생한지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눈빛.

살짝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노려보던 차설희가 난데없이 내게도 밝은 미소를 보낸다.

“소개시켜드릴게요. 여러분들이 이젠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제안을 수락하신 박효은 씨에요.”

“안녕하세요, 그러니까― 수색조라고 해야 하나요? 수색조. 무슨 군대 조직 같네요.”

차설희의 소개에 박효은이 가볍게 웃으며 손을 살짝 들었다 내린다.

그 자신만만하고 여유 넘치는 인사를 무시하곤 다시 차설희를 응시했다.

내 눈빛에 으스대듯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을 잇는 차설희.

“쉽게 말해서 최저고용 시급의 몇천 배를 더 올려받는 행운아 알바생이시죠. 게다가 대화를 나누고 알았는데, 효은 씨는 평소에 운동을 아주 좋아하시는 운동 마니아라고 하시더라구요.”

검도, 태권도, 복싱―

마치 누군가에게 자랑하듯 줄줄이 읊어대는 차설희에게 가볍게 손짓하며 미소 짓는 박효은.

“에이~ 그만 하세요, 설희 씨. 뭐 단증 많은 게 큰 자랑인가요. 그냥 무술은 뭐― 자기만족이자, 자기 수련이죠.”

말리는 건지, 더 으스대는 건지 모를 웃음기 넘치는 목소리.

“저 보십시오. 제 말이 딱 맞죠, 조장님? 저 새끼 맨날 저 말하면서 여자애들한테 은근슬쩍 복근 자랑하고, 맨날 심심하던 일부러 웃통까고― SNS에 스파링 영상 같은 거만 올리고― 아주 지랄이란 지랄은―”

“어. 우진이랑 민준이도 있었네.”

얌전히 뒤에 있던 김민준의 속닥거림에 그제야 수색조 전체를 확인한 박효은이 한 번 더 손을 들어올렸다.

“이야― 너희 둘 다 저분 등 뒤에 딱 붙어서 뭐 하냐? 하마테면 못 알아볼 뻔했네.”

“…….”

“에이― 아직도 나 대신 수색조에 들어간 거 삐진 거야? 아니 그땐 내가 배가 너무 아팠다니까? 진짜 몇 날 며칠을 설사만 하다가 이제 겨우 나았다니깐?”

그저 내 뒤에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는 쩌리들에게 보내는 살가운 인사.

허나 계속해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 쩌리들에게 쩝― 작게 입맛을 다신 박효은이 능청스레 어깨를 으쓱였다.

“태하 선배가 요즘 너희가 좀 이상해졌다던데, 진짜였네.”

짝―!

“자, 그럼 대충 인사도 끝난 것 같은데 출발하실까요?”

박수로 주위를 환기한 차설희가 당당하게 나에게 무언갈 요구했다.

난 이 난데없는 쇼 대신에 차설희의 얼굴을 조용히 감상하다가 짧게 물었다.

……출발이라.

“어딜?”

“어디긴요. 수색조 여러분들이 가시는 곳이죠.”

약속이라도 되어있는 듯 당당하게 튀어나오는 답변.

난 헛웃음을 터트리며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왜?”

고개를 비스듬히 꺾고 여상히 던지는 물음에 생글생글하던 차설희의 얼굴이 무표정으로 돌아간다.

그날 밤, 나를 마주할 때의 그 표정으로.

“효은 씨?”

“제가 전문 경호인은 아니지만, 돈 받는 입장에서 설희 씨의―”

“효은 씨.”

“……쩝― 위험해지는 것 같으면 바로 개입하겠습니다.”

박효은을 조금 뒤로 물리는 차설희.

그 모습을 보고 나 또한 고장훈에게 가볍게 턱짓했다.

내 눈빛을 보곤 언제나 같이 찰떡같이 알아들은 고장훈이 쩌리를 이끌고 조금 뒤로 물러난다.

“안 데려가시면 저는 박효은이랑 같이 이대로 농과대로 갈 거예요.”

한 발자국― 천천히 내게 내디디며 읊조리는 듣기 좋은 미성.

그날의 마지막 대치를 떠올리게 하는 감탄만 나오는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그중 연분홍빛의 입술이 다시금 살짝 틈을 벌린다.

“하얀이를 되찾으러.”

“……저 허세끼 넘치는 새끼만 달랑 데리고?”

“왜요? 개새끼보다는 저한테 안전할 것 같은데?”

그날의 희롱을 기억하듯 특히나 ‘개새끼’를 강조해서 짓씹는 읊조림.

“뭐, 저도 무조건 성공할 거란 생각은 안 해요. 성공하면 저는 하얀이를 되찾는 거고. 실패하면 저도 광일인가하는 그 남자분 꼴이 되겠죠?”

자신의 목숨이 달렸다기엔 너무나 단조로운 음색.

“왜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최후를 가늠하던 차설희가 내 눈빛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더 뚫어져라 마주친다.

“불안해요?”

……허.

마치 꿰뚫듯이 내게 다가오는 고혹적인 미성에 표정을 숨길 요량으로 고개를 살짝 들며 헛웃음을 토했다.

옅은 미소와 함께 다시 마주하는 그녀의 눈동자는 미동도 없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 특유의 별빛처럼 반짝이는 동공에 오로지 나만이 맺혀있는 것이 때아닌 영광처럼 느껴진다.

그 뜬금없는 기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난 잠시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런 내 반응에 당연하다는 듯 미소 짓는 차설희.

“그러니까 제가 죽지 않게 한세계 씨가 일종의 튜토리얼 역할을 해주시면 되겠네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제 제안을 수락하시던지요.

계속해서 이어지는 말에 다시금 헛웃음이 튀어나온다.

아니, 지금 내가 내뱉을 수 있는 소리가 헛웃음 말고는 아주 한정적이었다.

“헛소리 말고 얌전히 캠프로 돌아가.”

내가 누구 때문에 이틀 동안 캠프 방비에 힘썼는데.

단호하게 반대편 캠프를 가리키는 손가락에 그녀가 보란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싫은데?”

그녀에게서 튀어나오는 아주 익숙한 대답.

누굴 흉내 내며 말했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나오면 좀 재미없는 방법을 쓸 수도 있는데.”

“왜요? 구속이라도 하시게요?”

“못할 이유는 없지.”

“하시던가요. 대신 24시간 탈출하려 할 테니 저한테 24시간 붙어있으셔야겠네요.”

“그거참 대한민국 모든 남자들이 바랄 포상이네.”

“……정말요?”

무언갈 안다는 듯 묘하게 끌어대는 끝말.

“그게 정말 한세계 당신에게도 포상이야?”

24시간을 나에게 묶여있는 게.

“그렇게 바쁘게 하루를 보내시는 당신에게도 포상이야?”

“뭔가 착각을 하나 하고 있는데, 차설희.”

이번엔 내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녀를 마주했다.

“지금 내 뒤에 있는 새끼들은 내가 죽으라면 죽는시늉도 할 새끼들이야. 왠 줄 알아?”

진짜 내가 마음만 먹으면 뒈질 수도 있거든.

“그런 새끼들한테 성인 여자 하나 감시해라, 아니면 네가 뒈진다고 말하면 얼마나 열심히 지킬까?”

“그래? 나도 궁금하네.”

내 경고에 끝까지 눈을 피하지 않고 맞서는 차설희.

“그렇게나 믿고 있는 부하들이 당신 명령을 따를지 아니면 당신이 그렇게 바라고 있는 내 매력적인 제안에 응할지.”

내가 여태껏 봐온 남자들은 꽤 단순해서 잘 모르겠네?

그녀에게 남은 돈이 아닌 또 다른 무기.

차설희, 본인.

그녀가 내게 보란 듯이 강조하는 ‘매력적인 제안’에 눈썹이 꿈틀거린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나도 가능성을 말하는 거지. 그런 짓은 죽어도 싫거든?”

그냥, 최악의 상황을 말하는 거야.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무는 최악의 상황.”

마치 나를 안심시키듯 빠르게 말을 덧붙이는 차설희.

그녀는 고개를 비스듬히 꺾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런 최악의 상황이 안 일어나게 할 수 있잖아, 당신은.”

그냥 우리를 수색조에 끼워주기면 하면 되는 거야.

우리도 무작정 밖에 나가는 미친 짓은 하기 싫으니까.

분명 당신들에게 배워야 할 점들과 약간의 연습이 필요하겠지.

“……하.”

끝내, 고개를 살짝 숙인 나는 잔웃음을 흘리며 이마를 긁적였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인데.

하아―

자연스레 찌푸려지는 미간과 짜증이 잔뜩 불어나오는 한숨.

차설희는 언제나 그렇듯―

꽤나 설득력 있는 협박을 들고 왔다.

내가 캠프를 야금야금 먹을 때 동안 마냥 놀고 있지는 않았다는 듯.

문득 차설희가 캠프 사람들에게 열심히 말을 붙이고 있다는 두 쩌리의 보고가 생각났다.

그래, 우리가 캠프를 방비하며 확장을 준비하는 동안―

차설희 너도 네 제안을 수락할 피고용인과 나를 위한 협박을 준비했구나.

“……하!”

결국 크게 웃음을 터트리는 내게 갑작스레 책에서 읽었던 문구가 생각났다.

사람은 그들의 지문만큼이나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말.

누군가는 이 절망을 도피하기 위해 목숨을 던지고―

누군가는 그 어떤 굴복도 감내하며 동아줄을 꽉 붙잡을 때.

누군가는 이렇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도박을 하는구나.

“……좋아.”

난 차설희에게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궁금하다.

보석 같은 외모이기에 저리 빛나는 걸까.

아니면 저리 빛나는 사람이기에 보석 같은 걸까.

어찌 되었든, 난 지금 이 모습 그대로의 차설희가 미친 듯이 가지고 싶었다.

두근― 두근―

나체로 내게 굴복하던 정세리를 보던 때보다 더 격한 울림.

이런 차설희를 두고 도박을 할 순 없지.

“따라오든지 말든지.”

그러니―

스스로 깨닫게 해줄 셈이었다.

“좋네요. 드디어 한세계씨와 생산적인 대화를 한 기분이에요.”

바라는 바를 이룬 차설희가 선선히 내미는 손을 맞잡으며 함께 미소 지었다.

그렇게나 바라던 해프닝이 왜 종말인지.

아주 뼈저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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