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떼 속, 한 마리의 (4)
“한세계, 당신 정말 미쳤어요?!”
캠프원들을 다급히 헤치며 튀어나오는 구예리의 외침.
그리고 그 뒤를 큼지막한 덩치의 부회장이 따른다.
분명 아침에 지하 1층을 내려가기 전에 봤을 땐 아직도 친구의 죽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눈치였는데―
지금 나를 노려보는 눈빛엔 혼돈 대신 아주 불꽃 튀는 분노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오지 마.”
아주 나지막이 흐르는 경고.
“끄아아아아악―!”
내 목소리가 잡아먹힐 수도 있을 만큼 처절한 비명이 내 발아래에서 튀어나온다.
누르는 힘을 살짝 빼자 다시금 조용해지는 안세준의 대가리.
덕분에 다급히 달려오던 부회장과 구예리의 발걸음이 멈칫거렸다.
난 차분히 그들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며 다시금 읊조렸다.
“이건 나와 안세준 사이의 개인적인 일이야.”
너희들이랑은 아무런 관계가 없단 말이지.
“끄으으― 쿨럭―! 쿨럭―!”
놈들에게 사실을 주지시키는 동안 안세준이 다시 살만해졌는지 몸을 아등바등 흔들어댔다.
“가만히 있어야지, 세준아.”
다시금 대가리를 세게 짓누르는 압력에 본능처럼 몸을 말아대며 비명을 내지르는 안세준.
“끄으으아아악―!”
“그만 하세요―! 그만하시라구요―!”
고통에 젖은 안세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구예리가 필사적으로 나를 제지했다.
“어떤 개인적인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사람을 이런 식으로 만드는 건 명백한 폭력이에요―!”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비난엔 나름 합당한 논리가 내제되어 있었다.
……폭력이라.
그 논리에 자연스럽게 잔웃음이 새어 나온다.
난 구예리에게 보란 듯이 안세준을 짓밟던 다리를 거뒀다.
그 모습에 옅은 한숨을 내쉬는 구예리에게 방긋― 웃으며 다시 안세준의 다른 신체 부위를 짓밟았다.
안세준의 머리에서 오른손으로 뒤바뀐 공격 목표.
“이게 왜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일단 그게 뭐든 그만하시라구요―! 한세계 당신 정말 제대로 미―”
“이걸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명백한 편견 아닌가?”
불같이 활활 타오르는 구예리의 외침을 조용히 식히는 차분한 대답.
어이없다는 듯 눈꼬리를 위로 치켜뜬 구예리가 다시 입을 열기 전에 손을 가볍게 팔랑거리며 제지했다.
같잖은 대화에 더는 시간을 쏟지 않겠다는 명백한 의사 표현.
그 모습에 더 얼굴이 새빨개진 기함을 하기 전에 밑에 깔려있는 안세준에게 시선을 맞췄다.
“세준아.”
“…….”
아기처럼 입을 오물오물거리며 나를 올려다보는 눈빛엔 이미 공포만이 가득했다.
언제부터 질질 짜기 시작했는지 이미 두 줄의 눈물 자국이 선명한 안세준의 면상.
난 그 면상을 조용히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평소에 영화 같은 거 많이 봤니?”
“…….”
뜬금없는 물음에 자연스럽게 커지는 동태 같은 눈깔.
난 힌트를 주듯 놈의 오른손을 밟고 있는 발에 살짝 힘을 줬다.
“대답을 안 할수록 너만 아프고, 너만 고통스러운 거야.”
끄드득―!
“끄, 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악―!”
점점 발에서 가해지는 압력이 세지자마자 몸을 활어처럼 팔딱이며 난리를 치는 안세준.
이리저리 방황하던 왼손이 어떻게든 내 발의 압력을 줄이고자 애원하듯 내 오른발을 붙잡아온다.
“끄아아악― 맞아요―! 맞아요, 맞아요, 맞아요―! 제가 맞아요, 제발―! 제바알―! 너무 아파요, 너무―! 너무 아프다고오오오―!”
끄으읏―! 그읏―! 씨, 씨이이바아아아알―!
놈의 시인에 발을 떼기 전에 조금 세게 힘을 주자 누구에게 하는 건지 모를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크윽―! 크흐흐흐흑―! 크흐흐흑―!”
내 발이 치워지자마자 서둘러 오른손을 품에 안고 서럽게 울어대는 안세준.
난 굼벵이처럼 몸을 잔뜩 말아 세운 안세준을 바라보던 시선을 위로 올렸다.
안세준이 우는 소리를 제외하면 기묘할 정도로 조용해진 도서관 캠프.
난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는 구예리와 그 옆의 부회장을 한 번씩 훑어보았다.
특히나,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쿵쾅대며 다가온 것에 비해 상당히 조용한 부회장을.
“…….”
계속해서 안세준과 나를 번갈아보며 무언갈 갈등하는 저 복잡한 눈빛.
이번에 튀어나오면 한 번은 작게 손을 봐줄 작정이었는데.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는지, 감이 좋다고 해야 하는지.
덩치는 산만해서 꽤나 여우 같은 면이 있는 부회장과 눈을 맞추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까득―!
내 미소에 멀리서도 들릴 만큼 이를 갈며 내 눈빛을 피하지 않는 부회장.
난 잔웃음을 터트리며 이젠 부회장이 아닌 캠프 전체를 눈에 담았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웬만하면 문제를 안 일으키려 했는데 이건 좀 아니지.”
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명백한 폭력이라….”
하―!
작게 헛웃음을 내뱉곤 지금도 질질 짜고 있는 안세준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럼 내 음식을 몰래 훔쳐 간 이 개잡놈을 어떻게 했었어야 하는 건지 아주 궁금하네.”
예리 씨?
내 부드러운 물음에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리는 구예리.
“예리 씨라면 어떻게 했을까?”
경찰에 신고를 해줬을까?
아니면 교수님한테 일러바쳐 줬을까?
비아냥 가득한 물음에 죽일 듯이 나를 노려보던 구예리가 대답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재발을 방지했겠죠. 이런 문제 하나하나에 한세계 씨처럼 야만적으로 반응하면 그건 21세기 민주 시민이 아니라 자기 밥그릇 뺏겼다고 발광하는 강아지가 아닐까요?”
“오― 말 그대로 교과서적인 대답. 그리핀도르에 5점.”
중후한 음색을 흉내 내며 칭찬하자, 더 빨개지는 구예리의 얼굴.
사실관계 확인, 재발 방지, 21세기 민주 시민.
“……좋아. 다 좋은데 그 말에 내 사라진 식량들은 어딨는데?”
“…….”
“지금 식량 하나라도 더 얻기 위해서 지하에서 좀비 대가리를 깨부수는 마당에 이미 다 사라진 내 음식들은 어딨냐고, 구예리 씨.”
지금껏 막힘없던 구예리의 입이 빠르게 열렸다 다시 닫힌다.
눈썹을 꿈틀거리며 해야 할 말을 고르는 듯한 모습에 내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말 그대로 죽을 각오를 하며 얻어낸 내 식량이 없어졌고. 나름의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범인을 추궁했고. 그래서 그 범인의 자백까지 받아냈고.”
명백한 사실에 은근슬쩍 내 눈을 피하는 캠프 사람들.
난 그들 하나 하나와 억지로 눈을 맞춰가며 다시 입을 열었다.
“경찰서는커녕 도서관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 판국에 내 나름대로의 합당한 벌을 준 게 그렇게 잘못인가?”
“…….”
도서관 캠프의 그 누구도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미 저들은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저건 일방적인 폭력이 아니라―
합당한 이유가 있는 정당한 벌이라는 걸.
“이런 짐승 같은 새끼에게 정당한 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혹시 반대하는 사람?”
다른 의견을 기다리겠다는 의미로 한 번 더 도서관 캠프를 휘둘러보았다.
누군가는 아주 불만스런 얼굴이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고―
다른 누군가는, 아니 대부분의 캠프 사람들은 그저 조용히 내 눈을 피하기만 했다.
아니다.
단지 피한다기 보다는 다른 누군가를 힐끔거리기 바빴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캠프 사람들 대부분의 시선이 힐끗거리며 머무는 부회장의 얼굴.
허나, 그는 아주 복잡한 얼굴로 그저 침묵하고 있을 뿐이었다.
리더의 침묵은 곧 모두의 침묵.
“…….”
“……좋네.”
아주 많이.
난 무언으로 긍정하는 이들에게 미소로 화답하며 등을 돌렸다.
다시 임시 거처로 돌아가는 발걸음 뒤로 빠르게 안세준을 부축하고 뒤따르는 고장훈의 발소리가 이어 울린다.
……폭군과 왕권, 굴복과 복종.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
나름 이 생활에 적응해가며 새삼스레 깨달은 사실은 하나다.
사람은 언제나 이유를 필요시 한다는 거다.
지금 이 갑작스런 폭력 사태가 일어난 이유.
안세준이 강제로 끌려가는 이유.
그리고 그것을 반대하지 못하는 이유.
사람들은 언제나 합당한 이유만 있다면 무엇이든 이해할 준비가 되어있다.
언제든 스스로를 합리화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누군가를 향한 굴복이자 복종이더라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유만 있다면.
뚜벅― 뚜벅―
난 기묘한 침묵에 젖은 2층을 걸으며 나도 모르게 웃었다.
그러니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이유란 것은 아주 쉽게 만들 수 있는 요소니까.
고장훈.
박우진과 김민준.
그리고 지금 내 뒤의 안세준.
야금야금―
하지만 아주 확실하게.
모두가 합당한 이유로 내게 복종하게 될 것이다.
***
이젠 인공적인 광원은 별로 남지 않은 도서관의 밤.
달빛이 창문을 타고 도서관을 아주 옅게 밝혔다.
“이해했어?”
“…….”
그중에서 음영이 짙게 진 임시거처의 구석.
구석에 아주 제대로 박혀 무릎을 안고 있는 안세준이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만족한 것인지 고장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응시했다.
마지막 확인을 바라는 눈빛에 벽에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안세준 앞에 쭈그려 앉았다.
내가 가까이 온 것만으로 발작하듯 몸을 움찔거리는 안세준.
난 아직도 놈이 꽉 잡고 있는 오른손을 뺏어 들어 조심히 살펴보았다.
달달 떨리는 오른손을 주의 깊게 살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살짝 부풀어 오른 오른손을 굽히자―
“으윽―!”
아주 죽을 것 같이 표정을 찡그린 안세준이 울상을 지었다.
“다음엔 왼손이야.”
나지막이 건네는 경고에 더 달달― 떨려오는 안세준의 오른손.
그 격한 진동을 느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러니 오늘부터 세준이 네가 우리 식량 가방을 지키는 거야. 식량 리스트는 우리 고자가 매일같이 체크하니까―”
하나라도 빈 곳이 있으면―
“알지?”
“…….”
이보다 빠를 수 없도록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는 안세준.
난 금방이라도 울 듯이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안세준을 보며 동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그래도 착하네.”
“…….”
“그 많던 식량을 너 혼자 다 처먹을 리가 없는데 말이야.”
시작은 안세준이었을지 모르나, 그 많던 식량이 사라진 것에는 분명 공범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 공범이 몇 명이고, 누구든―
안세준이 내게 일방적인 구타와 폭력을 당할 동안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난 내 눈빛을 필사적으로 피하던 캠프 사람들을 생각하며 자그맣게 헛웃음을 토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세준이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줄까?”
은근한 목소리에 안세준의 겁먹은 눈동자가 바닥에서 천천히 위로 올라온다.
“너 혼자 덤탱이 쓴거에 관해 좀 억울할 수 있으니까, 내가 식량 말고 다른 비밀 하나 더 말해줄게.”
“…….”
“이번 비밀은 에너지바 하나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중요한 비밀이야.”
다른 사람한테 안 들키고 조용히 지키고 있으면 당연히 내가 에너지바보다 훨씬 좋은 걸 주겠지?
마치 피할 수 없는 제안처럼 꿀꺽― 목젖을 삼키며 나를 바라보는 안세준.
난 조금 더 놈의 귓가에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심유한 알지?”
내 속삭임에 더없이 격한 진동으로 파르르― 떨리는 놈의 오른손.
난 경고하듯 놈의 오른손을 꽉 부여잡고 더 은근하게 속삭였다.
“사실― 심유한 좀비한테 죽은 거 아니다?”
내 경고에도 불구하고 경련하듯 더 격하게 떨리는 놈의 오른팔.
끄드득―
이번엔 발이 아니라 손으로 놈의 오른손을 압박하며 조용히 눈을 맞췄다.
눈물로 그렁그렁한 놈의 큼지막한 눈동자.
“끄읏―! 끄으윽―!”
무언가를 참듯 필사적으로 입을 다물며 울먹이는 그에게 읊조렸다.
“그럼 누구한테 죽었을까?”
“끄으윽―! 끄윽―!”
오늘 몇 번째일지 모르는 눈물을 쏟아내며 오로지 나만 담고 있는 놈의 눈동자.
마치 내 질문에 답하는 것 같아 미소로 화답했다.
“정답.”
“끄으윽―! 끄륵―!”
벌써부터 비밀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듯 입을 앙다무는 안세준.
띠링―!
[‘안세준’이 ‘아주 강하게’ 당신에게 ‘굴복’합니다.]
[굴복 요인 : 폭력에 대한 ‘아주 강한’ 두려움.]
“두 번은 없다, 세준아.”
난 기를 쓰고 입을 꽉 다물고 있는 안세준에게 작게 웃어주며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내가 떠나자마자 굼벵이처럼 몸을 바짝 말아 세우는 안세준.
난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이곤 책장 틈 사이로 보이는 정반대 편을 응시했다.
원래도 잘 보이지 않던 반대편이 어둠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지금쯤 긴급회의나 대책 회의 비슷한 거 한다고 바쁘지 않을까요?”
“뭐, 그렇겠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매우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면 그게 병신이겠지.
내가 저쪽이라면 분명히 어둠을 틈타, 지금 이 상황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을 것이다.
“내일 우진이랑 민준이한테 꼼꼼히 듣고 제대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글쎄, 그 둘도 배제하고 회의하고 있을 수도 있지.”
안 그래도 그 두 명은 내가 핵심으로 자리 잡은 수색조의 멤버니까.
“아― 그럼 드디어―”
“그래.”
기다렸다는 듯 손뼉을 비비며 입맛을 다시는 고장훈.
“네 동아리 후배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네.”
“헤헤― 그쪽이라면 더더욱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장훈은 아주 자신만만하게 확답했지만―
글쎄다.
내가 보기엔 고장훈이 말하던 체스 동아리 후배는 전형적인 ‘아싸’였다.
분명 모른척하라 전달했을 텐데, 은근슬쩍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에서 바로 알 수 있었던 놈의 존재.
보통 이하의 신장, 보통 이하의 외모, 보통 이하의 분위기.
전형적인 범생이상이 바로 고장훈의 후배 ‘강청신’이었다.
그런 아싸의 범주에 들어갈 강청신이 전형적인 인싸들의 모임인 ‘학생회’가 주축인 저 캠프에서 쓸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그것부터가 문제였는데―
“헤헤―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저만 믿으시라니까. 그 새끼가 그래도 저 캠프에서는 말빨이 좀 통하는 상태입니다.”
“……사교성이 좋나 보네.”
외모에 대한 편견에서 오는 약간의 오해를 했나 싶어 말을 바꾸는데 오히려 고장훈이 기겁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아니요. 그냥― 뭐랄까― 이런 상황을 제일 잘 안다고나 할까?”
“……이런 상황?”
“그으― 제가 봤던 재난이나 좀비 영화들 다 그 새끼가 보여준 거거든요.”
“……아.”
대충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그 새끼가 반스 갬빗에서― 아 반스 갬빗은 퀸스 갬빗에서 퀸만 반석대의 ‘반’으로 바꾼 체스 동아리인데― 그 새끼가 하라는 체스는 안 하고―”
또다시 이야기 삼매경에 빠지려는 고장훈에게 조용히 손을 들었다.
내 제지에 서둘러 입을 다무는 고장훈.
잇따라 조금씩 가까워지던 인기척이 책장 벽틈 앞에서 멈췄다.
똑똑―
부드럽게 책장을 노크하는 누군가의 손짓.
“계신가요?”
익숙한 목소리였다.
현실에서는 들어보지 못했어도, 미디어에서는 질리도록 귀에 익은 목소리.
“잠깐 대화 좀 가능할까요?”
책장 틈 사이로 차설희가 고개를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