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칼립스 폭군-15화 (15/120)

양 떼 속, 한 마리의 (2)

“야, 유한아.”

놈의 몸을 툭― 툭― 밀어내며 부드럽게 던지는 물음.

허나, 놈은 대답할 여유가 없었는지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로 끊임없이 격한 숨을 들이키고 있었다.

“꺼억―! 꺼억―!”

이미 바닥에 흥건한 걸쭉한 침과 터진 입에서 조금씩 새어 나오는 핏물.

그리고 그의 양 입가에 묻어있는 분홍색 거품과 있는 그대로 찡그려 동공이 보이지 않는 눈까지.

그의 어깨를 붙잡아 일으키니 바닥에 흥건한 침에 이미 놈의 얼굴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그렇게 캠프랑 팀을 위험하게 만드는 거야, 응?”

“꺼억―! 꺼억―!”

실어증이라도 걸린 듯 숨만 들이키는 놈의 뺨을 툭툭― 두드리며 다시 물었다.

“왜 계속 경험자 말을 무시하고 팀워크를 해치는 거야. 우리 지금 서로 팀이잖아, 안 그래?”

고개를 돌려 두 쩌리를 확인하자, 이미 얼어붙은 다리로 덜덜 떨고 있던 두 놈이 다시금 기겁을 하며 달달 떨어댔다.

“이것도 비유하자면 일종의 조별 과제잖아. 근데 왜 조장 말을 안 듣고 트롤링을 하려 하냐고.”

“우욱― 으으윽―”

내 말에 대답할 생각은 없는지 계속해서 머리를 흔들며 멍청한 소리를 내뱉는 심유한.

난 왼손으로 놈의 어깨를 꽉 부여잡으며 주먹 쥔 오른손을 길게 당겼다.

“하다못해 기업도! 경력직을! 뽑는! 와중에! 씨발―! 인턴이란! 새끼가! 깝을 쳐도! 적당히! 쳐야지!”

퍼억! 퍼억! 퍼억! 퍼억!

된소리를 내뱉을 때마다 놈의 배때기에 꽂히는 무자비한 주먹질.

붙잡힌 어깨 덕분에 무너지지도 못하고 완벽히 열려있는 놈의 몸뚱아리가 들썩거리며 요란하게 흔들렸다.

“꺽―! 꺽―!”

이제는 정말 위험할 정도로 숨을 들이키며 경련하는 심유한의 몸.

입에서뿐만 아니라, 눈에서도 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심유한의 얼굴을 지그시 들여다보다 뒤쪽을 응시했다.

각자 좀비를 잡기 위한 도구를 내게 내밀며 달달달달― 떨고 있는 애처로운 모습.

“이리 와.”

오른손으로 가까이 오라 손짓하자, 얼어붙은 놈들의 다리가 아주 조금씩 움직였다.

“내려.”

단호한 한 마디에 스르륵 내려가는 그들의 공구.

“지금 이 새끼가 왜 나한테 맞고 있는지 아는 사람?”

“…….”

여상한 물음에 잔뜩 질린 얼굴로 겨우 고개를 내젓는 두 쩌리.

퍼억―!

“꺽―! 꺽―!”

또다시 가격 된 배때기에 심유한이 거위처럼 울며 파르르 떨었다.

그 모습에 눈을 질끈 감으며 몸을 베베 꼬는 두 쩌리.

“몰라?”

“……으으―.”

“몰라?”

“…….”

퍼어억―!

파르르 떨리는 입으로 단어를 내뱉지 못하자 다시금 심유한의 몸이 들썩인다.

그 모습에 눈이 찢어질 대로 커진 두 쩌리 중 박우진이 서둘러 입을 열었다.

“모르겠습니다아―! 죄송합니다, 근데 진짜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진짜 죄송해요!”

갑작스레 터진 방언처럼 우르르 새어 나오는 사과와 사죄.

난 심유한의 몸을 들썩― 흔들며 그들에게 말했다.

“팀워크를 해쳤잖아. 아니야?”

내 물음에 서둘러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는 두 쩌리.

“팀인데 조장 말도 무시하고, 독단으로 행동하고.”

“도리어 캠프가 위험해지는 짓을 대놓고 저지르고.”

“너희도 이렇게 팀워크 해칠 거야?”

두 번의 열성적인 끄덕임과 마지막 한 번의 더 열정적인 도리도리.

난 꽤나 만족스러운 대답에 작게 웃으며 다시 심유한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겨우 회복했는지 잔뜩 찡그린 울상으로 질질 울고 있는 심유한.

“이제부터 왜 경험자의 말이 중요한지 알려줄게.”

“……주세요. 크흑― 살려, 살려주세요.”

꽤나 주의를 신경 써야 들릴 만큼 아주 미세한 웅얼거림.

지금껏 심유한이 내지른 호탕한 고함들에 비하면 너무나도 여린 목소리였다.

난 놈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일어서지도 못하는 심유한의 몸을 질질 끌었다.

문 앞을 지키던 고장훈이 서둘러 문에서 비켜섰다.

활짝 열린 문으로 놈을 내던지니 철푸덕― 다시 지하 1층 복도에 널브러지는 심유한.

난 질질 짜며 어떻게든 일어서려는 심유한의 오른쪽 팔만 화장실 안으로 끌어당겼다.

턱―!

자연스럽게 닫히는 문에 걸리는 오른팔.

난 문손잡이를 꽉 쥐고는 공포 어린 얼굴로 이 광경을 보고 있는 두 쩌리에게 속삭였다.

“우리가 그대로 매점에 들어갔으면 급하게 음식들을 가방에 집어넣는다고 분명히 제법 큰 소리가 났을 거야.”

끄드드드득―!

내 손짓에 점점 닫혀가는 문과 그사이에 끼인 오른팔 사이에 새어 나오는 무언가의 파쇄음.

“끄아아아아아악―!”

그 고통을 상쇄하기 위해 입 밖으로 튀어나온 비명이 지하 1층을 뒤흔들었다.

“엘리베이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라 해 봐야 얼마나 좀비를 오래 붙잡아 둘 수 있을까? 분명히 좀비 새끼들은 매점을 쓸어 담고 있는 우리 소리를 들었을 테고.”

끼에에에에에엑―!

“이렇게 반응했겠지.”

지하 1층을 울린 비명에 쿵쾅거리며 다가오는 다수의 무언가.

“그리고.”

“끼에에에엑―!”

어느새 코앞까지 도달한 무언가들이 도약하며 화장실 앞에 손이 끼인 심유한을 덮쳤다.

“이렇게 위험해졌을 거야.”

“끄아아아아악―!”

화장실에 손이 끼인 것 이상으로 더 큰 비명을 내지르는 심유한.

불투명한 유리문 사이로 무언가가 심유한의 몸을 헤집고 있는 것이 여실히 투영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숨소리를 내뱉는 것도 잊은 채로 입을 벌리고 있는 쩌리들.

난 그 모습을 확인하곤 부드럽게 화장실 문을 열었다.

“끼에에엑―!”

문이 열린 것도 모르고 심유한의 몸을 파먹고 있는 좀비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스윙으로 심유한의 살을 되새김질하던 좀비들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퍼어억―!

[힘 : 15 -> 16]

[잔여 포인트 : 5 -> 0]

어느덧 5포인트를 다시 달성한 잔여 포인트를 고스란히 힘에 투자하고선 복도 좌우를 빠르게 살폈다.

심유한에 몸 위에 그대로 엎어져 뒤진 좀비 세 마리와 경련하기 시작한 심유한의 몸뚱아리.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스마트폰 음악이 끝났는지 전력으로 화장실로 질주하고 있는 좀비들.

대략 눈대중으로 열 마리는 되어 보이는 걸 확인하곤 쇠 파이프를 아래로 내질렀다.

퍼어억―!

움푹 파인 대가리와 그대로 경련을 멈추고 두 번 죽은 심유한.

난 천천히 문과의 거리를 벌리며 다가올 좀비들을 준비했다.

열린 문과 그 아래에 옷 함정은 아니지만―

비슷한 역할을 해줄 시쳇더미들.

이젠 일상처럼 너무나도 익숙한 포인트 파밍의 시작이었다.

“끼에에엑―!”

급하게 달려온 그대로 시쳇더미에 넘어지는 좀비 새끼.

퍼어억―!

아주 간단한 휘두름으로 놈을 처리하곤 다시 쇠 파이프를 회수해 정면을 응시했다.

“끼에에에엑―!”

속력을 조절 못하는 뜀박질 덕분인지 화장실 앞에서 자기들 스스로 뒤엉키며 나뒹구는 좀비들.

놈들은 따로 들어올 순서를 정하고 달려온 것도 아닌지 좁은 문을 파고들며 서로 어깨를 부딪치길 반복했다.

퍼어억―!

난 그중 가장 나와 가까운 좀비들을 대가리를 착실히 후려치며 놈들과의 거리를 유지했다.

[힘 : 16 -> 17]

점점 문틈 사이에 엎어지는 좀비들이 많을수록 내 스탯도 풍부해져 간다.

“끼에에에엑―!”

복도를 한가득 울리던 포효 또한, 어느새 좀비 한 마리의 괴성으로 바뀌고.

[힘 : 17 -> 18]

또다시 5포인트를 달성한 잔여 포인트는 자연스레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스탯으로 이동했다.

…….

처음 지하 1층에 발을 내디뎠을 때보다 더 조용해진 지하 1층.

이제는 엘리베이터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는 지하 1층 화장실에서 부드럽게 시쳇더미를 밀쳤다.

화장실 문틈에 가득 쌓여있는 시쳇더미가 발길질에 주르륵― 밀려 복도 주변으로 나뒹굴었다.

툭―! 툭―!

순식간에 화장실 앞 복도를 가득 채운 좀비들의 시체.

“봐봐. 팀 워크를 안 해치니까 더 안전해졌잖아?”

“…….”

두 쩌리들은 아무런 말 없이 입을 열었다 닫으며 어버버 거리기 바빴다.

그들 옆에 이제는 꽤나 익숙해졌다는 듯 다음 행동을 기다리는 고장훈.

난 생존자 3명을 휘둘러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우린 한 팀인데 이거 너무 조장만 독박으로 일하는 것 같은데―”

일부러 말끝을 흐리며 찬찬히 놈들을 훑어보자 바짝 긴장한 채로 몸을 쭉 당기는 쩌리들.

“아―! 여기 때마침 아직 안 죽은 좀비가 있잖아?”

일부러 연극 톤으로 한껏 과장된 말투.

깜짝 놀랐다는 얼굴로 시쳇더미 제일 아래 깔려있던 심유한을 끌어당겼다.

질질 끌려오는 좀비 시체에 자연스레 뒷걸음질 치는 쩌리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시체와 나를 번갈아 응시했다.

“고자야. 이게 죽은 걸로 보이냐?”

“어어―.”

내 눈빛에 잠시간 말을 고르는 고장훈.

“어, 인간이라고 치면 분명히 죽었겠지만― 어 좀비라고 치면 어― 아직 안 죽었을 확률도 분명히 있겠죠? 아, 자세히 보니 아직 안 죽은 것 같기도 하네요.”

“그렇지?”

“예. 안 죽었네요.”

뻔뻔하게 시체를 품평하는 나와 고장훈.

난 고장훈의 확답을 받고는 두 쩌리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내 손짓에 얼어붙은 다리를 다시금 움직이는 쩌리들.

난 그들이 장식품처럼 손에 꽉 쥐고 있는 공구들을 보며 읊조렸다.

“그거 좀비 잡으려고 들고 온 거지?”

“……네, 네에―.”

가까스로 튀어나오는 염소 같은 대답과 그들의 팔에 아직도 감겨있는 팔목 보호대.

난 박우진, 김민준― 그 둘과 찬찬히 눈을 맞추곤 내 아래에 깔려 있는 좀비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뭐해?”

너희들 앞에 아직 안 죽은 좀비가 있는데.

“죽여.”

단호한 명령에 결국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두 사람.

난 질질 울기 시작한 그들에게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뚝― 뚝― 타르와 같은 검은 핏물을 내뱉는 쇠 파이프를 까닥― 까닥― 흔들었다.

“으으으―! 으으으으으―!”

시계추처럼 그들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쇠 파이프에 관절 인형처럼 뚜둑― 뚜둑― 좀비에게 휘두르는 공구.

툭―!

겨우 심유한의 대가리에 닿은 몽키 스패너가 빠르게 멀어진다.

“그렇게 약하게 때리면 좀비가 죽겠냐? 내가 시범이라도 보여줄까?”

“으으으―! 으으으으으―!”

퍽―!

박우진의 몽키 스패너보단 조금 더 강한 힘으로 대가리를 내려찍는 김민준의 소형 망치.

“다시.”

퍽―!

“다시.”

퍽―!

한동안 계속해서 반복되는 지시와 내려찍는 타격음.

난 괴상할 만큼 찡그린 얼굴로 심유한을 계속해서 내려찍는 그들을 찬찬히 훑었다.

이를 악물고 몽키 스패너를 내려찍는 박우진의 바지.

지퍼에서부터 찬찬히 퍼져있는 아주 짙은 얼룩.

보자마자 지린내가 느껴지는 추한 광경에 눈살을 찌푸렸다.

[‘박우진’, ‘김민준’이 ‘아주 강하게’ 당신에게 ‘굴복’합니다.]

[공통 요인 : 폭력에 대한 ‘아주 강한’ 두려움.]

뭐? 복종이 아니라 굴복이라고?

게다가 난 여전히 4에 머물고 있는 왕권을 상태창에서 확인했다.

뭐지.

굴복은 또 뭐고 왕권은 또 왜 안 오른 거야?

고장훈과는 전혀 다른 케이스에 저절로 고장훈과 저 두명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왕권이 오르지 않는 걸로 봐서는 ‘굴복’이 ‘복종’의 밑 단계인 걸로 보였다.

게다가 두 가지 요인을 보여줬던 고장훈에 비해 폭력에 대한 ‘아주 강한’ 두려움이라고만 표기되는 요인.

특히나 머릿속에 분명히 고장훈에게 ‘긍정적 요인’이 갱신되었다던 상태창 메시지가 빛살처럼 번뜩였다.

‘아…….’

대충 얼개가 짜여지지만 완벽히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런 일은 케이스가 쌓여가면 자연히 알 수 있게 되겠지.

단지, 시작부터 ‘복종’ 단계였던 고장훈이 좀 특이한 케이스인 것은 확실히 알겠다.

진짜―

정말로 어디서 객사할 새끼는 아니라니까.

퍼어억―!

난 다시 고개를 밑으로 내려 이제 형체가 불분명할 만큼 움푹 패인 심유한의 대가리를 응시했다.

그제서야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던 ‘다시’를 집어넣곤 진이 다 빠진 듯 화장실에 엎어진 두 쩌리에게 말했다.

“뭐해, 너희 형님 시체 챙겨야지.”

한껏 대가리를 후려갈긴 시체를 다시 챙기라니.

멍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두 쩌리에게 난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이대로 버리고 가면 우리가 죽였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잖아. 너희도 누명 쓰기는 싫을 거 아니야?”

아― 그리고.

화장실 문에서 빠져나가기 전에 빙그레 웃은 나는 두 쩌리에서 새로운 명령을 하나 더 내렸다.

“매점에서 음식도 챙겨야지.”

단―

“아주 조금만.”

***

“……아.”

중앙 도서관 2층 인문 자료실.

박우진과 김민준이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들고 온 시체를 본 부회장의 반응이었다.

고함도 치지 않고, 눈물도 흘리지 않고 그저 단 한 음성의 ‘아’.

부회장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흉측하게 일그러진 심유한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우웨에에엑―!

비통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누군가의 토악질.

뒤늦게 내부 계단 문 앞으로 모여든 캠프원 중 몇 명이 흉측한 시체를 보곤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

그리고 그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이 심유한을 바라보던 부회장의 눈가에 떨어지는 굵은 눈물.

갑작스레 수돗물처럼 흘러나오는 눈물로 가득한 얼굴이 서서히 친구의 시체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곤 둘 중 그에게서 그나마 가까웠던 박우진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짐승이 으르렁거리듯 분노를 한가득 담은 물음.

그 분노를 온전히 받아내야 하는 박우진의 몸이 바들바들 떨려왔다.

“으으으― 으으으으―”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잖아, 박우지인!”

이리저리 황급히 방황하는 박우진의 두 동공.

심유한의 시체와 지금 자기 목을 죽일 듯이 조르는 부회장, 부회장 주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캠프의 모든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 나.

제법 나에게 오래 머문 박우진의 눈동자가 질끈 감기며 격한 숨을 토했다.

“유한, 유한 선배가― 팀워크를 해쳤어요―!”

“뭐라고?”

“티, 팀워크를 해쳤다고요―! 막 갑자기 고, 고함을 쳐서 좀비들을 불러서― 위, 위험해지고―!”

바둥바둥거리는 몸으로 억울함 가득한 진실된 목소리가 쏟아진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물리고―! 그래서 저희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저희도 죽을 수는 없잖아요오오―!”

박우진의 필사적인 항변에 부회장이 멱살을 놓았다.

멍한 눈으로 박우진에게서 김민준에게로 옮겨지는 시선.

김민준은 눈을 찡그리며 감더니 고개를 푹― 숙이며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미친.”

허망하게 캠프 안을 울리는 부회장의 목소리.

“……이런 개 씨발.”

부회장의 달달 떨리는 손이 그의 얼굴을 가까스로 덮었다.

“……씨발.”

그 말을 시작으로 캠프 안에서 여러 사람이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여전히 시체를 보며 토악질을 참는 격한 숨소리와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익숙한 얼굴의 시체.

분명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걱정하지 말라고 호탕하게 웃던 그 얼굴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하악―! 하악―!

그제서야 급하게 꽉 틀어막혔던 숨을 정리하던 박우진이 곁눈질로 나를 살핀다.

난 아무런 말 없이 그에게 작게 웃어주었다.

내 미소에 먼저 눈을 피하며 바닥을 바라보는 박우진.

난 화장실에서도, 적당량의 음식을 챙기던 매점에서도―

시체를 낑낑대며 끌고 올라오던 내부 계단에서도 그들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경고도, 협박도, 당부도―

그 무엇도.

단지, 저들은 이제야 실감한 것이다.

그나마 인간들을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 만들어주던 사회의 시스템과 질서.

경찰과 소방, 군대 같은 공공 보안과 행정.

도덕과 질서 그리고 법이라는 그 느슨하고도 튼튼한 가림막이 사라졌다는 것을.

이제, 그 시절로 돌아가기엔 법은 너무나도―

법은 너무나도 멀었고.

난 그들에게 너무나도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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