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지배 (2)
퍽―!
바람을 무식하게 찢어발기며 대가리에 꽂히는 쇠 파이프.
단 한 번의 둔중한 타격에 개구리처럼 넘어진 좀비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췄다.
[힘 : 9 -> 10]
[잔여 포인트 : 1 -> 0]
띠링―!
[당신의 힘 스탯이 ‘10’에 도달했습니다. 이후 힘 스탯 상승에 필요한 잔여 포인트가 1포인트에서 5포인트로 늘어납니다.]
[예시 : 힘 스탯 10 -> 11 상승 시 필요한 포인트 : 5포인트
민첩 스탯 6 -> 7 상승 시 필요한 포인트 : 1포인트]
“……허.”
무미건조하게 달라진 스탯만 표기하던 상태창에 새로이 갱신된 메시지.
글자를 하나하나 읽어갈 때마다 그렇게 좋다곤 말하지 못할 내용에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러니, 이제부터 힘 스탯을 하나 찍기 위해선 좀비 대가리 5개를 부숴야 한다 이 말이지?
“……어이가 없네.”
저 알림은 스탯이 10을 돌파하기 시작하면 지금껏 내가 해오던 함정 몰이 파밍에 살짝 제동이 걸린다는 걸 의미했다.
띠링―!
[힘 : 10] [민첩 : 6] [지능 : 1]
[잔여 포인트 : 0]
단 하루 만에 많은 것이 바뀐 상태창을 일별하며 슬슬 산허리에 몸이 가려진 태양을 응시했다.
옥상 산책로 구석에 버려진 여덟 구의 시체와 지금 내 앞에 검은 핏물을 쏟아내는 새로운 시체 한 구.
총 9포인트다.
오늘 하루종일― 쉴 틈도 없이 좀비 새끼들을 함정에 몰아넣어 벌어들인 포인트가.
“……애매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온 중얼거림처럼 너무나도 애매했다.
어떻게 보면 그 난리가 일어난 바로 다음 날부터 안전하게 9포인트나 번 것이고―
또 어떻게 보면 하루 세끼는 먹어야 할 현대인이 초콜릿바 2개도 못 사는 포인트를 번 것이다.
효율.
지금 내가 하는 이 함정 몰이가 안전성은 몰라도 효율성은 조금 많이 떨어지는 것이 확실했다.
매점 앞 복도에 기웃거리는 좀비가 한 마리 이상이면 무조건 최소한 30분 정도는 더 기다렸다가 다시 실행했으니 어쩌면 매우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내가 한 이 개고생이 의미가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난 패였다기보단 찌그러졌다는 표현이 알맞은 좀비 대가리를 내려다보았다.
분명 처음 좀비를 함정에 몰았을 땐 셀 수도 없을 만큼 수차례 좀비 대가리를 내려찍어야 포인트를 획득했었다.
뚝― 뚝―
난 검은 핏물을 뚝― 뚝― 아스팔트로 토해내는 쇠 파이프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단 한 번.
그랬던 내가 단 한 번의 둔기 질로 좀비를 패 죽였다.
“…….”
다시 한번 곱씹는 사실에 전율이 돋는 듯 몸이 부르르 떨리며 머금은 미소가 진해졌다.
승리감일까, 아니면 우월감일까.
생각만으로 전신이 충만해지는 묘한 감각에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달라지고 있다.
스탯을 찍으면 찍을수록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바뀌어간다는 것이 너무나도 실감 났다.
정말 해보기는커녕 보지도 못했던 마약이 이런 느낌일까.
운동이나 공부로는 전혀 느낄 수 없던 진한 충족감이었다.
좀비를 죽이고, 스탯을 찍는 순간 조금의 지체도 없이 몸을 가득 채우는 특별함과 우월함.
평소 소설이나 컴퓨터 게임에서 간접적으로 느끼던 과정과 파괴력 자체가 달랐다.
그래서 초조해졌는지도 모른다.
이 마약 같은 성장에 필요 포인트가 상승했다는 것은 상당한 방해물이었으니까.
게다가 슬슬 이 정도 스탯이면 두, 세 마리씩 몰아서 사냥해도―
짜아악―!
은근슬쩍 고개를 들이밀기 시작한 생각에 찬물을 끼얹듯 양손으로 뺨을 힘껏 쳤다.
“……아, 씨발.”
강도 조절을 잘 못한 탓인지 삐이이― 거리며 이명을 생성하는 골머리.
난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휙휙 돌렸다.
위험하다.
이제 막 9포인트를 번 뉴비가 할 생각으로는 어림도 없는 생각이다.
머릿속에 계속해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분명 좀비 한 마리는 이제 옷 함정 없이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할 듯싶었다.
하지만 그게 두 마리에서, 세 마리로, 네 마리에서 다수로 늘어날 때마다 위험 수치는 분명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게다가―
끼에에에에에엑―!
다수의 좀비를 연상하는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소름 끼치는 장면.
정문에서부터 밀물처럼 대학으로 밀려드는 좀비들의 파도.
좀비 웨이브.
혹시나 모를 자만심으로 그 좀비 웨이브에 노출된다면, 난 어떤 방법을 쓴다고 해도 바로 끝이다.
애초에 좀비의 무서움은 개별 개체의 전투력이 아닌, 끝도 보이지 않고 덤벼드는 숫자의 폭력과 전염성이었으니까.
내가 슈퍼맨이 되든, 배트맨이 되든― 단 한 번.
단 한 번 놈들에게 물리는 순간 게임 오버다.
“……천천히.”
그래, 천천히.
이제 막 기어 다니는 애새끼가 벌써부터 날아다닐 생각은 하지 말고, 한 계단, 한 계단씩 천천히 올라가자.
그러니, 애초에 최우선 목표였던 매점 확보부터.
꼬르르륵―
점점 더 진하게 울리는 배꼽시계.
이젠 하루를 넘어 하루 반나절을 향해가는 허기가 한계를 경고하고 있었다.
슬슬 확신을 가지고 움직일 때다.
가장 마지막으로 잡은 좀비가 동전을 세 번이나 떨군 뒤에야 나타났으니,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는 증거였다.
난 미동도 없이 죽어있는 좀비 시체를 다시금 힐끗 바라본 뒤 다시 인문대로 진입했다.
텁텁한 공기를 무시하며 좀비들을 몰래 체크하던 계단 복도에서 아래를 응시했다.
“…….”
좀비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 텅 빈 복도.
난 조심스레 계단을 내려가며 빠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4F]
내가 타고 왔던 엘리베이터와 그 앞에 검게 바짝 말라든 핏물 웅덩이.
분명 좀비 새끼들이 식사를 이어가던 그 시체도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정말 그렇게까지 살이 파먹힌 새끼도 좀비로 다시 일어나는 걸까.
정말 기묘한 생명력이 아닐 수 없었다.
턱―!
난 곧바로 매점으로 들어가지 않고 매점과 복도 사이에 있는 벽에 달라붙었다.
그리곤 조심스레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과방들로 가득 찬 복도를 응시했다.
“…….”
길게 이어지는 동굴 같은 분위기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조용한 복도.
원래 영화에서 이런 확인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하던데…….
지금 굳이 유리를 깨서 소란을 피울 필요는 없으니,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했다.
아무런 인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매점 앞 복도에 마구잡이로 흩뿌려진 동전 중 하나를 조심스레 집었다.
팅―!
포물선을 그리며 매점 안으로 날아가는 동전.
팅― 팅리리링―!
나름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떨어지는 동전을 바라보며 매점 전체에 신경을 집중했다.
분명, 좀비 새끼가 안에 있다면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소음이었다.
“…….”
과방 복도와 똑같이, 아무런 반응이 없는 매점.
그제서야 쇠 파이프를 까딱― 거리며 조용히 매점 안으로 진입했다.
활짝 열린 유리문을 지나 작은 계산대 뒤로 이어진 형형색색의 음식들.
초록색 진열대 위에 올려진 귀하디귀한 음식들에 저절로 눈빛이 반짝였다.
위이이잉― 작은 기계음을 내며 착실히 음료와 생수를 냉장시키고 있는 음료 냉장고와 바닥에 마구 뿌려진 과자 몇 봉지.
그리고 그쪽을 기점으로 매점 문까지 붓칠처럼 이어진 검붉은 핏자국.
보자마자 누구의 핏자국인지 대충 예상이 갔다.
“……뭐야. 진짜 물렸었어?”
창문을 타고 들어왔던 병신 세 마리의 왁자지껄 대모험.
문을 열라고 필사적으로 외치던 고함과 낑낑거리며 문을 막던 소리가 다시 떠올라 피식 웃었다.
“……병신들.”
새까만 밤에 아무런 확인도 없이 좁은 공간에 기어들어 가니 그런 사달이 나지.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는 개죽음을 상기하며 더 가까이 진열대로 걸어갔다.
제일 처음 나를 반기는 것들은 보기만 해도 고소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 빵들이었다.
“……크림 소보루.”
난 그중 제일 위에 있는 빵의 상표를 읽으며 조용히 포장을 뜯었다.
포장을 뜯자마자 크게 한입 베어 무는 입안으로 고소한 풍미가 느껴진다.
제일 처음 입안에 닿는 바삭한 돌기와 뒤따르는 촉촉한 속살.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혀끝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더 촉촉한 크림까지.
정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극상의 겉바속촉에 몇 번 씹지도 않고 크림 소보루를 목뒤로 넘겨버렸다.
그 뒤로 게걸스럽게 옥수수빵과 단팥빵까지 먹어 치우곤 음료 냉장고로 걸어갔다.
문을 휙― 열자마자 얼굴을 통해 날아드는 시원한 바람.
난 빵을 마저 씹으며 서둘러 생수 한 병을 땄다.
꿀꺽― 꿀꺽―
페트병을 한 번에 다 마시곤 아래쪽에 있는 콜라를 꺼냈다.
치이익―!
탄산 빠지는 기분 좋은 소리와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톡― 톡― 쏘며 존재감을 과시하는 탄산.
정말 단 하루만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리웠던 감각에 콜라까지도 원샷에 끝내버렸다.
“푸하―!”
그제야 살았다는 듯 핑― 핑― 돌아가는 머리.
한계까지 왔던 목마름과 허기를 해결했으니 이제 다음 행동을 개시할 때였다.
“이걸 언제 다 옮기냐?”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번 크게 둘러본 매점은 그리 큰 매점은 아니었다.
구석의 아주 작은 공간에 마련된 도시락과 삼각 김밥 코너.
주로 진열대를 채우고 있는 건 과자와 컵라면 같은 아주 간단한 음식들이었다.
구조적으로 생각해도 4층, 인문대 제일 위층에 매점이 있는 건 그리 편의적이지 않다.
특히나 1층에 대형 편의점이 들어설 계획이 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4층에 있는 작은 매점은 과방에 머무는 학생들이 간단한 군것질거리라도 편하게 하라고 남겨둔 매점이었다.
지금 그 매점에 식사를 의지해야 하는 내겐 그리 달가운 소리는 아니었지만―
뭐,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음식들만 다 챙겨도 혼자서 한 달은 거뜬히 생존할 수 있을 만한 식량과 식수였다.
난 인벤토리에 1.25리터 생수병을 3개 집어넣곤 쇠 파이프를 든 손 중 여유가 있는 손가락을 집게처럼 활용해 반대쪽 팔로 생수병을 계속해서 옮겼다.
분명 평소였다면 제법 무겁다고 느꼈을 생수병이 쌓이는데도 아무런 무거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10’에 도달한 힘에 이 정도 무게는 별로 느낌도 오지 않는 무게였다.
난 공간이 더 없을 만큼 팔 안쪽에 생수병을 끼워 넣고는 유리문을 나섰다.
해가 지기 전까지 매점 안에 있는 모든 음식을 옮기려면 부지런해야 했다.
***
꺄아아아아악―! 누가 제발 살려주세요―!
옅은 달빛이 내리쬐는 인문대 옥상의 밤.
난 제법 오랜만에 들려온 누군가의 비명에 잠시 고개를 들었다, 다시 내렸다.
옥상 산책로에 일정한 간격을 띄고 배치된 의자와 테이블.
그곳에 나름 차곡차곡 쌓여있는 식량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저 식량들이 온전히 내 것이 된 기분이었다.
매점 안에 그대로 뒀다면 누가 가져가도 이상하지 않을 식량들이었다.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좀비를 쳐 죽이며 안전을 확보하고―
또 그렇게 얻어낸 식량을 누가 거저먹는다니.
상상으로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짓거리였다.
저 식량들은 누구도 탐내선 안 될 오롯이 나만의 것이었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식량들을 한참이나 바라보고선 다시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잠금을 해체하지 못한 스마트폰 불빛이 비치는 공책 하나.
오늘 죽였던 좀비 중 가방을 메고 있던 좀비에게서 노획한 물품이었다.
난 찬찬히 스마트폰 불빛이 비추는 바닥을 함께 훑었다.
요즘 얼마나 보안 의식이 뛰어난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잠겨있는 스마트폰들과 제본된 교과서.
보조 배터리와 지갑, 기타 등등.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오늘의 노획품들이었다.
틱―!
버튼을 누르자 튀어나오는 볼펜 촉이 종이를 누르며 잉크를 내뱉었다.
<해야 할 일>
어차피 지금 이 스탯으로 밤에 활동하는 것은 위험했다.
이렇게 썩어 넘치는 시간 동안 내일 아침부터 부지런히 해야 할 일들을 미리 정리해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1. 매점 확보>
일단 완료한 건 ‘X’로 표시하고.
지익― 지익―
목표를 완수한 것마냥 기분 좋은 엑스 표시로 1번 목표가 지워진다.
<2. 화장실 확보>
지금 현재 내가 있는 인문대 옥상에 제일 가까운 화장실은 4층 중앙에 위치한 남녀화장실이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물과 전기가 끊기지 않은 마당에―
벌써부터 옥상에 볼일을 저지를 필요는 없겠지.
그리고
<3. 과방 및 과방 복도 클리어.>
중앙 화장실까지 가기 위해 반드시 완료해야 할 목표였다.
분명 매점을 확보하기 전에 텅 빈 복도를 확인했었다.
하지만 그건 열려있는 과방이지, 잠겨있는 과방이 아니다.
혹시나 갑작스레 새어 나올 소음에 발광하는 좀비들이 일제히 과방 문을 부수고 나오면 상당히 위험하니, 미리 해결하는 것이 맞았다.
일단 열려있는 과방의 좀비들은 웬만하면 오늘 처리했을 테니까……
내일은 4층 복도에 닫혀있는 과방들을 하나씩 천천히 정리하자.
그리고 이 모든 문제를 포함하는 제일 큰 문제―
지이이익―!
목표들을 전부 다 감싸듯이 큰 동그라미를 그린 뒤, 그 동그라미 밖에 새로운 숫자를 써 내려간다.
<0. 사람.>
사람.
혹은 생존자를 만났을 때 해야 할 행동…….
톡―! 톡―!
지금껏 단 한 번의 고민도 없이 매끄럽게 이어졌던 볼펜이 한 곳만을 계속해서 찌른다.
위이이잉―!
그 순간, 갑작스레 옥상 바닥을 적시는 진동.
바닥에 진열된 스마트폰 중 하나가 옅은 불빛을 내뱉으며 진동했다.
[엄마♥]
내게는 너무도 낯선 이름을 출력하며.
[엄마♥: 현지야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니. 엄마는 일단 안전한 곳에 있단다. 혹시나 위험한 상황일까봐 전화대신 카톡보내니까 이거 보면 제발…….]
잠금 화면 위로 떠 오른 카카오톡 메시지.
난 너무 긴 메시지 덕분에 반쯤 잘린 메시지를 조용히 바라보다 옥상 구석을 응시했다.
웨에에엥―!
파리 날리는 소리와 함께 작은 산처럼 쌓여있는 9구의 시체.
누가 현지인지도 잘 모르는, 발가벗은 시체 뭉치.
톡―! 톡―! 톡―!
그 시체들을 바라보며 다시금 볼펜이 검은 점을 내리찍는다.
사람이 필요하긴 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누가 들어올까 싶어, 철문에 기대어 잠들 순 없으니까.
다음날 원활한 컨디션을 위해서든 뭐든, 교대로 불침번을 설 인원이 필요하겠지.
게다가…….
시체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봉긋한 가슴을 조용히 응시했다.
시체를 바라보는 감각이 무뎌질수록 오히려 다른 감각이 요동치고 있었다.
<0. 사람. 여자.>
여자도 필요했다.
단어를 적은 나 또한 이렇게 적나라한 감정에 놀랐지만, 그리 어색하진 않았다.
이제 더는 그런 걸 눈치 볼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말을 잘 들을 기미가 보이는 사람은 거둔다.
하지만―
굳이 트롤러가 될 기미가 보이는 사람을 도와줄 필요는 없겠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제 손에 들고 다니는 병신은 없을 테니까.
‘만약 생존자를 만나고, 그 사람이 느낌이 안 좋다면…….’
탁―!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나는 공책을 덮고 조용히 하늘을 응시했다.
첫날밤과 똑같이 아무런 비행체가 없는 뿌연 서울 하늘.
어제보다 확연히 줄어든 누군가의 비명을 들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굳이 살려둘 필요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