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악역보스를연기하는법-188화 (161/229)

〈 188화 〉 Fuck↗you↘(5)

* * *

로즈네스가 정신을 다시 되찾았을 때, 그녀는 자신이 팔과 다리가 밧줄로 묶인 상태로 어느 어두운 방 구석에 누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밧줄을 끊어보려고 해도 사람의 이로는 시간만 엄청나게 낭비할 것이 뻔한 굉장히 질긴 물건이었다. 주변에 혹시 이걸 자를 만한 물건이 있나 둘러 보았으나 불 꺼진 방은 너무 어두운 탓에 뭐가 뭔지 식별하기도 어려웠고, 애초에 상대는 밧줄을 끊어낼 법한 날붙이가 보관된 방에 포로를 보관할 정도로 허술한 인간이 아닐 것이다. 유일한 애병마저 그 여자의 손에 박살 난 지금 그녀가 밧줄을 자를 방법은 없었다.

결국 로즈네스는 밧줄을 풀지 않은 채, 이 건물을 탈출하기로 했다. 동료들의 생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제 한 몸 건사하기 힘들 이곳에서 동료들까지 구해서 함께 이동했다간 틀림 없이 그들에게 발각될 것이 뻔 했기에, 로즈네스는 우선 혼자서 이곳을 탈출한 후에 길드 마스터에게 연락해서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그 남자는 길드 마스터가 자신들을 포기했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그 말을 조금도 믿지 않았다.

모험가들이 길드 마스터를 믿는 만큼 길드 마스터도 모험가들을 믿는다. 길드 마스터는 자기 사람을 함부로 내치지 않는다. 죄를 저지른다고 해도, 그 처벌을 자신이 직접 떠맡겠다고 나설 정도이니 말 다 했다. 그런 길드 마스터가 갑자기 나타난 한 외부인에게 길드원의 처분에 대한 결정권을 일부나마 넘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틀림 없이 거짓말이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속삭이듯 확신을 곱씹으며, 로즈네스는 힘겹게 문을 열고 방을 나왔다.

도대체 누가 묶은 것인지는 몰라도, 매듭법이 참 예술적이었다. 묶이는 당사자가 팔이든 다리든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걸로도 모자라, 몸을 세우는 것조차 굉장히 힘겹게 묶었으니 말이다. 로즈네스는 더러운 바닥 위에서 옆으로 구르거나 애벌레처럼 기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제발 다른 누군가가 발견하지 않기를 기도하며, 힘겹게 출구가 있을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런 그녀를 붙잡은 것은, 지나가던 어떤 옆 방에서 들려온 묘한 소리였다.

무엇이 그리도 고통스러운지, 무척 요란한 신음 소리가 미세하게 열린 문 사이로 흘러 나와 그녀의 귀에 꽂혔다. 처음엔 혹시 동료가 고문이라도 당하고 있는 것인가 싶어 식겁했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그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었기에 로즈네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동료들은 모두 남자였으니까. 하지만 반대로 의문이 생긴다. 왜 랜드필의 선생이 머무는 거처에서, 여자의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는 걸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로즈네스는 몸을 기울여 작게 열린 문 틈 사이로 방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본 순간, 로즈네스는 압도되었다.

방 안에 있는 세 사람은, 그녀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한 명은 그녀의 동료 둘을 무기 없이 혼자서 제압한 강력한 무력의 여전사, 다른 한 명은 높은 정신 공격 내성을 지닌 동료 둘을 손쉽게 매혹한 고위 몽마,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아주 유명한 랜드필의 선생이다.

하지만 방 안에 있는 그들을 보았을 때, 자신이 아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로즈네스는 그것이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의구심을 품어야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랜드필의 선생은 자신이 알던 것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진 거구가 되었고, 동료들과 다 함께 덤볐다고 하더라도 승산이 전혀 없을 강한 무력을 지닌 여전사는 그의 밑에 깔려 길거리 창부마냥 망측한 신음을 터트리고 있었으며, 몽마를 상대하는 데 도가 튼 그녀의 동료들을 장난감 다루듯 하던 그 고고하고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던 고위 몽마가 다른 두 사람의 교접을 지켜보며 비참하게 홀로 자신을 위로하고 있다니.

분명 자신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정보는 그것이 맞는데, 머리가 이해를 거부하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이, 갑자기 잘못되었다고 느껴지는 듯한 이질감. 방 안의 광경은 현실감이 조금도 남김 없이 소실된 듯 했고, 로즈네스는 그 광경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몽마들의 여왕이자 어머니인 릴리스의 침공 당시 수많은 몽마들을 상대했고, 그 중 많은 몽마들이 그녀를 제압하고자 온갖 종류의 음몽들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수많은 외설적인 내용의 꿈들 사이에서,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저 광경보다 더 외설적인 것은 단연코 없었다. 그제서야 그녀는 왜 자신의 두 동료가 그 몽마에게 단숨에 제압되었는지 깨달았다.

지금껏 자신들이 상대해 온 몽마들은, 정말 별 거 아닌 놈들이었다.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성 관계보다 흥분되지 않는 음몽이나 꾸게 만드는 저급 음마들 따위를 상대했었으니, 진짜 고위 서큐버스의 매혹에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아아."

어느 순간부터 로즈네스는 자신이 도망쳐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도 까맣게 잊은 채, 눈앞의 엄청난 광경을 지켜보며 묶인 몸을 꿈틀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묶은 사람을 마음 속으로 원망했다. 팔을 묶더라도, 최소한 앞으로 묶어줄 것이지. 하필 두 팔 모두 등 뒤로 넘긴 채로 매듭을 묶은 탓에, 가랑이가 매우 근질거려도 그것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 바닥에 비참하게 드러누운 채 하반신을 꿈틀거리며, 로즈네스는 방 안에서 펼쳐지는 모든 풍경을 자신의 두 눈 안에 모두 담았다.

자신의 팔뚝보다 굵은 저 상식 밖의 물건이 저 비좁은 입구 속으로 전부 들어가는 인체의 신비와, 세상 그 어떤 누구보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는 여전사의 모습까지.

"읏...."

저도 모르게 애타는 신음을 흘리며, 하반신이 축축하다 못해 홍수가 날 때까지 그녀의 시선은 문 안 쪽의 광경에서 멀어질 생각을 못 했다. 수 시간에 걸친 몸의 대화 끝에 하나가 되었던 두 사람의 몸이 다시 분리되고, 랜드필의 선생이 땀으로 흠뻑 젖은 몸으로 자신이 있는 문 앞까지 걸어오는 와중에도 로즈네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문이 열리고, 그가 자신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 보았을 때,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큰일났다!'

라는 위기감 섞인 당혹이 아닌.

'혹시... 나도?'

라는, 어처구니 없는 기대였다.

*

이 년은 또 뭐하는 년이야? 분명 묶어서 저 구석 방에 던져놨는데, 언제 또 정신을 차려선 여기까지 기어나왔어? 게다가 다리 사이가 축축한 것을 보니... 얼씨구? 붙잡힌 주제에 해야 할 탈출은 안하고, 문 너머로 나랑 누비스가 육체를 통한 상호 의사 전달을 하는 과정을 쭉 관음하고 있었네?

"야."

움찔.

전에 만났을 때와 달리 존칭이 아닌 하대를 했음에도, 그렇게 자존심이 충만했던 그녀는 내 무례함에 분노하기는 커녕 묘한 기대감이 섞인 젖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볼 뿐이었다.

"여기서 뭐하고 있었냐? 너 설마, 다 봤냐?"

"아, 아, 아니요오. 저, 전 아무것도 못 봤어요."

자기 자신도 믿지 않을 뻔한 거짓말을 내뱉으며, 그녀는 내 시선을 피했다. 쓰읍, 이 년은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일단 내 멋대로 죽여버렸다가는 길드 마스터와 별로 좋지 않은 사이가 될 것이 뻔하니까 죽일 수도 없고, 그렇지만 랜드필 주민들 먹일 음식도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력도 제공하지 않는 포로 따위에게 음식을 주자니 또 아까운데. 그렇다고 나한테 원한을 가진 녀석을 그냥 풀어 줘 봤자, 나한테 해만 될 것이 뻔한데.

"야, 너. 혹시 뭐 할 줄 아는 거 있냐?"

"네, 네?"

"그 뭐냐, 모험가 일 말고 다른 특별히 할 줄 안다고 내세울 만한 거 있냐고. 아니면 뭐, 어디 좀 영향력 있는 사람이랑 특별한 관계가 있다거나. 뭐, 그런 거 있잖아?"

너의 쓸모를 증명해라.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한 로즈뭐시기는 급하게 자신의 이용 가치를 하나 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 저와 제 파티원들은 4년 전 몽마 여왕 릴리스의 침공 당시 서큐버스랑 인큐버스 여럿을 쓰러트린 전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 그 일로 유명해졌고, 제가 그... 외모도 좀 예쁜 편이라서 메타버스 시티에서 광고 몇 번 찍은 적이 있는 데 그 일로 여러 고위 사업자들이랑 인연이 좀 있습니다!"

메타버스 시티의 사업가들과 연이 좀 있다라. 그건 쓸만하겠군. 그보다, 지금 좀 신경 쓰이는 이름이 들린 것 같은데...

"몽마 여왕 릴리스?"

"아, 네... 4년 전, 제 3차 이세계 침공을 주도했던 음마들의 대장입니다."

"그 이세계 침공이란 게 뭔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 졌고 어떤 결과를 냈는지, 그리고 그 릴리스라는 여자는 어떻게 생겼으며 뭐하던 여자인지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히 설명해 봐."

나는 로즈뭐시기의 입을 통해서, 여러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나. 이 아티피아는 몇몇 신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던 과정에서 멸망을 시키는 데 쓰는 힘도 아깝다고 여겨, 세상을 유지하는 핵은 뽑아버리고 남은 찌꺼기는 그냥 폐기해 버렸다. 핵은 세계의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며, 이 핵을 잃은 세상은 미래의 가능성을 잃으며 서서히 멸망의 과정을 걷게 된다.

둘. 몇몇 신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답시고 멸망도 안 시키고 버린 세상들을, 또 어떤 신들은 아깝다고 여기고선 그것들을 긁어 모아 더 크고 멋진 세상을 만들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몇 차례의 시행 착오 끝에 버려진 세상들에 남아 있던 멀쩡한 일부의 잔재들을 긁어 모아 짜맞춤으로서, 최초의 아티피아가 탄생하기에 이른다.그렇게 완성된 아티피아는 기존의 신들이 창세하던 세상보다 몇 배는 더 거대하며 완성도가 높은 세상이 되었고, 이를 탐낸 신들은 자신들이 아티피아의 재료로서 자신들의 세상이 쓰였다는 이유로 아티피아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아티피아를 만든 신들과 그것을 빼앗으려는 신들 간의 치열하고 추잡한 혈투가 시작되었다.

셋. 그 꼴을 보다 못한 강한 신들 몇몇이 중재에 나섰고, 신들의 직접적인 다툼은 여러 세상에 지나친 영향력을 초래하니 신들은 설령 다툴 일이 있더라도 자신들의 뜻을 대신할 대행자를 내세워 그들의 결투로 옳고 그름을 가리게 되었다. 아티피아는 그렇게 신들이 각자의 세상에서 불러온 대행자... 이방인들이 등장하게 되었으며 전혀 다른 세계에서 온 수많은 자들의 대규모 이주는 엄청난 혼란을 초래한다. 그리고 그 전쟁을 끝내고 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온 것이, 현재의 길드 마스터 정시우다.

넷. 길드 마스터가 만든 '일곱 도시의 대표자'라는 집단이 이 세상의 균형을 조정하게 되었고, 현재 그 집단 소속의 일곱 중에서 세 명은 아티피아를 만든 신의 파벌 소속, 둘은 아티피아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신의 파벌 소속, 그리고 정시우와 다른 한 명은 둘 중 어느 쪽도 아니며 그저 다른 목적으로 이 세상에 눌러 앉은 중립 파벌에 속한 상태. 그러나 아티피아의 소유권을 바라는 파벌은 이 세상의 절반도 제대로 얻어내지 못 했다는 사실에 아주 큰 불만을 품었고, 주기적으로 다른 세계와 이어지는 통로를 열어 다른 세계의 존재들이 이 아티피아를 침공하도록 유도했다.

"...그러니까, 자기들이 버린 세상으로 만들어진 이 세상을 다시 갖고 싶은데 그게 맘대로 안 되니까 별 이상한 꼬장을 부리는 놈들이 주도하는 게, 그 이세계 침공이다. 이게 맞냐?"

"네, 네. 맞아요."

나는 머리를 쥐어 싸맬 수 밖에 없었다. 이게 뭔, 내가 가질 수 없으면 부숴버리겠다고 아니고. 지들이 버린 걸로 남이 무슨 멋진 걸 만들던 신경 쓰지 말고 자기 할 일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되도 않는 욕심 부려서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피를 보게 하는 거야? 니아 씨가 날 이 세계로 보낸 이유가 있었네. 여긴 겉으로만 평화로울 뿐, 실은 보이지 않는 수 싸움이 난무하는 정치판이었어. 그것도 고래고래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모자라, 기회만 되면 몰래 뒤에서 상대를 찔러 죽이기 위한 날붙이를 품 속에 숨겨둔 놈들이 널리고 널린 곳.

이 세계의 소유권을 갖고 두 파벌의 신들이 서로 싸우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다른 세계의 존재들이 이쪽 세상을 침공하도록 만들기도 했다는 사실은 몰랐다. 아니, 진짜 미친 놈들 아니야?

도대체 그 완벽한 세상의 기준이 뭐고 그게 얼마나 중요하길래 이토록 집요하게 매달리는 지는 나로선 전혀 모르겠지만, 이 세계 하나 갖겠다고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가볍게 소모하고자 하는 신이 한 두 명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겠다. 그만큼 이 아티피아라는 세계가, 신들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한 주제라는 뜻이지. 그럼 이 세상이 혼란 끝에 멸망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아티피아의 소유권을 바라던 이들은 그토록 원하던 '완성도 높은 세계'를 갖지 못 했다고 분노할 테고, 아티피아를 만든 이들은 아주 공을 들여서 멋진 작품 하나 만들었더니 그걸 만드는 데 사용한 재료가 자신들 것이니 그 작품도 자기들 거라고 주장하는 미친 놈들 때문에 힘들게 만든 작품이 박살 냈다고 분노할 테고, 다른 목적으로 이 세상에 관심을 보이던 녀석들도 지긋지긋한 두 파벌의 싸움 때문에 결국 애꿎는 세상 하나 작살났다고 분노할 테지. 그리고 그 분노는 얼마 안 가, 서로를 향하게 될 테고.

아주 씨발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겠네. 혼돈이 유일한 유희 거리라고 하던 니아 씨 입장에선, 아주 신나게 팝콘 뜯을 일이 생기겠어?

"그래서 그 릴리스라는 여자는 뭐하던 여자인데?"

"그 여자는... 굉장히 강력한 몽마였다고 들었습니다."

"들었다?"

분명 본인이 그 전쟁에 참여했다고 하지 않았나?

"길드 마스터가 나서서 처리했기 때문에, 제가 직접 그녀를 본 일은 없었거든요. 그리고 길드 마스터가 직접 상대할 정도의 강자를 제가 만났다면, 지금 여기에 있지도 않았겠죠. 그녀는... 서큐버스와 인큐버스와 같이 상대에게 음몽을 보여주어 정기를 흡수하는 음마들부터 끔찍한 악몽을 꾸게 만들어 상대의 공포를 양식으로 삼는 꿈의 괴물 나이트메어나 꿈 그 자체를 먹는 요괴 바쿠 등, 꿈과 관련된 수많은 마물들을 낳은 어머니이자 그 군세를 이끄는 여왕이었어요."

아, 하긴. 병사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적군의 최상위 명령자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 후로 그녀의 입을 통해 나온 릴리스에 대한 정보는 참 다양했다. 멀쩡한 상대를 순식간에 꿈의 세계로 끌어 들이는 데 그 힘이 굉장히 강력하여 상대는 자신이 꿈 속으로 끌려 들어왔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 할 정도였고, 수많은 마물들의 어머니라는 이름 답게 그 어떤 생명체의 아이도 낳을 수 있는 몸이었기에 후손을 남길 자신의 짝을 찾기 힘든 소수 종족들이 그녀의 편이 되어 싸웠으며, 또한 인큐버스와 서큐버스들의 시초이자 성적 취향을 넘어설 정도의 미녀였기에 남자를 좋아하던 여자를 좋아하던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며 그 얼굴을 감히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화가가 없었고 사진은 보는 사람마다 눈이 돌아가버리는 바람에 추후에 생길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모두 제거했다는 이야기까지...

...상대가 자신이 꿈 속으로 끌려 들어왔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 했다?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거기다가 이름도... 흠, 나중에 모노가 깨어나면 한 번 물어봐야겠군.

"그런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하던 존재도, 결국 길드 마스터의 손에 죽었고?"

"네. 그녀가 죽은 후에도 그녀의 추종자들이 그녀를 되살리겠답시고 여러 곳에서 사건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별로 중요한 부분은 아니고... 이후 투항한 서큐버스와 인큐버스들은 이종족으로 편입되어, 현재 이 세계의 주민으로 살아가고 있죠. 물론... 저를 포함해 몇몇 사람들은 침공 당시에 적이었던 그들을 아직 같은 사람이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만요."

별 쓸모 없는 정보를 뱉으면 아예 눈과 입까지 막고서 방에 가둬두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유용한 정보를 내뱉으니 오히려 더 처리하기 곤란해졌다. 내가 아무리 악당이라도 양심이 아예 없지는 않고(?), 더 이상 나에게 적대할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무리하게 폭력을 가하는 성격도 아니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가 나중에 나한테 보복할 마음을 품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지만.

"너, 그러고보니 메타버스 시티의 고위 사업가들과 안면이 있다고 했지? 그럼, 다른 도시의 귀족이나 정치인 등의 높은 사람들도 아는 편이냐?"

"네, 네! 제게 청혼을 하는 귀족 자제분들도 있으셨기에, 영향력이 좀 있는 분들은 전부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냥 처리하기엔 생각보다 유용하고, 그리고 쓰일 곳을 찾았으니... 원 없이 써 먹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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