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그게 뭔데 10duck bird꺄!!(2)
* * *
용사 일행의 여정은 예기치 못한 난적, 마수 조련사의 훼방으로 굉장히 늦춰졌다. 본래라면 이미 수도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이었으나, 조금만 숨을 돌리는가 싶으면 귀신같이 찾아오는 마수들 때문에 금세 체력이 바닥나버린 그들은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없었다.
라그나 아나게돈 남작의 힘으로 강화된 검푸른 피부의 어둠의 마수들은 대다수의 마법 공격에 높은 저항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언제나 용사 파티의 든든한 화력을 담당했던 비올라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 빈자리를 다른 이들이 채우느라 생긴 문제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들에게 마수를 보내고 있을 그 마수 조련사 여성이 해가 지고 나면 마수를 보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서 밤에 야영을 하는 대신 움직이는 것이 어떻겠냐는 고든의 제안은 그들의 마차가 움직이자마자 튀어나온 마수 때문에 즉각 폐기되었다.
그리고 비올라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 여자의 목적은 우리를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발목을 잡는 것 같아."
"시간 벌이라고? 하지만 왜? 그 마수를 대동한다면 우리를 쓰러트리는 것은 굉장히 간단한 일인데, 왜 굳이 이런 번거로운 수단을 쓰는 걸까?"
"그러고 보니 라그나 아마게돈도 적인 우리를 너무 쉽게 보내줬어. 하지만 그에 대한 소문을 들어보면, 그는 이유 없이 자비를 베푸는 사람이 아니야. 그것도 자기 목숨을 노렸던 상대라면 더더욱..."
"그럼 결국... 녀석이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뜻이네. 그걸 위해선 우리를 죽이지 않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고. 그럼 우릴 어딘가에 이용하려는 속셈인가...?"
"아, 머리 아파. 그만두자. 애초에 그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우리들로서 알아낼 수 있을 리 없지. 만일 그런 게 가능한 사람이었다면, 지금 그런 위치에 있지 않을 테고."
모닥불 앞에 모여 앉아 시작된 토론은 금방 싱거운 결론과 함께 끝이 나버렸다. 비올라는 뭔가를 더 말하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려했으나, 그녀는 자신의 빈 자리만큼 더 열심히 싸우느라 지친 동료들을 억지로 붙잡아두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할 만큼 이기적인 인간이 아니었기에 그만두었다.
"...나, 잠깐 근처를 살피고 올게."
"혼자서는 위험하지 않아? 내가 같이..."
"아니. 괜찮아. 그리 멀리 갈 것도 아니고, 그냥 잠시 주변을 정찰만 하고 올 거야. 그리고 혼자 움직이는 쪽이 훨씬 빠르고."
"호크나 네가 그렇다면... 하지만 절대 무리한 짓은 하지 마."
"걱정도 팔자야."
호크나는 용사의 동행을 거절하고 먼저 모닥불 근처를 떠났다. 민첩한 몸 놀림에 방해만 될 것 같은 큰 물건을 두 개나 달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엘프다. 나무와 숲 속을 살아가는 요정의 후손인 그들은, 다른 곳은 몰라도 최소한 이런 숲 속에서 만큼은 가히 최강에 가까웠다.
게다가 호크나가 누구인가? 이곳에 남아있는 일행들의 나이를 다 합친 것보다 더 오래 용병 생활을 해 온 살아있는 전설 아닌가? 초짜 정찰병도 아니고, 그녀가 괜히 혼자서 무리한 짓을 하다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할 사람은 아니었기에 아무도 그녀를 걱정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녀를 믿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신뢰 받는 최장수 엘프 용병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가볍게 건너 뛰고 숲 속을 소리 없이 신속하게 가로지르며, 일행의 마차로부터 조금 떨어진 앞쪽에 위치한 마차에 도달했다.
아마게돈 남작가의 문양이 새겨진 화려하고 값비싼, 뿐만 아니라 걸려있는 고위 마법 덕에 그 내부는 수도의 어지간한 저택 부럽지 않는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는, 말 그대로 부르는 것이 값인 고급 마법 마차.
그 마차의 입구에, 그녀가 있었다.
나름 큰 편이라 자부하는 호크나조차 적수가 되지 않는 비대한 흉부, 검은 레이스가 치렁치렁한 어두운 보랏빛 드레스와 놀라우리만큼 대비되는 백옥처럼 휜 피부, 성모를 연상케하는 자애로운 미소와 그 가증스러운 가식의 가면 속에 감춰진 추악한 본성.
"어머? 이게 누구신가?"
마수 조련사, 레이.
"용사의 동료 중 하나인, 그 성가신 활을 가진 엘프잖아?"
호크나가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그녀의 접근을 파악한 그녀는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띄우며 보는 이가 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오싹한 시선으로 그녀를 흩어보며 후후, 하고 웃었다.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호크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라그나 아마게돈 남작의 부하들 중에서 사실상 용사 일행과 가장 확실하게, 그리고 자주 부딛힌 존재. 그렇기에 호크나는 그녀의 힘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그녀는 언뜻 보기엔 호위병 한 명 없이 홀로 무방비한 모습처럼 보이지만, 저것은 속임수다. 그녀의 주변에는 온갖 흉악한 마수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둠에 동화되어, 그녀를 지키고 있다. 이 쪽에서 가벼운 공격이라고 한 번 날린다면, 마수들은 순식간에 어둠을 찢으며 그 사나운 모습을 드러내리라.
숲속에 있는 엘프의 날카로운 감이 아니었다면 알아차리지 못 했을 뛰어난 은신 능력에 호크나는 근육을 긴장시켰다. 다행히 저쪽에서 먼저 공격할 의사는 없다. 사실 그녀를 죽일 것이었다면, 진즉에 그랬을 테니까.
그도 그럴 게, 지금 그녀의 근처에 있는 마수들만 해도 이 여행길에서 그녀와 일행이 상대해 왔던 마수보다 몇 배는 강하며, 또 몇 배는 많았다.
수 십, 아니, 수 백...? 도대체 몇 마리나 있는 거야? 만일 이 정도 수의 마수들이 일제히 돌격해온다면, 아무리 용사 일행이라도 무사하기 힘들다. 최소한 도시 서 너 개는 순식간에 점령할 정도의 막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녀는 그것을 전부 활용하지 않고 아주 조금씩 그들에게 보내었다.
마치, 그들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하려는 듯, 혹은 그들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듯이.
"긍지 높은 엘프께서 무슨 일로 나 같은 한낱 조련사를 찾아 왔을까? 아니면, 용무가 있는 건 이쪽이 아니라... 나의 주인님 쪽이려나?"
"....."
마치 이쪽의 사정을 다 꿰뚫어보고 있다는 듯한 어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호크나는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 못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정말로 자신의 적인 라그나 아마게돈을 찾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동료들에겐 그 사실을 철저히 숨긴 채.
마수 조련사 레이는 나무 속에서 걸어 나오는 호크나의 몸을 초승달처럼 가늘어진 눈으로 흩었다. 그러더니 이윽고, 무언가를 깨달은 듯 조용히 웃었다.
"당신... 주인님의 속삭임을 들었구나?"
그 말에 흠칫 놀라는 호크나를 비웃듯, 레이는 암보라색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놀랄 필요 없어. 자기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흔들리는 모습. 스스로도 몰랐던, 혹은 알고 있었지만 애써 눈을 돌리고 부정했던 자신의 모습에 마주하여 느끼는 혼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없게 만드는 파멸적인 쾌락 속에서 방황하는 그 얼굴은, 이미 나에겐 무척 익숙한 것이니까."
"...나는 라그나 아마게돈에게 용무가 있다. 네가 아니라."
호크나는 그녀의 말이 무척 신경쓰였지만, 그것을 애써 무시하며 자신의 용건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레이는 그녀가 자신의 말을 무시한 것보다, 다른 점에서 불쾌함을 느끼며 짜증을 냈다.
"주인님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아주겠어? 하다못해 조금은 예의를 차리던가. 그 분은 네가 그렇게 함부로 이름을 막 불러도 되는 존재가 아니거든."
"녀석을 어떻게 부르던 그건 내 마음이지.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 그보다, 라그나 아마게돈은 어디에 있지?"
호크나의 날선 태도에 레이는 쯧, 하고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당신에게 그것을 알려줄 이유가 있을까?"
"그렇다면 자기 입으로 실토하게 만들 수 밖에 없겠군."
"하! 지금 나를 협박하려고? 빛의 여신의 선택을 받은 용사도 아니고, 고작 조금 긴 수명으로 용병 생활을 한 것이 전부인 엘프인 네가? 물론 네가 가진 '그 활'이 조금 성가시긴 해도, 내가 그것을 두려워 할 이유는 없거든?"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아는 법이라지."
"그거야 수준이 비슷해 보이는 것들끼리 이야기이고. 동료와 함께 싸워도 이길까 말까인데 혼자서 나랑 싸우시겠다?"
호크나는 자신의 등 뒤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평소에 쓰던 활 대신, 언제나 등에 매고 다녔지만 동료들과 있을 때는 한 번도 쓴 적이 없던 활을 집었다.
"너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은은한 녹색 빛을 띄는, 가공한 흔적이 거의 없이 원목의 투박한 느낌이 매우 드러나는 그 활은 다른 평범한 활과는 다른 매우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시위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시위가 없는 활, 그것은 날 없는 검이며 머리 없는 망치이다. 활이라는 도구가 가진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상실한 그것은 이미 활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난 원래 혼자 싸워."
호크나는 숲의 주민이자 요정의 후손인 엘프였고, 그녀가 지금 들고 있는 물건은 오직 엘프만이, 그리고 그 중에서도 극히 소수의 엘프만이 다룰 수 있는 매우 까다로운 물건이었다.
"스으으으읍...."
호크나는 숨을 들이 쉬며, 보이지 않는 시위를 쭈욱 잡아당겼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는 행동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바람이.
바람이.
그리고 바람이.
그녀에게로, 그녀가 들고 있는 활로 모여든다.
이리 저리 제멋대로 자유 분방하게 불던 주변의 바람들이, 지금 그녀의 기이한 활과 보이지 않는 시위 사이에서 투명한 화살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엘프 중에서도 극히 소수의 엘프만이 쓸 수 있는 비기, 바람의 화살. 자연의 바람 그 자체를 화살로 쏘는 그 골치 아픈 공격은, 어지간한 두꺼운 중갑도 종잇장처럼 찌그러트리는 그 강력한 공격은 아무리 봐도 마법으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마력을 조금도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기에 마법이 아니지. 그리고 마법이 아니기에 높은 마법 저항력도 무의미. 그야말로 그분의 은혜를 받은 마수들을 처리하는 데에 가장 최적화된, 그리고 그 마수를 부리는 나에게 가장 치명적인 기술...이겠지. 하지만."
쏴아아아아...
이미 어지간한 수단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충분한 바람을 모았음에도, 호크나는 시위를 놓지 않았다. 아니, 놓을 수 없었다.
"이제야 겨우 눈치챘구나?"
사방에서 느껴지는 오싹한 시선. 불러들인 바람을 통해 뇌로 흘러 들어온 정보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레이와 호크나. 서로 마주보고 선 두 사람을 둘러싼... 아니, 아니다. 그 정도가 아니다.
이 숲 일대 전체가, 이미 그녀의 손아귀에 있었다. 나무 사이 사이의 작은 놈들부터, 지면에 몸을 반 즈음 파묻은 녀석들까지. 엘프의 날카로운 감으로도 잡아낼 수 없었던 엄청난 수의 마수들이, 신목궁으로 모은 바람을 통해서 느껴졌다.
수 백이라니, 웃기는 소리.
수 천, 아니 수 만....
더 이상 수를 세는 것은 무의미하다.
도시 서너 개는 점령할 수 있다고? 스스로가 한 생각이 이렇게나 우스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 정도로 많은 마수들을 전부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면, 도시 정도가 아니라 왕국 하나를 집어 삼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마치 수억 개의 눈을 가진 거대한 괴물이 자신을 뚫어져라 노려보는 듯한 느낌이다.
그녀는 지금, 그 셀 수도 없이 많은 마수들이 득실거리는 곳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이다. 그것도 홀몸으로.
"자신이 하는 행동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얼른 그 꼴도 보기 싫은 활은 다시 집어 넣지 그래?"
"...만일 내가 이 한 발로 너를 쏴 죽인다면?"
"자신의 몸을 바쳐 나를 대신해 그 공격을 막아줄 마수들을 모두 뚫고 성공할 확률은 1할 미만. 그리고 설령 기적적으로 나를 일격에 처치하는 데 성공한다고 한들, 사방에 널린 통제를 잃은 마수들에게 동료들과 함께 갈가리 찢겨 죽을 테니 네가 그 화살을 쏘는 순간 네 생존률은 100%로 0이 되겠지."
그녀의 말 대로다. 여기서 활을 쏘는 것보단, 그녀의 장단에 맞춰주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호크나는 활을 내리지 않고 그녀에게 겨눈 상태로 입을 열었다.
"라그나 아마게돈은 어디에 있지?"
"...그걸 말해주면 그 의미 없는 행동도 그만 둘 거야?"
"대답에 따라서 다르겠지."
"하... 뭐, 좋아. 말해준다 한들 변하는 것은 없을 테니. 주인님은 지금 이곳에 계시지 않아. 아마 지금 즈음이면 수도에 도착하시지 않았을까?"
"계속 우리에게 간신히 이길 수는 있을 정도로 마수를 보내서 발목을 잡는 이유는?"
"뻔하지 않아? 그게 주인님께서 내게 내린 명령이니까."
"그럼 그가 그런 명령을 내린 목적은?"
"나 같은 일개 부하가, 감히 주인님의 뜻을 멋대로 헤아릴 수 있겠어? 그보다, 도대체 질문을 몇 개나 해야 만족하는 거야? 슬슬 그 활 좀 내려 놓는 게 어때?"
레이의 두 눈이 다시 초승달처럼 가늘어졌다.
"내가 억지로 내려 놓게 만들기 전에 말이야."
"....."
허세....따위가 아니다. 레이는 실제로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레이가 갑이고 호크나가 을이었다. 그녀의 비장의 무기인 바람의 화살도 이 무지막지한 마수 무리의 앞에서 무용지물이 된 지금, 괜히 조금이라도 우위를 차지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그녀가 무슨 판단을 내릴 지 알 수 없었다.
라그나 아마게돈의 명령이 있었을 테니 죽이지는 않겠지만, 목숨을 빼앗지 않더라도 팔다리 중 하나 이상을 빼앗는 것도 금지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호크나는 한숨을 내쉬며 활을 거두었고, 쏘아지지 못한 바람의 화살은 해방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너, 주인님께 용무가 있다고 했지? 그 분의 속삭임을 들은 여자가 적일 터인 주인님을 제 발로 찾아왔다는 건, 역시 다시 한 번 그 쾌감을 느끼고 싶어서 일 테지."
"아, 아니야! 오히려 반대라고! 난...!"
"괜찮아. 딱히 부정할 필요 없어. 모두가 처음엔 그렇게 부정했지만, 결국엔 자신의 어둠을 기쁘게 받아 들였는 걸? 나도 그랬으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마치 자신의 사정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레이의 말에 호크나는 입을 다물었다.
"주인님도 참 너무하시지. 그런 파멸적인 쾌감을 한 번 알려주면,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게 되니까 말이야. 특히 정의감이 강하고 올바른 사람일 수록, 그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무릎을 꿇게 되지."
"...그의 힘은, 대체 뭐지?"
"나도 자세한 것까진 몰라. 전에 주인님이 한 번 설명해주신 적은 있지만, 너무 복잡해서 전부 이해하지는 못 했거든. 대충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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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 속에는 빛과 어둠이 있다.
그리고 대다수의 인간은 빛에 따라 행동하는 편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 대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 혹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돕는 행위. 그것이 선행이다.
반대로 악행은... 주변에 피해를 끼치더라도 자신만을 위해 움직이는 이기적인 마음이다.
보통 사람들은 착한 사람으로 존재하고자 하기에 빛을 따르는 경향이 강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마음에 어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어둠이라고 해서 무작정 나쁘다고 비난할 수도 없다.
자신보다 잘난 인간을 향한 질투와 시기,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얻고자 하는 탐욕,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어두운 감정들이 오히려 자신을 발전시킬 계기가 되기도 한다.
히지만... 그 중에서는 그 어떤 말로도 포장할 수 없는 어둠도 있는 법이다.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마음 속 가장 어둡고 추악한 면을 강제로 끄집어 내는 것.
그리고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 했거나 부정하는 면을 억지로 얼굴 앞에 들이밀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던 정의와 신념을 정면에서 부정하고 산산조각내어...
그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게 함으로서 스스로가 악이라고 여기던 길에 자신의 발에 들어서게 만드는 것.
그것이 라그나 아마게돈의 특기이자 최강의 무기인,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폐인으로 만들거나 악으로 물들인 '타락의 속삭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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