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 이게 야스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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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알에 쌓인 정액이 텅텅 빌 때까지 파랑이의 입보지를 몇 번 더 쓰고 나서야, 나는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파랑이는 내 정액에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는 남자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주은 말을 했는 데, 내가 보기엔 중독성이 있는 쪽은 내 정액이 아니라 그녀의 입이였다.
내 물건이 사이즈가 워낙 크다 보니 입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녀는 저 작은 입으로 용캐 내 것을 다 삼키다 못해 맛있다는 듯이 기분 좋게 빨아주기까지 한다. 그 모습에 나는 그동안 쌓였던 화가 다 풀렸다. 이 정도 입이라면,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었던 셈 치지.
파랑이도 다른 수인들처럼 목덜미와 자궁에 노예 각인을 새겨준 후, 나는 기분 좋게 다시 마차로 돌아왔다. 이 세계의 노예 각인은 일반적으로는 다소 밋밋한 문양이지만, 힘이 있는 귀족은 자신의 소유라는 의미에서 자기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을 본 따 만든 노예 각인을 새길 수가 있다.
내가 아마게돈 남작가의 문양을 변형시켜 만든 노예 각인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몇몇 특정 부위에 새겨졌을 때 음란한 분위기를 풍기게 디자인되어 있다. 파랑이의 목과 자궁에 새겨진 음탕한 문신을 보며 이로써 그녀가 확실히 나의 것이 되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노랑이, 초록이에 이어 파랑이까지. 이제 겨우 절반이다. 남은 건 주황이, 빨강이, 그리고 검둥이.
검둥이는 공략법이 간단하다. 이런 타입은 자신이 지켜야하는 존재가 있을 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지만, 반대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 순간 한없이 나약하게 무너져 내리니까. 다른 두 명을 조교하기만 하면 끝이다.
그럼 주황이랑 빨강이 중에서 어느 쪽을 먼저 조교하는가, 이게 문제인데... 나는 사과를 한 입 배어물며 결정했다.
"...역시 빨강이지."
이건 절대 아침 식사로 나온 메뉴에 빨간 색이 탐스러운 사과가 올라와서 빨강이를 고른 것이 아니다.
그녀는 멘탈이 약해서 공략이 쉬워지만, 의외로 상대하기 골치 아픈 타입. 자신이 불리할 때는 얼마든 고개를 숙일 수 있지만, 상황이 호전되면 허튼 생각을 품는 부류라 보기보다 쉽지 않다. 일종의 함정 카드인 셈이지.
에매하게 조교해두면 나중에 반드시 통수각을 노릴 것이다. 용사들이 그걸 이용해 나를 공격해 준다면 더없이 좋을 테지만, 그럴 확률은 적다. 배신을 할 거라면, 좀 더 확실히 나를 쓰러트릴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쪽에 붙을 테지.
엘헤임 왕국의 여왕인 바이올렌스라던가, 지배욕 강한 폭군인 바이올렌스라던가, 혼돈의 파편의 소유자인 바이올렌스라던가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동족을 학살한 원수의 밑에 들어가겠냐고 생각할 수 있겠냐만은, 눈앞에서 자기 동족이 죽어도 자기 목숨을 보전할 수 있다면 동족이건 나라건 태연하게 팔아치우는, 자기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녀가 바이올렌스 밑으로 들어가면 괜히 골치 아파진다. 만일 내 스케쥴을 파악하고, 내가 자리를 비운 무방비한 때를 바이올렌스에게 알려줘서 그 망할 폭군이 내 영지를 침공해 온다면 굉장히 골치 아파지니까.
내가 다소의 희생만 감수한다면 바이올렌스를 무너트리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다.
물론 그럴 생각은 없다.
그도 그럴게, 그녀를 쓰러트리는 것은 내 역할이 아니니까.
내 역할은 악역. 그것도 구제할 길이 없는 쓰레기 악당. 내가 해야할 일은 또 다른 악역을 꺾어누르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인 용사의 손에 쓰러지는 것. 그리고 그녀를 쓰러트리는 것은 악당인 내가 아니라, 용사이자 주연인 루크의 몫.
내가 살겠다고 그녀를 죽여버리면, 용사가 파편을 지닌 악당을 모두 쓰러트린다는 시나리오가 무너진다. 그렇다고 방치해두면 언젠가 나를 삼키려 들 테고, 내 전력이 그녀에게 넘어가는 순간 용사의 여정은 실패하고 이 세상은 그대로 불멸의 용이 부활하며 배드 엔딩을 맞이하겠지.
용사가 나와 그녀 둘 중 한 명을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성당할 때까지 적절한 힘겨루기로 그녀와 나의 전력을 조절하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난제였다.
아무리 나와 그녀가 과거에 있었던 일로 상호불가침 조약을 맺었다지만, 그렇다고 서로 상대를 투명인간 취급하며 완전히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바이올렌스는 수시로 내가 영지 전을 벌이는 전장에 자기의 병력을 다른 신분으로 위장시켜서 보내 내 영지의 확장을 방해했고, 나도 사하를 보내 그녀의 지배 영역 밖에서 그녀의 세력을 키우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인물들을 제거했으니까.
용사가 준비가 될 때까지, 나와 바이올렌스는 서로 보이지 않는 공격을 날리며 고요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바이올렌스는 용사가 이 연극의 주인공이며 이 세계가 그 연극 하나를 위해 만들어진 무대라는 사정을 모르는, 철저히 이 세상의 주민이다. 그렇기에 나를 진심으로 꺾으려고 덤벼들고 있지.
그에 비해 나는 이 세계의 사정을 알고 있는, 외부에서 고용된 배우이기에 어떻게든 시나리오가 어그러지지 않게 노력하고 있지만 말이다.
음, 이야기가 옆으로 새는 바람에 조금 길어졌네. 어쨌든 빨강이를 어설프게 조련하면 높은 확률로 바이올렌스에게 붙을 것이고,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이 균형의 저울이 다시 흔들리게 된다. 그런 위험성을 감수하느니, 제대로 내 노예로 만드는 편이 훨씬 낫다.
그리고 슬슬 조교를 시작하지 않으면 스파이질이고 뭐고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기 스스로 숨을 끊어버릴 것 같으니, 그 전에 먼저 손을 써야 겠다. 내가 원하는 건 살아있는 수인 노예지, 여자 수인 시체가 아니라고. 나는 시체에 박는 취미 따위 없으니까.
"누렁아. 너네 빨강이 좀 데려와라."
"알았어, 주인님!"
누렁이는 토실토실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방을 나섰다. 재도 참 볼 때마다 신기한 녀석이다.
짧은 키에 비에 유난히 봉긋한 가슴과 튼실한 엉덩이, 그리고 다른 수인들보다 유독 큰 귀와 꼬리 등으로 사랑스러움과 꼴림을 동시에 쟁취한 저 에로 꼬맹이가 진짜로 어엿한 한 명의 성인이라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이라고?
비록 내가 로리콘은 아니지만, 누렁이는 상대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누렁이의 몸은 작고 가볍지만, 성적으로 미성숙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으니까. 나보다 머리 두 개는 작은 꼬맹이지만, 여자로서 나올 곳은 다 나와 있는..
그렇다. 누렁이는 현실에서 존재할 리 없는 거유 로리다.
귀여움과 섹시함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한 번에 잡은 데다가 수인 기준으로 성인이라 합법이다. 거기에 체력을 제외하면 완전 허약한 마법사 육체 그 자체인 내가 들박이나 교배 프레스 같은 격렬한 섹스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상대이고.
으음, 들박은 나중에 꼭 해봐야지. 조교를 다 끝낸 후에 꼭 해볼 생각이다.
나는 잠시 후, 빨강이를 데려온 누렁이는 바닥에 칠칠치 못한 얼굴로 널부러져서 헤으응거리는 초록이를 데리고 알아서 자리를 비켰다. 눈치가 늘었네? 상으로 나중에 만족할 때까지 놀아줘야 겠다.
"너도 네 목과 그곳에 각인을 새겼으니 알고 있겠지만, 너희들은 모두 내 노예가 되었다. 하지만 내 소유물이 되는 것과, 내가 신뢰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지. 그러니 너에게 선택권을 하나 주겠다."
나는 서랍을 하나 열어, 그 안에 들어있던 물건 하나를 그녀의 앞에 던져주었다. 붉은 털의 수인은 자신의 눈앞에 다가온 물건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그녀에게 준 물건은 단검이었다. 과일을 깎는 과도나 고기류를 써는 나이프가 아닌, 확실하게 인간을 베고 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흉기.
"...왜 제게 이런 것을 주시는 거죠?"
"말하지 않았나? 그것은 기회라고. 그 칼을 쥐고 누군가를 찌르던, 아니면 다시 저 서랍 안에 집어넣던, 그것은 오로지 너의 선택이다."
"..."
"시간이 필요하다면, 기다리지. 잠시 눈을 붙이고 있을 테니, 선택을 끝내면 깨우던가 마음대로 하도록."
나는 그 말만 남기고,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워 눈을 감았다. 개신 마력을 이용해 시각 이외의 모든 감각을 극대로 증폭시켜, 이 방에 있는 모든 것을 눈으로 보지 않고 인식한다.
후각으로 그녀의 위치를 확인하고, 청각으로 그녀의 행동을 읽어낸다. 직접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은 인지할 수 없다만, 반대로 눈으로 보는 것으론 알 수 없는 것을 모두 인식한다.
그녀는,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다. 아마 망설이고 있는 모양이다. 그 상태로 10여분을 기다렸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쓰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표현이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인생이라는 게, 가끔 주저하고 있을 때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도 필요하기 마련이지.
나는 그녀에게 타락의 속삭임을 사용했다. 타락의 속삭임이 가진 특징은 '반드시 대상에게 들리는 것'과 '듣는 사람의 마음 속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기 쉬워지는 것'이다.
내가 어떤 내용을 어떤 식으로 말하느냐에 따라서 효과가 크고 작아지지만, 설령 적합하지 않는 내용을 언급한다고 해서 효과가 없는 것은 또 아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타락의 속삭임을 사용한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도 효과는 발생한다는 뜻이다.
미세한 숨소리만이라도 결국엔 대상에게 내가 낻 소리가 들리는 것이고, 그 소리를 듣는 것이 마음 속의 어두운 부분에 영향을 끼치는 트리거니까.
물론 직접적으로 말을 거는 것이 아니기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시간도 걸리지만, 위력이 미세하여 상대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해 저항을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직접 약점을 파고들면 십 분만에 타락할 상대에게 이 방법을 쓰면 타락시키는 데 거의 열 배에 가까운 시간을 소요하게 되지만, 훨씬 정교하고 섬세하게 정신을 조정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가 인지하지 못하기에, 정신력이 강해서 직접적인 유혹이 먹히지 않는 상대를 긴 시간에 걸쳐 침식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요컨대, 방식의 차이인 셈이지.
인간의 정신을 타락시키는 것을 텅 빈 백지에 그림을 그려 채우는 것이라 가정할 때 직접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며 정신을 무너트리는 것은 종이의 내용물을 빠르게 채울 수 있는 큰 붓이고, 인지하지도 못할 미세한 소리로 오랜 시간에 걸쳐 침식시키는 것은 섬세한 부분의 디테일을 살리는 작은 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타락의 속삭임을 쓰고 아무 말 없이 들릴까 말까 한 숨소리만 아주 작게 들려주면, 그걸 듣는 당사자는 얼마 있지 않아 자연스레 자신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게 된다. 그것도 자기 스스로.
아니나 다를까, 타락의 속삭임을 사용한지 5분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자 계속 가만히 서 있기만 하던 빨강이가 드디어 움직임을 보였다. 그녀는 내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왔다.
하지만 내가 준 칼은 줍지 않은 상태였다. 바로 옆에 다가와 나를 조용히 내려다 보거나 코앞에 두고 손을 몇 번 휘적휘적거리며 흔드는 걸 보니 혹시 내가 자는 척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자신을 고깝게 보고 있을 상대에게 칼을 쥐어주고 그대로 눈앞에서 무방비하게 잠들 정도로 오만하고 무모한 인간인지 확인할 생각인 모양이다.
"...진짜로 자는 건가?"
그녀는 내 몸에 닿지는 않게 계속해서 내 상태를 확인하다, 이내 침대로부터 다시 멀어졌다. 그녀가 향한 곳은 칼이 있는 곳. 후각과 청각, 촉각을 통해 공기의 움직임을 느낀다. 빨강이가 몸을 숙여 칼을 줍는 것을 눈으로 보지 않고 감지한다.
"...다시 없을, 기회..."
물리적 고통 정도에 금방이라도 고개를 숙이며 항복을 외치는 나약한 수인 따위, 아무리 가장 약한 위력이라도 타락의 속삭임에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절대로.
멀어졌던 그녀가 다시 다가온다. 꼴에 발소리를 죽이겠다고 살금살금 걷고 있는 모양인데, 다 느껴진다. 흥분으로 인해 뷴비된 희미한 땀냄새, 그리고 감각을 증폭시키지 않았더라면 들리지 않았을 느리고 조심스러운 발걸음.
...하지만 곧바로 공격하지는 않는다.아마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망설이고 있는 모양이다.
이 공격이 정말로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 설령 정말로 나를 죽이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그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답답함, 그 이전에 아무리 자신의 자유를 위해서라지만 무방비하게 자고 있는 인간을 찔러 죽이는 것이 정말로 맞는가에 대한 윤리적 및 도덕적 고민.
하지만 곧 그런 쓰잘데기 없는 고민들은 모두 지워지고, 분노와 증오, 그리고 살의가 그 빈 공간을 차지한다.
그렇겠지. 이미 예상한 결말이다. 만일 그녀가 여기서 도중에 그만둘 것이었다면, 애초에 내가 던져준 칼을 집어들지도 않았을 테니까. 그 칼을 집어든 시점에서, 주사위는 던져진 셈이다.
....!
부웅! 까아아아앙!
휘둘러진 단검은 보이지 않는 벽을 때리며 허공에 멈춘다. 눈을 뜨자, 두 손으로 단검을 역수로 쥔 채, 투명한 베리어 앞에 가로막힌 칼날을 당혹스럽게 바라보는 빨강이의 모습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그게 너의 선택인가."
"아....!"
탱그랑! 눈이 마주치자, 빨강이의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그녀는 이윽고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바닥에 떨어트리며 뒤로 물러났다.
"아냐, 이건... 이상한 목소리가 나에게 시켜서, 나는 그럴 생각이..."
되도 않는 변명을 지껄이며 당장의 상황을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하는 빨강이의 두 팔을 잡아 머리 위로 올렸다. 그대로 그녀를 밀어 침대에 넘어트린 후, 두 손을 교차시키고 왼손으로 짓누름으로서 나는 그녀의 팔을 잡고 몸 위에 올라탄 자세가 되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그 결과가 이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알 한 그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나는 결론을 내렸다.
발목에 사슬이 묶인 채 자란 짐승은 그 사슬이 없어져도 도망치지 않는다고 하지. 자신을 구속하는 장애물이 사라진다고 한들, 도망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마음속 깊이 새겨졌기 때문이지.
누렁이는 내 순수한 호의에 금방 마음을 열었고.
초록이는 수치스러운 고문에 마음이 무너졌고.
파랑이는 폭력과 쾌락 속에서 오로지 나만을 바라보게 되었지.
빨강이, 너에겐 무력감을 새겨주마. 내게서 도망치거나 내게 한 방 먹일 수 있을 것 같은 기회가 보여도 그럴 수 없도록, 모든 것을 체념하고 그저 내가 내리는 명령에 반드시 따르는 순종족인 애완동물로 만들어 주지.
"정말 어리석구나. 설마 정말로 그깟 칼 한 자루로 나를 어찌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냐? 내가 고작 그 정도에 당할 정도로 형편없는 자였다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않았을 텐데..."
"흣, 히이익....!"
비웃음을 흘리며 오른손으로 뺨을 쓸어내리자 그녀는 몸을 흠칫 떨었다. 겁에 질려 벌써 눈물이 맺힌 눈동자를 보자 내 안의 가학심이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자유를 향한 갈망, 나라는 인간을 향한 증오가 눈을 가린 모양이군.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나를 죽이려 들었다는 사실이 변치는 않지."
그대로 손을 움직여 눈가를 어루만져주자 그녀는 마치 내가 자기 눈을 그대로 뽑아버리기라도 할까 두려웠는지 눈을 질끈 감았다. 물론 눈을 감으면 보기 싫은 것과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을 수야 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없는 일이 되지는 않는다. 내가 파둔 함정에, 그녀가 보기 좋게 걸려든 것처럼.
"혹시라도 실패했을 때 어떻게 될 지는 어느 정도 각오 해 뒀을 테지?"
아무리 내 손으로 기회를 줬다고는 하지만, 내 목숨을 노리려고 했던 건에 대해서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 할 것이다. 나는 굉장히 속이 좁은 인간이니까.
"기대해도 좋다. 아마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몇 곱절은 괴로울 테니 말이야."
"히익...! 사, 살려 주세요...! 잘, 잘못, 잘못했어요! 제,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부, 부디 목숨만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어떻게든 살고 싶어서 발버둥을 치는 꼴이, 수인보다는 인간에 가까웠다. 아무래도 다른 녀석들보다 인간의 피가 짙은 모양이군.
"정말로 살고 싶다면, 그만한 성의를 보여야겠지?"
"서, 성의...라 하시면..."
"그야 물론... 이쪽의 이야기인게 당연하잖아?"
몰캉!
얼굴을 만지던 오른쪽 손으로 아래로 내려 탐스럽게 부푼 가슴을 덥썩 움켜쥐자, 그녀는 놀라 몸을 흠칫 떨었다.
"흐읏...!"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겠지?"
내가 다시 두 손을 놓고 물러나자,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던 그녀는 이윽고 몸을 일으킨 후 쭈뼛가리며 스스로 입고 있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몸에 걸치고 있던 누더기나 다름 없는 허름한 거적대기를 치우자, 여섯 명의 수인 중에서 두 번째로 성숙한 몸이 완전히 드러났다.
"...흐읏...."
그리고 스스로 실오라기 하나 없는 나신이 된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성의'를 보이기 위해내 바지를 내렸다가 그 안에서 튀어나온 크고 굵은 기둥에 흠칫 놀라 겁을 집어 먹었다.
누군가는 그 어리숙한 초보자의 모습에서 귀여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나는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이러다가 아주 날새겠다? 한숨을 쉬며 눈치를 주자 그녀는 그제서야 뜨겁게 달궈진 내 양물을 자신의 두 손으로 조심스레 감쌌다.
"...흑, 흐윽... 너무, 커...!"
몸 안에 직접 넣은 것도 아니고 그냥 양손으로 잡고 있을 뿐이면서 벌써부터 엄살 부리긴. 이대로는 조교하는 데 평생이 갈릴 것 같아, 나는 그녀를 조금 더 떠밀어 주기로 했다. 코트 주머니에서 손가락만한 크기의 작은 모래 시계 하나를 꺼낸 나는, 그것을 그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건 정확히 5분 모래 시계다. 뒤집었을 때 위에 담긴 모래가 아래 쪽에 전부 떨어지기 까지 딱 5분이 걸리지. 그리고 지금부터 이 모래 시계의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 나를 만족시키지 못 한다면, 각오해야 할 거다."
"그, 그런...!"
"자, 시작. 불평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고? 시간은 절대 너를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읏....!"
시간 제한이 걸리자 마음이 촉박해진 그녀는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내 양물을 두 손으로 꽈악 움켜쥔 상태로,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대딸을 시작했다.
탁탁탁탁탁탁! 탁탁탁탁탁탁!
그녀는 열심히 팔을 움직였지만, 그 결과는 별로 신통치 않았다. 노력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지만, 손놀림이 영 어색하여 그리 큰 자극이 오지는 않았다. 손 자체는 부드러워서 좋은 데, 제대로 쓸 줄을 모르는 느낌이다.
애초에 누가 대딸을 할 때, 이렇게 한 부분만 잡은 채 손만 기계적으로 위아래로 움직여? 스스로 자위 한 번 안해 본 남자애가 아닌 이상에야, 이런 허접한 손놀림으로 사정할 남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야 당연하겠지. 저번에 병사들한테 돌림빵 당한 것을 제외하면, 제대로 성 경험이 있기는 한 걸까 싶을 정도로 성에 익숙치 않은 모습이었으니까. 오히려 자기 보지에 바로 집어넣지 않고 대딸을 시도했다는 것이 신기한 참이다. 이런 류의 지식은 어디서 얻은 거래?
모래 시계의 모래가 3할 정도가 떨어졌음에도 내 반응이 영 시원찮으니, 그녀는 방식을 바꾸었다. 내 자지를 놓았다. 대신, 크고 모양이 예쁜 자기 가슴 사이에 내 자지를 끼웠다.
출렁출렁, 쏘오옥! 몰캉, 몰캉...!
제법 큰 가슴이었다만, 내 물건을 다 품기에는 조금 사이즈가 부족했다. 그래도 감촉은 꽤 나쁘지 않았다. 부드럽고 탄력이 있는 가슴의 감촉은 경험이 없다는 것이 한 눈에 보일 정도로 엉성한 손놀림보다는 확실하게 내 자지에 자극을 주었으니까.
"읏, 흐읏...!"
하지만 사정은 어림도 없었다. 물론 가슴 사이에 끼우는 건 기분 좋지만, 내가 원래 있던 세상의 여자 경험 한 번 없는 아다 새끼도 아니고, 고작 이 정도의 자극으로 픽 하고 싸버리지는 않는다.
빨강이는 나를 더욱 자극하기 위해, 양옆에서 자기 손으로 가슴을 꾸욱꾸욱 눌러 가슴 사이의 내 자지를 더 압박했다. 훨씬 낫네. 물론 이걸로 사정하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아무리 눌러도 사정할 기세가 보이지 않자, 모래 시계의 모래가 벌써 절반이나 떨어진 것을 확인한 그녀는 이윽고 내 자지를 가슴 사이에 끼운 채 상반신을 위아래로 움직여 파이즈리를 시작했다.
쮸붓, 쮸붓...!
이것 역시 그 대딸보다야 낫지만, 역시나 너무 엉성했다. 애초에 저렇기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움직이는 데 내 자지에 제대로 된 자극이 올 리가 만무했다.
게다가 파이즈리라는 것은 결국 서로의 신체를 마찰시키는 행위인데, 아무런 윤활유도 없이 무지성으로 살갗을 비벼대는 걸로 기분이 좋아질 리가. 아무리 가슴이 크고 부드러워도, 이렇게 무지성으로 흔들며 비벼대면 되려 살이 쓸리는 감각에 발기가 풀릴 뿐이다.
그녀의 성기술은 누군가에게 관련된 지식을 들었지만, 막상 실제로 시험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초보자의 것이다. 이런 변변찮은 기술로 사정할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났다고.
모래 시계에 남은 모래는 이제 3할 정도 뿐인데, 이런 식이라면 이 모래 시계를 두 번 정도 다시 뒤집어도 사정을 못 하게 생겼다. 생긴 건 이런 쪽에 익숙하게 보이면서, 막상 까보니 실력이 너무 형편없잖아...
"으으읏...!"
얼마 남지 않은 모래 시계의 압박에, 그녀는 섣부른 결정을 내였다. 가슴으로 자극하는 것을 그만두는 대신 일어나서 다리를 활짝 벌려, 딱딱해진 귀두에 자신의 음부을 갖다 대었다.
설마, 이대로 바로 삽입하려고? 물론 남자를 사정시키는 데 능숙한 대딸과 꽉 조이는 보지만큼 확실한 수단은 없긴 하지만, 윤활유 역할을 해줄 애액이 충분히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박아봤자 빡빡한 마찰 때문에 아프기만 할 텐데... 지금 상태로 내 물건을 그냥 박아버리면...
그녀는 내가 뭐라 말릴 새도 없이, 내 자지 위에 그대로 주저 앉았다. 그리고 그녀는 무지의 대가를 체험했다.
"으긋, 아아아아아아악!"
충분히 젖어 있는 상태라도 받아들이기 힘든 게 내 자지인데, 이 거대한 물건을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한 번에 푹 하고 밀어넣은 결과는 꽤나 참담했다. 비좁은 살을 억지로 파고드는 강렬한 자극이 하반신에 느껴짐과 동시에 빨강이가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다 그대로 축 늘어져 버렸다.
나는 제멋대로 자기 보지에 내 자지를 찔러 넣었다가 그대로 기절해서 내 몸 위에 널부러진 그녀를 한심하게 내려다 보았다. 제법 많은 여자를 상대해 봤지만, 내 물건이 너무 큰 탓에 아파서 눈물을 흘리는 여자는 봤어도 자기 스스로 박아 놓고 비명 지르며 혼절해버리는 년은 또 처음이네...
...진짜 병신인가? 아주 가지가지한다. 나는 한숨을 쉬며 자지의 삽입을 풀었다. 때 마침 모래 시계의 마지막 모래 한 알갱이가 아래로 떨어졌다.
단 5분. 이 빨간 털의 수인녀가 나를 사정시키기 위해 온갖 쌩쇼를 벌이다 결국 지 보지에 처박고 기절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