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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1위 헌터의 남편이 됐다-131화 (131/131)

〈 131화 〉 취업사기(2)

* * *

내 설명에도 불구하고, 김재하는 계속해서 기소를 주장했다.

"신입을 등쳐먹는 회사를 가만히 놔두는 법이 어디있습니까? 어떻게든 안 되나요?"

"등쳐먹는다곤 해도, 돈을 털어가거나 한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돈을 줬죠. 그쪽에서 좋은 의도였다고 주장하면 부정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사실 속은 건 속은 것이니, 당사자의 입장에선 무섭고 당혹스러운 것이 맞다.

그러나 이번 건은 아무리 봐도 유죄각이 안 나온다.

사실 이런 것으로 기소당하면 그쪽도 많이 억울하고 당혹스러울 것이다.

나는 그가 작성했던 진술서를 흔들며 압박을 좀 넣었다.

"그리고, 과도한 소비의 원인이 길드의 선배들에게 있는 것, 확실합니까? 만약 투기 같은 거라도 했다간..."

"아, 그러지 말고 일단 고소를 하고싶다니까요!"

화들짝 놀라며 짜증을 내는 김재하.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그를 진정시켰다.

"김재하 씨. 지금 돈 좀 잃었다고 눈에 보이는 게 없지?"

"네, 넷? 아..."

그 사이, 사무실의 팀원들은 도끼눈을 뜨고 그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만약 내가 고개를 작게 끄덕이기만 하면 그대로 뒷산에 파묻어버리고 올 것 같은 기세.

사회초년생 특유의 패기에 감탄하던 나는 그것을 관대하게 넘어가줬다.

"그쪽 사장 호출하기 전에 얼른 가세요. 앞으로는 코인 같은 거 손대지 마시고."

"그걸 어떻게... 아, 아니. 가겠습니다."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김재하가 사무실 밖으로 달아났다.

나는 그가 떠나자마자 명령했다.

"해당 길드 대표 호출해. 당장 올 필요는 없고, 시간있을 때 방문하시라고 전해."

"엑... 정말로 부르는 겁니까?"

"그냥 왜 그랬는지 이야기나 좀 들어보려고 그래."

이서우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해당 길드의 대표는 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그는 점심시간이 지나기 무섭도록 사무실에 입장하는 것이 아닌가.

"저, 제가 백두산 길드 대표인데요..."

"아.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서지유의 안내를 받은 대표가 무척 불안한 얼굴로 내 자리 앞에 멈춰섰다.

놀란 마음에 만사를 다 제쳐두고 부랴부랴 달려온 듯한 모습.

나는 사람을 세워두는 취미 따윈 없어서 냉큼 그에게 자리를 권했다.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앉으시죠.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간단한 질문 몇 가지만 받아주시면 됩니다.

"예에...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역시 잃을 게 많은 사람들은 태도가 싹싹해서 좋다.

나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저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귀사에서 재직 중인 김재하 씨, 아시죠?"

"예. 설마 재하가 무슨 사고라도..."

"사고라고 보긴 좀 뭣하고, 이런 건 작성했죠."

사장에게 진술서를 보여주자 그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마구 떨리는 눈으로 간신히 그것을 읽어본 그가 작게 헛웃음을 지었다.

"뭐 이런 걸로 고소를 하겠다고..."

"김재하 씨의 공략 당시에 발견된 희귀 전리품, 길드 창고에서 갖다놓으신 거죠?"

내 질문에 만감이 교차하는 사장의 얼굴.

그는 몹시 갈등하다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기록이 뻔히 남아있는데 거짓말을 해봤자 의미가 없다.

"그, 그렇습니다. 조금 부끄러운 짓입니다만..."

내가 척 봐도 사건성이 없는 건을굳이 조사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만약 길드 측에서 해당 전리품을 블랙 마켓 등을 통해서 얻었다면, 처벌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물론 신종 세탁 수법일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헌터 전리품은 관련 기록이 상세해서 그런 식으로 기록 세탁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왜 굳이 그런 짓을 하신 거죠? 신입 사원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 같은 겁니까?"

법적으로 문제될 여지가 없다곤 해도 상당히 궁금하다.

길드의 대표는 잠시 망설이다 조용히 설명을 시작했다.

"그, 가능하면 비밀로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일단 들어보고 판단하죠."

"하하. 감사합니다. 이게 일종의 영업비밀이라서요. 특별 수사관님. 혹시 헌터 업계 신입 사원들의 퇴사율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헌터 길드 신입 사원들의 퇴사율?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굉장할 것이다.

"일단 50%는 확실히 넘겠죠?"

"훨씬 더하죠. 신입 헌터들은 1년 안에 80% 이상이 그만둡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없겠지.

전문적인 훈련을 받았다곤 해도, 헌터들은 평범한 사회 구성원이었던 이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무기를 쥐여주곤 몬스터와 싸우라고 하면 당연히 하기 싫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퇴사율이 80% 이상이라니. 상상 이상이다.

어차피 헌터들은 의무 복무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무조건 일정 기간 동안 현역 활동을 해야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율이 하늘을 찌르는 것이다.

"다들 진짜 하기 싫은 모양이군요."

"안타깝게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침체기에도 계속해서 신입 사원을 뽑는 이유가 달리 있는 게 아니죠."

게다가 헌터들의 공급이 충분해지면서, 하위 헌터들의 수익은 상당히 낮아졌다.

힘들고 위험한 일인데 돈도 잘 못 벌면 그야 그만두고 싶겠지.

해당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던 백두산 길드의 대표는 통계 자료를 살펴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퇴사하지 않는 헌터들에겐 비밀이 있었던 겁니다."

"비밀이요?"

"네. 아주 거창한 건 아니지만... 장기간 활동하고 있는 헌터들은 대부분 던전에서 희귀 전리품을 습득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아..."

희귀 전리품.

아무리 협회와 길드에서 많이 떼어가도, 명색이 희귀 전리품인 이상 대박은 대박이다.

원래 통장에 100만원 꽂히던 게 300, 400씩 꽂힌다고 생각해봐라. 당연히 일할 맛이 생길 것이다.

나는 그제야 백두산 길드의 의도를 이해했다.

"신입들에게 돈맛을 좀 보여주는 거군요?"

"정확합니다."

던전 한 번 다녀와서 300만원!

이런 경험을 한 번 해버리면 다른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다.

이건 도박 중독자들이 승리의 쾌감과 기억 때문에 도박을 못 끊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사람의 소비습관이라는 것은 쉽게 축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달에 100만원씩 쓰던 사람이 50만원씩 쓰면 삶의 질이 크게 하락한 기분이 들겠지.

한 번 대박을 맛본 신입 헌터들은 그 달콤한 기억에 취해서 계속 회사에 붙어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사장이 머리를 잘 썼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그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뒤부터는 퇴사율이 어떻게 됩니까?"

"아무도 그만두지 않죠. 어떻게 그만두겠습니까?"

"하..."

그렇게 해도 남는 장사니까 굳이 저런 수고를 들이는 것이리라.

이게 신입들만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길드원들도 그런 식으로 일종의 보너스를 받는다는 모양이다.

그야말로 상상도 못했던 사내 복지.

만족할만한 대답을 얻어낸 나는 그를 이만 돌려보내줬다.

"김재하 씨, 너무 혼내진 말아주세요."

"어휴. 저희도 요즘 일손이 부족해서 그렇게 못합니다. 투기를 실패했다니, 차라리 잘 됐군요."

우리가 웃으며 헤어지자 뒤에서 가만히 구경하던 티아가 콜라를 쪽쪽 빨아마시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인님. 그래도 사람을 속인 건데, 안 잡아요?"

"못 잡아. 단순한 거짓말은 처벌의 대상이 아니야."

만약 그랬으면 매일 간식 먹은 적 없다던 네가 제일 먼저 사형이지.

내가 그렇게 덧붙이자 티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는 묘하게 억울해보이는 그녀에게 핀잔을 주듯 물었다.

"티아야. 너는 법률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에, 에엣... 주인님. 화나셨어요?"

"혼내는 거 아니야. 그냥 순수하게 네 생각이 궁금해서 그래."

"법... 법이란 건... 사회적인 합의? 가 아닐까요?"

티아 치곤 괜찮은 대답이었지만 내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앨리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떨떠름한 얼굴로 더듬더듬 설명했다.

"법은... 이상이 아닐까? 사람들이 서로에게 바라는 모습을 구현한 거지."

"글쎄. 법이라는 게 꼭 시민들의 합의로 만들어진 건 아니니까 말야.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지."

"그럼 네 생각은 뭔데?"

나는 얼음이 다 녹아버린 커피를 한 모금 넘기곤 내 소견을 밝혔다.

"내가 생각하는 법의 본질은 폭력이야."

"포, 폭력?"

"그래. 폭력이라는 게 궁극적인 형태로 가다듬어지면, 결국 법이 되는 거지."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법은 결국 통치와 국가 운영의 도구다.

만약 법률을 어기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집단... 즉, 국가를 적으로 돌리게 된다.

심지어 법은 왠지 모르게 공평하고 합리적이라는 선입견까지 있다.

"국가는 법률을 이용해서 국민들의 자유의지를 짓밟아.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난 곳이 없도록 때려부수는 거지."

이런, 법률을 이용한 제재를 당하면 도저히 저항할 수 없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도망쳐서 숨어살거나, 순순히 형벌을 받거나. 둘 중 하나 뿐이다.

"이 정도로 강력하고 깔끔한 폭력은 달리 없지."

벌금, 통장 압류, 감금, 집단에서의 추방, 심하면 사형까지...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상대의 저항을 꺾고 강제적으로 굴복시키는 폭력!

그것이 법률의 본질이다.

앨리스는 내가 또 엄청난 소리를 해대고 있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그런 그녀의 앞에서 잽싸게 덧붙였다.

"그러니까 더욱 신중하게 휘둘러야 해. 우리가 하는 건 결국 폭력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너무 넓지 않게 적용하는 게 중요해. 저런 것까지 일일이 기소해서 처벌하면 그게 사람 사는 동네겠냐?"

"그... 그렇군요. 죄송해요."

티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뒤늦게 납득했다.

나는 빠른 퇴근을 위해서 나머지 업무를 처리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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