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 허위 사실(2)
* * *
실종 신고자들은 경찰 신고 당시 본인들의 직업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모든 정황이 의심스럽기 그지없다.
나는 즉시 블랑쉬가 보내준 링크로 들어가서 문제의 동영상 채널을 훑어봤다.
아무래도 눈앞의 피의자와 비슷한 느낌의 영상 채널인 듯 했는데...
이쪽은 얼굴을 숨길 수 있는 가면을 썼다.
혹시나 싶어서 피의자에게 물어보자 곧바로 답이 나왔다.
"야, 너 잠깐 이것 좀 봐봐. 혹시 이 사람 알아?"
"예? 아... 김빠슝TV요? 당연히 알죠."
"당연히 알아?"
"네. 이 양반 저랑 같은 사건사고 전문 채널이잖아요."
사실 사건사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전문적으로 일으키는 것 같지만 일단 그건 미뤄두자.
피의자는 설마 싶어서 내게 물었다.
"설마 아들의 실종신고를 넣었다는 게 이 양반입니까?"
"어."
"수, 수사관님! 그럼 이거 허위신고입니다! 이 새끼 지난번에 부계정으로 제 영상에 악플도 단 적 있다구요!"
그제야 대충 감이 잡힌 듯 난리를 쳐대는 피의자.
티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평소에 하고싶었던 말을 해댔다.
"그쪽 채널에 악플 달린 게 한둘이 아닌데 뭘..."
"이건 진짜라니까요? 이거 보세요. 제가 영상까지 만들어서 박제해놓았다구요!"
"자랑이다 진짜."
괴로운 심정으로 피의자의 영상을 하나 감상해보자... 실제로 고발 영상이 하나 올라와있었다.
이건 본인이 직접 당해서 그런지 증거자료까지 첨부해서 제대로 만들어놓았다.
나는 문제가 된 영상과 차원이 다른 만듦새에 살짝 감탄했다.
"제대로 된 영상도 하나 정도는 있었군. 편집도 잘 됐고."
"그, 그렇죠? 제가 이래봬도 편집은 진짜 기가막히게 해서..."
"잠깐 정리해보자. 그러니까, 너는 신고자와 동영상 채널 운영 문제로 다툰 적이 있는 거네? 맞지?"
"그렇습니다."
"이 때는 왜 싸운 거야?"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놈이 부계정으로 제 영상에 악플을 달아놓았다니까요."
"그러니까, 그 악플을 왜 달았냐고? 아무 이유도 없이 단 거야?"
내 질문에 의기양양한 얼굴로 대꾸하는 피의자.
"그건 아니죠. 보시다시피 제 채널이 김빠슝TV보다 훨씬 잘 나가거든요. 시청자층도 엄청나게 겹치구요. 게다가 영상 소재도 우연히 몇 개나 겹쳐서 그쪽에서 앙심을 품고 저지른 것 같습니다."
나는 이쪽 업계가 레드오션이라는 것을 뒤늦게 실감한 나머지 한탄했다.
"하다하다 병신TV들도 영역다툼을 할 줄이야..."
"벼, 병신TV라뇨!"
"맞잖아."
어쨌거나 피의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이번 실종신고 자체가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김군이 죽거나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일단 실종신고를 해두고 나중에 잠깐 가출했던 것으로 처리하면 법적인 문제도 거의 없다.
본인의 경쟁자인 '공뻥이TV'도 묻어버리고, 영상 소재도 얻어내는 일석이조의 작전.
적어도 놈들은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이런... 정태야, 지금 당장 김군을 찾아봐. 던전 근처의 숙박시설을 모두 훑고, 친척집도 찾아보는 거야."
"네, 팀장님."
"숙박시설?"
"그래."
만약 내 시나리오가 사실이라면, 김군은 던전에 들어가지 않고 근처에서 적당히 숨어있을 확률이 높다.
요즘 아파트에는 죄다 CCTV가 있으니까 집으로 데리고 돌아오진 않았을 것이다.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이 자택 정도는 살펴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편의점의 CCTV에 얼굴을 비추게 하고, 며칠 정도 잠적시키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아들에게 그런 짓을..."
"글쎄. 적어도 중딩이 헌팅 나이프 한 자루 달랑 들고 던전에 기어들어갔다는 것보단 훨씬 믿음직하지 않아? 현장 관리가 그 정도로 개판이었을 것 같지도 않고."
시내에 발생한 던전마다 24시간 경비를 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협회 직원이 순찰 정도는 돌아다닌다.
게다가 던전의 앞에는 이번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하여 각종 경고문이 빼곡하게 붙어있는 것이다.
몬스터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곁들여진 경고문의 사진은 과장 좀 보태서 고어물 수준이다.
민간인이 작정하고 기어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럴 마음이 들지 않게 만들어준다.
"그것도 이런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되는 엉터리 영상을 보고 간다니. 말도 안 되지."
"그건 그렇네."
"마, 말씀이 조금 심하... 아니. 아닙니다."
피의자는 우리의 따가운 시선에 아무말도 못하고 찌그러졌다.
실제로 실종자가 발생했든, 발생하지 않았든 이런 영상을 올린 것이 자랑은 아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실종자인 김군은 금방 발견됐다.
김정태와 팀원들이 그를 발견한 곳은 실종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모텔이었다.
미성년자가 숙박을 하기 위해선 부모의 동의서가 필요한데... 실종 신고자들은 아들에게 그것까지 쥐여주곤 모텔에 처박아놓은 것이었다.
"모텔 직원은 부모들이 어디 일하러 갔던 줄 알더군요."
"와, 진짜 환장하겠네. 당장 신고자들 불러와!"
경찰들도 던전에 초점을 맞추느라 그만 놓쳐버린 것 같다.
김군은 몸을 벌벌 떨면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아, 아버지께서 시키는대로 했어요. 영상을 보고, 헌팅 나이프를 사오라고 하셔서 저는 몇 번이나 말렸지만..."
"..."
녀석의 증언에 특수대는 물론이고 유력 용의자였던 공뻥이TV도 아연실색했다.
부모가 직접 실종신고까지 넣은 것으로 봐서, 녀석의 말이 거짓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학생이 학교까지 빼먹고 며칠씩 모텔에 처박혀있어야 했다니.
"학교는 못 갔다고 들었지만, 모텔 직원들은 어떻게 속인 거야?"
"낮에는 근처의 PC방이나 만화방에서 시간을 때웠어요. 학교에 안 가냐고 물으면 휴교라 하고, 매일 가게도 바꿨죠."
부모 측에서 아주 철저하게도 계획해놓은 모양.
뒤늦게 잡혀온 김군의 부모들이 애써 아무것도 모른 체 호들갑을 떨었다.
"우, 우리 애가 어디에 있었습니까?"
"세상에. 무사해서 정말 다행..."
김군은 부모들이 어설프기 짝이 없는 촌극을 펼치는 것을 보곤 눈을 질끈 감았다.
나도 차마 더 이상 보고싶지 않아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헛짓거리 하지말고 앉아!"
"..."
"이미 다 들었어. 도대체 어쩌자고 아들한테 이 따위 일을 시켜? 당신들이 그러고도 부모야?"
잠시 자기들끼리 시선을 교환하던 두 사람은 되레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사실 이번 건은 발각 당시의 리스크도 충분히 고려하고 실행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공뻥이TV때와 달리, 그들에게는 아주 명확한 죄목을 적용할 수 있었다.
"저희가 잘못 착각하고 신고했나 봅니다. 애가 돌아왔으니 이쯤에서 그만..."
"잠깐, 누구 멋대로 그만둬? 당신들 지금 죄 지은 거 몰라?"
"죄... 죄라뇨! 잠시 착각해서 결과적으로 허위신고가 된 것뿐이지, 죄라고 할만한 건..."
"아동학대!"
나는 결국 폭발했다.
그들은 본인들이 아동학대를 저질렀다는 자각조차 없었던 것이다.
아들이 학교까지 빼먹게 시키곤 저토록 당당한 모습이라니.
"경찰이랑 특수대 좆뺑이 치게 만든 것보다 아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하는 거 아냐? 이 새끼들 진짜 글러먹었네. 정태야. 이놈들 당장 구속실로 보내."
"예."
"잠깐! 사과할게요. 사과할테니까..."
김군은 부모님들이 구속실로 끌려가는 동안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만 흘렸다.
나는 그런 김군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 일을 하다보면, 여러가지를 의심하게 되지.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인간관계에 대한 게 가장 의심이 돼."
친구와의 아름다운 우정.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 따위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이 일을 하다보면 그에 대한 확신이 사라진다.
가족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꼭 정답은 아니라고 느껴지면 이 일에 제법 익숙해진 것이다.
"보통 이런 사건에선 피해자의 의향이 가장 중요하지. 내가 보기에 진정한 피해자는 바로 너구나."
"아저씨..."
"너만 괜찮다면, 다른 선택지를 제공해줄 수도 있어. 내 와이프가 운영하는 곳인데, 아주 괜찮은 시설이지. 나도 자주 놀러간다고. 시간을 좀 줄테니까 한 번 천천히 생각해봐."
결국 김군은 장고 끝에 시설행을 결정했다.
제아무리 익숙치 않고 무서운 곳이라도, 폭군이나 다름없는 부모의 밑에서 지내는 것보단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녀석이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다.
"사실 모텔에서 지내는 건 괜찮았어요. 적어도 얻어맞거나 욕을 듣진 않았으니까..."
폭행이 포함된 아동학대.
덕분에 우리의 일이 아주 쉬워졌다.
옆에서 치를 떨던 공뻥이TV는 내가 영상채널을 다시 돌려주자마자 넙죽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수사관님. 근데 혹시 이번 건은 영상으로 만들어서 올려도..."
"정태야, 이 새끼도 구속실에 처넣어."
"아앗, 농담입니다 농담! 저도 자식을 가진 부모인데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너 집에 가자마자 문제될만한 영상 다 내려."
원래는 이놈도 너무 괘씸하게 느껴졌지만...
김군의 부모라는 작자들을 보니까 상대적 선녀효과에 의해서 좀 사람처럼 느껴지게 됐다.
공뻥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열심히 취재를 했다.
"근데 김빠슝TV에 대한 건 해도 되지 않습니까? 저도 일단은 피해자니까요. 김군의 신상명세는 최대한 잘 숨길게요."
"그럼 해당 영상 수익은 모두 프로스트재단에 기부해. 아, 근데 프로스트 재단은 1년에 100만원 이하 소액 기부는 안 받았지?"
"100만원... 그 정도는 충분히 나올 것 같은데요?"
"좋아. 그리고 해당 영상 올리기 전에 검사받아. 너는 검열 좀 받아도 돼."
"아, 알겠습니다. 영상 수익... 좀 아깝지만 내놓죠 뭐. 이번 사건 덕분에 구독자도 많이 생길테고."
"영상 채널이 잠깐 정지됐는데도?"
"저희 채널은 원래 어그로 계열이라서요."
김군을 슬쩍 바라본 그가 무난하게 합의를 마쳤다.
사건의 처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동영상 채널을 보던 티아의 스마트폰을 냉큼 빼앗았다.
티아는 꼬리를 열심히 흔들며 그것을 돌려받으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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