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헌터제(3)
* * *
축제 무대의 뒤편은 굉장히 분주했다.
헌터제의 메인 이벤트인 헌터 인기투표.
그 출전자들은 무대 위에서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받는다.
이번 대회의 우승 후보인 신소이는 그 기회를 아주 훌륭하게 사용했다.
평소보다 훨씬 대담한 의상을 입고, 제법 훌륭한 노래까지 선보였다.
무대의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나는 그녀와 눈이 마주쳐버려서 멋쩍게 인사했다.
"멋지네요. 이제 가수도 하시는 건가요?"
"친구가 도와줬죠."
신소이도 피식 웃으며 내게 인사했다.
친구라면... S대 축제 사건에서 엮였던 미레이인가?
톱급 여배우가 톱급 가수에게 배우다니. 반칙이 따로없다.
실제로 신소이의 다음 차례를 차지한 출전자는 완전히 울상이 되어있었다.
이제부터 어떤 문제를 선보이든, 앞선 무대보단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출전자들은 몰라도 나는 그녀를 탓할 자격이 없었다.
나는 아예 미리 사과를 해두기로 결심했다.
"신소이 씨. 죄송합니다."
"네? 수사관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게... 특수대는 원래 이번 대회에 출전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만약 우승 상품이 다른 물건이었다면, 저희도 그냥 얌전히 구경했을 거에요."
"엣?"
내 말뜻을 가만히 되새기던 신소이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어졌다.
그녀는 뒤늦게 눈치챈 것이다.
나는 이미 우승컵을 맡아놓은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조, 조금 전의 무대를 보고도 그런 말씀을 하신다구요?"
"예... 거듭 죄송하지만 그냥 내년에 우승하시죠."
"?"
신소이는 내가 승부조작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싶어서 무척 혼란스런 표정을 보였으나...
잠시 뒤, 앨리스와 티아가 대기실에서 나오자 곧바로 안색을 바꿨다.
무척 혼란스럽던 무대의 뒤편은 어느새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앨리스와 티아를 위해서 좌우로 우르르 비켜선 스태프들과 참가자들.
티아는 그들의 시선을 즐기듯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나는 앞서 티아의 변신을 목격하곤 헛웃음을 지었으나...
그렇다고 그녀의 우승을 의심한 것은 아니었다.
평소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도도한 얼굴로, 정면만 보며 똑바로 나아가는 티아.
경쟁자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모습은 흡사 여신과 같았다.
신소이는 그녀를 노려보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말도 안 돼. 어디서 저런..."
"와아아아아!"
마침내 무대에 닿은 앨리스와 티아가 광기 어린 함성을 받기 시작했다.
나와 예리엘은 쓰게 웃으며 신소이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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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의 설레발이 무색하도록.
티아와 앨리스가 우승을 차지하는 일은 없었다.
그녀들은 거짓말처럼 투표에서 패배한 것이다.
앨리스의 집계 결과는 2위... 가 아닌 실격!
나는 심사위원단의 설명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저, 죄송하지만 대회에서 매혹 능력은 사용이 금지되어 있어서요..."
"그걸 능력으로 판정하는 건가요."
하긴. 조금 전에 티아가 보여준 기이한 카리스마는 확실히 헌터 능력의 영역이었다.
심사위원단의 판정을 접한 녀석은 완전히 울상이 된 채 울먹였다.
"주인님. 제가 잘못한 거 아니죠? 네에?"
"어, 넌 그냥 입 다물고 있어."
나는 앞으로 신소이를 어떻게 봐야하나 싶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사실 다시 볼 것 같지도 않지만.'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이 무색하도록.
신소이는 우승컵을 받자마자 곧바로 내 앞에 나타났다.
내가 마음껏 비웃으라는 심정으로 눈을 질끈 감고있자 그녀가 자그마한 가면을 하나 내밀었다.
이번 대회의 우승 상품이자 내 목표였던 몬스터 소재, 뇌우조의 가면이었다.
"수사관 님, 가져가세요."
"네에?"
"특수대는 이것 때문에 대회에 참가하셨다면서요? 수사관 님께서 불필요하게 욕심을 내는 사람 같진 않으니... 꼭 필요한 물건이겠죠. 어서 가져가세요."
내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예리엘이 냉큼 그것을 받아들었다.
"감사해요 신소이 씨. 이건 예상 매각 금액에 맞춰서 보상해드릴게요."
"아, 아뇨. 굳이 그러실 필요는..."
"이게 한두푼 하는 물건도 아니고, 저희에게 매각해주시는 편이 훨씬 나아요."
"...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결국 신소이는 예리엘의 제안대로 보상금을 받기로 했다.
우리는 가면을 챙겨서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역시 티아는 별 도움이 안 됐군."
"그, 그럴 수가..."
"아. 지유 씨도 같이 좀 가요. 하룻밤 정도는 괜찮죠?"
"네? 제가요?"
그 때, 난데없이 예리엘의 지명을 받게 된 서지유가 화들짝 놀랐다.
나는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굳이 물어보진 않았다.
예리엘이 쓸데없는 짓을 할만한 성격은 아니니까.
"그냥, 특수대 일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어서 그래요."
"아... 예, 예리엘 씨께서 부르시면 없는 시간이라도 내야죠."
"잘 됐네요."
아직도 시끌벅적한 거리를 지나서 겨우 집에 도착한 우리는 주저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나는 간만에 티아의 방에 들러서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우리집보단 작지만 녀석에겐 너무 편하고 좋은 환경이다.
"음. 일용품이 모자란 것도 없고, 청소도 깨끗이 되어있네."
"앨리스 언니가 잘 봐주셔서 그래요."
"나도 알아."
내가 티아를 보지도 않고 면박을 주자 녀석이 갑자기 묘하게 웃었다.
아까부터 은근슬쩍 시선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한층 성숙해진 티아의 외모는 내게도 제법 잘 먹혔다.
"엇, 주인님. 왜 그러셔요? 아까부터 눈을 못 마주치시는데요?"
"됐으니까 다시 목줄 차자."
"아앗, 좀 아깝지 않아요? 모처럼 완전체가 됐는데!"
"아깝긴 뭐가 아까워?"
"흐흠. 지금이라면 지난번처럼 쉽게 당하진 않는다구요! 아, 물론 꿈 속의 일이지만 말이에요."
"그래?"
나는 애써 시큰둥하게 대꾸하며 녀석을 쳐다봤다.
사실상 애완동물이나 다름없는 녀석에게 발정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좀 아니다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 이미지가 아예 없다.
때마침 예리엘도 여자들만의 시간을 좀 달라며 메세지를 보내왔다.
나는 시간을 좀 때울 겸 티아와 놀아주기로 했다.
"키가 좀 커졌다고 건방진 소리도 할 줄 알게 됐네?"
"엣? 아, 아뇨. 그게... 주인님. 혹시 화나신 건 아니죠?"
"화나? 왜?"
"에헤헤. 그냥 괜히... 아앗!"
홱!
나는 티아가 두르고 있던 겉옷을 순식간에 빼앗았다.
아주 손쉽게 침대에 눕혀진 녀석은 마구 움찔거리면서도 감히 내게 저항하진 못했다.
"어디 한 번 쉽게 당하지 않는지 볼까?"
"아앗..."
곳곳에 슬릿 투성이던 옷도 보기보다 쉽게 벗겨져서 침실 바닥에 버려졌다.
장갑과 스타킹은 놔둔 채, 몸통 부분만 벗겨진 티아는 뽀얀 살결을 드러내게 됐다.
본인 쪽에서 먼저 까불었던 주제에 막상 이렇게 되자 부끄러워진 듯한 녀석.
하지만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나는 녀석의 가슴을 건드리며 피식 웃었다.
"뭐야, 함몰이었어?"
"저도 이럴 줄은... 우웁!"
순식간에 입술을 빼앗긴 티아가 조금이라도 주도권을 잡으려는 듯, 열심히 혀를 놀렸다.
나는 녀석의 혀가 마음대로 움직이도록 놔두곤 아래쪽으로 손을 움직였다.
확실히 몸집은 커진 것 같지만 여긴 어떨까.
여전히 털 한 올 없는 비부로 슬금슬금 비집고 들어가자 티아의 숨소리가 눈에 띄게 가빠졌다.
"후흣, 하앗... 쭈웁♥"
굳게 닫혀있던 입구의 안쪽을 슬쩍 문지르자 순식간에 톡 튀어나오는 음핵.
나는 무척 귀여운 그것을 검지로 꾸욱 눌러줬다.
그러자 부지런히 혀를 움직이던 티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멍해졌다.
"응앗?! 고옥..."
"푸하... 몸집만 좀 커지면 뭐하냐? 어차피 약점은 그대로인데."
"아닛, 그게... 히이익♥"
"자. 여기도 좋아하지? 이렇게 위쪽을 문질러주는 거 좋아하잖아?"
"아웃. 아아앗..."
심지어 속이 좁은 것도 그대로라서 한손으로 손쉽게 농락할 수 있었다.
나는 녀석을 빠르게 절정 직전까지 몰아붙이며 꾸짖었다.
"도대체 뭐가 바뀐 건데? 응? 말 좀 해보라고."
"앗, 아앗♥ 마, 말도 안 돼... 이렇게 당하기만 할 리가... 흐끅♥"
티아가 허리를 마구 들썩이며 절정을 기대하던 것도 잠시.
나는 녀석이 가버리기 직전에 손을 딱 멈춰버렸다.
내게 단단히 짓눌린 티아는 가만히 몸을 떨며 괴로워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읏? 하아, 하아... 주, 주인님?"
"아, 미안. 아직 못 갔어? 이번에는 뭔가 좀 다르다길래 천천히 했지."
"아힛, 그, 그게... 아아아..."
녀석의 성감이 가라앉을 때까지 뜸을 들인 뒤, 다시 손가락을 움직이며 애무.
이번에는 티아도 최대한 무덤덤한 얼굴을 연기했으나...
녀석은 얼굴의 표정도, 몸의 반응도 너무 솔직해서 그것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결국 두 번째로 절정 직전에 멈춰세워진 녀석이 눈물을 머금었다.
"하웃... 주, 주인니임..."
"뭐야. 또 못 갔네? 모처럼 변신했는데 너무 좆밥인 거 아니야?"
"우웁..."
티아는 내게 용서를 구하듯 열심히 혀를 빠는 듯한 키스를 퍼부었으나...
내가 아랑곳 않고 세 번째 절정금지를 시행하자 거의 미칠 지경이 됐다.
침은 물론이고 눈물 콧물까지 줄줄 흘리던 녀석은 간신히 입술을 떼어내곤 애원했다.
"크흑... 왜 이러셔요 주인님... 이러시는 이유가... 오호옥♥"
"그냥 네가 그러는 게 웃겨서."
"히극! 죄, 죄송해요..."
"에이, 죄송하긴 뭐가 죄송해? 계속 간다?"
"히이익... 아녜요. 몸집만 좀 커졌다고 건방 떨어서... 끄혹♥"
결국 티아는 그 뒤로도 한참동안 울부짖다가 겨우 솔직해졌다.
나는 녀석과 함께 웃으며 멋진 추억이 되어줄 사진을 한 장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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