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 서지유(2)
* * *
벽에 몰린 서지유는 뒤늦게 후회하듯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나는 일부러 퇴로를 열어줬으나,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다.
평소부터 한 번 혼내주고 싶다 생각했지만, 설마 이렇게 기회가 올 줄이야.
겁먹은 서지유의 모습을 즐기면서도 한편으론 머리가 아팠다.
"지유 씨, 유부남한테 이러는 거 미안하지도 않아?"
"모, 몰라요..."
"응?"
"저는 모르는 일이니까... 팀장님 마음대로 해주세요."
더 이상 말하기도 쑥쓰럽다는 듯 눈을 질끈 감는 서지유.
그러나 내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자 이내 설명이 뒤따랐다.
"저야 당연히 사모님이 무서우니까..."
"그, 그야 무서울 수밖에 없지."
"그쵸? 그러니까... 팀장님이 저를 억지로 덮치시는 거에요."
"... 내가?"
상상도 못한 시나리오에 입을 쩍 벌리고 있자 서지유가 몸을 배배꼬며 계속 어이없는 소리를 해댔다.
"저는 팀장님보다 훨씬 약하니까, 무슨 짓을 당하든지 저항할 수 없겠죠."
"..."
"나중에 고발하거나 하는 것도 말도 안 되구요. 그냥 팀장님께 마구 따먹힐 수밖에 없는 거에요. 정말 불쌍하죠?"
"아니, 내가 예리엘 놔두고 뭐하러..."
서지유는 시선을 조용히 내려서 내 아래쪽을 바라보는 것으로 대꾸했다.
기껏 목욕가운의 매듭까지 묶어놓았는데, 그곳이 아주 빳빳하게 세워져 있었다.
평소부터 건방졌던 서지유를 좆방망이로 마구 혼내줄 수 있다고 생각하자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된 것이다.
이미 앨리스는 물론이고 티아까지 건드렸는데 이제와서 뭐가 더 두려울까 싶다.
그래도 예리엘을 생각하며 몸을 빼내려던 찰나.
서지유가 내 말에 고개를 푹 숙였다.
본인이 기껏 이렇게까지 했는데, 거절당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한 것 같다.
'이것 참...'
나는 결국 보다못해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앞서 서지유는 순결하지 못한 여자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부담이 적었다.
그냥 하룻밤동안 적당히 즐기면 되는 것이다.
"나도 꽤 만만하게 보였나봐?"
"아앗..."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뒤늦게 서지유의 몸을 눈으로 훑었다.
확실히 나무랄데 없는 미인.
오늘은 평소보다 화장이 옅었지만 그래서 더욱 식욕이 생겼다.
궁지에 몰린 서지유의 몸을 손가락으로 쿡 누르자 기분 좋은 탄력이 돌아왔다.
그녀는 양 손을 뒤로한 채 내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희롱당했다.
손놀림에 조금 심술이 섞인 것은 그녀의 도발이 워낙 얼척없었기 때문이다.
"흐윽."
서지유는 금방 헐떡거리며 들뜬 숨을 토해냈다.
오늘은 하루가 꽤 길었으니 조금 피곤하겠지.
선 채로 농락당하는 그녀의 모습이 불쌍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괘씸죄가 더 크다.
"내 마음대로 하라고 했지? 나한테 무슨 짓을 당하든 저항할 수 없다고..."
"아, 아니 그게... 하웁!"
뒤로 살짝 빼려던 머리를 붙잡곤 입술을 빼앗자 서지유의 눈이 크게 떠졌다.
나는 그대로 몸을 밀어붙여서 그녀를 나와 벽 사이에 가둬버렸다.
그러자 그녀의 볼륨감이 똑똑히 느껴졌다.
평소에 워낙 옷을 다채롭게 잘 입어서 티가 나지 않았지만, 서지유도 상당한 거유였다.
'그렇다고 엉덩이가 작은 것도 아니란 말이지.'
알고 보면 그녀도 예리엘 못지않은 피지컬의 소유자다.
흐뭇한 몸매의 그녀가 움찔움찔 떠는 꼴을 적당히 즐기면서 옷을 한 꺼풀씩 벗겨냈다.
스르륵...
벗겨진 옷들은 마치 번거로운 쓰레기처럼 버려졌다.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멀리 휙 던져버리곤, 주저없이 급소를 공략했다.
처녀도 아닌 것치곤 굉장히 예쁜 색깔.
나는 그 모습에 살짝 당황하면서도 감질맛이 나도록 얕게 괴롭혀줬다.
위아래로 공격받던 서지유는 마구 헐떡거리며 순식간에 조수를 뿜어댔다.
퓨웃...
"앗, 오옷?!"
"뭐야, 좆밥이네? 알몸으로 쫓아내기 전에 혀 제대로 내밀어."
"엣? 흐급..."
질내를 꾹 눌러서 클리를 제대로 노출시키고, 그것을 괴롭혀주는 동시에 혀를 쪽쪽 빨아줬다.
순식간에 선 채로 몇 번이나 가버리는 서지유.
이래서야 남자를 제대로 벗겨먹을 수 있었을까 싶다.
그녀는 마침내 키스가 끝난 틈을 타서 잽싸게 불평했다.
"왜, 왜 이렇게 잘해요?"
"네가 못하는 거 아니야?"
"그런..."
"그럼 이제 꿇어."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서지유가 안정감을 느끼던 것도 잠시.
나는 그녀의 코를 손가락으로 집어서 입을 벌리도록 만들었다.
숨이 막힌 나머지 입을 활짝 벌렸던 그녀는 다음 순간 귀두를 머금게 됐다.
"흐끕?!"
"바둥거리지만 말고 제대로 빨아봐."
갑작스런 요구에 눈으로 격하게 항의하는 서지유였으나...
밑에서 올려다보는 구도라서 그저 가소롭게 보일 뿐이었다.
나는 요령 좋게 그녀의 입안 곳곳을 쑤셔대며 기분 좋게 사용했다.
요동치는 혀를 찍어누른 채 점점 더 깊게 밀고들어가자 서지유의 알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이런 건 익숙하지 않은 거야? 전남친들에게 잘 안 해줬나보네?"
"우웁... 흐옥♥"
점점 더 깊게, 예리엘이 해줬던 각도까지 넘어가자 서지유가 한층 얌전해졌다.
이젠 그저 내 자비를 구하는 것 같은 태도가 됐다.
물론 나는 이 정도로 용서하지 않았다.
"옷, 흐곡, 크흐윽..."
"서지유. 토하면 안 된다?"
"웁?!"
실컷 허리를 흔들어대다가, 깊이 쑤셔박은 채 기분 좋게 사정.
서지유는 밀려드는 액을 뱉어낼 수도 없었다.
그저 천천히, 힘겹게 삼켜낼 뿐.
나는 그녀가 할만큼 한 뒤에야 허리를 뒤로 빼냈다.
흥건하게 젖어있는 좆대가리로 서지유의 얼굴을 탁탁 때려주자 그녀가 기겁했다.
"힉..."
"어떻게 된 게 청소도 제대로 못하네. 하긴, 아직 계속 쓸거니까 상관없나?"
"처, 청소라니... 와앗!"
다음 순간.
침대 위에 널브러진 서지유는 힘겹게 몸을 가누며 뒷걸음질 치려했다.
그런 그녀를 와락 덮쳐서 깔아뭉갠 다음, 주저없이 삽입.
서지유는 입만 뻐끔거리며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다.
"아흑, 히익..."
"유부남에게 꼬리까지 쳐댄 것치곤 너무 약한데?"
"아, 웃... 오곡♥"
그대로 거침없이 밀고들어가며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튕겨대자 그대로 조수를 지려대는 서지유.
그런데, 끈적한 액의 아래에서 뭔가 찝찝한, 예상 외의 감촉이 다가왔다.
나는 붉은색의 액체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어, 피? ... 피가 왜 나와?"
"흐윽, 하앗, 하아..."
뱃속의 압박감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서지유.
내가 황급히 허리를 빼내자 그녀가 뒤늦게 항의했다.
"처, 처음인데 그렇게 다짜고짜 해버리면 어떻게 해요..."
"아니... 지유 씨 처녀였어? 남자들에게 사기도 치고 다녔잖아?"
"제가 사기를 치고 다녔지, 몸을 팔고 다닌 줄 알아요? 남자들은 몸을 내주면 자기 여자가 된 줄 안다구요."
눈물을 머금은 채 항의하는 서지유를 보자 절로 죄책감이 솟았다.
지금까지의 내 거친 행동은 그녀가 경험 많은 여자라고 생각했기에 저지른 것이었다.
이제보니 숫처녀를 정말 가혹하게도 다뤘구나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하면서도 야릇한 생각에 다시 하반신이 꼿꼿하게 서는 것이었다.
"... 그럼 너는 내 여자가 된거네?"
"넷? 아, 그, 그게... 히이익♥"
꾸우욱...
다시 그녀의 안으로 밀고들어간 나는 양손으로 깍지를 꼈다.
아까와 달리 천천히, 호흡에 맞춰서 차근차근 전진하자 서지유의 아랫배가 가쁘게 헐떡이는 것이 보였다.
얼굴은 억울함을 표현할 여유마저 완전히 잃어버려서, 솔직하면서도 꼴사나운 표정이 됐다.
"하앗, 아힉♥ 끄, 끝까지... 들어왔... 아아앗!"
"이제 시작이거든?"
그녀의 위쪽에서 제대로 잡고, 위에서 아래로 푹푹 쑤셔박기 시작하자 눈물도 침도 줄줄 흘려대기 시작했다.
숨쉬는 게 워낙 고달파보여서 귀두가 질구에 걸릴 때까지 쭉 빼냈다가 단숨에 밀어넣는 것을 반복했는데, 그것이 오히려 제대로 먹힌 모양이다.
"이런 개변태 불륜 섹스로 처녀를 떼다니... 좀 미안한데? 네 쪽에서 꼬신 거지만."
"앗, 아아앗♥ 가요, 또 가요옷..."
뷰우웃...
제대로 대꾸할 겨를도 없이 마구 헐떡이다가 다시 한 번 절정.
많이 개운해진 내가 그녀의 위에서 비켜서자 침대 위에 뻗은 채 움찔거리는 서지유의 여체가 훤히 드러났다.
내가 그것을 촬영하는 와중에도 그녀는 저항다운 저항 한 번 하지 못했다.
"이야, 이걸 보여주면 아무도 강간이라곤 못하겠는데?"
"저, 저질..."
"지유 씨, 지금이라도 룸서비스 시킬래?"
"됐거든요!"
서지유는 사죄의 뜻으로 건넨 제안을 주저없이 거절했다가...
불과 5분도 되지 않아서 후회하며 메뉴판을 살펴봤다.
"아, 안주는 피쉬 앤 칩스가 있네요. 저는 이걸로 할게요."
"하필이면 영국 요리를 시켜야겠어?"
"팀장님, 영국 요리는 잘못없어요. 영국 요리사들 잘못이지. 상식적으로, 그냥 감자튀김이랑 생선튀김인데 맛없을 수가 있겠어요?"
"... 그런가?"
나는 의외로 설득력 있는 말에 탄식하면서도 딴지를 걸었다.
"근데 여기서 팀장님이라고 부르니까 갑자기 죄책감이 좀..."
"그, 그럼 뭐라고 불러요? 누구처럼 서방님이라고 해줘요?"
"아냐, 됐다."
"왜요, 괜찮을 것 같은데요 서방님? 서방님... 아앗!"
침대 위를 뒹굴던 우리는 다시 한 번 하나로 이어졌다.
잠시 뒤 룸서비스가 도착하자 나는 그녀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 요리는 죄가 없네."
"그렇죠?"
결국 밤새도록 동료애를 나눈 우리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나갈 준비를 했다.
서지유는 침대 위의 핏자국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으나, 나는 침대보 대신 수건을 깔아놓은 것을 보여주곤 그것을 출장용 가방 안에 쑤셔넣었다.
"됐지? 가자."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우셨어요?"
"다들 물이 많아서."
"다, 다들?"
내가 단어 선택을 잘못했다고 뉘우치던 찰나.
서지유가 객실을 나서려던 나를 붙잡곤 낯뜨거운 소리를 해댔다.
"그... 고마워요. 제가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엔 이제부턴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는데, 요즘은 서방님 덕분에 굉장히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별말씀을. 아무리 형편없는 도구라도 쓰는 사람 나름 아니겠어?"
"에잇..."
나를 열심히 때리던 서지유는 그대로 입술을 맞추더니 난데없이 인사를 건넸다.
이 방을 나가면 다시 팀장과 팀원이란 것이다.
"그럼 다음에 뵐때까지 잘 있어요 서방님."
"일하면서 틈틈이 보면 되지 뭐."
"와, 진짜 나쁘다. 예리엘 프로스트가 이렇게 나쁜 남자한테 걸리다니..."
우리는 키득키득 웃으며 냉큼 로비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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