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은퇴한 1위 헌터의 남편이 됐다-55화 (55/131)

〈 55화 〉 은행강도(1)

* * *

"앗, 아앗♥"

티아와 놀아준지 얼마나 됐을까.

나는 녀석의 비인간적인 스태미너에 속으로 혀를 찼다.

가능하면 오후에라도 출근하고 싶었는데 이미 글렀다.

티아는 실신할 듯 말 듯 하면서 허리를 튕겨대고 있었다.

방 안은 이미 뒷처리가 걱정될 정도로 엉망이었다.

처음부터 욕실에서 했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

나는 티아를 데리고 늦게나마 자리를 옮겼다.

욕실로 이동한 티아는 여전히 발정난 상태였다.

약기운은 제법 빠져나갔을텐데, 정작 본인에게선 아까와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온수 샤워에 부르르 떨리는 몸은 마냥 빈약하다고 하기도 힘들었디.

키가 조금 작을 뿐, 나올 곳은 나와있고 들어갈 곳은 들어가있다.

입만 제대로 다물고 있으면 우아하고 귀족스런 느낌까지 감돈다.

"꼬리 좀 내려봐."

"네헷, 죄송... 흐앗!"

변태 드래곤은 질리지도 않고 조수를 뿜어댔다.

샤워기 물을 마시려는 녀석을 말리고있자 살짝 내민 혀가 내쪽으로 향했다.

몇 시간 동안 주구장창 손장난을 당했던 티아는 애타는 얼굴로 간절히 애원했다.

"쥬인님, 저 키스... 키스읏..."

"안 되거든?"

"히잉..."

손가락을 움찔움찔 조여대며 아쉬워하는 녀석.

나는 장난기가 생겨서 혀를 살짝 내밀어봤다.

그러자 티아가 냉큼 입을 맞춰서 혀를 쪽쪽 빨아대는 것이 아닌가.

"웃..."

"후와앗... 오옥♥"

이제와서 안 된다고 꾸중하자니 주인으로서 위엄이 없어보일까봐 섣불리 떼어내지도 못했다.

내 혀를 무슨 사탕처럼 빨아대는 티아의 혀놀림은 앨리스나 예리엘보다 더 나은 감이 있었다.

"뭐야, 너 처음 아냐?"

"처음인데요? 아앙..."

확실히 아래쪽의 반응은 처녀의 그것이 맞았다.

티아는 내 손가락에 마구 헐떡이다가 더듬더듬 설명했다.

"그, 근데... 주인님께서 주신 스마트폰에, 야한 게 많이 나와서..."

"엑..."

그럼 그거 붙들고 있던 내내 이런 걸 보고 있었던 것인가.

나는 녀석의 꼬리를 찰싹 때리며 꾸중했다.

"이런 음란물 중독 드래곤이..."

"죄송해욧... 호, 혼내주세요. 조금 더 혼내... 흐끅♥"

븃, 뷰우웃!

티아는 이제야 체력이 다 된 듯 손발을 살살 떨어대며 축 늘어졌다.

녀석의 몸을 닦아주고, 다시 침대에 뉘여주던 나는 녀석이 흐리멍텅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것을 발견하곤 흠칫했다.

"주인님... 주인님도... 헤헷."

"되겠냐?"

사실 나도 조금 흥분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 할 수는 없다.

녀석의 이마를 살살 때려서 침몰시킨 나는 방 청소를 대충 마치곤 윗층의 예리엘에게 돌아갔다.

그녀는 본인이 잘못한 것이 있는지라 시선을 살살 피하고 있었다.

"수고하셨어요 서방님."

"그러게. 누가 나한테 말도 없이 못된 짓을 해서 간만에 개고생했네. 내일부터 쟤 얼굴을 어떻게 보라는 거야?"

"으윽..."

예리엘은 살짝 죄스런 얼굴이 됐지만 사실 그녀도 할 말이 없진 않았다.

"그래도 용서해주실 거죠? 지난번에 저녁 식사에 몰래 수면제를 섞어넣었던 사람도 있었으니..."

"!"

그걸 여기서 꺼내드는 건가.

나는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퉁명스레 대꾸했다.

"아, 불만이야?"

"엣? 아, 아뇨. 그런 건 아니..."

"그럼 오늘부터 앨리스네 가서 잘테니까."

겨우 소파에 앉은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예리엘의 몸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황급히 무릎을 꿇은 그녀는 허둥지둥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자, 잘못했어요. 절대 그런 뜻은 아니었으니까..."

티아와 놀아주느라 욕구불만이 되어있던 내 고간을 발견한 예리엘이 주저없이 손을 옮겼다.

그녀가 사타구니를 향해서 허겁지겁 달려드는 꼴은 제법 만족스런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저 때문에 수고시켜서 죄송해요. 지금 바로 풀어드릴게요!"

쪽, 쪼옥♥

그녀가 귀두에 입을 맞추자 그새 조금 진정되었던 아래쪽에서 힘이 불끈 솟아올랐다.

덕분에 용기를 얻게 된 그녀는 더욱 적극적이고 추잡한 키스를 퍼부어댔다.

지난번에 앨리스가 하던 것을 보곤 제법 감명을 받았던 모양.

잔뜩 주눅든 눈으로 내쪽을 올려보는 것도 합격점이었다.

"쭈웁, 쪼오옥... 어, 어떤가요?"

"앨리스랑 비교해서?"

"아앗, 정말..."

"괜찮잖아. 어차피 수면간 같은 거 당하면서 잘만 느껴대는 변태니까."

헌신적인 입봉사를 즐기던 나는 그녀를 벽으로 몰고가서 발 받침대 위에 세웠다.

이런 식으로 선 채로 하는 것은 처음이라 움찔움찔거리는 예리엘.

나는 열심히 이 체위의 장점을 어필했다.

"이게 보기보다 깊게 들어가서 괜찮거든. 지난번에 앨리스도 좋아하더라."

또 앨리스 이야기를 하자 묘한 얼굴을 하는 예리엘.

그녀는 영 탐탁찮은 반응을 보이며 자리를 옮기고 싶어했다.

"그, 그래도 침대에서 하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요?"

"침대에서 하면 자꾸만 도망치니까... 여긴 바로 뒤가 벽이라서 도망을 못 치거든."

"서방님도 참. 제가 언제 도망을 쳤다고..."

"지금 도망치고 있잖아."

"아앗..."

움찔, 움찔...

예리엘의 몸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어느새 차갑고 단단한 벽면에 닿은 그녀는 무척 당황하며 어쩔 줄을 몰랐다.

"티아랑은 안 했으니까 네가 대신 보상해줄거지?"

"어,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서방님께서 원하시는대로..."

"아. 좀 깊게 찔리니까 토하지 않게 조심해."

"엣?!"

나는 예리엘이 화들짝 놀라는 틈을 타서 허리를 밀어넣었다.

애써 여유로운 체 하고 있지만 이런 황당한 농담에도 일일이 놀라는 것이 또 귀엽다.

우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격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아침.

티아는 무척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침 식사에 참여했다.

원래는 따로 먹기로 되어있었지만, 어제와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으로 불러낸 것이다.

나와 앨리스, 그리고 예리엘은 장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결국 아무일도 없었던 체 하기로 결정했다.

티아는 자꾸만 얼굴을 묘하게 붉히다가 결국 평온한 분위기를 깨며 내게 물었다.

"저, 주인님. 어제 제 방에 오시지 않으셨어요?"

"얘는 아침부터 무슨 소리래?"

"티아야, 그거 성희롱이야."

"엑..."

우리가 최대한 태연히 대꾸한 보람이 있는 듯, 녀석은 무척 혼란스런 얼굴로 중얼거렸다.

"꿈... 인가?"

"자, 베이컨 토스트."

"와! 잘 먹겠습니다. 주인님을 근심하게 만드는 다른 머리들도 빨리 죽어버리면 좋을텐데."

베이컨에 계란, 치즈와 야채가 듬뿍 들어간 토스트를 받아든 티아가 도저히 거짓말처럼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내뱉었다.

그러자 앨리스가 옆에서 혀를 찬다.

"너희 사이 진짜 나빴구나?"

"여섯이서 한 몸을 쓰는데 좋을 리가 없잖아요."

"그것도 그렇네."

내가 애써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며 식사를 해치우자 예리엘이 의외의 제안을 건넸다.

"서방님. 오늘 저녁은 외식하는 게 어떨까요?"

"오, 웬일로? 괜찮은 가게라도 있어?"

"전부터 가고 싶었던 가게가 있는데, 마침 예약이 비었다고 연락이 와서요."

"그럼 가야지."

예리엘이 따로 예약을 잡아야하는 정도의 식당이라면 나도 기대가 된다.

나는 약속을 잡곤 훨씬 가벼운 기분으로 사무실로 출근했다.

티아는 여전히 위화감이 남아있는 듯 했으나, 더 이상 무어라 하진 않았다.

사무실의 식구들도 이미 입단속을 당해서 별 말은 없었다.

그대로 무난하게 일과를 마무리하고 저녁 식사로 가는가 싶던 중.

돌연 티아와 앨리스가 굉장히 신경쓰이는 소리를 해댔다.

"음? 갑자기 시끌벅적하네?"

"은행 강도 사건이라..."

"너희들, 근무 중에는 스마트폰 좀 하지마라."

나는 살짝 꾸중을 주면서도 냉큼 몸을 돌렸다.

"그런데 갑자기 웬 은행 강도?"

"지금 인터넷에서 난리야. 아침에 은행에서 돈이 없어졌는데, 아무래도 도둑맞은 것 같대."

"뭐? 총들고 들어와서 돈 내놓으라고 한 게 아냐? 그럼 은행강도가 아니라 그냥 특수절도잖아?"

"특수절도라고 부르는 시점에서 '그냥'은 좀 아니지 않아?"

앨리스가 이상한 곳에서 딴지를 걸며 사건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돈을 잃어버린 곳은 서울 소재의 고조선 은행 본점.

피해액은 약 100억 단위라고 한다.

나는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곤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간 오후 4시 30분.

처음에는 직원들의 횡령을 의심했다지만, 아침에 없어졌다니까 이미 범인들이 잡혔어야 하는 시간이다.

"근데 아직 안 잡혔다고?"

"응."

"... 사무실에 최소 인원만 남기고 다들 나갈 준비해. 이거 우리 사건이다."

"뭐어?"

살짝 당황하면서도 냉큼 일어나는 대원들.

앨리스는 수사용 장비를 챙겨서 나가던 내게 따라붙으며 물었다.

티아는 옆에서 영문도 모른 채 신이 났다.

"은행강도가 왜 우리 사건인데?"

"그야 헌터가 엮여있지 않았다면 진작 잡혔을테니까."

"정말?"

"확실해."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다른 대원들에게도 설명을 해줄 겸 떠들어댔다.

"한국은 은행강도 같은 걸 저지르기엔 최악의 나라야."

"아까는 은행강도가 아니라 특수절도라면서?"

"은행강도라고 부르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니까 그렇게 하자... 너 궁금해서 물어본 거 아니었어?"

앨리스는 그제야 딴지를 멈췄다.

"어쨌든, 지금까지 국내에서 벌어진 은행강도 사건은 피해액이 10억을 넘긴 케이스가 거의 없었어. 그마저도 대부분 2000년대 초반 시절이고."

"근데 이번에는 최소 100억 단위..."

"그래. 그게 본점과 분점의 차이야."

본점이 아니라면 애초에 10억 이상의 현금이 없다.

은행은 대부분의 현금을 본점에서 보관하고, 다른 영업점에는 조금씩 분배하는 식으로 운영을 한다.

따라서 현금의 대부분은 본점에 있지만 그만큼 방비 또한 잘 되어있다.

그런 곳을 터는 것은 헌터 범죄자들에게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분점을 털 수도 없는 것이...

한국에서 은행강도 같은 짓을 저지르면 아예 외국으로 떠버릴 작정을 해야하는데, 인당 2,3억 정도로 평생 숨어서 먹고 살 수 있겠는가?

어느정도 급이 되는 헌터들은 1년만 일해도 그 정도는 번다.

따라서 한국에선 지금껏 은행강도 사건 따윈 일어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대구나 부산 같은 지방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에서 은행강도라니..."

외국에선 헌터들이 엮인 은행강도 사건도 번번히 일어났다곤 하지만...

그쪽 도시들의 인구밀도는 서울 사람들이 보면 코웃음을 칠만한 수준이다.

그래서 한국보단 난이도가 훨씬 낮다.

그런데, 지하 주차장에서 돌연 외출복 차림의 예리엘이 나타나서 우리들의 앞에 끼어들었다.

나는 그제야 저녁 식사 악속을 떠올리곤 속으로 혀를 찼다.

"꼭 지금 가셔야하는 건가요? 아직 수사협조 요청 같은 것도 안 들어왔잖아요?"

"나 같으면 한국에서 은행 강도를 저지른 뒤에 가만히 있진 않겠어. 보나마나 외국으로 튀겠지. 오늘 밤을 넘기면 영영 못 잡는다고 봐야해."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어서 가죠."

예리엘은 아주 자연스럽게 특수대의 차량에 동승했다.

나는 살짝 미안한 기분으로 그녀와 함께 사건 현장으로 출발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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