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 선상 카지노(6)
* * *
선상 카지노의 지배인과 직원들은 인천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체포됐다.
불행한 사고로 배를 잃게 된 것은 아쉽지만, 놈들은 훌륭한 납치 미수범이다.
탈세와 무허가 항해, 도박장 운영도 빼놓을 수 없다.
옆에서 잘 됐다는 듯 웃던 헌터들도 그들과 함께 체포됐다.
"크흐. 이게 바로 정의구현이지."
"그러게 누가 사기도박을..."
"아, 당신들도 체포."
"어엇!"
나는 무척 당황한 그들의 앞에서 뒤늦게 트릭을 공개했다.
사실 이것저것 준비한 것이 많은데, 이 인간들의 도박 솜씨가 너무 허접해서 반절도 못 써먹었다.
"그쪽은 제외니까 나오시고."
"가, 감사합니다 수사관님."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왜 그 놈만 체포를 안 해요?"
"그야 수사에 협조했으니까요."
내가 지목한 것은 나와 마지막까지 테이블에 앉아있었던 2인 중 한 명이었다.
카지노 측 타짜가 아니라 나와 짜고쳤던 타짜.
미리 헌터 전용구역 내부의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 사람의 협조 덕분이었다.
"아니. 그런..."
"설마 전혀 눈치 못 챘던 겁니까? 그래 가지고 무슨 도박을 한다고... 다들 도박은 때려치십쇼."
"..."
침묵에 빠진 헌터들의 앞에서 나머지 트릭들도 속속 공개됐다.
나는 눈에서 콘택트 렌즈를 빼서 그들에게 보여줬다.
"이건 사실 전자기기입니다. 배터리 문제 때문에 5분 정도밖에 쓸 수 없지만 꽤 괜찮은 물건이죠."
"저, 저런 것도 있었어?"
"그 방 안에 카지노에서 설치해놓은 카메라가 있었던 것도 몰랐죠? 제가 왔을 때엔 쫄아서 제대로 못 썼던 것 같지만."
"말도 안 돼! 분명히 반사광으로 확인했는데?"
"그야 안 쓸때엔 덮개로 가려놓으니까요. 요즘 카메라는 화질이 너무 좋아서, 환풍기 같은 곳에 깊숙히 숨겨놓으면 그 정도론 못 잡습니다."
참고로 여차할 때엔 돌입팀에게 명령해서 덮치려고 했다.
덕분에 이기든 지든 무념무상으로 칠 수 있었던 것이다.
헌터들은 크나큰 충격을 받은 얼굴로 연행됐다.
이 정도로 도박에서 손을 떼진 못하겠지만, 작은 교훈 정도는 됐겠지.
나는 돌아가기 전에 자판기에서 콜라를 하나 뽑아서 티아에게 건네줬다.
티아는 그것을 한 모금 마시더니, 스마트폰을 들고 셀카를 찍어댔다.
SNS 같은 것도 못할텐데 아주 신이 났다.
"키하! 성공한 헌터펫 Flex~"
"미치겠다 진짜."
"쟤 팀장님 집에 가기 전에는 어떻게 살았대요?"
"글쎄다. 아, 지유 씨도 도박 개못하더라. 앞으론 손도 대지마."
서지유는 내 말에 고개를 살짝 돌리며 차에 탑승했다.
조수석에 타려던 그녀는 앨리스가 자리를 빼앗는 것을 보곤 아무말도 못하고 물러났다.
이윽고 그림자 속에서 물에 젖은 흔적이 완연한 김정태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서지유는 감히 그 이유를 물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어, 어엇..."
"정태야 수고했다. 사망자 없지?"
"전원 구조된 것 확인했습니다. 연료 탱크도 멀쩡하구요. 인양만 잘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언제나 일처리가 확실하군."
"..."
티아와 김정태의 사이에 끼여서 돌아가게 된 서지유는 한참동안 아무말도 없이 오들오들 떨었다.
예정대로 10시 전에 퇴근한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의외의 소식을 접했다.
"어서오세요. 일은 잘 끝나셨나보네요. 회사 쪽은 그렇지 못한 것 같지만..."
"응? 무슨 일 있어?"
"지난번에 그쪽에서 가져갔던 재료, 오라클에 이식이 실패했다고 해요."
나는 예리엘의 말을 듣곤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번에 회사측에서 가져간 재료라면 그녀와 똑같은 능력을 지닌 레이드 보스의 심장이 아니던가.
블랑쉬가 특별히 요청까지 해서 이번에는 성공할 줄 알았는데, 실패했다니.
사실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월등히 높긴 하지만 꽤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원래 이런 소식은 마스터인 내게 가장 먼저 알려져야 하지만, 서지유가 같이 있어서 예리엘이 먼저 입수한 모양.
블랑쉬는 거실의 TV에서 멋대로 목소리를 냈다.
[훌륭한 재료를 제공해주셨는데, 죄송해요. 이번에는 꼭 맞을 줄 알았단 말이죠...]
"와앗! 주인님! TV가 말을 해요! 저거 무슨 스마트 TV 같은 거에요?"
"티아, 너는 내려가서 얼른 자."
"넵..."
티아를 내려보낸 나는 위로의 말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시도가 실패한 것이 그리 나쁜 것 같진 않다.
왠지 모르겠지만, 블랑쉬가 예리엘과 똑같은 능력을 지니게 된다는 게 조금 불편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차라리 실패해버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
하지만 매튜도 듣고있을테니 여기선 인사치레라도 해줘야한다.
"잘 안 될 때도 있는거지 뭐. 혹시 너는 은연중에 예리엘과 다른 존재가 되고싶었던 것 아닐까?"
[그게 그렇게 되나요? 흐흠.]
"그리고 너 남의 거실에 멋대로 들어오지 마라."
[아, 그건 죄송해요. 이제부터는 마스터의 프라이버시를 좀 더 신경쓸게요.]
묘하게 기뻐하던 블랑쉬는 내 꾸중에 휙 달아나버렸다.
예리엘과 함께 피식 웃은 나는 냉큼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심신양면에서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이상하게도 개운한 느낌으로 맞이한 다음 날 아침.
나는 느긋하게 출근 준비를 마치고 티아를 데리러 갔다.
그런데, 녀석은 숙소 입구에서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원래 멀쩡한 집이였던 것을 숙소로 개조한 것이다 보니 거실과 주방, 침실 등등 있을 것은 다 있는 것이다.
"야, 얼른 안 나오냐? 출근해야지?"
"..."
"늦잠자는 건가? 들어가봐야겠어."
"자, 잠시만요!"
살짝 당황한 눈치의 예리엘을 제치고 침실로 쳐들어가자...
내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솔직히, 티아가 사람을 뜯어먹고 있어도 이토록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 티아?"
"엣? 아핫... 주인, 님..."
찌걱, 찌걱...
침실의 티아는 아직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한 채, 양손으로 열심히 자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방 안에 감도는 달콤한 냄새에 본능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달콤하다곤 해도 과자의 것 같은 향기가 아니라 대뜸 기분이 나빠지는 종류였다.
"뭐야 이거? 무슨 향이지?"
"아, 그거 마시면 안 좋아요."
예리엘이 황급히 환풍기를 작동시키며 말했다.
역시 뭔가 알고있는 눈치였다.
나는 그녀를 데리고 나가서 조용히 물었다.
"당신이 한거야?"
"네. 아무래도 용량이 좀 과했나보네요."
"저게 뭔데?"
"자백제랑 이것저것 섞었어요. 혹시라도 숨기고 있는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티아는 한 번 한국을 침공했던 레이드 보스다.
예리엘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도 결코 과민반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내 동의 없이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은 상당히 기분나빴다.
애초에 티아는 내가 생포한 녀석이다.
예리엘도 그것을 아는지라 죄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서방님이 그리 좋아하실 것 같진 않아서요."
"아, 뭐... 그 정도는 상관없는데 쟤 이제 어떻게 해?"
"일단 약기운을 빼내야겠죠?"
예리엘이 녀석에게 성큼성큼 다가가자 몽롱한 와중에도 기겁하며 흠칫 물러나는 티아.
녀석도 본인에게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다못해 예리엘을 쫓아냈다.
"내가 할게. 오늘 내 휴가 좀 신청해줘."
"아, 알겠어요."
"아... 이걸 어떻게 하지?"
침실 바닥은 이미 탈수가 걱정될 정도로 흥건했다.
일단 약기운을 빼내야하니까, 저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나는 거실에서 물을 한 통 들고와서 녀석에게 넘겨줬다.
안 그래도 목이 말랐던 티아는 알몸을 고스란히 내보인 채 그것을 벌컥벌컥 마셨다.
"후아, 고마워요 주인님. 근데 전 콜라가 더 좋은데..."
"닥치고 마셔."
"네에..."
티아는 그와중에도 자위를 멈추지 못했다.
보아하니 좀 이상한 약이 섞여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녀석의 특이한 체질 때문에 약기운이 좀 다르게 작용했거나...
어쨌거나 손가락으로 비부를 쑤셔대는 녀석은 굉장히 안쓰러워 보였다.
제법 열심히 움직이고 있지만, 손가락도 짧고 요령도 없어서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
미끈한 아랫배가 애처롭게 떨리며 시원찮게 물을 뿜어댄다.
"헤엑, 하아, 하아..."
"..."
"?"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올려보며 침을 뚝뚝 흘려대는 티아.
나는 선심쓰듯 손가락을 세워서 티아의 손을 가볍게 쳐냈다.
그리곤 흠뻑 젖은 비부로 검지를 쑤욱 밀어넣었다.
"아웃!"
"가만히 있어."
"네, 네헷... 오오옷..."
티아는 금방 애달픈 얼굴이 되어서 허리를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앨리스의 것 못지않게 좁고, 꾹꾹 조여대는 속살.
약기운 때문인지 체온은 훨씬 높았다.
녀석은 이내 다리를 활짝 벌린 채 무저항으로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부지런히 움직이던 양손은 침대 위에 노곤하게 늘어져있다.
"앗, 아앙, 거깃... 좋아요오... 헤헷."
그대로 손가락을 조금 깊게 찔러주자 뷰우웃! 하고 기세 좋게 액이 솟아나왔다.
나는 티아의 뱃속을 꾸욱 압박해주며 시원하게 절정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앗, 아힉♥"
"자, 물 더 마시고."
"꿀꺽, 후웃... 아아앗♥"
퓻, 퓨웃!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물을 흩뿌려대는 꽃잎.
나는 내친김에 원래 예리엘의 목적이었던 심문도 조금 정도는 진행하기로 했다.
손가락을 빙금빙글 돌리며 뱃속의 G스팟 주변을 간질여주자 티아의 허리가 금방 붕 떠올랐다.
나는 그것을 다리로 억누르곤 녀석에게 물었다.
"네가 제대로 말을 안 해서 이 모양이잖아. 정말로 다른 머리들의 행방은 모르는 거겠지?"
"네헷, 정말... 정말이에요오... 죄송해요 주인님. 저도 알려드리고 싶은데엣, 흐끅?!"
"그럼 다른 속셈 같은 것도 없고?"
"있을리가 없잖아요오... 주인님, 몬스터 먹어보신 적 있으셔요? 저는 주인님도 지금의 생활도 정말 좋다니까요? 그러니까 조금 전처럼 뱃속 꾹꾹 눌러주시면 정말 고마울... 응호옥♥?!"
뷰우우웃!
원하는대로 뱃속의 스위치를 꾹 눌러주자 시원하게도 액을 뿜어대는 녀석.
움찔움찔 떨리는 두 다리로 강렬한 절정의 여운을 표현하고 있다.
나는 티아의 모습이 불쌍하면서도 재미있어서 계속해서 손가락을 놀려줬다.
뻣뻣하게 펴진 꼬리가 부르르 떨리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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