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 기나긴 하루(6)
* * *
우리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티아는 주저없이 내 등 뒤에 숨었다.
녀석은 이제 놀리고 싶을 마음조차 들지 않을만큼 안쓰럽게 떨고 있었다.
보아하니 예리엘이 어지간히도 두려운 것 같다.
띠링!
이윽고 현관을 통과하자 먼저 도착해있던 예리엘이 우리를 맞이했다.
그녀는 아직까지 펄떡펄떡 뛰고있는, 이상한 모양의 심장을 컨테이너에 담아서 한예진에게 건넸다.
"여기있어요."
"아앗, 감사합니다!"
한예진은 오라클의 부품을 수령하자마자 부리나케 달아났다.
나를 살갑게 환영하던 예리엘의 눈동자가 비로소 티아에게 닿았다.
"너무 고생하셨어요 서방님. 그나저나... 이 아이는 참 오랜만에 보네요."
"멍, 멍멍!"
"티아야. 제발..."
"좋은데요? 그래도 자세가 좀 갖춰져 있네요."
좀 불쌍할 정도로 비굴하게 나온 보람이 없진 않은 듯, 생각보단 호의적인 예리엘의 반응.
하지만 그녀는 티아가 얼굴을 밝히자마자 거리를 좁히며 경고했다.
"만약 허튼 짓 하다 걸리면 지성을 되찾은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지만요."
"히익..."
"아래층에 방을 준비해놓았어요. 당분간 그곳에 수용하죠."
"빠르네. 정말 고마워."
물론 방이라곤 해도 예리엘의 능력이 걸려있어서 탈출 따윈 불가능하다.
나는 일단 앨리스에게 안내를 부탁한 다음 노곤한 몸을 욕실에 던져넣었다.
사태가 제법 길어져서, 몇 시간 뒤면 아침이 된다.
내일은 임시 공휴일이니까 그냥 느긋하게 쉬면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욕실의 문이 멋대로 덜컥 열리는 꼴을 보곤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래도 고개를 돌리지 않은 것은 예리엘의 몸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오늘은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원래 서방님께서 나설 것까진 없었는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상처는 없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
"앗, 걱정해주신 건가요?"
"걱정 정도는 해주지."
그나저나 이 예리엘도 참 괴물이다.
분명 티아마트보다 강하다고 했던 것 같은데 상처 하나 없다니.
애초에 능력이 방어에 특화된데다 호위도 철저하게 받았겠지만 대단한 것은 대단한 것이다.
우리는 따뜻한 목욕물로 피로를 녹이며 아까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근데 똑같은 능력을 가진 상대를 어떻게 잡은 거야?"
"대충 소모전으로 몰고가다가 마지막에 이걸로 잡았죠."
예리엘은 잠깐 벗어놓았던 결혼반지를 집어들며 말했다.
선물받은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실전에서 능숙하게 써먹고 앉았다.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 앨리스는 그린랜턴 같다고 깠지만..."
"그린랜턴 정도면 코믹스에서도 꽤 강한 히어로 아닌가요? 인기도 많구요."
"그렇지? 역시 네가 뭘 좀 안다니까."
예상보다 훨씬 기분 좋게 목욕을 마친 나는 음료를 한 잔 하곤 예리엘의 무릎베개에 몸을 맡겼다.
여러모로 치유가 되는 허벅지를 조금 더 제대로 즐기기 위하여, 나는 기존의 무릎베개에서 자세를 조금 바꿨다.
눈이 천장을 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허벅지 쪽을 보도록 엎어지는 것이다.
"스흡..."
방금 목욕을 마치고 나온 덕분에 한층 산뜻해진 살냄새.
그것을 마음껏 즐기고 있자 현관이 멋대로 열렸다.
그새 티아를 안내해준 앨리스가 호다닥 몸을 씻고 찾아온 것이다.
조금 어색하게 고개를 들자 나를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예리엘이 보였다.
"지난번에 현관 비밀번호 바꾸자고 하셨던 게 누구더라..."
"죄,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어차피 앨리스는 이미 허락했으니까."
그녀가 씁쓸하게 웃는 사이, 앨리스는 난생 처음 보는 옷을 입고왔다.
어두운 색상이지만 실용적인 느낌 따윈 전혀 없다.
속이 비쳐보이는 부분이 워낙 많아서 잠옷의 일종으로 느껴지는 그것은 명백한 놀이용 의상이었다.
"와아... 작정하고 왔네?"
예리엘이 마법소녀라도 된 것 같은 앨리스를 보고 입을 가리며 웃자 본인이 얼굴을 화악 붉혔다.
나는 예상치 못한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런 옷은 또 어디서 난거야? 인터넷 쇼핑?"
"아니. 예전에 무슨 촬영 했는데, 매니저가 들고왔던 의상 시안이야."
"... 그 매니저는 어떻게 됐는데?"
"당연히 잘렸지."
앨리스는 작게 투덜거리듯 말하며 쭈삣쭈삣 다가왔다.
막상 나와 예리엘의 사이에 끼어들려고 하니까 부끄럽고 미안해서 주저하게 되는 모양이다.
아무리 허락을 받았다지만 부인의 앞에서 불륜을 하려면 어지간히도 철면피여야 할 것이다.
그 부인이 평소에 존경했던 선배라면 더더욱!
예리엘은 본인이 먼저 나서기도 좀 그렇다는 듯, 난감하게 웃으며 내게 눈짓했다.
사실 이게 다 내 잘못이니까 어떻게든 수습하는 것이 맞겠지.
나는 고민 끝에 앨리스를 무릎꿇게 만들곤 머리를 끌어당겼다.
"아앗!"
앨리스가 예리엘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얼굴을 붉히던 것도 잠시.
직후, 내 사타구니에 코를 처박게 된 녀석은 눈에 띄게 얌전해졌다.
녀석의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가며 고분고분한 상태가 됐다.
"스흡, 후아..."
어느새 열심히 숨을 들이쉬고 있는 앨리스의 머리를 살짝 떼어내자 원래의 야무진 느낌 따윈 온데간데 없는, 멍청한 얼굴이 보였다.
한껏 잘난 체 하던 녀석의 지능이 실시간으로 박살나는 듯한 모습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았다.
예리엘도 동생 같은 후배의 야한 모습을 보곤 입을 살짝 가렸다.
"와아... 도대체 얼마나 해댄 거에요?"
"그 반대야. 그동안 많이 격조했으니까..."
"후웃, 하아..."
철컥!
그대로 목줄이 채워진 앨리스는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고 귀두를 쪽쪽 빨아대기 시작했다.
사실 이쪽 조교는 별로 진행된 것이 없었는데...
지난번에 대한 감사를 뒤늦게 표현하는 것 같았다.
덕분에 예리엘도 불이 붙어서, 냉큼 내 옆자리에 앉아 키스를 퍼부어댔다.
위로는 예리엘과 입을 맞추고 아래에선 헌신적인 봉사...
사실 3P따윈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어쩌다보니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쪽, 쪼옥..."
"쭈웁..."
음탕하게 혀를 놀려대는 소리를 마음껏 즐기던 나는 앨리스의 입 안에 적당한 사정한 다음, 그녀를 소파 위로 끌어올리며 명령을 내렸다.
"삼키지 마."
"우웃..."
처음에는 표정으로 항의하던 앨리스였으나, 입 안에 머금은 정을 자연스럽게 꼭꼭 씹으며 맛보게 되자 금방 화가 풀렸다.
점점 더 눅진눅진 녹아내리던 그녀는 안 그래도 짧은 옷자락을 들어올리며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나는 그녀의 비부에 손가락을 푹 찔러넣으며 솔직한 감상을 내뱉었다.
"이게 뭐냐, 네가 무슨 마법소녀야?"
"응, 앗... 하앗♥"
"앗. 그럼 제가 변절한 동료 마법소녀 역할인 건가요?"
묘하게 신이 난 예리엘이 키스를 중단하곤 앨리스의 뒤로 돌아가더니, 그녀의 양팔을 꽉 잡아서 구속했다.
이제 보니 본인이 가장 적극적이다.
앨리스는 놀란 나머지 살짝 바둥거리면서도 다리 사이에서 물을 줄줄 흘려댔다.
"하웁, 오옷..."
"근데 앨리스는 어떤 걸 가장 좋아하나요?"
"얘는 몸집이 작아서 금방 끝까지 닿거든? 그래서..."
"응곡?!"
직접 설명하기도 낯뜨거워서 시범을 보여줄 겸, 앨리스의 허리를 붙잡곤 억지로 하강시켰다.
덕분에 나와 마주본 자세로 아래에서부터 꿰뚫리게 된 녀석은 온몸을 파들파들 떨며 액을 줄줄 쏟아냈다.
뱃속이 워낙 비좁은 탓에 별 힘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G스팟 등 성감대가 압박되는, 편리한 섹스 인형이다.
톡, 토옥. 븃븃...
그대로 아랫배에 딱밤을 먹이자 또다시 실금하는 앨리스.
"히익!"
"보다시피 애가 버릇이 좀 없어."
"얼른 싸버리고 교대해요."
꾸욱...
그대로 예리엘이 앨리스의 어깨를 내리누르자 녀석의 가장 안쪽이 꾸욱 압박됐다.
앨리스는 이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가쁘게 헐떡였다.
단정하던 얼굴은 갖가지 액체가 줄줄 흘러서 엉망이 됐다.
"하읏, 고옥...♥"
"느긋하게 하자."
가장 안쪽까지 찔러넣은 상태로,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꼬옥 포옹하는 체위.
앨리스는 고개를 살짝 떨군 채 내가 마음대로 안쪽을 문지르고 쑤셔대도록 놔뒀다.
나름대로 느리게 갔지만, 금방 절정해서 축 늘어지는 여체.
나는 앨리스가 잠깐 쉬도록 놔두곤 예리엘의 팔을 붙잡았다.
"아앗♥"
이번에는 앞에 손가락을 찔러넣은 채 뒤쪽을 공략.
앞선 조교로 무리없이 풀어진 예리엘은 무리 없이 남근을 받아들였다.
전과는 차원이 다른 이물감에, 순식간에 얼굴에서 여유가 사라져갔다.
"자, 잠깐! 너무 갑자기... 아흑!"
"자자, 얼른 일어서."
"네헷... 오옥..."
거실 바닥을 두 발로 디디게 된 예리엘은 삽입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엉덩이만 높게 치켜든 얼빠진 자세가 됐다.
조금 괴롭혀준 것만으로도 힘이 다 빠져나간 주제에 까치발을 세운 모습은 혼자보기 아까울 정도였다.
"옷, 오혹♥"
"제대로 좀 서봐. 쑤시기 불편하잖아."
"죄... 죄송합니다앗, 아앗!"
짜악!
"끄흑?!"
순산형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세게 때리자 안쪽을 움찔움찔 조여대는 예리엘.
나는 손가락을 꾹 눌러서 보짓물을 왕창 쏟아내게 만들어주며 쉬지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네가 앨리스보다 더 추하게 느껴대면 어떻게 해?"
"히익, 아흑? 그, 그치만... 꺅!"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버린 예리엘을 주저없이 깔아뭉갠 채 맹공격.
행위가 대충 끝날 즈음, 거실은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나는 두 여자의 치태를 카메라에 담으며 멋대로 지껄였다.
"이거 뒷계정이라도 만들어볼까? 눈만 가리고 투고한 다음에 좋아요 더 많이 받은 사람한테 상 주는 거야."
"히익..."
"저는 좋아요."
"아, 아니. 방금 건 농담인데..."
덕분에 녹초가 되어버린 우리는 다음 날의 임시공휴일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었다.
티아에겐 아쉽게도, 녀석에게 밥을 줘야한다는 사실을 떠올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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