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예리엘(2)
* * *
철컥.
예리엘은 목덜미에서 느껴지는 차갑고 묵직한 감촉에 눈을 떴다.
잠시 실신했던 그녀는 역전의 헌터답게 차분히 상황을 파악했다.
"이, 이건?"
그녀의 목에 걸린 것은 제법 세련된 디자인의 목줄이었다.
금속제인데다 자물쇠도 달려있어서 맨손으론 도저히 풀어낼 수 없는 물건.
원래는 범죄자들을 체포할 때 쓰려고 주문해놓은 물건이었지만 그녀에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예리엘은 반사적으로 능력을 써봤다가 안 되는 것을 느끼곤 살짝 당황했다.
당연하지만 평범한 목줄이었다면 굳이 채우지도 않았다.
"잠깐만요.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부부끼리 오붓하게 하룻밤 보내는데 먼저 능력을 쓴 게 누구더라?"
"그건 제가 잘못했지만요..."
나는 예리엘의 목줄을 붙잡곤 거실로 이동했다.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인 채 따라온 그녀가 새하얀 나신을 움찔 떨었다.
그나마 좀 폐쇄적인 느낌이었던 침실과 달리, 이쪽은 탁 트여있다보니 부담감이 장난 아니었다.
나는 소파에서 한층 차분히 예리엘의 나체를 감상했다.
살집도 거의 없는 주제에 그마저도 가슴과 엉덩이, 허벅지로 죄다 가버린 반칙적인 몸매.
옷을 입고 있을 때에도 티가 났지만, 홀딱 벗겨놓으니까 참기 힘들 정도로 야했다.
혹시 능력을 써서 관리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까지 살짝 울분이 남아있던 내가 용케도 처지지 않은 가슴을 꽈악 움켜쥐자 예리엘의 나신이 파르르 떨렸다.
"아앗♥"
얼굴은 애써 무표정이지만, 벌써부터 달콤한 신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아까전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
덕분에 나는 더더욱 화가 났다.
예리엘은 거의 처음부터 능력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아까랑 반응이 너무 다르잖아... 이거 완전 사기꾼이네? 체포해줄까?"
"그, 그게... 사실은 이런 걸 견뎌낼 자신이 없어서... 히익!"
나는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내 손장난을 받아들이고 있는 예리엘의 몸은 아까부터 쉴새없이 움찔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정지 능력의 부작용으로 몸이 민감해진 것 같았다.
이래서야 평소부터 능력을 쓰고 있었다고 봐야겠지.
묘한 가학심을 느끼던 내 손이 예리엘의 복부를 미끄러져 내려가자, 반사적으로 맥동하는 팔다리.
그러나 그녀는 내 심기를 거스를까봐 차마 내 손을 쳐내거나 하진 못했다.
보아하니 본인이 잘못한 줄은 아는 모양이다.
"야, 손 깍지 껴서 머리 뒤에 붙여."
"엣... 이건 좀 부끄러운데요..."
"아예 수갑까지 채워줄까?"
얼굴을 화악 붉히면서도 일단 명령에 따르는 예리엘.
그 성녀가 고분고분 따르는 것을 보자 아래쪽에 피가 몰렸다.
딱 좋은 크기의 유두를 빙글빙글 돌리던 나는 결국 그녀의 비부에 손을 갖다댔다.
"사람이 기껏 성의에 응답해줬는데 말야."
"죄, 죄송... 흐윽!"
옆에 앉혀둔 예리엘의 깨끗한 비부를 좌우로 벌리자 촉촉하면서도 예쁜 색의 속살이 훤히 드러났다.
곧게 세운 손가락 하나를 푹 찔러넣자 안쪽에 갇혀있던 꿀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단정하던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망가지고, 두 눈은 빠르게 흐려졌다.
제 딴에는 최대한 참고 있는 것인데도 그런 치태 하나하나가 남자를 유혹한다.
앞서 당한 것이 있어서 그런지 자꾸만 못된 말이 나왔다.
"진짜 야하긴 하네. 이 정도면 나 말고 아무나 괜찮았던 거 아냐?"
"그, 그럴리가요! 잠깐, 거긴 좀..."
븃, 뷰웃!
손장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끈적한 액을 거실에 흩뿌려대는 예리엘.
얌전하게 생겼으면서 막상 시작하니까 깜짝 놀랄만큼 물이 많았다.
나는 그녀를 침실로 도로 데리고가며 주구장창 손가락을 놀렸다.
예리엘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며 쉴새없이 거실을 더렵혔다.
"옷, 오옷♥ 제, 제가 말했잖아요... 이런 거 견뎌낼 자신이... 하앗!"
"네가 야한 게 잘못이지."
"우웃... 아앗♥ 거, 거기 위험해요옷..."
새된 목소리로 정신없이 울부짖던 예리엘은 한참이 걸려서야 겨우 침실에 도달했다.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애액을 줄줄 흘리던 그녀를 꾸짖었다.
"이런 음탕한 몸으로 내 일을 방해했던 거야? 내가 아주 좆으로 보였나봐?"
"아웃♥ 죄송해요, 죄송해욧.... 흐끅!"
예리엘은 언어능력이 퇴화한 것처럼 죄송해요만 반복했다.
우리가 지나온 자리가 선명하게 보일 지경이니... 정말 엄청나게 가버렸다.
그녀를 집요하게 괴롭히던 나는 또다시 침대로 가자마자 입술을 빼앗았다.
아까보다 훨씬 음란하고 끈적한 느낌으로 서로의 혀가 뒤섞였다.
"쭈웁, 휴릅..."
내가 아까보다 흥분한 것도 있지만, 예리엘도 훨씬 적극적이고 솔직해졌다.
정신없이 혀를 섞어대던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를 넘어뜨렸다.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의 예리엘이 움찔움찔 알몸을 떨어대며 나를 올려봤다.
"우웃..."
"아까는 여유롭더니, 지금은 왜 그래?"
"바, 반칙한 주제에 건방떨어서 죄송해요... 그러니까 이제... 아앗."
발기된 양물을 들이밀자 살짝 겁에 질린 예리엘.
내 물건은앞서 그녀가 보여준 치태 덕분에 훨씬 커져있었다.
그대로 좁은 입구를 비집고 들어가자 들뜬 신음이 새어나왔다.
"아아..."
"잘 됐네. 이번에는 능력도 없으니까 제대로 즐길 수 있겠지?"
"그렇... 네요... 저, 서방님. 잠깐... 히익."
천천히 파고드는 이물감에 완전히 얼어붙은 예리엘.
나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못하도록 상하체를 단단히 짓누르며 아주 천천히 허리를 찔러넣었다.
쉴새없이 떨리며 꾹꾹 조여오는 속살의 감촉.
조금 부풀어오른 아랫배를 살살 때리며, 일부러 짓궂게 놀려줬다.
"아까보다 반응이 좋네? 능력 봉인 당한 채 억지로 따먹히는 게 훨씬 취향에 맞았어?"
"아닛, 그게 아니라... 오옥♥ 하으읏..."
예리엘은 벌써부터 눈을 반쯤 뒤집으며 몽롱한 목소리로 겨우 대꾸했다.
나는 그녀를 억지로 깨우며 근사한 몸을 차분히 음미했다.
"뭐야, 여기가 좋아?"
"네헷. 거, 거기... 좋아요옷♥"
"그럼 여기, 입구 위쪽은?"
"아, 아앗♥ 거긴 좀 더..."
퓨웃!
또다시 애액을 지려버리며 약하게 절정하는 예리엘.
그녀의 성감대를 파악하려 했던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야야, 다 좋다고 하면 어떻게 해?"
"헤엑, 헤엑... 하, 하지만 정말로 다... 응히익♥"
"이야. 성녀님 신음소리 진짜 기막히네."
내가 낄낄 웃자 뒤늦게 양손으로 입을 가리는 예리엘.
그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부끄러워했다.
"엣... 벼, 별론가요? 저, 최대한 조용히 할테니까 제발 계속..."
"아니. 다른 사람에게만 안 들려주면 상관없어."
"아앗... 아아앗♥"
묘하게 안도하는 예리엘의 안쪽으로 점점 더 비집고 들어가자 반응도 점점 더 강해졌다.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했던 헌터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자 내 것도 더욱 불끈거렸다.
우리는 연결을 유지한 채 다시 혀를 섞어댔다.
"후웁. 쭈우웁..."
"팬들이 보면 기절하겠네. 인터넷에 당신 딥페이크 영상이랑 사진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그, 그러는 서방님은 맨날 여자 헌터들 겁탈하는 역할이면서..."
"엑? 정말로?"
"그야 달리 상대역으로 나올만한 사람이 없으니까... 조금만 찾아보면 저랑 하는 것도 나올 걸요?"
하긴.
S랭크 여성 헌터들을 이길 수 있는 무법자가 달리 거의 없는 것은 맞다.
그린 더스트는 얼굴도 알려져 있지 않으니 마음대로 써먹기도 좋다.
그 사이, 차근차근 전진하던 나는 마침내 그녀의 가장 안쪽에 닿았다.
예리엘은 전보다 더욱 성대하게 물을 흩뿌리며 허리를 튕겼다.
"아아아앗!"
"여기가 제일 좋아?"
"네헷, 거기가 제일... 오옷♥"
"성녀님의 약점이 포르치오였다니. 상상도 못했네."
수치심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예리엘의 얼굴이 황홀경으로 물드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가장 안쪽을 집요하게 문질러주자 턱이 위로 치솟았다.
도저히 보여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듯, 내쪽을 피하는 얼굴.
나는 그것을 억지로 붙잡아서 구경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단정했던 예리엘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 침으로 엉망이 되어있었다.
헤벌쭉하게 망가진 얼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예뻐서 나만 볼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특권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직까지 촬영중이던 카메라를 들이대며 흥을 돋궜다.
"예리엘, 이쪽 제대로 봐야지?"
"아, 안 돼욧... 찍지 마세요오♥"
"그러지 말고 몇 마디 해봐. 아까는 잘만 했잖아? 자, 팬들에게 한다고 생각하고..."
"그흑♥ 이, 이런... 심술궂은 남자에게 져버려서 죄송합니다앗... 저, 능숙하고 센 척 했는데 사실은 허접이란 거 완전히 들켜버려서... 오오옷."
평소의 예리엘 답지않게 본심이 가득 담긴 멘트에 나도 그만 흥분해버렸다.
나는 그녀의 안쪽을 힘차게 쑤셔대다가 머지않아 사정했다.
그 뒤로도 한참동안 한 덩어리가 되어서 굴러다니던 우리는 해가 중천에 뜬 뒤에야 겨우 눈을 떴다.
헌터들 특유의 체력을 감안하면 기가 막힌 일이었다.
예리엘과 처음으로 같은 침대에서 아침을 맞이하게 된 나는 그녀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했다.
"앞으로 나랑 단둘이 있을때엔 그 목줄 차고 다녀. 싫으면 하지말고."
"... 좋아요. 이제부터는 침실도 같이 쓸까요?"
"아니."
칼 같은 대답에 살짝 시무룩해진 예리엘의 모습.
나는 그녀가 실망할까봐 잽싸게 덧붙였다.
"내 방에는 취급 주의 품목이 많아서 합방은 좀... 잠은 같이 자자."
"알겠어요."
"... 그리고 같이 있을때엔 옷자락이 무릎 위로 오는 옷만 입어주면 좋겠어. 그 허벅지를 가리는 건 너무 잔인해."
"저 원래부터 그렇게 하고 있었는데요?"
"아, 그랬나?"
잘 생각해보니까 그게 맞는 것 같다.
내가 냉큼 거실을 청소하려고 일어나자 예리엘이 나를 붙잡고 다시 넘어뜨렸다.
"나 청소해야 하는데..."
"어차피 늦었어요. 소파는 몰라도 카펫은 새로 바꿔야 할걸요?"
"그, 그런가... 미안해."
"괜찮아요. 그거 원래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요."
우리는 피식 웃으며 다시 몸을 겹쳤다.
기쁘게도 주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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