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1화 〉 티나(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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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젤가와 티나가 노닥거리는 사이, 소피아는 기레스와의 섹스로 절정을 맞이했다.
"응흐으읏...! 하아앙~"
마치 과시라도 하듯 보란듯이 방문을 향해 새하얀 가랑이를 활짝 벌린 채로 소피아는 절정의 쾌락과 환희로 몸을 떨며 자지러졌다.
지금껏 젤가 몰래 기레스와 정사를 즐긴 적은 많았지만, 아무리 방음 마법을 사용했다고 해도 이렇게 젤가의 코앞에서 거리낌 없이 대놓고 정사를 계속한 적은 소피아로서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하아.. 으응.."
방 밖에선 아직도 젤가와 티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지만, 소피아는 발가벗은 나신을 수습할 생각도 않고 살포시 기레스에게 몸을 기대 안겨 속살을 비비며 꽁냥거렸다.
금방이라도 기레스의 방문을 두드리며 젤가가 자신을 찾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스릴감은 소피아에겐 너무나도 감미로운 흥분의 소재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나저나..'
젤가와 티나가 아랫층으로 내려가자 소피아는 넌지시 기레스에게 물었다.
"기레스, 티나랑 뭔 일 있었어?"
"아.. 사실 말하려고 했었는데.."
기레스는 소피아에게 자리를 비운 동안 티나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주었다.
"흐음... 티나는 도둑고양이 같은 기질이 있네."
"확실히... 티나녀석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영악하긴 하지. 나도 그녀석이 그렇게 대담하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
그렇게 어딘지 티나를 인정하는 듯한 기레스의 말에 소피아는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클로에도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소피아의 성격은 수동적인 타입이다. 자신의 그런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소피아는 티나의 능동적인 기질에 질투심을 느낀 것이다.
"응흣?"
"뭘 그렇게 뚱한 얼굴 하고 있어?"
"아니.. 티나 성격이 좀 부럽다 싶어서.."
"어거지로 이런 물건까지 가져 왔으면서 쓸데없는 곳에서 소심하다니까... 티나가 그러더라? 소고기는 소고기의 맛이 있고 돼지고기는 돼지고기의 맛이 있다고?"
"!? 티나는 혹시 다른 사귀고 있는 남자라도 있는거야?"
깜짝 소피아는 화색이 도는 얼굴로 기레스에게 물었다.
"응?"
'아아.. 대화의 흐름상 그렇게 착각한건가.. 그나저나 티나한테 남자가 있을수도 있다는 사실에 저렇게 좋아하다니..'
소피아나 티나를 소고기나 돼지고기의 맛에 비유한 까닭에 소피아가 착각했다는 것을 눈치챈 기레스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게나 요염하고, 음탕함에 몸과 마음이 절여졌으면서도, 이따금씩 시골처녀보다 더 순박한 소피아의 모습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티나에게 다른 남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역시 기레스에겐 나밖에 없어' 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좋아라 하는 소피아의 모습은 그야말로 모전녀전이 아닐 수 없었다.
"그건 잘 모르겠지만.. 아마 아니지 않을까? 저 말은 애무는 애무의 맛이 있고 섹스는 섹스의 맛이 있다고 따질때 쓴거라.."
"아... 그래? 그거 재밌었겠네.."
듣자마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단번에 짐작한 소피아는 뭔가 축 늘어진 듯한 기운이 풀풀 풍기는 말투로 답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2주도 넘는 시간동안 얼마나 끈적하고 질펀하게 놀았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감질맛이 나서 몸이 달아 오르고 부러움에 안달이 나버리는 소피아였다.
"아앙, 으흣♥"
성기 안으로 비집고 들어온 기레스의 음란한 손가락이 민감한 부분을 진득하니 훑어 내리자, 소피아의 칙칙한 질투심은 단번에 날아가 버렸다.
"뭘 남의 일인 것처럼 떠들고 있어? 이제부터는 티나를 이용해서 너도 그렇게 즐길 수 있을텐데."
'티나를 이용해서'라는 기레스의 말이 어찌나 마음에 꽃히는지 소피아는 입가에 흐드러지는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아아... 응!"
"하아.. 아아.. 츄흡."
얼마나 즐겼을까, 연이은 절정으로 몸과 마음이 흐물흐물해진 소피아는 애틋한 시선으로 기레스에게 입을 맞추었다.
"후우..."
시간은 자정에 가까운 시간, 아무리 기레스에게 선물에 대한 설명을 한다는 명분이 있다고 해도 슬슬 내려가지 않으면 안되는 때가 되어 버렸다.
"그럼 기레스.. 이만 가볼게."
몸은 머릿 속을 태워 버릴 정도의 절정에 탈진해버릴 정도로 만족한지 오래였음에도 소피아는 어딘지 아쉽다는 듯한 기색을 풍기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딱히 애무나 섹스를 받지 않아도 좋으니, 한창 때의 티나처럼 이 나른한 몸을 기레스에게 기대어 푹 자고 싶은 생각이 치밀어 오른 것이다.
"다음에는 말야."
"어?"
"젤가한테 수면제라도 먹이고 즐겨 보는 건 어때? 지금까지는 티나를 공략한다고 못하긴 했는데.. 이제는 티나도 이용할 수 있겠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
"아.."
듣는 것만으로도 아랫도리가 찌르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간절히 바라는 것을 핀포인트로 파고드는 기레스의 말에 소피아는 아쉬움을 싹 날려 버리는 행복을 느끼며 말했다.
"응♥ 잘자. 기레스. 기술, 언제든 좋으니까 생각이 끝나면 말해줘."
그렇게 사랑스럽기 짝이 없는 미소를 보이곤 소피아는 사뿐한 걸음으로 기레스의 방을 나갔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다소 주책으로 느껴져도 시원찮을 질투심도 소피아 같은 눈이 돌아갈 정도의 미녀가 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소피아가 나가고 몇차례 사정으로 인해 머릿속이 맑아진 기레스는 침대에 누워 생각을 정리했다.
'여긴 정말 별 신기한 게 다 있단 말야..'
기레스는 마핵을 요리조리 돌려보다가, 힘을 불어 넣어 보았다. 몸이 가벼워 지는 것을 느끼며 기레스는 냉소하면서 생각했다.
'이런 게 있으면 나같은 병신들도 강해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반대겠지..'
자신같은 열등한 불한당은 애초에 이런 물건을 구경조차 못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을 기레스는 잘 알고 있었다.
일견 이런 보물들을 얻을 수만 있다면 병신에게도 희망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실제로는 부익부 빈익빈으로 강한 사람들만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설사 요행으로 이런 보물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기레스 같이 올바른 방식으로 이를 악 물고 수 년간 단련한 사람조차도 하일즈 하나 넘지 못한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낙오자들은 이런 보물을 얻는다 해도 더 강한 사람에게 빼앗기기만 할 게 뻔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좋아.'
어설프게 물건으로 가지고 있는 것 보다 자신의 몸에 기술로 남기는 편이 기레스에겐 확실히 형편이 좋았다.
'그나저나 기술인가..'
아마 무엇을 말하든 소피아의 손이 닿으면 신기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고, 정 아니다 싶으면 소피아가 나서서 수정을 해주겠지만, 그렇다고 고민이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너무 얼빠진 것을 말해 버리면 조교하는 사람으로서 위엄이 안 서기도 하고 말이지.'
물론 소피아라면 그런 허당 같은 부분도 좋아라 할거란 생각은 들었지만 기레스는 가급적 본인이 제대로 된 답을 내고 싶었다.
'소피아가 말해준 것을 생각해 보면, 신체 스펙을 필요로 하는 기술보다는 스펙 없이도 얼마든지 효율을 낼 수 있는 분야를 가르쳐 달라고 하는 게 좋은 느낌이었지..'
기레스는 소피아가 자신에게 반 강제적으로 주입한 기술을 떠올렸다.
힘이 있어서 나쁠 건 없지만, 소피아가 몸에 새겨준 기술은 힘과는 별개의 기술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가끔 클로에와 대련할 때 느끼는 감각을 떠올리면 오히려 없어서 득을 보는 부분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애초에 기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싶기도 할 정도니까.. 다소 추상적인 기술이라도 소피아한테 부탁하면 대부분은 익혀줄 수 있겠지..'
클로에의 입에서 '재능'이라고 말할 정도의 육감과도 같은 기술, 아니 감각마저 몸에 주입해버린 소피아를 떠올리면 마치 신앙이나 진리처럼 당연하게 처리해 줄 것만 같은 신뢰가 생겨버린다.
'일단 소피아의 기술을 기준으로 생각해 볼까?'
무슨 기술이라도 가르쳐 주겠다고 했지만, 어떤 기술이 좋은지 기레스는 당연히 알지 못했기에 기레스는 소피아의 기술을 견본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
'젤가의 기술이나, 저 공기탄이라고 해야되나.. 벽을 파버린 기술이나 어디까지나 단순히 공격에 불과한 거에 비해 소피아가 가르쳐 준 건 범용성이 굉장히 높지? 아무래도 범용성을 위주로 생각해 두는 게 좋겠어.'
눈을 감아도, 불시의 기습이어도, 인식하지 못한 위협에도, 자신보다 월등히 강한 상대 앞에서도,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은 곰곰히 곱씹어 보면 대단한 것이다.
'아마 자신이 없어도 어딘가에서 내가 당하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었겠지.. 소피아 답다면 다운데... 음?'
거기까지 생각한 기레스는 앞으로 소피아가 없는 환경에 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으으음...."
지금까지는 온갖가지 상황을 힘과 권력을 가진 소피아만 이용했다 하면 대부분 손쉽게 풀어낼 수 있었지만, 앞으로도 소피아가 자신의 곁에 달라붙어 있으리란 보장은 없는 것이다.
'애초에 지금도 소피아가 계속 붙어 있는 건 아니니까..'
이번 출장 같은 일도 있겠다, 리움 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되든, 입학하지 못하든, 소피아와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생각해 보면.. 비단 소피아만의 문제는 아니지.'
클로에나 티나도, 반드시 기레스와 함께 다니기만 한다는 보장은 없다. 당연하지만 상대적으로 책임에서 자유로운 지금조차도 소피아는 물론이거니와 클로에와 티나와 항상 같이 있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닌 것이다.
'소피아나 클로에.. 티나와 떨어져도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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