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229화 (229/238)

〈 229화 〉 티나(121)

* * *

"음? 더 이야기 할 게 있다고?"

"사실, 이 마궁의 핵은 일반적인 마석들처럼 소모품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소모품?"

기레스의 반문에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기본적으로 마핵은 방금 말했던 것처럼 원래는 반영구적인 물건이지만, 농축된 마력을 소모해서 사용하게 되면 특별하거나 훨씬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거든."

"강력한 효과라..."

기레스는 흘끗 소피아의 표정을 살폈다. 소피아는 실실 입가에 미소를 두르고 어딘지 이후의 기대를 머금고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좋아할 만큼 대단한 효과가 나긴 하는 모양이네.. 그런데 얼마나 강해지는지는 몰라도 일시적이면 애매하지 않나? 오히려 사용하기 아깝기만 할 거 같은 느낌인데..'

자신이 사용하면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라지만, 기레스도 소피아가 주려는 마궁의 핵이라는 물건이 얼마만큼이나 가치 있는 보물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소모품으로 쓰고 버릴 수가 없는 물건인 것이다.

'일단 물어보기나 할까..?'

"그래서? 소모품으로 사용하게 되면 얼마나 강해지는데? 내가 사용해도 하일즈나 클로에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

"응? 아냐. 아냐. 그런 마핵도 있긴 하지만, 이건 강력한 효과가 아니라 특별한 효과 쪽이거든."

'특별한 효과? 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도 하긴 했던가?'

"어차피 기레스는 특별한 목적이 없으면 일시적으로 얼마나 강해지든 큰 의미 없다고 생각할 거 아냐?"

소피아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무엇이라도 소모품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필요하지 않다면 극단적으로 쓸데없는 낭비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기레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잘 알고 있구만. 그럼 이건 소모품으로 사용하면 어떻게 되는데? 무슨 효과가 나는지도 알 수 있는거야?"

"마석은 감정해 볼 수 있거든. 마궁을 공략하고 마핵을 얻자마자, 기레스가 생각나서 감정해 봤는데 재밌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지 뭐야."

은근히 싱글벙글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소피아의 태도에 기레스도 기대심이 치솟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슨 효과?"

"이 마핵은 가지고 있으면 신체 전반적인 능력을 향상시키잖아?"

기레스는 방금 전 힘이 넘쳐 흘렀던 경험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체능력을 향상시키는 마석답다고 해야되나? 소모해서 사용하게 되면 타인의 감각을 이해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더라구."

"감각을 이해해?"

"음... 감각이라고 하면 애매한가? 쉽게 풀어서 비유해 보자면 타인이 사용하는 기술 같은 게 있다면 그 기술을 사용하는 감각을 이해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거야."

"음?"

소피아의 말에 기레스의 눈이 번쩍 뜨였다.

"하일즈나 티나가 쓰던 젤가의 기술 같은 거 말야?"

"음... 그딴 거에 쓰기는 아깝지만.. 뜻은 맞아."

하필이면 젤가의 기술로 예시를 든 것에, 소피아는 입을 삐죽거리며 살짝 뾰류퉁한 표정을 지었다.

"오오.. 진짜? 그럼 무슨 기술이든 익힐 수 있는거야?"

"아쉽게도 만능은 아냐. 일단 어디까지나 타인의 감각을 이해해서 사용한다는 개념이니까, 기술을 익히고 싶다면 기술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신체능력이 필요한 기술들은 신체능력이 떨어지면 이해 했다고 해도 사용할 수 없어."

"신체능력이 떨어지면 이해해도 사용할 수 없다고..?"

기술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필요한 거야 소피아가 있으니 문제가 없다고 해도, 신체능력이 떨어지면 이해해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열등한 기레스에게는 쉽게 넘길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응.. 가령 이런 거.."

소피아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방의 벽을 향해 손가락을 퉁겼다.

[풍]

'으익..'

큰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기레스는 벽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벽에 작은 구멍으로 패인 흠이 생겨 버린 것이다.

허공에 손가락을 퉁기는데 벽이 패이는 것도 기겁할 일이지만, 저런 짓을 했는데도 소음기라도 단 것처럼 소리가 나지 않는 것도 놀랍기 짝이 없었다.

"이런 건 기레스가 마핵을 사용해서 익히더라도 나처럼 사용할 수가 없어. 감각적으로 요령은 알아도 기술로 성립될 정도의 위력이 나오지 않는거야."

'꼴을 보아하니까 작정하고 쐈으면 구멍을 뚫고도 남았겠는데?'

문외한인 기레스가 봐도 보여주기용으로 흠집만 냈다는 느낌이 팍팍 드는 기술이었다.

'과연... 저런 기술을 쓸 수 있는데 마법 따위가 뭔 필요가 있겠어..'

면역마법만 배우고 전쟁터에 나가 영웅 취급을 받을 정도로 전공을 세웠다는 말을 딱히 의심한 건 아니지만, 수두룩한 마법을 놔두고 면역마법 같은 소소해 보이는 마법으로 전쟁터에서 어떻게 활약했을까 싶은 기레스의 의문은 소피아의 신기를 보고 머릿 속에서 싹 지워져 버렸다.

'마법은 안 통하고, 소피아만한 사람이 많을리도 없으니까 백병전으로도 상대하기 힘들텐데 저런 기술로 대가리를 하나하나 터트리고 다니면..'

기술이 저것만 있는 것도 아닐텐데 저것 하나만으로도 상상해보면 그야말로 전쟁병기가 아닐 수 없었다.

말이 기술이지, 사실상 마법이라 해도 이상할 게 전혀 없어 보이는 것이다.

'..... 알고는 있었지만, 소피아 조교... 조금만 잘못했으면..'

"휴우.."

어차피 저런 기술이 아니어도 기레스 따위를 죽이는 일은 소피아는 물론이고, 클로에나 티나에게 일도 아니었지만 저런 말도 안되는 기술을 눈앞에서 보니 새삼스럽게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오는 기레스였다.

"기레스?"

"어? 어.. 그러니까 그런 기술은 나는 배울 수 없다는 거지? 좀 아쉽네.."

"으...... 하지만 이런 건, 겉만 번지르르하지 기레스한테 가르쳐 준 기술에 비하면 별 것도 아냐. 봐.."

"응?"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피아는 기레스를 향해 손가락을 모아 겨냥하고 여러 발 퉁겼다. 서로 마주하고 있는 바로 앞, 지근거리였지만 기레스는 침대 위에서 몸을 비틀면서 소피아의 보이지도 않는 공격을 요리조리 잘도 피하고 흘려 넘겼다.

"우왁! 시발 뭐하는거야!"

"아니.. 기레스가 너무 아쉬워 하는거 같길래.. 기레스 네가 지금 익히고 있는 기술이 이런 것보다 훨씬 대단한 거라고 알려주고 싶어서.. 경고하고 쏘면 의미가 없잖아?"

'한숨은 아쉬워서 쉰 게 아닌데... 소피아 녀석 가끔 뜬금없이 폭주한단 말야.. 그래도 대단하긴 했다.'

작정하고 쏜 것은 아니라지만, 소피아는 분명히 맞출 생각으로 기레스를 향해 쏘아 날렸다.

처음 봤을때는 먼 곳에 있어도 피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보이지 않는 공격을, 무려 소피아가 기습했음에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대응한 자신에게 기레스는 기분 좋게 놀라고 있었다.

'확실히 소피아가 가르쳐 준 기술.. 자부심을 가질만은 하다니까.. 처음엔 좀 수수한 방어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젤가의 기술은 확실히 따위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소피아가 몸에 새겨준 기술은 대단하다고 기레스는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힘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기술의 감각은 익힐 수 있다 이거지?"

"응."

소피아가 기레스의 몸에 강제적으로 주입해 준 기술은 이제는 기레스 본인도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대단하지만, 딱히 힘을 필요로 하는 기술은 아닌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걸 사용해서 배울 수 있는 기술은 하나 뿐인거야?"

"용량에 따라 달라. 말했지? 이 안에 농축된 마력을 사용하는거라고. 정확하게 계산해보지는 못했지만 못해도 하나 이상을 익히는 건 가능할 거야."

"혹시 따로 추천해 주고 싶다거나 한 기술 같은 건 없어?"

"음... 내가 추천해 주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이번에는 기레스가 필요로 하는 게 있으면 그걸 극한으로 연마해서 가르쳐 주고 싶은데... 기레스가 어떤 걸 배우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방향성도 궁금하고.."

'오.. 그렇게 스스로 연마해서 전달해 줄 수도 있는건가? 좋은데.. 뭘 가르쳐 달라고 하지..'

기레스가 특유의 실실 쪼개는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좋아라 하자, 소피아는 만족스럽다는 듯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정말로 마음에 든 모양이네........ ........'

여자를 함락시켰을 때나 지어 보이는 기레스의 만족스러워 하는 표정에 소피아의 포근한 미소는 천천히 음탕하게 물들어 갔다.

2주라는 시간동안 기레스의 얼굴 하나 보지 못하고, 젤가와 함께 마궁을 뺑이 치면서 소피아의 성욕은 쌓일대로 쌓인 상태였다.

마궁의 핵을 가지고 기레스에게 돌아가 귀여움을 받고 싶다는 일념으로 지금껏 꾸역꾸역 눌러 참고 있었던 성욕은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기레스의 모습에 그대로 봇물 터지듯 흘러 넘쳐 버렸다.

'하아... 아읏... 기레스...'

소피아는 입술을 오믈거리며 한차례 가늘게 몸을 떨고는 천천히 기레스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 기레스.. 선물은... 마음에 들어..?"

"응?"

방금과는 다른 교태스럽기 짝이 없는 소피아의 목소리에 기레스는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꿀이 떨어질 듯한 음탕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치맛자락을 슬그머니 올리고는 요망하게 미소짓고 서 있는 소피아가 보인다.

기레스의 눈 앞에 아슬아슬하게 들춰진 치맛 속에는 속옷은 없이, 꿀물을 흘리며 반들거리는 음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름다운 다리를 따라 흘러 내리는 애액은 보는 것만으로도 소피아가 얼마나 발정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마, 마음에 들면...."

얼마나 기대 했는지 소피아는 입술을 떨면서 말을 더듬었다.

"포... 포상을... 히야앙~♥"

촌스러운 대답보다 더 듣고 싶었던 기레스의 쫄깃한 혀가 민감한 성감대를 빨아 올리자, 소피아는 혼절해 버릴 것만 같은 아찔한 쾌락에 몸부림 치면서 쓰러지듯 기레스와 몸을 포겠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