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9화 〉 티나(111)
* * *
클로에에게 있어 유페르 가문에서 지내는 시간은 달콤해도 너무나 달콤했다.
하지만 달콤하면 할수록 그 끝은 더욱 쓰디쓴 법.
유페르 가문에서 지내는 시간이 하루 하루 지날 때마다, 행복한 일상과는 별개로 끝이 다가온다는 사실에 클로에의 마음은 서서히 곪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오빠를 수면제로 재우고......"
허구한 날, 자신은 상상도 못할 변태의 화신 같은 티나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럽다는 생각보다는 부러움에 이성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변태같은 행위를 좋아라 하고 자랑하는 티나를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저렇게 되어 보고 싶다는 파멸적인 생각에 목구멍이 근질 거린다.
아마 이렇게 티나에게 듣지 못했다면 평생 알지 못했을 이야기, 타인에게라면 설사 들었어도 절대 하지 않았을 변태같은 행위에 몸은 물론 마음도 홀딱 홀려버린지 오래다.
자신이 나가고 나면 티나는 이 집에서 기레스와 '달콤한' 변태행위를 질탕스럽게 즐길 것을 생각하면 속이 달아올라, 그 고지식하게 똘똘 뭉쳐있던 클로에의 이성의 실타래는 흐물흐물 풀어 늘어져 버렸다.
일상 생활 속에서 기레스와 어울리는 건 뭐든지 즐겁다.
방에서 이성을 내던지고 짐승처럼 끈적하게 즐기는 것도, 스쳐 지나가면서 한차례 쫄깃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도, 그냥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면서 이따금씩 야한 장난을 쳐대는 것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지려버릴 정도로 좋지만, 곧 이 방탕한 생활이 끝날거라는 아쉬움과 질투심에 마음이 좀먹혀 버린 클로에는 그 이상을 원하고 있었다.
좀 더 질척하게,
저 변태인 티나조차 할 수 없는 변태같은 행위를 농밀하게 즐기고 싶다는 생각은 클로에의 의식을 자연스럽게 대담하게 바꾸어 나갔다.
"저.. 기레스.."
기레스와 함께 단잠을 자고 나와 방문 앞에서 클로에는 욕정이 뚝뚝 떨어지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응?"
"키스.. 해도 돼?"
"어..? 아니, 하지만.."
바로 앞에는 하일즈의 방. 시간상으로는 하일즈나 티나나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었기에 기레스는 살짝 머뭇 거렸지만, 애원하는 듯 달라붙는 클로에의 애교섞인 행동에 못 이긴 척 자지를 세우며 클로에를 와락 껴안았다.
"하읏♥ 으움 넬름."
탐스럽게 반들거리는 혀를 집어 넣고, 정신없이 뒤섞으면서 클로에는 양 팔을 기레스의 목에 걸어 껴안았다.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가 서로를 의존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는 느낌으로 게걸스럽게 입을 탐하면서 뒤엉키는데, 그 치태는 매사 정갈한 클로에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음탕하기 짝이 없었다.
"음쥬읍.. 할짝 읏.."
그렇게 기레스에게 은근스레 다리까지 걸어가면서 매달려, 물고 빨고 즐기던 클로에는 발갛게 물들어 아쉬움이 그득한 얼굴로 가볍게 기레스에게서 떨어져 홱하고 고개를 돌렸다.
[덜컥]
"음?"
방문을 열고 나온 하일즈는 흘끗 클로에와 기레스가 있는 것을 보고 살짝 놀라면서 물었다.
"음? 클로에 잘 잤어?"
"으응.. 하일즈도 빨리 일어났네?"
뽀얀 속살을 고스란히 내보이는 새끈한 차림과 발그레 물든 얼굴로 아침인사를 건네는 클로에의 요염한 모습에 하일즈는 넋이 나가 버렸다.
'시발... 진짜..'
당장이라도 와락 끌어안고 애무하고 자지를 쳐박고 싶어지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폴폴 풍겨대는 클로에의 자태에 하일즈는 금방이라도 범람할 것 같은 욕구를 꾸역꾸역 억눌렀다.
'기레스에게 보여서 부끄러워 하고 있나본데.. 크... 내 여자친구라지만 진짜 너무 꼴리네.'
여러가지로 쉽게 보기 힘든 표정에 하일즈는 좋아 죽으려 하면서 슬쩍 클로에의 뒤에 있는 기레스를 바라보았다.
아무렴 자신의 앞에서 대놓고 클로에를 보지는 못하고 있지만, 은근히 클로에의 복장을 흘끗 거리면서 우물쭈물 거리는데, 실로 생각했던 그대로의 반응이 아닐 수 없었다.
'병신새끼.'
사랑하는 클로에를 보고 발정하는 것에 짜증나는 것 이상으로, 평생 클로에는커녕 여자 구경도 못할 기레스의 비참한 미래에 절로 미소가 번져 버리는 하일즈였다.
'나조차도 이번에 동거하면서 클로에랑 못 즐기는게 고문일 정돈데 저새끼는..'
아무리 발정나도 해소할 수단이 평생 자위밖에 없을 기레스가 괴로워할 것을 상상하니 통쾌함과 우월감에 기분이 살짝 좋아진 하일즈였다.
"자 그럼.. 내려갈까? 티나는 내려갔어?"
"으응. 아직 방 안에 있는 모양인데."
조용히 인기척은 나고 있지만 아직 티나는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배려해 주고 있는걸까?'
여러가지로 자신의 사정을 봐주는 티나가 고맙다고 생각하면서도 유페르 집안에서의 음탕한 생활에 대한 부러움은 거둘 수가 없는 클로에였다.
이제와 티나가 밉다거나 싫은 건 아니지만, 클로에는 저 부럽기 짝이 없이 다 가진 티나에게 지고 싶지는 않았다.
하일즈를 따라 내려가던 클로에는 주방으로 돌기 전에 사각에서 살짝 주춤거리며 멈춰 기레스를 끌어 안고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문으로 가로 막힌 것조차 아니고, 몇걸음 옮기기만 하면 보일지도 모르는 아주 작은 사각 속에서 클로에는 풍만한 가슴이 푸욱 눌릴 정도로 기레스를 끌어안고 진하게 혀를 섞었다.
일상 생활 속에서 하일즈 몰래 기레스를 '후리는' 클로에의 마음은 질리지도 않고 신방을 앞둔 새색시마냥 알콩달콩 떨리고 있었다.
"저기. 클로에! 요리 좀 도와줄래?"
'하아....'
그래도 하일즈에게 걸릴 수는 없어 클로에는 애틋한 시선으로 기레스와 시선을 교환하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한번 터져버린 속마음을 수습하기란 쉽지 않다.
클로에 혼자였다면 어느정도 가감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보다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은 티나라는 존재에 클로에의 상식은 자연스럽게 마비되어 버렸다.
그렇게 변태같은 티나도 있는데,
지금도 티나는 기레스와 자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음탕하게 즐길텐데, 하는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구르는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른다.
"하하.. 그랬어? 역시 티나라니까.."
방과 후, 집에서 적당히 시시덕 거리는 티나와 하일즈를 뒤로하고 기레스의 앞에서 클로에는 색욕에 흠뻑 빠진 눈으로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티나 녀석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던 모양이네."
'나도...... 나도... 티나보다... 더....'
티나에게는 남자친구도 약혼자도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약혼자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기레스를 유혹하고 후리는 '변태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생각에 심취할 대로 심취해 버린 클로에는 조심스럽게 기레스를 불렀다.
"기레스.."
"응?"
하일즈의 사각에서 클로에는대담하게도 슬그머니 옷을 내려 봉긋한 젖을 꺼내 기레스에게 내보였다.
뭐 하나 건드린 것도 없는데, 몰래 꺼내든 살덩이에 분홍빛으로 빛나는 유두는 빨딱 서 있는 것이, 보는 것만으로도 음심이 절로 치밀어 오르게 만들었다.
부끄러워 하면서도 싫지는 않은 듯한 기색을 풍기면서 클로에는 수줍음과 음탕함이 절묘하게 뒤섞인 표정으로 기레스를 바라보았다.
"저.. 클로에.. 이거 조금 위험하지 않아? 요즘 뭔가 적극적인 거 같은데.. 혹시 무리하는 거 아냐?"
하일즈가 들을까 조용히 속삭이는 기레스의 걱정어린 말에 클로에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미안해... 기레스..."
"아니 나한테 미안해 할 건 없는데.. 혹시 뭔 일 있나 싶어서 물은 거야."
"아니... 사실... 나... 뭔가..."
황홀함이 감도는, 녹아내릴 듯한 표정으로 클로에는 말을 이어 나갔다.
"하일즈 앞에서... 이렇게 몰래 즐기는 게... 이상하게.. 너무 흥분돼서... 참을 수가 없어서..."
여기까지 오면 변명이고 뭐고 없다.
자신의 변태성을 기레스에게 적나라하게 까발린다는 상황 속에서, 클로에는 티나에게 들었던 것처럼 파멸적인 배덕감에 가슴이 미칠 듯이 콩닥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런 나는... 역시.. 싫어..?"
기레스라면 어떤 자신이든 받아줄거라고 반쯤은 확신하고 있으면서도 클로에는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속삭였다.
'기레스는 하일즈를 그렇게 위하곤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오바한 거 아닐까..?'
저지르기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 문득 떠오른 클로에가 괜한 후회를 하고 있는 사이, 기레스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클로에를 불렀다.
"클로에."
"응.."
흘끗, 기레스는 노닥거리는 하일즈와 티나를 확인하고는 클로에의 꺼내든 가슴을 덥썩 물어 혀 끝으로 부드럽게 말아 핥았다.
"아흐으읏~♥"
그 유두를 간질여 오는 혀놀림에 클로에의 입에선 누가 들어도 기뻐 죽겠다는 듯한 신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하일즈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진짜.. 너무 꼴려서 미칠 거 같아."
"아.....♥ 으응..!"
그 좋아 죽겠다는 기레스의 대답 한마디에 클로에는 몸을 파들거리며 절정에 자지러져 버렸다.
"아.. 네.. 네.. 그래요?"
통신 마법에 대고 통화하는 하일즈 뒤에서 몰래 클로에는 기레스를 향해 양손으로 스커트를 살짝 들어 올리며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죄책감은커녕 좋아 죽겠다는 듯한 느낌으로 가득한 미소로 들춘 스커트 안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보지가 꿀물을 흘리며 반들거리고 있다.
애무 하나 필요 없이, 하일즈를 배신하며 몰래 음부를 보이는 변태적인 행위 하나만으로 클로에는 뇌가 흥분으로 저릿하게 떨려 오는 것을 느꼈다.
'티나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아... 네... 조심해서 돌아오세요."
'!?'
그렇게 단숨을 내쉬며 즐기는 것도 잠시, 하일즈의 의미심장한 대화에 클로에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후우.."
"하, 하일즈 무슨 일이야?"
"아.... 그게.. 어머니, 아버지 일이 끝나서 내일 모레쯤 돌아오신다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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