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214화 (214/238)

〈 214화 〉 티나(106)

* * *

한바탕 기레스와 질펀하게 정사를 즐긴 클로에와 티나는 그 뒤로도 셀린의 방에서 나가지 않고 기레스의 양 옆에 붙어 매끄러운 살결을 부벼대면서 절정의 여운을 맛보았다.

'으응...'

숨이 멎어 버릴 정도로 진한 정사 뒤에, 아른아른 아지랭이처럼 피어오르는 체온을 느끼며 나른한 몸을 달래는 것은 섹스와는 또 다른 의미의 별미였는지라, 클로에는 음미하려는 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때는 한창 때의 여름, 눈을 감으면 클로에와 티나에게는 달콤하기만 한 온갖가지 냄새가 섞인 묘한 정취가 선명하게 스며들어 버린다.

'하아..'

그 냄새에 자극받은 클로에는 방금 전, 티나의 행위를 떠올렸다.

간청하는 듯 무릎을 꿇고 흐르지 않게 손으로 받친 굴욕적인 자세로, 기레스의 소변을 받아내는 티나의 모습에 속이 울렁 거린다.

'도대체 어떻게 조교를 당했으면.. 티나가..'

지금까지 쌓여 온 상식과 이성 때문에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더럽다는 생각보다 먼저 자신도 티나처럼 자연스럽게 엉망진창으로 기레스에게 유린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린 클로에의 입에는 군침이, 그토록이나 싸질러댄 보지에는 애액이 고여 버린다.

'하으으..'

상상만으로도 저릿한 감각에 클로에는 그렇게 흥분한 상태로 기레스에게 품 안에 달라붙어 음욕을 달랬다.

결국 셋은 티나가 셀린을 보는 시간까지 알뜰히 다 사용하고 나서야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하아... 설마 언니가 오빠랑 붙어먹고 있었다니.."

방에 들어오면서 티나는 의외의 사실에 쇼크라는 듯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미... 미안해 티나."

클로에는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며 개미만한 목소리로 답했다.

기레스의 말을 따라 티나에게 배쨀 각오를 다졌다고는 하나, 각오는 각오고 현실은 현실, 티나의 앞에선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클로에였다.

하일즈를 배신하고, 그걸 지키겠다고 몸을 판 티나마저 배신하고, 유페르 가문을 송두리 째로 능멸한 자신이 티나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후우.. 뭐, 됐어."

"어?"

"솔직히 할 수만 있다면 당장 오빠한테서 떼어내고 싶지만.. 아무래도 오빠는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이니까 내가 참아야지. 뭐."

"그래도... 돼?"

"아, 혹시 지금이라도 미안해서 오빠랑 헤어져 줄 수 있어?"

머뭇거리며 되묻는 클로에에게 티나는 기대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으.. 그건 아니지만.."

"언니.. 아닌 척 하면서 너무 지독한 거 아냐? 그래도 되냐고 물어 봐야 내가 결정할 일도 아니잖아. 오빠가 언니랑 사이를 인정해 주지 않으면 나를 버린다는데 내 주장이 무슨 의미가 있어? 괜히 희망고문 하지 말라구."

신랄한 티나의 말투에 클로에는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

'확실히.. 방금 말은 확실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긴 했어. 어차피 티나가 허락하든 안하든 기레스와 헤어질 생각은 없었는데.. 읏.. 내가 이렇게 치사한 여자였다니..'

자기자신의 선택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려 했던, 기레스와 만나기 전의 고지식한 자신을 떠올려 보면 한심스럽기 그지 없는 행동이었다고 자책하면서 클로에는 마음을 다잡았다.

"티나. 정말 미안해. 하지만, 기레스와 헤어질 생각은 없으니까.."

방금까지의 약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클로에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티나에게 말했다.

'당당히 나오니까 이건 이거대로 좆같네.'

"후우.. 알았어. 하지만 이왕 일이 이렇게 된 거, 언니랑 오빠를 두고 싸우고 싶지는 않거든? 아까 망할 오빠한테 클로에 언니한테 대들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점잖은 소피아와 클로에를 붙혀 두었을 뿐인데도 자신이 죽을 뻔 했는데, 사납기 짝이 없는 티나가 날뛰면 대책이 없다고 생각한 기레스는계획을 짤 때부터 티나에게 클로에와 싸우지 말라고 미리 못을 박아 두었다.

'아까..? 물 마실 때의 일인가?'

"그러니까 정말로 미안하면.. 혹시라도 내가 다소 퉁명스럽게 굴어도 언니가 쿨하게 참아줬음 좋겠어."

그 와중에도 약삭빠르게 자신이 빠져나갈 여지는 남겨두는 티나다.

"으.."

티나의 속을 뒤집어 놓는 쓴소리를 떠올린 클로에는 답지 않게 표정관리도 못하고 곧장 질린다는 기색을 내보였다.

"아니.. 나도 언니한테 잘 대해주려고 노력은 할 생각이긴 한데.. 내 입장에서 생각해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뜬금없이 하룻밤에 오빠를 언니한테 빼앗긴 게 되어 버렸잖아? 언니 같으면 이 상황에 좋은 말만 나올 수 있겠어?"

마치 피해자는 자신이라는 듯이 투덜거리면서 티나는 열변을 토했다.

"음... 그건 그렇지만..."

'엄밀하게는 나도 티나한테 기레스를 빼앗긴 건데...'

하지만 이야기의 주도권을 티나에게 완전히 빼앗겨 버린 지금, 여기서 티나에게 그런 주책없는 푸념으로 자극할 수는 없는 클로에였다.

"그래서 말인데.. 언니. 며칠 안 남긴 했지만 앞으로 밤에는 번갈아 가면서 오빠한테 안기지 않을래?"

"뭐?"

"언니랑 즐긴 것도 좋기는 했는데, 오빠가 언니한테 은근히 헤롱대는 걸 보면 질투심이 나기도 하고, 솔직한 심정으로는 오빠랑 둘이서만 즐기는 게 나는 훨씬 좋거든? 오빠 방에서 같이 잠들 수도 있고.."

"기레스랑 둘이서..?"

방금 전 질펀한 정사 뒤에 나른하게 즐겼던 곁잠을 떠올린 클로에는 녹아내릴 듯한 감각에 흥분으로 살짝 몸을 떨었다.

"또 언니 앞에서 마시는 거..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서 말이지.."

아예 클로에의 앞에서 과시하려고 굳이 기레스에게 부탁한 주제에, 티나는 약간 쑥스럽다는 듯 뺨을 긁적이면서 말했다.

'아.......'

다시금 뇌리에 떠올라 버린 티나의 예속적인 치태에 클로에는 보지가 시큰 저려왔다.

"어때? 언니한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 않아?"

"그렇네. 그, 그런데 티나.."

"응?"

"아까 전에 기레스의 그..걸 마신 거 말인데.. 어째서.."

"아.. 언니한테는 조금 충격이었나? 어째서라고 물어도.. 난 오빠의 육변기고.."

혀를 냘름이는 티나의 얼굴에는 저항감은커녕 달콤한 음식이라도 떠올리는 것만 같은 황홀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 표정만으로 클로에는 부러움과 얄미움에 속이 달큰거리다가도 시려대서 침착함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으읏..."

"아.. 혹시.. 언니는 오빠한테 변기 취급 당해본 적 없는거야?"

"그런 취급을 받아도.. 괜찮아?"

"그야.. 처음에는 싫어서 난리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에헤헤.. 나쁘지 않아."

말은 나쁘지 않다고 말하지만 표정은 방실거리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는 티나였다.

"저기.. 티나.. 혹시 기레스한테 어떤 식으로 조교 받았는지 물어봐도 돼?"

"응? 아아.. 언니도 엄청 신경 쓰였던 모양이네. 사람 생각하는 건 다 거기서 거긴가봐?"

"뭐?"

"사실 나도.. 언니 같이 대쪽 같은 사람이 하일즈 오빠까지 배신해 가면서 저런 원숭이 같은 오빠한테 빠진 계기가 너무 궁금했거든. 언니도 이야기 해준다면 나도 오빠가 어떻게 나를 능욕 했는지 이야기 해줄게."

"좋아."

"....... 그래서.. 그 날을 계기로 내가 오빠의 냄새에 환장하는 변태라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던 거야."

'아으....♥'

듣기만 해도 눈살을 찌푸려야 될 이야기를 듣는 클로에는 침대 속에서 녹아내릴 듯한 얼굴로 아찔한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간접적으로 기레스에게 추잡한 능욕을 당하는 기분이 들어버린 클로에의 음부는 메마를 틈도 없이 이미 축축히 젖어버린 지가 오래다.

"하암... 언니, 아직 한창이긴 하지만 이러다 날밤을 샐 거 같은데, 슬슬 여기서 끊을까?"

"그러는 게 좋겠네. 이야기 정말 고마워. 티나."

객관적으로 보면 더러운 음담패설 같은 이야기였음에도 클로에는 진심이 뚝뚝 묻어나오는 말투로 티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긴 나도 언니한테 들을 건데.. 아.. 참.. 언니. 그리고 이제 서로 기레스 오빠한테 안긴다는 거 다 알게 되었잖아."

"응. 그런데?"

"밤에는 서로 교대로 오빠한테 안기기로 했지만, 잠자는 시간 외에도 집 안에서 오빠랑 마주칠 기회는 많잖아?"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밤이 되기 전에 집 안에서는 기회가 나면 오늘 아침처럼 몰래 즐길 수 있게 서로 간에 눈치껏 하일즈 오빠의 눈을 피할 수 있게 도와주면 어떨까 싶은데.. 어때? 언니?"

"하일즈.. 몰래..?"

뇌가 오싹 저려온다.

"아..! 아무리 언니라도 차마 하일즈 오빠한테 미안해서 거기까지는 무리려나? 그럼.. 나만 즐길 수 있게 언니가 조금만 도와주면 좋겠는데.."

'하일즈 몰래 집 안에서... 기레스랑...? 아...흐읏..♥'

하일즈의 근처에서 요리 준비를 하면서 서로 물고 빨고 음탕하게 즐겼던 티나를 떠올린 클로에는 상상만으로 가볍게 절정을 느껴 버렸다.

소피아와 훈련할 때 몰래 즐기는 배덕감만으로도 흥분해 미칠 것만 같았는데, 유페르 가문의 집 안, 하일즈의 곁에서라니..

기레스의 육변기까지 자처하며 온갖가지 치태를 보여준 티나와의 음탕한 정사로 이성이 마비될대로 마비된 클로에에게 이미 하일즈에 대한 죄책감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이미 티나의 앞에선 숨길 것도 없겠다, 오히려 불장난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 마음까지 치밀어 오른 클로에는 티나의 악마의 속삭임에 두근 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아, 아냐... 티나.. 나도.. 도와줄테니까.. 티나도 도와줬음.. 좋겠어."

'육변기가 된 나도 나지만, 언니도 만만치 않네.'

그런 풋풋하게 발랑 까진 클로에의 부탁을 들으면서 티나는 싱긋 웃으며 화답했다.

"응. 그럼 앞으로 며칠 간 뿐이지만 잘 부탁해. 언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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