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화 〉 티나(93)
* * *
"쪼옥."
기레스의 손가락을 혀로 냘름거리던 티나는 손가락을 입 안에 쏙 집어 넣고 자지라도 핥는 것처럼 혀를 걸어왔다.
그 음탕한 행위에 기레스는 손가락을 놀려 티나의 혀를 애무하는 듯 하더니 그대로 쏙 빼버렸다.
"아... 으...!"
살짝 손가락에 애무당해 고조되기 시작한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지자, 티나는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기레스를 쏘아보았다.
"짐승새끼.. 엄마도 모자라서 동생의 약혼자까지 손을 대?"
"뭐 이쁜 동생이라고?"
평소의 바보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배째라는 듯, 당당한 태도로 나오는 기레스의 모습에 티나의 가슴이 살짝 떨린다.
"날 범하는 대신에 언니는 손 안 대기로 약속해놓곤..."
입을 삐죽이면서 툴툴 거리는 티나의 말에 기레스는 살짝 머뭇대며 말했다.
"아니, 나도 약속은 지키려 했어."
"아~ 그러니까 언니 쪽이 오빠한테 접근했다?"
건수를 잡은 경찰마냥 독수리 같이 눈을 번뜩이면서 티나는 기레스를 추궁했다.
"말하는 꼬라지를 보니까 보나마나 나한테 걸리기 전부터 이미 그런 관계였던거지?"
'후우... 이년 갑자기 뭐 이리 빠릿빠릿하지? 너무 까발려 버렸나..'
클로에가 자신에게 다시금 접근해 온 것은 사실이었기에 넋두리처럼 내뱉은 한마디로 단번에 내막을 알아낸 티나에게 기레스는 속으로 적잖게 놀라고 있었다.
'아무래도 변명하긴 힘들 것 같고.. 어쩔 수 없군..'
"그래.."
기레스의 순순한 인정에 티나의 가슴이 뛴다.
자신의 어머니인 소피아를 발정난 짐승으로 만든 것도 기가 찰 일인데, 마을에서 손을 꼽는 미소녀이자, 동생의 약혼녀인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클로에마저 진즉에 떨어뜨렸다니.. 직접 보고, 듣지 못했다면 아마 평생 믿지 못했을 것이다.
'이게 오빠의 본모습이라 이거지?'
십중팔구 자신을 이렇게까지 미치게 만든 것도 기레스의 계획이라 생각하니 달큰달큰 속이 마구 떨린다.
열등감을 느끼는 척, 찌질한 척, 정색한 척을 다 하면서 자신의 속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육변기로 조교 했던 추억을 떠올린 티나는 입가에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음흉하기는♥'
다른 사람이 보면 손사래를 치며 역겨워 해야할 기레스의 철두철미한 음흉함이 좋아 죽겠는 티나였다.
'그나저나 분명 클로에 언니는 오빠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었는데..'
하일즈와 자신처럼 기레스를 괴롭히는 건 아니었지만 티나가 기억하고 있는 클로에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기레스에게 무관심 했다.
'그런 언니가 지금은 하일즈 오빠나 나까지 배신하면서 오빠한테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다니.. 뭐, 이해 못할 건 아니지만..'
어떻게 클로에가 함락 되었는지 과정은 모르지만, 티나는 상대가 기레스라는 것 하나만으로 자연스럽게 납득해 버렸다.
"언니도 참 못됐네. 하일즈 오빠를 배신한 것도 모자라서, 그런 연기까지 하면서 나까지 오빠한테 바친거야?"
"그건 아냐."
"아니기는? 왜 그것도 사고였다고 말하게? 그 날 누가 거기로 심부름 보냈는 줄 알아? 엄마가 보냈거든? 다 오빠가 계획했던 거잖아!"
다 알고 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기레스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티나는 어디 한번 반박해 보라는 듯 힘차게 말했다.
"아... 티나 너 그냥 변태인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똑똑하네."
"변태는 빼! 뭐... 아닌 건 아니지만.."
기레스는 살짝 뺨을 붉히며 우물쭈물거리면서도 순순히 자신이 변태라고 인정하는 티나의 모습이 굉장히 귀엽다고 생각했다.
"어쨋든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내가 계획한 건 맞아."
'하읏..'
일련의 모든 것들이 기레스의 계획이었다는, 충격적이어야 할 진상을 들은 티나의 마음엔 달콤한 꿀로 가득 차 버렸다.
"잠깐.. 그럼 틀렸다는 나머지 반은 뭐야?"
"클로에는 계획에 대해 모르고 있었거든. 그냥 나한테 말을 맞춰달라고 한 것 뿐이야."
티나는 그 날 있었던 클로에의 반응을 떠올렸다.
'흐응~'
마치 자신을 위해서 말리는 듯한 그 필사적인 말투가 사실은 질투심에서 비롯된 아우성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티나의 입에는 요망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그래서 말인데 티나. 클로에한테는 엄마에 대한 건 비밀로 해줘."
"뭐야? 언니는 오빠랑 엄마의 관계 모르는거야?"
"그래."
"엄마는 클로에 언니랑 오빠의 관계 알잖아? 아니면 그때 날 보내지도 않았을 테니까."
"엄마는 알지."
"언니한테는 엄마랑 오빠의 관계를 말 안할거야?"
"클로에는 고지식하잖아? 조심하는 것 뿐이야."
'엄마는 클로에 언니의 관계를 알고, 언니는 엄마의 관계를 모르고 있다는 거네. 뭐야.. 생각보다 언니도 별 것 아니잖아? 그냥 오빠가 하일즈 오빠한테 복수하고 싶어서 따먹은 좆집인거 아냐?'
티나는 기레스와 소피아의 광란의 정사를 눈앞에서 까발려지고도 기레스를 포기 안한 자신에 비하면 클로에정도는 별 것 아닌 것 같아 우월감에 젖어버렸다.
"그러니까 클로에한테 괜히 엄마 이야기를 폭로하거나 할 생각은 하지 마. 뭐든 듣겠다고 했지? 명령이니까 알아서 새겨들어."
'음... 클로에 언니한테는 마음을 써주는 느낌이네..'
뭔가 막 대하기만 하는 것 같은 자신과는 다른 대우에 가슴이 시큰 저려 버린다.
'말하는 걸 보면 나보다도 언니를 더 아껴주는 듯한 느낌인데.. 아니, 시발 애초에 나는 아껴주는 느낌도 아니고..'
괜히 화가 치밀었지만 티나는 침착하게 현실을 자각했다.
'클로에 언니는 아직 상황 돌아가는 꼴을 모르는 것 같고, 오빠는 이러니 저러니해도 결국에는 클로에 언니한테 밝히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까.. 이거.. 잘 이용하면 점수를 딸 수 있지 않을까?'
티나의 눈빛이 요사스럽게 빛난다.
티나는 자신이 뭐라고 말하든 기레스가 소피아나 클로에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기레스를 포기할 마음이 있냐하면 모래알 한톨 만큼도 그럴 마음은 없다.
그렇다면 기레스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서열이라도 제치고 싶다는 게 티나의 솔직한 욕망이었다.
"오빠, 엄마랑 언니랑 누가 더 소중해?"
"뭐야.. 그건 또 왜 물어?"
"엄마도 언니도 오빠한테 빠져 있는데, 오빠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궁금하잖아. 그래서 어느 쪽이 더 좋아?"
빤히 티나를 바라보다가 기레스는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대답 안할란다."
'칫..'
"알았어. 그럼 언니랑 나랑 비교하면 어때?"
"비교 대상이 되냐? 당연히 클로에지. 넌 그냥 복수하려고 따먹은 것 뿐이잖아. 설마 능욕했더니만 지 기분 좋자고 나한테 범해달라고 부탁해올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으.... 그흣....'
자신은 두번째조차도 아니고 세번째일 뿐만 아니라, 좆집은 클로에가 아니라 자신이었다는 기레스의 고백에 티나의 눈망울에는 눈물이 핑 고여 버렸다.
톡 건드리면 그대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눈앞은 눈물로 아른거리고, 머리는 망치라도 한대 맞은 것처럼 몽롱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어.. 어디까지나 지금일 뿐이니까..!'
심호흡을 하면서 눈물을 꾸역꾸역 삼키고 티나는 교태스럽게 추근거리며 물었다.
"오빠. 클로에 언니한테도 나한테 한 것처럼 엄마와의 관계 밝히고 싶은 마음은 있는거지?"
"어? 뭐.."
"내가 도와줄까?"
"네가? 무슨 수로 도와줘?"
"언니도 내가 오빠한테 능욕 당했다는 건 알고 있잖아?"
"그렇지."
"그걸 이용해서 언니를 자극해 보자는거지. 오빠가 엄마를 이용해서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말야."
'이녀석...'
실제로 티나를 이용해서 그럴 계획도 어느 정도 생각은 하고 있었던 기레스는 티나의 영악한 생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피아조차도 자신의 계획에 좋아라 하기만 했지 계획을 입안할 생각은 거의 한 적이 없는데, 티나는 한 술 더 떠서 본인이 나서서 그토록이나 지키려고 애썼던 클로에를 희롱하자고 건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차피 언니도 오빠의 쾌락에 빠져 있을 게 뻔한데 내가 어떤 상태인지는 다 눈치채고 있을 거란 말야?"
'내가 어느 정도 보고하기도 했으니까..'
"언니는 내가 능욕을 당했다는 건 알지만, 내가 오빠와 언니의 관계를 알아차렸다는 사실은 모르잖아? 내가 알아차렸다는 것만 숨기면 언니는 나한테 책 잡을 명분이 없을거거든?"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티나의 말에 기레스는 감탄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적으로 클로에의 입장에서 티나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능욕을 자처한 동생이다.
티나가 자신과 기레스의 관계를 알고 수작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티나에게 쓴소리 하나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입장인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오빠의 능욕에 홀라당 빠진 척 하면서 언니 앞에서 오빠를 유혹하고 애무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언니가 무슨 반응을 보일지, 재밌을 것 같지 않아?"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는 티나는 소피아 뺨치는 요망한 미소를 보이면서 기레스에게 접근해 교태스럽게 속삭였다.
그 요사스러운 애교가 소름끼치도록 아름답게 느껴진 기레스의 몸은 절로 흠칫 떨려 버렸다.
"진짜 좋은 생각이긴 한데.."
"그렇지?"
기레스는 헤헤 거리면서 살근살근 애교를 부리는 티나에게 말했다.
"그런데 하일즈는 어쩌고..? 너 원래는 하일즈의 약혼자인 클로에를 지키기 위해서 범해졌던 거잖아?"
"시발! 내가 오빠를 안 도와주고 오빠의 변기가 되어주면 클로에 언니를 걷어 차주기라도 할 거야?"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티나는 퉁명스럽게 기레스에게 따지고 들었다.
"그건 아니지."
"그러면서 입에 발린 소리는 왜 하는거야?"
"아무리 그래도 하일즈와 클로에를 배신하는 일에 네가 앞장서서 도와준다니까 하는 소리지."
"흥. 어차피 내가 앞장 서나 안 서나 결과가 정해져 있다면 날 위한 선택을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티나 답구만..'
기레스는 지극히도 이기적인 티나다운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뭐든 시키는대로 다 해줄테니까.. 대신 오빠도 그거 구해줘."
"뭘?"
"저번에 엄마랑 섹스할 때 사용했던 마법. 그거 구해서 나한테 써달란 말야. 돈이라면 줄테니까.."
'귀여운 년..'
"알았어. 이년아 돈이나 준비해 놔. 엄마한테 부탁하거나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구해볼테니까.."
"진짜지?"
더 밝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티나는 활짝 얼굴을 펴면서 화답했다.
"내가 거짓말 하는거 봤..."
지그시 자신을 질타하듯 바라보는 티나의 눈초리에 기레스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일만 잘 풀리면 진짜 구해올테니까.."
"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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