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198화 (198/238)

〈 198화 〉 티나(90)

* * *

"으읏.."

"아...."

신음소리와 함께 기레스의 세찬 정액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하아... 지쳤다.."

"아니... 여기서 싸버리면 어떡해!"

예고 없는 갑작스러운 세번째의 사정에 티나는 기레스에게 구박을 주었다.

"뭐래? 그렇게 쥐어짜려고 작정한 듯이 음탕하게 물고 빨고 만져놓고는.. 그리고 내가 싸는 게 뭐가 문제냐? 너만 기분 좋으면 된 거 아냐?"

'읏..'

기레스에게 잊지 못할 쾌락을 심어 포로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너무 오바 했다고 생각하면서 티나는 불만스레 눈을 흘기며 툴툴거렸다.

"섹스... 해야 될 거 아냐.."

"뭐? 아니, 나야 좋기는 한데... 너 진짜 미쳤냐? 셀린이 내 아이라는 거 아까 들었잖아?"

"지금까지 사람을 그렇게 육변기 취급까지 해댄 주제에, 이제와서 섹스 따윌 내빼는 거야?"

"아무리 발정이 났어도 그렇지 이상하잖냐. 너도 나랑 섹스하는거보다는 애무가 더 기분 좋을거 아냐? 아까도 아주 좋아 죽을 듯이 만족한 거 같더만? 근데도 굳이 나같은 놈이랑 섹스하겠다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

"오빠는 소고기는 소고기의 맛이 있는거고, 돼지고기는 돼지고기의 맛이 있는 것도 몰라?"

나긋한 애무도 격렬한 애무도 그리고 서로의 속살을 맛보는 섹스도 티나에겐 무엇하나 버릴 수 없는 별미다.

"그렇게 섹스가 좋냐? 이 변태같은 년아? 저번에도 안에 쌀 뻔해서 식겁했는데, 내 애라도 배면 감당할 수 있겠어?"

기레스의 그 말에 티나는 싫어하기는커녕 얼굴이 후끈 달아올라 버렸다.

"피, 피임만 잘하면 되잖아. 그리고 엄마도 낳았는데 뭐가 문제야?"

"엄마는 낳아도 둘러댈 수 있는 상황이기라도 했지. 너는 임신하면 누구 애라고 할건데?"

소피아에겐 젤가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었다는 것을 자각한 티나는 살짝 당황하다가 소리쳤다.

"으... 어쨋든 피임만 잘하면 되잖아! 뭐야? 나랑 섹스하기 싫기라도 한 거야?"

"싫겠냐? 그래도 아무리 기분 좋아지고 싶어도 그렇지, 그렇게 날 병신취급해대던 년이 아주 섹스까지 하자고 졸라대는데 내가 무슨 생각을 하겠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거기다 임신하면 임신하는대로 그것도 문제고.."

"귀축인 주제에 뭘 신사적인 척 하는거야? 아무튼 섹스 안해주면 셀린 이야기까지 포함해서 다 까발려 버릴테니까 그렇게 알아."

"에라이 미친년. 뭐든 해주겠다면서 아주 순 지 멋대로네. 뭐, 나도 섹스하고 싶긴 하니까 하기는 하겠는데, 내 명령 없이 멋대로 임신해버리면 앞으로 상종도 안할 줄 알아."

'어..? 으...'

까딱하면 실수를 가장해, 임신까지도 야심차게 계획하고 있었던 티나는 누가봐도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당황했다.

'하지만 오빠 말도 아주 틀린 건 아냐. 확실히 엄마는 아빠의 아이라고 핑계를 댈 수 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으니까..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집안이 초토화될 건 뻔할 뻔자고..'

그게 젤가에게 얼마나 큰 배신인지는 체감도 안되는지 티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저홀로 납득했다.

'거기다 명령없이 라니까... 오빠가 임신하라고 명령하게 만들면 되잖아?'

거기까지 생각한 티나는 여우같이 요망한 미소를 지었다.

"알았다니까 그러네. 하여간 귀축인 주제에 소심하기 짝이 없다니까.."

그렇게 툴툴 거리면서 티나는 명령 하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유두에 혀를 걸어 할짝 거리면서 기레스의 품 안에 안겼다.

그 뒤, 티나는 자신의 셀린을 보는 시간까지 알뜰살뜰하게 다 사용해 기레스와의 꽁냥거리는 정사를 즐겼다.

"하앙..."

결국 오늘 섹스는 하지 못했지만, 셀린이 자는 틈에 바닥에 이불을 깔고 서로의 살덩이를 살근살근 뒤섞는 애무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티나의 입에서는 절로 단숨이 새어 나온다.

격렬한 애무도, 느긋한 애무도 혼을 빼놓을 정도로 좋았지만, 지근거리에서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느껴지는 따스한 체온과, 숨결의 자잘한 분위기도 너무 좋아서 티나는 오랜만에 싱글벙글한 상태로 방에 누웠다.

'그나저나 셀린이 오빠의 아이였다니..'

뭔가 더 충격을 받아야 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충격을 받지 않고 있는 자신에 티나는 꽤나 놀라고 있었다.

'알고보면 뭔가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의 영혼마저 후려지는 듯한 쾌락을 생각하면 소피아가 가족에게 실망해 기레스에게 빠지는 것도, 그 소피아의 아이가 기레스의 아이인 것도 그다지 놀랍게 느껴지지는 않는 티나였다.

'능욕할 때를 생각하면 저래뵈도 상당히 교묘한 오빠니까...'

애무 실력까지 숨겨가면서 밀고 당겨가면서 자신의 마음까지 육변기로 만들어 버린 기레스의 철두철미함을 이제는 느낄 수 있다.

"푸흡."

한창 능욕을 당하고 있을 때, 기레스를 이기고 있다고 기고만장했던 자신이 얼마나 가소로운지 티나는 가벼운 웃음이 터져나왔다.

'음.. 근데 그렇게 교활한 오빠인데 내가 돈줄 취급한다고 생각했을까?'

어떻게인지는 몰라도 그야말로 여자를 미치게 만드는 마성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기레스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런 기레스가 자신이 쾌락에 심취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할 리는 없어 보이는 티나였다.

'굳이 돈줄 취급 한다고 정색하면서 날 안달나게 만든거라면....?'

머리가 오싹 저려온다. 생각해 보면 저 실력을 가지고 능욕을 그만 둔 것도, 그만 둔 뒤에 자신을 은근히 피해 다닌 것도 이 가정이라면 납득이 되는 일이었다.

'아흐으...'

배개에 얼굴을 파묻고 티나는 흥분에 몸을 움찔거렸다.

자신을 조교하기 위해서 굳이 그런 귀찮은 노력까지 다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목구멍이 간질거려 미칠 것만 같은 티나였다.

'아니... 그럼... 혹시.... 속옷을 훔치거나... 잘 때 몰래 들어와서 빨아 댔던 것도 아는 거 아냐?'

입술이 파들파들 떨린다. 자신이 더러운 속옷을 훔치거나, 은밀한 부위를 빨았던 것을 기레스가 이미 알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파멸적인 생각에 티나는 환희를 감출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면, 속옷 도둑을 감시하면서 날 사사껀껀 방해했던 것도 엄마고... '수면제'를 타준 것도 엄마고.... 그 이상한 잠꼬대에...'

짐작이 가는 게 너무 많은 티나였다.

'물론 거기까지 철저할 리는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맞다면 기레스는 자신의 절대 알아선 안되는 변태성을 알고 있다는 게 되는 것이다.

"하아응♥"

숨이 멎을 것 같은 파멸감에 갈아 입은 속옷은 이미 침대까지 적실 정도로 흥건히 젖어 버렸다.

'아까 돈줄 취급 했다고 잡아 뗀 걸 보면, 정말 모르고 있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하거나 한다는 건데, 어느쪽이든 일단 겉으로는 오빠의 장단을 맞춰 주는 게 좋겠지..? 말을 맞춰주면서 정말 그랬는지 조금씩 떠봐야지. 어..?'

기레스가 모든 것을 계획했든, 아니든, 앞으로도 즐겁겠다고 혼자 꺄르르 거리던 티나는 문득 스친 생각에 표정이 싹 굳어 버렸다.

'가만... 잠꼬대....? 클로에 언니....?'

일전 기레스가 잠꼬대로 클로에의 이름을 꺼냈던 것이 떠올라 버린 것이다.

클로에의 잠꼬대로부터 시작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색기 넘치는 복장에 이어, 과거 기레스에게 처음 범해졌다는 오두막까지 티나를 인도했다.

'그때 날 오두막으로 보낸 건..... 엄마....!'

그때에도 소피아를 안아왔던 기레스는 여자 후리는 것에는 도가 텄을 것이 틀림 없다는 생각에 티나의얼굴이 창백하게 질린다.

'생각해 보면 이상해.. 언니는 리움사관학교를 위해서 였다고 하지만...'

아무리 리움사관학교를 위해서라고 해도, 자신을 범한 사람과 단련을 하기가 쉬울까? 단련 하는 것만이라면 좋다. 하지만 그 고지식하기 짝이 없는 얼음공주 같은 클로에가 자신을 범한 불한당인 기레스 앞에서 그런 색기를 풀풀 풍기는 복장을 입을까?

"으... 으..."

티나는 눈을 감고 처음 클로에가 기레스에게 범해지는 것을 볼때를 떠올렸다. 엷은 신음소리와 미약한 반응. 끝나고 난 뒤의 표정 등, '이제는' 이해가 되는 클로에의 여성적인 반응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내가 두번째도 아니고...'

세번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티나의 몸은 부들부들 떨린다.

'아냐.. 아직 확정난 건 아니니까.. 맞아. 날 함락시키기 위해서 약점을 잡은 언니를 단순하게 이용해 먹은 것일 수도 있잖아?'

기레스와 단련하는 클로에의 섹시한 차림이 눈앞에서 아른거렸지만 티나는 애써 고개를 저으면서 생각했다.

'확인해 봐야겠어..'

다음날 아침. 학교에 가기 전, 티나는 하일즈를 불러세웠다.

"오빠!"

최근 서먹서먹 했던 게 거짓말처럼 티나는 총총걸음으로 다가가 살갑게 하일즈를 불러 세웠다.

"응? 무슨 일이야? 티나?"

"요즘 언니랑은 잘 만나고 있어?"

"아버지도 안 계시니까 시간이 남아서, 이틀에 한번 정도는 만나려고 오늘도 약속을 잡은 참인데.. 왜?"

"아~ 다른 게 아니고, 요즘 아빠랑 엄마 안 계시잖아. 그래서 언니를 우리 집에 초대해 보는 건 어떨까 싶어서 말이지."

"클로에를?"

"그 왜, 나 얼마 전에 친구네 집에서 묵었던 적 있잖아?"

"그랬지."

"사실 별 것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꽤 좋은 추억이 되었거든?"

입에 기름칠이라도 한 것처럼 술술 거짓말을 늘여 놓으며 티나는 말을 이었다.

"생각해 보면 클로에 언니랑 숙박하는 추억은 거의 없었잖아? 요즘 아빠랑 엄마도 안 계셔서 부르기도 편할거고, 며칠 클로에 언니랑 살아보면서 추억을 만드는 거 한번쯤 생각해 보면 좋지 않나 싶어서.."

"오오... 그거 괜찮겠는데..?"

클로에바라기인 하일즈에게 티나의 제안은 거절의 이유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그렇지? 오늘 한번 언니한테 말해봐."

자신의 권유에 살짝 클로에와 신혼 생활까지 떠올리며 좋아라 하일즈를 보면서 티나는 계획대로 잘 풀리겠다는 생각에 가는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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