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195화 (195/238)

〈 195화 〉 티나(87)

* * *

'엄마랑 아빠가 일주일 이상 자리를 비운단 말이지?'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방으로 돌아온 티나는 침대 위에서 기쁜 기색을 풀풀 풍겨대면서 뒹굴거렸다.

표정을 보지 않아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기쁨이 넘쳐 흐르는 게 마치 강아지가 꼬리를 살랑대면서 좋아하는 게 절로 연상되어 버릴 정도였다.

공중에 발을 참방대면서 티나는 콧소리를 흥얼 거렸다.

'이건... 절호의 기회야.'

소피아가 자리를 비우는 일은 정말 보기 힘든 일이다. 하루나 이틀이어도 그럴진대, 무려 일주일이라니 정말 하늘이 내려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후우..."

티나는 한번 심호흡을 하고 생각을 정리했다.

'오빠의 태도를 보면 분명 내 몸에 관심은 있어 보였어.'

소피아의 방해만 없었다면 분명 하일즈와 젤가가 합숙을 떠난 날, 자신도 기레스에게 후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 티나는 안타까움에 몸을 배배 꼬면서 자신의 봉긋 솟은 말랑한 가슴을 주물거렸다.

"응읏.."

'그도 그럴 게, 오빠도 항상 내가 꼴려 죽겠다고 입에 달고 살았잖아?'

능욕 당할 때, 천박하게 꼴려 죽겠다느니 뭐니를 입에 달아 투덜거리면서 달라붙는 기레스를 떠올린 티나는 달달한 신음성을 내면서 꼼질거렸다.

"으응... 하아... 오빠."

무드도 뭣도 없는 가볍고도 천박한 말이었지만, 발정과 질투로 잔뜩 얼룩져버린 티나에게 기레스의 꼴린다는 말은 마치 사랑이라도 속삭여 지는 듯한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엄마만 없으면... 할 수 있을거야..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오빠는 색골이니까..'

음흉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기레스의 시선을 상상하니 몸이 넉넉히 달아올라버린 티나는 분위기를 타, 다른 한 손으로 보지를 후리기 시작했다.

"하으응♥ 오빠.."

소피아가 기레스에게 사랑을 속삭이듯이 솔직하게 기레스의 이름을 부르는 자위는 어째선지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서 티나의 몸을 미치게 만들었다.

조물거리는 녹녹한 가슴은 음탕하게 흔들거리고, 애액으로 흥건해 질척이는 보지는 쉼없이 티나의 예쁜 손가락에 쑤셔진다.

"하아앙... 아우.."

색기로 가득한 치태 속에서 티나는 어딘지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부족함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제 티나는 숨길 생각 따윈 조금도 없었다.

"으응... 기레스 오빠앗...♥ 아흐읏!"

다시금 기레스의 이름을 입으로 되뇌이면서 티나는 전신에 퍼져나가는 오싹한 절정과 함께 연신 몸을 움찔 거렸다.

'이번에는.... 꼭...'

"뭐? 아줌마가 일주일 이상 자리를 비운다고?"

"어. 아마 오늘 엄마가 이야기 하시겠지만, 나라에서 일 때문에 부르신다고 하시더라고?"

"일?"

기레스는 소피아가 말한 던전에 대한 이야기를 클로에에게 전해주었다.

"그렇구나.. 저.. 그럼.. 수행은 어떻게 되는거야?"

정말 오랜만에 기레스와 둘만이서 붙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친 클로에는 머뭇머뭇 기레스를 흘끗 거리면서 물었다.

"이대로 둘이서 하게 되겠지만, 아마 아버지한테서 단련 받는 일과가 사라진 하일즈가 널 부를테니까 매일 만나지는 못할걸?"

"하일즈 말이지. 하아.... 그건 그렇고 기레스 혹시 집에서 무슨 일 있었어?"

하일즈라는 말을 듣자마자 클로에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면서 기레스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라니?"

"하일즈가 계속 안마를 하고 싶다고 보채서 말야. 오늘따라 유독 끈질기게 달라붙어서 혼났어."

아직도 애 같이 유치한 하일즈의 행동거지에 기레스는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바라는데 한번 받아주지 그랬어."

"거절하기도 힘들 정도로 집요하게 요구해대길래, 싫지만 승낙은 해줬어. 덕분에 하루 종일 컨디션은 최악이지만.. 아응?"

오랜만에 잔뜩 뭉쳐진 이물질이 걷어지는 듯한 안마에 클로에의 입에서 단숨이 새어나온다.

기레스와 불장난을 하는 것도 좋지만, 하일즈의 손에 불쾌감을 쌓아두고 스트레스를 푸는 건 그것 나름대로의 희소성이 있어서 클로에는 눈을 감고 시원한 쾌감을 음미했다.

'으으응 기분 좋아~ 하지만.. 기레스도 단련하느라 힘들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녹아내릴 듯한 쾌감에 차마 힘들테니 그만하라는 말은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클로에다.

"헤으으.."

오랜만에 안마에 이어 자연스럽게 몸을 녹여버리는 애무로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클로에는 몸에 힘이 다 빠져 헤벌쭉한 상태로 기레스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젤가와 소피아가 의뢰를 받아 떠나는 날이 되었다.

'드디어...'

소피아가 집을 떠나는 날을 얼마나 손을 꼽아 기다렸는지, 밤새 잠을 자지도 못해 퀭한 눈으로 티나는 소피아와 젤가를 배웅하러 나왔다.

"그럼 다녀오마. 다들 집들 잘 보고 있어라."

"다녀올게. 셋이서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

'사이좋게란 말이지?'

소피아의 말에 티나는 슬쩍 음흉한 미소를 머금었다가 해맑게 생긋 웃으며 손을 저어 인사했다.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그런 고로 방과후에 집에 돌아오면 잠들기 전까지 3교대로 셀린을 볼까 생각중인데 어떻게 생각해?"

"나는 불만 없어."

하일즈의 말에 티나는 손을 들면서 재빨리 동의했다.

"나도 뭐... 불만은 없는데 이거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살짝 자신이 없다는 듯한 기레스의 말에 티나는 여우 눈을 뜨면서 기레스에게 접근할 구실이 생겼다고 좋아라 하면서 말했다.

"순서는 어떻게 할 거야? 하일즈 오빠가 자신 있는 거 같으니 먼저 모범을 보이는 건 어떨까 싶기는 한데.."

"야. 기레스."

소피아와 젤가가 없어지자마자 하일즈는 아니꼽다는 듯 기레스를 꼬라보면서 말을 놓았다.

'응?'

옛날 같았으면 깔깔 대면서 하일즈를 부추겨 덩달아 기레스를 짓밟아 괴롭혀줄 티나였지만, 지금의 티나는 괴롭힘은커녕 기레스를 향한 하일즈의 냉랭한 반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속이 편치 않았다.

'시발. 엄마 아빠가 나간지 얼마나 됐다고 저러는 거야? 쫌생이처럼.'

기레스에게 솔직해지면 솔직해질수록 하일즈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눈에 밟혀 티나의 속엔 실망이 차곡차곡 쌓여 나갔다.

딱히 하일즈의 행동거지가 달라진 것은 없는데도, 그저 기레스가 좋아지고 하일즈를 생각하는 마음이 시들해진 것만으로 하일즈의 행동에 와닿는 느낌은 완전히 달라져 버리는 것이다.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 티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누가봐도 건방지기 짝이 없는 하일즈의 말에 기레스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했다는 듯, 힘없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곤 비굴하게 꼬리를 내려 버렸다.

'하으.. 저 바보..'

그런 축 늘어진 기레스의 모습을 보면서 티나는 마치 자신이 뭐라 듣기라도 한 것처럼 측은한 마음에 안타까워 했다.

비단 기레스를 미워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기레스의 비굴한 모습을 보면 남자로서 한심하다는 마음이 먼저 치밀어야 정상이었지만, 겉으로는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속에서는 금방이라도 달래주고 싶어 미치겠다는 생각이 범람할 정도로 피어오르는 티나였다.

'어쩌지... 하일즈 오빠한테 그만하라고 쏘아 붙힐까?'

감히 기레스에게 저런 태도를 보이냐고 속에선 장작이 바작바작 타올라 하일즈의 저 건방진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하지만 하일즈 오빠의 저런 태도, 잘 이용하면 보듬어 주는 척 하면서 이용해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저렇게 힘없이 약해진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잘 보듬어 주면 기레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을 것만 같아 갈팡질팡 거리는 티나였다.

'그래 선을 넘는 것만 차단하고 이따가 위로하는 척 접근하는 걸로 하자. 응 그거야!'

"좋아. 그럼 티나의 부탁도 있으니까 처음은 내가 하도록 할게. 두번째는.."

"두번째는 기레스 오빠가 좋지 않을까?"

"어?"

괜히 중간에 껴서 하일즈와 티나와 교대해야 된다는 사실이 부담스럽다는 듯, 기레스는 외마디 놀란 시늉을 했다.

"왜? 싫어?"

살짝 하일즈의 위협적인 분위기를 타, 티나는 소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기레스에게 물었다.

"아니.. 뭐.. 괜찮아."

"좋아. 그러면 나, 기레스, 티나 순으로 셀린을 보도록 하자."

[똑똑]

"보모를 해주실 아주머니가 온 모양이네. 슬슬 학교 갈 준비 하자."

그리고 그날 밤, 기레스는 하일즈와 교대하기 위해 셀린의 방으로 향했다.

"하일즈. 나 왔어."

"늦어."

"늦다니 지금이 9시인데.."

"시발. 나이가 들어도 어쩜 그렇게 눈치가 없냐. 나랑 교대를 하는 건데 당연히 일찍 올 생각은 안하고.. 니가 그러니까 아직까지도 나한테 이런 취급이나 받고 사는거야."

[툭]

"윽..."

가볍지만 불쾌하게 하일즈는 기레스의 머리를 내리쳤다.

'지랄하고 있네.'

하일즈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서 기레스는 겁은 먹었지만 다소 불쾌하다는 듯한 기색을 연기하면서 몸을 떨었다.

"어쭈.. 한대 치겠다?"

"다, 다음부터는 더 일찍 오도록 할게. 미안. 하일즈."

"쳇."

마음 같아서는 굴러 들어온 돌 주제에 자신보다 소피아에게 더 예쁨 받는 기레스의 죽통에 젤가의 기술을 꽃아주고 싶었지만, 거기까지 괴롭히면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는 하일즈는 혀를 차면서 방으로 돌아갔다.

'저 씹새끼 성격 어디 안가는구만.. 그나저나 최근들어 더 사나워진 듯한 기분인데.. 티나가 양자라는거 까발렸나?'

그렇게 속으로 하일즈를 까대면서 기레스는 새근새근 자고 있는 셀린을 바라보았다.

'귀엽네...'

자신을 닮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왕 이렇게 셀린을 돌보게 된 겸 안아보기라도 할까 싶어 기레스가 손을 대는 순간 셀린은 부스스 거리며 눈을 떴다.

"우... 우아아..."

"어.. 어어...?"

"우아아아앙."

기레스의 얼굴을 보자마자 울먹울먹 거리는가 싶더니, 삽시간에 셀린이 울어대기 시작하자 기레스는 정말 오랜만에 진심으로 당황해 우왕좌왕 거렸다.

'아기는 어떻게 달래는 거더라..?'

전생에 탁란질은 해댔어도 무책임하기 짝이 없게도 애를 본 일은 없었던 기레스는 전에 없이 당황하면서 셀린을 품에 안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 보았다.

"자.. 자... 무섭지 않아..."

"우아앙!"

"어, 어..."

"에휴, 이 바보.. 비켜봐."

소리소문 없이 나타나 티나는 기레스에게서 셀린을 빼앗아 들고 품에 안아 달래기 시작했다.

"아우우.. 헤헤.."

티나의 품에 안긴지 얼마 되지 않아 셀린은 헤실헤실 거리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고, 고맙다 티나. 근데 여긴 무슨 일로.."

"그냥... 셀린 잘 보고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오늘 하일즈 오빠가 건방지게 반말 해댄 거 내가 대신 사과나 해줄까 해서.."

툴툴 거리면서 티나는 기레스의 눈치를 살폈다.

"응? 하일즈가 반말한 건데 네가 왜 사과를 해?"

"그, 그거야 네가 엄마한테 고자질 하게 되면 괜히 나까지 싸잡혀서 혼날 거 아냐."

"내가 그럴 사람이냐? 그냥 솔직하게 하일즈가 엄마한테 혼나는 거 보기 싫어서라고 말해도 돼. 니가 하일즈 좋아하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는데 뭘.. 알았어. 고자질 안할테니까 걱정 말고 올라가."

그렇게 저 혼자 납득하면서 속을 뒤집어 놓는 기레스의 말에 티나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생각했다.

'꼬라지를 보아하니까 이렇게 넌지시 접근했다가는 어림도 없겠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티나는 결사의 각오를 다짐했다.

'어쩔 수 없지. 이번 한번만... 솔직해 지는거야.. 이번 밖에 없어... 힘내자... 나..'

"사, 사실은..... 진짜 목적이 있는데..."

발그레 달아오른 얼굴에, 소피아를 연상시킬 것만 같은 교태스러운 미소를 띄고 티나는 기레스에게 한걸음 다가왔다.

"응? 뭐.. 뭐냐?"

다시 한걸음을 내딛자 티나의 미니스커트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사르륵 흘러 내린다.

"너.. 너..."

먹잇감이라도 바라보는 듯한 끈적한 시선으로 기레스를 훑어 보면서 티나는 웃옷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 헤쳐 나간다.

색기 넘치는 속옷이 티나의 예쁜 몸선을 따라 슬쩍 보이기 시작하자, 기레스는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너.. 미쳤냐? 뭐하는거야?"

자존심을 아예 내던져가면서 이렇게 유혹했는데도 딴소리 하는 기레스의 말에 티나는 신경질적으로 사납게 따지고 들었다.

"으극.. 뭐야! 척 보면 알 거 아냐? 안아 달라고 유혹하는 거 안보여?"

"뭐...."

도망칠 곳 없는 벽으로 기레스를 몰아 넣고 티나는 애증어린 눈초리로 기레스를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범해달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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