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193화 (193/238)

〈 193화 〉 티나(85)

* * *

소피아와 기레스의 정사는 날밤을 다 새고서야 끝이 났다.

밤새도록 사정만 수십번을 넘어, 방 안은 그야말로 정취로 한가득이다.

젤리처럼 진득한 정액을 사방팔방 어찌나 싸질러 댔는지 곳곳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발정이 나버릴 듯한 허연 정사의 흔적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소피아와 기레스의 정사를 반찬삼아 홀로 쓸쓸히 음부가 헐도록 손가락을 놀렸음에도 티나는 달콤한 절정은 커녕 잠 한숨 자지 못하고 메말라 비틀어져 가고 있었다.

"푸우.."

"하우.."

백탁으로 반들거리는 나신으로 기레스의 가슴팍에 안겨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소피아를 티나는 부러움 섞인 퀭한 눈으로 내려다 보았다.

자신 따위는 마치 없는 사람마냥 아랑곳 하지 않고, 정취를 풀풀 풍겨대면서 기레스의 살결에 파묻혀 달콤한 잠을 만끽하고 있는 소피아를 보고 있자니, 절로 애가 타버리는 티나였다.

백번 양보해서 기레스에게 섹스 받거나 애무까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소피아처럼 저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이미 기레스의 옆자리는 소피아의 자리로 만석이었다.

'시발... 진짜 양심도 없나.. 미안한 줄도 모르고.. 이렇게.. 짐승처럼...'

그렇게 기레스와 소피아의 짐승같은 행각을 탓하는 티나의 표정에는 황홀의 색이 넘실거린다.

"하아..."

'뭐, 됐어. 이대로 있어봐야 처량하기만 하고, 마음의 정리는 끝났으니까..'

[스읍]

이미 기레스와 소피아도 잠들었겠다. 더 감시해봐야 처량하기만 하다는 생각에 티나는 마지막으로 한차례 숨을 들이 마셨다.

"아으으..."

자신이 육변기 노릇을 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진한 냄새에 티나는 머리가 어질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이대로 나갈지 말지를 한참 고민하다가 조용히 방을 나섰다.

"으응....♥"

기분이 좋다는 듯, 새어나오는 소피아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주방에서 저녁식사 정리를 다 끝마친 소피아는 눈을 감고 기레스의 안마를 음미하고 있었다.

이전 같았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겼을 신음소리지만, 지금, 소피아와 기레스의 내막을 알고 있는 티나는 소피아의 신음소리에서 숨겨진 꿀이 떨어질 듯한 음탕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시발.... 아빠랑 오빠가 왔는데도..'

그 날 이후, 젤가와 하일즈가 합숙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레스와 소피아는 틈만 났다하면 집안 어디서든 눈치보지 않고 몸을 섞었다.

밥을 먹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셀린을 돌보는 와중에도 집요하게 색욕을 탐하는 소피아와 기레스의 모습에 치를 떨면서 질려하면서도, 끝까지 관음하면서 발정난 몸을 자위로 달래는 것은 어느샌가 티나에겐 당연한 일과가 되어 있었다.

그래도 젤가와 하일즈가 돌아오기만 하면 끝나겠거니 싶어 필사적으로 견뎌보았지만 티나의 바램과는 달리, 젤가와 하일즈가 합숙을 끝내고 온 이후로도, 기레스와 소피아는 티나의 앞에서만큼은 사양도 않고 은밀히 애무하며 즐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읏♥ 거기 좋아.. 기레스."

겉보기에는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 해주는 안마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달라서 속옷 하나 없이 엷은 잠옷 위로 예쁘게도 빨딱 선 유두는 기레스의 손길에 의해 맛나게도 애무되고 있었다.

보란듯이 티나가 쿵쿵 발소리를 내며 주방에 들어와 마실 것을 찾는 와중에도 그 음탕한 애정행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딸 앞에서 창피하지도 않아요?"

"후훗.. 전혀?"

그렇게 말하면서 소피아는 마치 과시라도 하는 것처럼 기레스의 얼굴을 당겨 달콤하게 혀를 뒤섞었다.

'으... 시발... 이제 나한테는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고... 저렇게...'

부드러운 가슴이 움켜쥐고 그 위로 손가락이 유두 위를 데굴데굴 굴러가는 것을 본 티나의 목젖이 근질근질거린다.

'생각해 보면 오빠가 잠잘 때 애무하기는 했어도, 애무 당해본 지는 꽤 오래 됐네..'

소피아의 녹아내릴 듯한 표정과, 기레스의 음란하게 놀려지는 손가락은 티나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빼앗아 버린다.

질책하는 건지, 부러워하는 건지 딱 잡아 구분하기 힘든 오묘한 표정으로 티나는 기레스의 안마를 가장한 음탕한 애무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예전에는 나도 집 안에서 저렇게...'

티나는 젤가나 하일즈의 시야를 피해, 은밀히 자신의 몸을 어루만져 주었던 기레스의 손길을 떠올렸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하일즈나 젤가에게 들키는 게 뭐 대수냐고 생각될 정도로 티나는 그때의 추억이 그립기 짝이 없었다.

'아빠나 하일즈 오빠 몰래 애무 당한다니.. 으흐읏..'

상상하기만 해도 온몸에 촉촉히 쾌락의 단비가 스며들어 버린다.

일전 들킬듯 말듯, 하일즈의 방 앞에서 기레스에게 안겨 희롱당했을 때를 머릿 속에 떠올려 버린 티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크흠."

그렇게 티나가 저 혼자 추억을 망상하며 아랫도리를 적시고 있는 사이, 갑자기 소피아는 표정을 살짝 구기며 헛기침을 했다.

소피아의 헛기침 소리에 기레스는 풍만한 유방을 조물거리던 손가락을 재빨리 어깨쪽으로 옮겨 안마를 하는 척 하기 시작했다.

'응?'

티나가 무슨 일인가 싶어 의아해 하는 것도 잠시, 곧 2층에서 내려오는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허일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라? 엄마에 기레스 형에 티나까지? 별일이네."

소피아와 기레스가 안마를 하는 일이야 종종 있었던 일이었지만, 안마를 하고 있는 와중에 티나가 붙어 있는 일은 상당히 생소한 일이었다.

"별 일은 무슨.. 가족이 집에서 만나는 게 뭐 대수라고.."

소피아와 기레스의 은밀한 놀음에 싱숭생숭하기 짝이 없는 기분인 티나는 툴툴거리면서 괜시리 가만히 있는 게 뻘쭘한 나머지 신경질적으로 물을 벌컥 들이켰다.

"하기사.."

자신도 물을 마시러 내려왔기에 티나의 말에 동조하면서 하일즈는 소피아와 기레스를 힐끔 거리며 조소를 머금었다.

'꼴에 안마는..'

기레스의 기술을 훔쳐 자기 손으로 소피아도 만족시키고, 클로에도 함락시켰다고 생각하는 하일즈는 이제 기레스보다 자신의 안마 실력이 더 좋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완전무결한 유페르 가문의 오점이자 불청객인 양자, 기레스가 할 수 있는 것이래봐야 고작해야 아들로서 어머니인 소피아의 안마 뿐, 아마 평생 여자의 몸은 만지지 못할 기레스의 참담한 현실에 하일즈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졌다.

설마하니 방금까지 기레스가 소피아의 찹쌀떡처럼 부드러운 유방을 음탕하게 조물거렸다고는 생각도 못하고, 하일즈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소피아에게 물었다.

"어머니 오랜만인데, 저도 한번 안마를 해드릴까요?"

'뭐지? 뭔가 자신 있어 보이네..? 혹시 하일즈 오빠, 안마는 잘하나?'

너무나도 자신만만해 보이는 하일즈의 태도에 티나는 의아해 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하긴, 하일즈 오빠의 냄새는 별로지만, 딱히 안마와 냄새는 관계 없으니까.. 클로에 언니도 있겠다 잘할 수도 있겠지 뭐..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지만..'

티나가 변태같이 하일즈의 체취와 안마를 재며 홀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이, 소피아는 부드럽게 하일즈의 말을 거절했다.

"아냐. 됐어. 하일즈. 오늘은 이미 기레스한테 잔뜩 받았고, 더 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많이 받는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칫..'

하일즈는 한번 기레스를 사납게 꼬나본 뒤, 곧장 생글거리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아.... 그런가요? 아쉽네요. 그럼 다음 번에 해드릴게요."

"음.. 그렇게 아쉬우면 티나한테 한번 해주는 건 어때?"

뜬금없이 자신을 거론하는 소피아의 나긋나긋한 말에 티나는 흠칫 놀라며 신음했다.

"하아... 저요?"

'아니 엄마는 자꾸 왜... 나한테 하일즈 오빠를 붙히려 드는 거야!'

"티나요? 저야 할 수 있다면 해보고 싶기는 한데.."

기레스와 소피아의 광란의 정사로, 기레스를 좋아한다는 자신의 속마음에 솔직해지기로 결심한 티나에게 하일즈의 기대에 찬 말투는 어딘지 징그럽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보통 친동생의 안마를 이렇게까지 하고 싶어 하나?'

그 좋아했던 하일즈였음에도 은근한 부담을 느끼면서 티나는 기레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이대로 하일즈한테 안마 받아도 좋냐는 듯, 호소하는 듯한 바늘 같은 시선이었지만, 티나의 속마음을 알 수 있을 리 없는 기레스는 왜 쳐다보냐는 듯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으으... 저 바보..'

"티나?"

"응?"

"안마 받아볼래?"

"으응."

내키지 않는다는 듯, 떨떠름한 어투로 그렇게 말한 티나는 의자에 앉아 생각했다.

'꽤나 자신있는 모양인데, 이왕 이렇게 된 거, 기분 좋다는 듯이 연기하면서 저 바보오빠의 열등감이나 자극해볼까? 아니, 또 상처를 받아서 복수하겠다고 난리치면 어쩌지? 아우.. 저 찐따새끼 때문에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해야 되는거야..'

"히익..!"

그렇게 홀로 끙끙거리던 티나는 하일즈가 어깨에 손을 대 조물락 거리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움찔거렸다.

'뭐야.. 이거... 답답해...'

이미 이전에 기레스에게 한번은 안마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티나다.

그때의 상쾌하면서도 시원한 느낌까지는 아니어도, 하일즈가 저렇게까지 자신한 만큼 나름대로는 기분이 좋을거라 생각했지만, 어깨선을 따라 조물거리는 하일즈의 안마는 어깨에 짐덩어리를 하나하나 쌓아나가는 것마냥 답답하기만 했다.

"후훗.."

티나의 신음소리가 기분이 너무 좋아서 새어나온 소리라고 착각한 하일즈는 웃음을 흘리며 좀 더 적극적으로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엄마랑 클로에를 만족시킨 내 실력이 어떠냐? 티나.'

"그만.."

"응?"

"그만해! 오빠."

이 안마를 계기로 최근 서먹서먹했던 관계를 되돌리겠다는 하일즈의 야심찬 야망은 티나의 짜증서린 목소리에 그대로 격침되어 버렸다.

"티나.. 왜.."

"왜는... 도저히 기분 나빠서 더 못 받겠는걸 어떻게 해?"

소피아나 클로에와 달리, 거리낄 게 없는 티나는 대쪽같이 신랄하게 하일즈의 안마가 기분 나쁘다고 대못을 박아 버렸다.

"어... 그럴리가.."

소피아와 클로에가 그 오랜기간동안 선의로 포장된 악의의 거짓말을 했을거라고는 조금도 생각할 수 없는 하일즈는 티나의 팩트폭행에 얼이 빠져 버렸다.

그런 하일즈를 보고도 티나는 이왕 이렇게 기분이 나쁜 거, 기레스의 기분이나 좋게 띄워줄 생각으로 하일즈의 상처를 후벼 파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안마를 이렇게까지 못할 수가 있어?"

"에이.. 티나, 그럴수도 있지. 나도 처음에는 하일즈의 안마를 받고 꽤나 실망을 많이 했단다. 그래도 최근에는 연습했는지 꽤 잘하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빴나봐?"

소피아는 요망한 눈웃음을 지으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뱉어 티나의 사고를 조였다.

'혹시 하일즈 오빠는 평범하게 잘하는거고, 저 바보의 안마가 특별하게 기분이 좋은 걸까?'

살면서 손길을 허락한 남자는 단 둘 뿐인 티나가 그런 착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네.. 뭐..."

"아니, 티나! 한번만 더 하게 해줘. 하도 오랜만에 하다 보니까 내가 뭔가 착각을 한 거 같은데.. 어머니도 클로에도 내 안마에 다들 만족하셨다고.."

"싫어. 난 '엄마랑 언니랑은' 다른걸 어떡해? 오빠의 안마가 나랑은 안 맞나보지."

슬쩍 기레스와 시선을 맞추고 티나는 또박또박 자신은 소피아나 클로에와는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말했다.

"??"

그런 귀여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뭘 꼬라보냐는 듯 멀뚱거리는 기레스의 태도에 티나는 이를 갈면서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으그....!'

"그러니까 한번만 더 기회를 줘. 방금 전에는 뭔가 실수가 있었던 걸 거야."

"오빠. 집요해.."

의욕을 끊어버리는 티나의 독살스러운 질색에 하일즈는 골이 더 깊어진 것만 같아 몸을 움찔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거 만진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하일즈가 저렇게까지 부탁하는데 한번 더 받아보지 그러냐?"

뭐 그리 비싸게 구냐는 듯한 '좋아하는' 기레스의 주책없는 한마디에 티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았어. 대신 한번 뿐이야?"

"고맙다. 티나!"

그렇게 기뻐하면서 신중하게 하일즈는 기레스에게 잘못 배운 안마의 기술을 마음껏 사용해 티나의 새하얀 어깨를 한땀한땀 정성껏 주무르기 시작했다.

"어, 어때? 티나?"

"엄청..."

"엄청?"

"기분 나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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