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화 〉 티나(74)
* * *
다음날 아침, 기레스를 이용해 달콤한 자위를 만끽하고, 잠에서 깨어난 티나는 몸단장을 하며 마음을 정리했다.
'언제까지고 꿍해 있을수는 없지.'
앞섶의 단추를 슬쩍 풀어제끼면서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본 티나는 살포시 자신의 가녀린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가 어루만지면서 어젯 밤 자신이 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할짝]
보통 사람이라면 이불킥을 할 정도로 끔찍한 기레스의 은밀한 후장을 빨아댄 자신을 떠올린 티나는 녹아내릴 듯한 표정으로 요염하게 자신의 예쁜 입술을 냘름거리면서 미소지었다.
"아.. 티나. 잘 잤니?"
약간 이른 시간, 내려온 주방에선 소피아가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네.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소피아를 보면서도 티나는 태연히 엷은 미소를 띄우고 인사를 주고 받았다.
"티나, 어제는 너무 무신경하게 말해서 미안해. 아무리 기레스를 위한 훈련이라 널 가르치지 않을 생각이었다고는 해도, 좀 더 자상하게 말했어야 했는데."
"괜찮아요. 다 제가 오빠를 괴롭힌 탓인걸요. 뭐."
티나는 소피아를 가늠해 보기라도 하는 듯, 위 아래로 흘겨 보면서 조소를 머금었다.
'어차피 엄마가 오빠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래봐야 기껏해야 특훈에 불과하니까..'
육변기를 자처하면서 기쁘게 기레스의 어디든 빨아댈 수 있는 자신과는 격이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티나는 혼자 우월감에 젖어버렸다.
"그래서 말인데, 내가 어제 젤가에게 잘 이야기 해뒀단다."
"네?"
소피아의 쓸데 없는 오지랖에 티나는 살짝 당황하면서 말했다.
"젤가한테 하일즈와 티나 널, 가르쳐 달라고 설득해 뒀어."
'쓸데 없는 짓을...'
티나는 불만이 뚝뚝 묻어나오는 눈초리로 소피아를 노려보았지만, 소피아는 그런 티나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싱글벙글 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저래뵈도 젤가도 젊었을 적에는 한자리 차지 했을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거든? 아마 리움사관학교를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거야."
'필요 없어..'
클로에를 감시하지 못하고, 기레스와 붙어있지 못하는 훈련 따위 티나에게는 그냥 귀찮은 노동에 지나지 않았다.
"네가 좋아하는 하일즈도 같이 훈련을 받을 수 있게 부탁해 뒀으니까 아마 기레스와 훈련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즐거울 거야. 티나. 힘내!"
'으, 으으...!'
팔을 활기차게 휘두르면서 순박하게 응원하며 자신의 속을 뒤집어 놓는 소피아가 너무나도 얄미웠지만 티나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기레스를 공공연하게 꺼려했던 것도, 하일즈를 철썩같이 믿고 따랐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우우.. 안녕히 주무셨어요."
"!!"
기레스의 목소리에 티나는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읏.."
돌아본 티나의 예쁜 얼굴을 보고 기레스는 흠칫 놀라면서 뒷걸음질 쳤다.
'뭐지?'
기레스의 얼굴은 뭔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오랜만에 바지는 볼록하게 산을 이루고 있었다.
'발기했어..?'
티나는 짐짓 보지 않는 척 하면서 틈만 나면 흘끔흘끔 우뚝 솟은 기레스의 사타구니 쪽으로 눈알을 굴려댔다.
"응? 기레스 뭔가 피곤해 보이네? 어제 준 수면제 안 먹었어?"
요리를 식탁 위에 놓으면서 소피아는 기레스를 보면서 물었다.
"먹고 잘 자기는 했는데.. 뭔가 어젯 밤에 꿈 때문에 잠을 좀 설친 것 같아서요."
기레스는 뭔가 석연찮은 표정으로 우물쭈물 엉덩이를 움찔거리면서 티나를 곁눈질 했다.
'아핫..♥'
기레스의 그 머뭇대는 태도가 뜻하는 게 뭔지 티나가 모를 리 없었다.
'수면제를 마시면, 푹 잠드는 바람에 자극을 줘도 잠에서는 안 깨고 꿈을 꾸나?'
수면제의 효과는 다른 누구보다 티나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기레스가 마신 수면제는 마셨다 하면 옆에서 북을 치든, 장구를 치든, 알람이 울리든 깨지 않을 정도로 죽은 듯 곤히 잠들게 되는 비약중의 비약.
그렇기에 살결을 부비고, 자지를 빨고, 후장까지 핥아대도, 잠에서 깨지 않고 꿈을 꾸는 게 티나는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설마하니 기레스가 '수면제를 먹지 않거나', '깨어 있는데도 자는 척 한다고' 티나가 어떻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래? 이상하네.. 어지간히 의식할 일이 없으면 꿈을 꿀 일은 드물텐데.."
소피아의 말에 티나는 오싹 몸을 떨었다. 말인 즉슨 기레스가 자신을 의식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어제 빨아줘서.. 내 생각이 난 거야?'
잠꼬대로 자신의 이름을 중얼거리던 기레스를 생각하자, 치사량처럼 느껴질 정도로 진한 고양감에 티나의 하복부는 찌르르 떨려 오기 시작했다.
"그래요? 음.."
소피아의 말에 기레스는 삐질거리며 힐끔 티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왜 날 봐? 내 꿈이라도 꿨어?"
괜히 기레스를 놀려주고 싶어진 티나는 평소처럼 퉁명스럽게 따지고 들었다.
"내, 내가 네 꿈을 왜 꾸냐? 그냥 본 거야. 그냥."
티나의 물음에, 평소 티나만 봤다하면 말 하나 없이 정색하기만 했던 기레스는 답지 않게 몸을 달싹 거리며 불만스럽게 툴툴 거렸다.
기레스가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눈에 훤히 보이는 티나는 기레스가 귀엽다고까지 생각하면서 눈웃음 지었다.
지금은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기레스를 유혹하며 놀려댈 때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티나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기가 가시질 않았다.
어제 울면서 도망친 사람과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티나는 즐겁다는 기운을 풀풀 풍기면서 아침식사를 만끽했다.
'하여간 색골이라니까.. 그런 곳을 자극 받을 때는 역시 나밖에 생각나는 사람이 없는거지?'
"헤헤.."
수업은 뒷전으로 티나는 혼자 음란한 망상을 하면서 헤실헤실 거렸다.
"티나, 뭐 즐거운 일 있어?"
"응? 으응.. 특제로 주문한 맛있는 게 얼마 전에 도착했거든."
요망하게 혀를 할짝이며 티나는 친구를 향해 싱긋 미소지었다.
"도대체 무슨 맛있는 거길래... 나도 좀 같이 먹어보면 안돼?"
"안돼."
그 질문에 티나는 싱글거리던 미소를 싹거두고 차갑게 대답했다. 백이면 백, 줘도 안 먹을텐데도 양보를 할 생각 따위 한 치도 없는 티나였다.
"티나?"
"그.. 이미 다 빨아 먹어 버려서.. 남은 게 없거든.. 미안."
"아... 하긴.."
'티나는 사탕 같은 걸 좋아했었지?'
숙박하며 놀았을 때를 떠올리며 티나가 아직도 사탕 같은 것을 좋아해 쑥쓰러워 한다고 생각한 친구는 멋대로 납득하면서 수긍해 버렸다.
멋대로 오해해대는 친구를 뒤로하고 티나는 흥얼거리면서 생각했다.
'오늘 밤에는 좀 더 진하게 빨아대야지♥'
그렇게 하루 종일 어디를 어떻게 빨고 자위할까를 생각하면서 '즐겁게' 수업시간을 보낸 티나는 방과 후, 재빨리 짐을 싸들고 교실을 나섰다.
'아...'
학교를 나서던 도중, 티나는 하일즈와 클로에가 만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언니가 하일즈 오빠랑 만나는 날이었나.'
내심, 훈련만 받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뻔뻔스럽게 기레스와 클로에의 단련행각을 미행할 생각을 하고 있었던 티나는 하일즈와 만나는 클로에를 보면서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미행은 내일하고 오늘은 집에가서 바보 오빠나 기다릴까?'
티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일즈는 클로에와 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 티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어?'
"오.. 티나 마침 잘 만났다."
"오빠, 오늘 언니랑 만나려 한 거 아니야?"
바로 티나는 왜 클로에랑 헤어졌는지부터 따지고 들었다.
"아.. 한동안 클로에를 만나는 거 조금 자제하려고.."
"어째서?"
"어째서는.. 티나, 너도 아버지랑 훈련 받고 싶다고 했다면서?"
"어? 아니.. 난 그냥.. 딱히 아빠한테 받고 싶은 건 아니고.."
"아버지한테 들었어. 리움사관학교에 가고 싶어서 훈련 받고 싶다고 했다며?"
"응... 그렇긴 한데.."
교실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룰루랄라 싱글벙글 거렸던 티나는 흙이라도 씹은 얼굴로 하일즈의 물음에 대답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클로에와 대련하면서 요즘 뒤쳐지는 느낌을 받아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다들 알게 모르게 열심히 하는 모양이야."
'그건 엄마한테 특훈을 받아서..'
순간 티나는 하일즈한테 시원하게 클로에는 기레스와 함께 소피아에게 특훈을 받고 있는거라고 고자질 해버릴까도 생각했지만, 기레스의 정색한 모습을 떠올리고는 백지장처럼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 바보.. 나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잠꼬대로 언니의 이름을 부를 정도로는 신경쓰는 모양이던데..'
지금 여기서 고자질을 하면 자신이 범인으로 특정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만약 고자질을 해서, 특훈을 망치고, 그 고자질한 범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레스가 어떻게 나올지 상상한 티나의 몸은 멋대로 으슬으슬 떨려 버렸다.
'오늘도 분위기 좋았는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
"클로에도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만 뒤쳐질 수는 없으니까, 한동안 아버지와의 특훈에 집중을 해보려고.."
"아.. 응.. 힘내. 오빠."
"응? 왜 남일 이야기 하는 듯 말하고 있어. 너도 오늘부터 시작할 거잖아?"
"어...?"
"그렇게 들었는데 아니야?"
이미 소피아에게서 젤가와 다 이야기를 끝내 뒀다는 이야기를 들은 티나는 속으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응... 맞아... 언제 시작한다고는 못 들어서.."
'잠깐만!? 그, 그럼 오늘 하일즈 오빠랑 볼 일이 없는 오늘 언니는...'
[으득]
자신은 꼼짝없이 하일즈에게 붙잡혀 마음에도 없는 특훈을 받게 생겼는데, 본래라면 하일즈와 데이트를 했어야 하는 오늘, 클로에는 특훈이랍시고 기레스와 만나 어제처럼 꽁냥 댈수도 있다는 생각에 티나는 이를 갈며 분개했다.
"아하.. 오늘 방과후부터 아버지가 도와주시기로 했거든? 모르고 있었다니, 마침 여기서 만나서 잘됐네."
'사랑하는' 하일즈와 특훈을 받게 되었음에도 티나의 얼굴은 잿빛이 연상될 정도로 어둡기만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단련을 받으러 기레스에게 향하고 있을 클로에를 생각하니 속이 욱씬거려 미칠 것만 같았다.
"앞으로 훈련을 받을 때는 같이 돌아가자."
'클로에 언니나 잘 잡아두지.. 날...'
그 사랑하는 하일즈가 어찌나 밉상스럽게 느껴지는지 티나는 독살스럽게 집을 향해 걸어가는 하일즈를 노려보면서 생각했다.
'방해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