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179화 (179/238)

〈 179화 〉 티나(71)

* * *

기레스에게 멋대로 혼자 발정나버린지 얼마나 지났을까, 소피아와 클로에가 체력단련을 끝마치고 돌아왔다.

"하아.. 하아.."

클로에가 저렇게까지 힘들어 하는 모습을 처음 본 것에도 놀랐지만, 그보다도 먼저 티나는 촉촉히 젖은 소피아와 클로에의 차림을 보면서 울그락 불그락 거리고 있었다.

'남사스러워...'

자신이 집에서 새알 같은 가슴을 까대면서 요망하게 기레스를 유혹했을 때는 생각 못하고, 기레스의 곁에서 대담한 복장으로 땀방울에 반짝이는 자태를 선보이는 소피아와 클로에의 모습을 본 티나의 속은 지글지글거렸다.

수건과 물을 나눠주면서 클로에와 뭐라 시시덕 거리는 기레스의 모습을 볼때면 여자의 촉이 뜨끔뜨끔 거려서 미칠 것만 같은 티나였다.

'저.. 색골..!'

기레스의 음흉한 시선이 땀으로 반들거리는 피부와 촉촉히 젖은 옷선을 따라 클로에와 소피아의 아름다운 몸매를 훑는 것을 변태인 티나는 놓치지 않았다.

기레스 딴에는 나름 아닌 척 한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 숱한 시간 기레스를 유혹해 왔던 티나의 눈에는 척하면 척이다.

예쁜 목선부터 시작해, 가슴 골과 잘록한 허리를 지나, 땀으로 매끈거리는 허벅지를 넘어, 가녀린 종아리에 이르기까지 끈적한 기레스의 시선을 받는 소피아와 클로에가 티나는 너무도 부러우면서도 짜증이 치밀었다.

'으긋.. 엄마랑 언니만 아니었어도...'

클로에와 소피아만 없었다면 분명 기레스가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을거라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일그러지는 티나였다.

'저 바보한텐 나밖에 없어야 했는데...'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기레스와 소피아, 소피아와 클로에의 대련이 끝나고, 클로에와 기레스의 대련을 바라보는 티나의 심장은 마구 벌렁거리고 있었다.

앞서 클로에와 소피아가 대련하는 것을 본 뒤라, 꽤나 진지한 모임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여전히 티나의 마음은 전혀 편하지 않았다.

'언니가 저러면.... 나는.. 진짜로 돈줄 취급한 인간이 되어 버리잖아....'

기레스가 마주할 수 있는 여자가 자신뿐이라면 몰라도, 저렇게 소피아나 클로에가 성실하게 기레스를 도와주게 되면 자연히 티나가 기레스에게 한 짓은 개만도 못한 돈줄 호구 취급이 되어 버리게 된다.

섹스하고 싶어 안달나 돈돈 노래를 불러 기어코 천만 에보나를 뜯어내 기레스의 돈을 거덜낸 자신과, 상대가 그 마을 최고의 병신 기레스임에도 성실하게 단련에 임해주는 클로에는 비교할 거리도 되지 않는 것이다.

'아냐.. 사실은 언니보다 내가 더..'

클로에가 하고 있는 것은 좋게좋게 생각해 줘도 성실히 기레스의 단련을 도와주는 것 뿐이지만, 자신은 기레스와 '섹스하고 싶어서' 돈을 요구한 것이니만큼 티나는 자신 쪽이 클로에보다 훨씬 더 순수하다고 생각했다.

'억울해..'

억울해 죽겠는데, 그런 자신의 마음도 모르고 신나게 클로에와 합을 겨루고 있는 기레스를 본 티나의 속은 더욱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변태의 눈에는 변태만 보인다고, 분명 대련일 뿐인데도, 서로의 살결이 부디끼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진 티나다.

당사자들은 새빠지게 대련하고 있지만, 부러움에 눈이 먼 티나의 눈에는 사이좋게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만 할 뿐이었다.

"후우... 후으..."

'침착하자. 어차피 저 바보 오빠의 역할은 자위기구일 뿐이잖아? 어차피 요즘은 수면제 덕에 오빠를 이용해서 자위할 수도 있고 내가 이렇게까지 억울해 할 필요는 없어..'

이성적인 사고로 생각해 봤을때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사람이 어디 이성적인 생각으로 딱딱 떨어지는 생물이던가? 티나의 속은 여전히 주책도 없이 아리는 것이 멈추질 않았다.

'이, 이러면 꼭 내가 저 바보를 좋아하는 것 같잖아! 아냐, 아냐..! 그냥 저 바보한테는 나밖에 없어야, 자위도구로 삼기 편하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속이 계속해서 울렁거리자, 티나는 몰캉거리는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표정을 구기면서 애써 그렇게 변명하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마음이 쑤시는 걸 거야.. 저 바보가 없으면 난, 욕구불만에 발정나서 하루를 제대로 보내기도 힘든 개변태니까..'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 스스로를 까내리는 것도 티나는 서슴지 않았다.

'그래. 몸이 변태니까.. 마음이 이렇게 욱씬 거리는 것도 어쩔 수 없는거야..!'

어디까지나 기레스에게 발정나 버리는 자신의 변태 같은 몸이 나쁜거라고 티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우물우물거리면서 기레스의 말을 떠올렸다.

'뭐..... 떡정도 정이라고... 나도 이제 그렇게까지 저 바보 오빠가 싫은 건 아니긴 하지만.... 아, 아니..! 어, 어디까지나 자위도구로써, 자위도구로써! 말이지.. 어차피 나는 자위도구 없이는 못 사는 개변태년이니까... 응.. 그래..'

말인즉슨 기레스 없이는 못 산다는 의미나 다름 없었지만, 그렇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사이 티나의 속마음은 살짝 편해졌다.

'그나저나 어쩐다.. 지금 나가서 대놓고 따지기는 살짝 애매한데..'

가만히 지켜본 결과, 소피아와 기레스와 클로에는 나름대로 성실히 리움 사관학교에 가기 위한 수련에 임하고 있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기레스의 앞에서 복장이 대담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표면적으로는 착실하게 단련했을 뿐이기에 티나는 대놓고 나서서 따지기가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굳이 따지고 들면 못 따질 건 없긴 하지만.. 여기는 엄마가 있단 말이지..'

어떻게 자신을 협박했던 원수인 기레스와 함께 그런 복장으로 수련을 할 수 있냐고 따지려고 마음만 먹으면 따질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소피아가 있는 이 자리에서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바보 오빠가 클로에 언니를 협박한 건 엄마한테는 비밀로 해야 되니까..'

이제는 약간 흐릿하게 느껴지는 하일즈를 간신히 떠올리면서 티나는 다시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묵인하기도 뭔가... 뭔가... 좀 그렇단 말이지.'

기레스와 클로에를 보고 있노라면,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 여자의 촉이 콕콕 티나의 마음을 찔러댄다.

'내가 변태라 그런 걸까?'

한껏 자기합리화를 한 지금도, 클로에와 기레스의 살결이 스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시큰 욱씬 울렁 거리는 것이 멈추질 않는 티나였다.

"휴우..."

'참자, 클로에 언니랑 좀 어울린다고 자위 도구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니까.. 요즘은 수면제로 얼마든지 저 망할 오빠를 이용해서 자위할 수 있기도 하고.... 일단 확실한 증거를 모으던가, 아니면 적어도 학교에서 엄마가 없을 때 따로 불러서 따지던가 해야....'

"으앗!"

티나가 애써 그렇게 정리하고 납득하려는 순간, 기레스는 클로에를 공격하려다 실수라도 했는지 공중에서 균형을 잃고 뒹굴러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머리부터 바위 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

'위험해!!'

그 갑작스러운 사고에 티나는 기레스가 자위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지금은 풀숲에 숨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조차도 잊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다행스럽게도 큰 사고는 나지 않았다.

"..................."

"으으읏.."

기레스의 머리가 바위에 닿기 바로 직전, 클로에는 쏜살같이 자신의 몸을 날려가며 기레스의 머리를 받아 쿠션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다.

"아오오..."

자연히 기레스는 고스란히 클로에의 품 속에 머리를 파묻고 안긴 자세가 되어 버렸다.

".........................................."

기레스는 자신의 얼굴을 받쳐주는 폭신한 무언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척, 부비적 거렸다.

클로에의 모양 좋게 솟은 가슴은 눈으로 보기만 해도 몰캉 거리는 게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기레스의 얼굴에 보기 좋게 눌려 있었다.

'아응...♥'

얼굴을 부비부비 하는 기레스의 눈코입이 가슴에 스치자, 겉으로는 차가운 표정을 연기하는 클로에의 속은 달콤한 흥분으로 가득 차 버렸다.

'으읏..'

클로에는 이대로 소피아와 티나의 앞에서 과시라도 하는 것처럼 기레스의 얼굴을 계속 자신의 가슴에 담아 두고 싶었지만, 하염없이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에 애간장이 녹아내리는 아쉬움을 느끼며 기레스의 안부를 물었다.

"기레스.......... 괜찮아?"

"아.. 으윽.. 으....... 고마워 클로에."

클로에의 위에서 기레스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척, 손을 헛짚어 몽글몽글한 가슴을 손으로 주물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기레스의 손에 푹 눌린 클로에의 말랑거리는 가슴은 야들거리면서도 너무나도 보드라워 보였다.

"........................................................."

"크흠.. 괜찮으면 손 좀 치워줄래?"

소피아도 보고 있겠다. 클로에는 헛기침을 하며 아무렇지도 않은 단순한 사고였던 것처럼 필사적으로 무표정을 연기했지만, 아무리 얼음공주인 그녀라고 해도 기레스에게 가슴을 만져져 발그레 달아오른 얼굴은 숨기지 못했다.

"어? 아....! 아앗! 미안! 클로에."

그제야 기레스는 정신을 차린 척, 황급히 클로에의 가슴에서 손을 떼었다. 그 손을 떼는 동작 하나에도 클로에의 탱글탱글한 가슴은 매력을 과시라도 하는 듯이 음란하게 흔들거린다.

"......................................................................"

티나는 풀숲에 다시 몸을 숨길 생각도 않고, 그 둘의 꼬락서니를 눈에 핏발을 세우고 노려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클로에가 따위로 생각될 정도로 티나의 표정은 차가웠고, 눈빛은 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려 버릴 정도로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다.

[사사삭]

"못...... 참아....."

자신의 말마따나 클로에의 가슴을 만졌다고 자위도구에 불과한 기레스가 어디 닳는 것도 아닌데 뭐에 이성의 끈이 뚝하고 끊어졌는지, 티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풀숲을 헤치고 나와 아직까지도 몸을 포개고 있는 클로에와 기레스를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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