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172화 (172/238)

〈 172화 〉 티나(64)

* * *

"음~"

'시원해...!'

기레스에게 안마를 받은 티나는 오늘도 상쾌한 기분으로 기레스의 방문을 나섰다.

최근 티나는 기레스에게 안마를 받고, 적당히 스트레칭을 도와주기도 하고, 가끔 기레스가 도저히 못 참을 때면 애무를 당하기도 하면서 충실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저 병신 오빠한테 저런 재주가 있었을 줄은..'

기레스의 안마는 농후한 쾌락의 액기스만을 모아놓은 듯한 애무와는 다르게 편안하고 시원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고 시원하고 상쾌하기만 하냐면 그것도 아니다. 애무를 할 때와는 또 다른 개운하면서도 안정적인 쾌락이 몸에 봄바람처럼 살랑살랑 넘실거리는데, 이게 진한 애무와는 또 다른 종류의 별미였던 것이다.

고기만 먹다 보면 어느 순간 채소가 땡기는 것처럼 기레스의 안마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큼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꿀꺽]

하지만 인간이 채소만 먹고는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변태의 화신이 되어버린 티나도 안마와 애무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채소 같이 싱싱한 안마를 맛 보고 나니, 입맛이 확 돌아버린 티나는 딱히 욕구불만인 것도 아닌데도, 자연스럽게 그 이상을 바라게 되어 버렸다.

기레스가 하는 애무니 만큼, 지금까지 단 한번도 불만을 느껴본 적은 없지만, 티나의 몸은 이미 애무 이상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워낙 벽창호 같은 오빠니까..'

아마 어지간히 발정나지 않는 한, 기레스가 지금 이상을 요구해 올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티나에겐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그거면 충분할거야! 헤헤.."

기분 좋은 기대로 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티나는 배시시 웃으며 방 안으로 돌아갔다.

[똑똑]

그리고 그날 밤, 티나는 별다른 약속을 잡은 것이 아닌데도, 기레스의 방을 찾았다.

"누구세요?"

"나야."

"무슨 일이냐? 이 밤중에? 오늘은 부른 적 없는데.. 표정은 또 왜 그래?"

티나는 불만인지 울상인지 잔뜩 찌푸린 얼굴을 짓고 있었다.

"내가 볼 일 있어서 왔어. 들어가도 되지?"

기레스가 대답도 하기 전에 티나는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그...... 예전에 내가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일이 있었다고 했잖아?"

"그랬지. 덕분에 요즘 신세 잘 지고 있기도 하고.."

기레스는 티나의 몽글거리는 가슴을 움켜쥐는 듯, 음흉한 손놀림을 보이며 말했다. 누가봐도 눈살이 찌푸려질 성희롱이었지만, 정작 그 손놀림을 보는 티나의 입에는 군침이 고여 버린다.

[츄릅]

"사, 사실은 말야. 그... 돈이 좀 더 필요한 일이 생겨버려서 그런데.. 주는 돈 좀 더 늘려줄 수 있어?"

"돈을 늘려달라니? 야! 너 요즘 내가 너한테 주고 있는 돈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는 하냐? 돈이 왜 그렇게 필요해? 뭔 일 있냐?"

"나는 필요 없어."

"그럼 왜?"

"사실은 내 절친이 사고를 쳐서 부모 몰래 수습해야 할 일이 생겼는데, 돈이 좀 많이 필요하단 말야. 도와주고 싶어도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혹시 돈이 더 있으면..."

"야, 내 친구도 아니고, 말 만으로 그렇게 돈을 올려주기는 아무리 그래도 좀 그렇지 않냐? 이건 내가 치사한 게 아니라....."

티나는 눈을 반짝이면서 기레스의 말을 짜르며 대답했다.

"다, 당연히 그냥 올려달라는 건 아냐."

"응?"

"그... 돈을 좀 더 주는 대가로.... 애, 애무보다 더한 것도 해줄게..."

"뭐....?"

"섹스든 육변기든 추가 요금을 내주면... 해줄테니까..."

티나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곤 입을 삐죽거리며 참새처럼 쪼아대듯 말했다.

"진짜냐? 아니 아무리 절친이라지만, 거기까지 한다니 너 제정신이야?"

"어차피 네 귀축 같은 짓거리 때문에 처녀고 뭐고 다 날아가 버렸잖아! 이제와서 섹스에 한두번에 무슨 가치가 있어? 친구가 잘못 되는 것보다는 낫지."

존재하지도 않는 허구의 친구를 팔아가면서 티나는 슬그머니 기레스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안돼?"

그 간청하는 듯한 어투에는 어쩐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달콤함이 깃들어 있었다.

"나야 나쁠 거 없지. 아니, 솔직히 말하면 엄청 좋은데."

"!!!!"

기레스가 받아들이는 것도 받아들이는거지만, 자신을 안고 싶어 좋다는 말에 티나의 심장은 콩콩 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 내, 내 몸도 변태라니까.. 얼마나 저 색골오빠랑 섹스하고 싶어하는거람..'

그렇게 두근두근 멈출 줄 모르고 떨리는 심장에 티나가 속으로 변명하고 있는 사이 기레스가 물었다.

"좋은 건 좋은 건데, 가격은 어떻게 할거야?"

"생각해 봤는데 내가 애무까지 해주는데 걸리는 금액이 25만 에보나잖아?"

"그렇지."

"섹스할때는 10만 추가면 어때?"

"으음..... 하긴 섹스 정도면 그정도는 해야겠지.. 그럼.. 육변기는?"

"5만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 육변기인데 5만?"

"육변기라고 해봐야. 나갈 때 한번 하는거잖아. 너무 비싸게 부르면 아무리 발정난 너라도 안 살거 아냐? 괜히 비싸게 불러서 안 사게 되면 뭔 의미가 있어?"

"큭... 듣고 보니까 확실히... 육변기 옵션이 5만이라고 하니까... 안 사는게 너무 손해 같은 느낌이...."

"그, 그걸 노린거야."

물론 의도적으로 노리기도 했지만, 최대한 금액을 싸게 절충해야 했던 티나는 의기양양하게 혹하는 기레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35만에 섹스... 40만에 육변기... 시발년.. 악마 같은 가격표인데.."

아무리 봐도 5만을 더 내는 쪽이 압도적으로 이득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가격표가 아닐 수 없었다.

"참고로 유, 육변기 옵션에는 같이 자는 옵션도 들어가 있으니까.."

마치 장사치처럼 살 거면 육변기쪽으로 사는 게 이득이라는 듯, 티나는 은근히 기레스를 부추기고 있었다.

"그것도 그렇네. 그럼 사실상 3만 에보나에 육변기..."

티나가 어떤 인간인가. 소피아의 딸 답게, 마을 안은 물론이고, 밖에 내다놔도 손을 꼽을 정도의 조각같이 빼어난 미녀이다.

세간에 말한다면 5만 에보나가 아니라 50만 에보나, 아니 심지어는 500만 에보나를 불러도 인산인해로 줄을 설지 모를 정도인데, 5만 에보나를 추가로 육변기 취급할 권리를 얻는다니, 그야말로 사는 게 남는 장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나 진짜 돈이 필요해서 그러니까.. 친구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는 단순한 애무 말고, 섹스이상으로 해줬음 좋겠어."

기레스에게 먹히고 있다는 확신이 든 티나는 돈을 벌어야 된다는 명분으로 아예 당당하게 섹스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 그거 어째 나랑 애무보다 섹스하고 싶다는 것처럼 들려서 존나 꼴리는데?"

"읏...! 치, 친구 때문이라니까!"

순간, 정곡을 찔려버린 티나는 그야말로 홍당무처럼 시뻘겋게 얼굴을 물들이고 기레스에게 사납게 따지고 들었다.

"알아. 알아. 내 멋대로 뇌내보정도 못하냐?"

"그리고.. 가급적이면 얼른 친구를 도와주고 싶으니까.. 많이 불러줘."

아무래도 이때가 아니면 더 어필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티나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사심이 잔뜩 섞인 바램을 이야기 했다.

"오..!"

"이상한 망상 금지!"

"야이 시발년아. 너한테 그런 말을 듣고 이상한 망상을 안할 남자가 어딨어?"

'으...'

최근 왜 이리도 기레스의 주책 없는 발언을 들으면 심장이 두근 거리는지 자신의 변태같은 몸이 미워 죽겠는 티나였다.

"아우 못 참겠다. 야! 온 김에 지금 하는 걸로 하자."

"오, 오늘? 코스는?"

"당연히 육변기지 뭘 묻고 있어?"

".....♥"

기레스가 돈을 찾고 있는 사이 티나는 자신의 계획이 잘 먹혔다고 싱글벙글 미소 지으면서 침대 안으로 들어가 훌렁 훌렁 옷을 벗어 던지고 준비를 끝마쳤다.

그렇게 오늘도 기레스의 방에선 애액은 마를 틈이 없고, 교성 소리가 멈추지 않는 농밀한 밤이 지나갔다.

그 날 이후, 티나는 질펀하게 음락에 허덕이는 나날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이미 변태성이 만개한 티나에게 있어, 기레스에게 합법적으로 당할 수 있는 이 달콤한 시간은 이보다 더 즐거운 나날을 찾기 힘들 정도로 행복의 최절정기나 다름 없을 정도였다.

자신의 부탁이 효과가 있었는지, 하루가 멀다하고 자신을 불러 육변기 취급을 해주는 것은 기본이요, 덕분에 대부분 기레스의 방에서 꿀보다 더 달콤하고 구름보다 더 폭신한 잠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으며, 이따금씩 잊을만하면 상쾌한 안마로 쾌락의 감칠맛을 더해주는데, 이제 방해받을 일도 없겠다, 티나는 음락에 흠뻑 빠져 매일매일이 행복해 미칠 것만 같은 나날을 구가하고 있었다.

'어제는 부르지 않았으니까 오늘은 부르겠지?'

요즘들어 기레스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을 빼면 거의 무조건 티나를 호출하곤 했다. 자연히 하루를 걸렀다면 다음 날은 기레스에게 안기는 날인 티나는 콧소리를 흥얼거리며 즐거워 했다.

오늘은 또 어떤 쾌락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까 목까지 간질간질 거리며 기대한 티나였지만, 그 날, 기레스가 티나를 부르는 일은 없었다.

'이틀이나 지났으니까 오늘은 불러줄거야. 응.'

하지만 그런 티나의 바램에도 여전히 기레스는 깜깜 무소식이었다.

'3일... 그래도 오늘은... 발정 났을테니까 불러주겠지?'

이제는 슬슬 무서워서 조심스레 오늘은 불러달라고 속으로 기도까지 했지만, 티나의 기도는 보기 좋게 무시당해 버렸다.

'........'

그렇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행복의 빛이 강하면 강할 수록, 그 행복을 잃었을 때의 그림자도 짙어진다.

원래 기레스의 쾌락 같은 거 없이도, 즐겁게 살아왔던 티나는 어떤 의미에선 평소의 나날로 돌아온 것 뿐인데도, 마치 지옥의 가시밭길을 걷는 것처럼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왜....... 안 부르는거야.....'

기레스가 호출하기만을 기다리다 지친 티나는 난간에서 이보다 더 초췌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처량하게 기레스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기레스가 어느 시간에 자신의 나가고 방에 돌아가는지 정도는 이제 훤히 꿰고 있는 티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레스가 계단을 올라와 방으로 들어가려 들자, 티나는 기레스의 대놓고 방문을 가로 막고는 쌀쌀맞게 쏘아붙혔다.

"요즘... 안 부르더라?"

어차피 돈을 벌어야 할 명분이 있기에, 기레스가 장난으로 오해하든 말든 티나는 왜 섹스하려고 부르지 않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 티나의 물음에 기레스는 어딘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말했다.

"가족한테 들키기 전에 얼른 꺼져."

"방음 마법 외워 뒀어. 왜 안 부르냐니까? 나도 돈이...."

"하....... 후........"

한번이라도 더, 기레스에게 안기고 싶어 매일같이 기레스에게 핑계삼았던 돈 이야기를 꺼내는 티나의 말에 기레스는 땅이 꺼져라 한숨 쉬며 말했다.

"하 시발 이 돈독 오른 년. 나만 보면 돈 밖에 생각 안나냐? 그놈의 돈 돈.. 이제 다 떨어졌다. 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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