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화 〉 티나(62)
* * *
아침 해가 서서히 떠오를 새벽이 되자, 티나는 습관적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늦은 밤까지 몸을 섞느라 긴 시간을 자지는 못했음에도, 티나는 오랜만에 잡 생각 하나 안드는 달콤한 잠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항상 욕구불만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던 티나에게 오늘의 잠이 얼마나 달콤한지, 나름 잘 자고 일어나 개운함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이대로 다시 기레스의 품 안으로 기어 들어가 억지로 잠에 취해버리고 싶어질 정도였다.
"푸후.."
고개를 돌려보면 세상 모르고 새근새근 자고 있는 기레스의 모습이 보인다.
뭐 볼게 있는지 티나는 자고 있는 기레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어제는.. 너무 좋았어.'
티나는 혀로 입술을 살짝 핥으며 기레스와의 광란의 정사를 떠올렸다.
'이상하게 뭔가 하면 할 때마다 더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단 말야..'
능욕이 끝날 무렵 즈음에만 해도, 이보다 더한 쾌락은 없을 것만 같았는데, 오늘의 정사는 그때의 능욕조차도 별 거 아닌 것처럼 너무나도 감미로웠다.
'너무 오랜만에 해서 더 느낀걸까?'
그간 욕구불만으로 고생했던 것을 떠올린 티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살짝 이불 안으로 기어 들어가 자신을 달랬다.
'오랜만이라서 느끼든, 내가 변태년이라 더 느끼든 이제 와선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딴 자잘한 이유따위는 이제 중요치 않다. 지금 티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기레스에게 안길 때 눈물이 날 만큼 기분이 좋다는 것 하나 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 색골 오빠도 나처럼 쌓여 있었던 거지?'
티나는 어젯 밤, 기레스답지 않게 몇번이고 섹스했던 것을 떠올리며 배시시 웃었다.
서로의 속살을 슬근슬근 비벼대고 손가락에 후려지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숨이 막힐 듯한 절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자위도구인 기레스와의 섹스 따위 티나에게는 아무래도 좋거나 싫어해야 정상이었지만, 티나는 어젯 밤 기레스와의 섹스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헤실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또 넣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자, 보지가 근질거리기 시작한 티나는 요망하게 눈웃음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하아.. 헤헷."
'오늘까지는 육변기니까..♥'
녹아내릴 듯한 표정으로 티나는 기레스의 사타구니를 향해 기어 들어갔다. 이불 안에서 전날 밤, 소피아 몰래 기레스의 자지를 빨았던 일이 생각나 더 발정나 버리는 티나였다.
평소 같았으면 해소할 길 없이 지글지글 거리기만 하는 발정이 싫어 죽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스으읍]
"응~♥ 좋아."
미칠 듯이 즐겨 사방에 퍼진 정취와, 기레스의 살내음에 티나는 그것만으로 머리가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더 온몸이 안달날 정도로 발정나고, 더 미칠 듯이 흥분해도 좋다. 지금 자신의 눈 앞에는 기레스의 육봉이 있으니까..
"하.. 스읍 킁킁."
코 끝까지 가져가 티나는 눈을 감고 기레스의 냄새를 음미했다. 누가봐도 훌륭한 개변태의 행위였지만, 그 변태 같은 모습조차도 매력적이게 느껴질 정도로 티나의 아름다움은 한껏 물이 올라 있었다.
"아움."
더 참지 못하고 티나는 기레스의 육봉을 물었다. 소피아의 앞에서 빠는 것도 별미였지만, 이렇게 새벽에 여유롭게 '평소처럼' 빠는 건, 그것 나름대로의 농밀한 맛이 있었다.
"응? 읏?"
쫑긋거리면서 기레스의 자지가 반응하는가 싶더니, 기레스가 잠에서 깼다.
"윽..! 티나 너 뭐하고 있어?"
"으븝. 쪽. 뭐? 오늘은 육변기 해주기로 했잖아?"
육봉을 맛있게 빨다가, 꺼낸 티나는 앙칼진 목소리로 따지듯 말했다.
'이 바보는 또 왜 딴소리람?'
"그렇게 말하긴 했는데, 그거 그냥 겉치레로 하는 말 아니었냐?"
"겉치레로 그딴 걸 말할 리가 없잖아! 기껏 너무 미안해서 변기가 되어 주겠다고 했더니만, 왜? 싫어?"
"싫은 건 아닌데.. 솔직히 어제 너무 싸대서 오늘 또 사정하기는 좀.. 시간 좀 봐라."
"시간? 뭐 어쨌다고?"
"어제 섹스 하고 세 시간 밖에 안 지났잖아. 한 두번 사정한 것도 아니고 자지가 아플 정도란 말야."
기레스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까딱 까딱 거리며 말했다.
"넌 남자가 아니라서 모르는 모양이지만..."
언젠가 들어봤던 남자 설교에 티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내가 육변기까지 되어 주겠다고 하는데.. 이 조루 오빠놈..!'
"남자는 여러 번 사정하면 민감해 져서..."
조잘대는 기레스의 말 따위 한마디도 귀에 안 들어오는 티나다.
몇날 며칠을 기다리고 기다렸던 특제 디저트가 코앞에서 엎질러진 것처럼 티나는 씩씩 거리는 것조차도 잊고 망연자실한 멍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미 극상의 쾌락을 맛 보기도 했겠다, 그냥 만족하고 넘어가도 될텐데도 티나의 쾌락에 대한 욕심은 그야말로 끝이 없었다.
"그래서 말인데.."
"뭐야? 또.."
시퍼런 칼 같이 냉랭한 어투로 티나는 기레스를 쏘아보며 물었다.
"그... 싫으면 안해도 된다만.. 그냥 오줌이나 받아먹을래?"
"뭐?"
"사정은 좀 부담스럽지만 오줌은 싸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거든. 네가 그렇게 미안해서 육변기를 하고 싶다면...."
"이... 변태가...! 뭐... 라는.... 거야.."
방심하면 입꼬리가 올라갈 것 같아서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티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수치심에 떠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기대로 몸이 떨리는 것을 참을 수 없을 뿐이다.
"아, 알았어. 이년아. 어제, 육변기가 되어 주겠다고 니가 니 입으로 말해서 그냥 해본 말이라고! 시발년 왜 괜히 기대하게 만들게 그딴 말을 꺼내서.."
'아.. 안돼...'
또 기레스의 뜬금없는 삐짐이 도졌다고 생각하면서 티나는 화들짝 놀라 기레스에게 소리쳤다.
"싸, 쌀테면 싸!"
"뭐?"
"그.... 확실히 어제, 미, 미안했던 건 사실이고.. 너, 너한테 이렇게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으면서까지 도망칠 생각은 없으니까.. 싸고 싶음 마음껏 싸지르란 말야!"
"이, 이래도 되나?"
"이랬다 저랬다 찌질하게 뭐하는 거야? 짐승처럼 능욕까지 해댈 때는 언제고... 그래서 쌀거야 말거야?"
"입 벌려. 이년아."
'좋았어~♥'
"아~"
티나는 기다렸다는 듯 헤벌쭉 조그마한 입을 벌려 기레스의 자지를 머금자 마자, 아쉬운지 곧바로 탐욕스럽게 혀를 감아 돌리기 시작했다.
"어우.. 야! 야! 야!"
"푸후.. 왜 또?"
"사정 안한다고 했잖아! 왜 거기서 혀로 빠는건데? 하마터면 쌀 뻔 했잖아!"
"그냥 입에 넣다 보니까 혀가 스친거야. 하여간 조루는 여전하다니까.. 입에 담아줄 테니까 빨리 싸기나 하시지?"
"으...."
티나의 말에 뭐라 항변도 못하고 기레스가 슬쩍 눈치를 살피면서 티나의 입에 천천히 자지를 집어 넣자, 역시나 기다렸다는 듯 티나는 혀로 살살 기레스의 육봉을 핥아 올렸다.
"아니, 이.... 끄윽.."
'아..♥'
기레스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 허리를 움찔 거리며 그대로 정액을 티나의 입에 싸질렀다.
"하여간 조루 오빠라니까.."
이제 음란한 연기는 할 필요도 없는데도 티나는 살짝 빠져나온 정액을 건져 요염하게 혀로 핥아 먹으며 소악마 같은 미소를 지었다.
"지독한 년.. 그렇게 빨아대면서까지 매도하고 싶냐?"
'또 이상한 오해하고 있네? 나야 좋지만..'
오히려 저런 오해를 해주면 더 열심히 빨아대도 멋대로 오해할테니, 티나의 입장에선 나쁠 게 없었다.
"능욕한 거 좀 미안해서 나도 이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지만.. 니가 그렇게 또 조루 취급을 해댄다면야 어쩔 수 없지."
"응? 으읍!"
기레스는 티나의 다소 난폭하게 머리를 움켜 잡고 잡아 당겨서 성기를 들이 밀고는, 소변을 싸기 시작했다.
"시발! 어떠냐?"
'좋아...♥'
사정으로 쫄쫄 거리며 입 안에 쏟아지는 소변을 받아 먹는 치욕스러운 행위가 얼마나 좋은지 티나는 행복해 죽을 것만 같았다.
누가봐도 행복과는 백만광년이상 떨어진 행위였지만, 당사자인 티나만은 그 행위에 환희를 느끼고 있었다.
기레스의 육봉을 입에 문 채, 눈을 감고 음미하는 게 끝난 티나는, 그대로 쓰러지듯 침대에 누워 버렸다.
"야.. 티나.. 괘, 괜찮냐?"
"잘테니까 시간 맞춰서 깨워."
"아니.. 그냥 니 방 돌아가서 자지?"
"그럴 기분 아냐. 오빠가 일어나기 전 적당한 시간에 깨워. 육변기까지 해줬는데 그정도는 해줘도 되는 거 아냐?"
소변을 마시게 되서 기분 상한 듯이, 냉랭하게 정색한 척 쏘아붙히면서 티나는 꼬물꼬물 기레스의 품 안으로 기어 들어와 살포시 눈을 감으면서 말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기레스는 실실 쪼개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에이 시발. 육변기 해준 게 무슨 벼슬인가? 지가 해준다고 해놓고는.. 후우.. 알았다."
'헤헤..'
그렇게 티나는 기레스의 품 안에서 빠듯한 아침이 될 때까지 단잠을 잘 수 있었다.
"음~ 음음~ 흥~"
최근 기레스에게 종종 불려 애무를 당한 티나는 매사 기분이 너무나도 좋았다. 얼마나 좋았는지, 간간히 자신에게 고백해 오는 상대를 상냥하게 거절해 줄 정도여서, 최근 티나는 부쩍 고백을 받는 양이 늘어나 있던 참이다.
좋아하는 사람 외에는 그냥 벌레나 다름 없는 취급을 하는 티나는 그 귀찮음조차도 아무래도 좋을 정도로 매일같이 싱글벙글 거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 티나. 어째 요즘 기분 좋아 보인다?"
"아, 하일즈 오빠? 응. 그냥 뭐.. 그럴 일이 있거든♥"
티나는 뭔가를 생각하고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했다. 그 말로 형언하기 힘든 묘하게 요염한 자태에 하일즈는 물끄러미 티나를 보면서 생각했다.
'동생이 너무 예뻐도 문제구나..'
소피아의 케이스도 그렇고 가족의 외모가 너무 빼어나도 문제는 문제라고 하일즈는 생각했다.
'나한테는 클로에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티나가 다른 남자랑 사귈 걸 생각하면 뭔가 속이 지글 거리는 하일즈였다.
'그나저나 차림도 그렇고 묘하게 색기 있단 말야.. 혹시 좋아하는 남자라도 생겼나?'
하지만 이내 하일즈는 너털웃음을 짓고 고개를 저었다.
'에이 설마.. 밖에서는 여전히 평소 같은 깔끔한 차림새였고, 요즘도 고백을 거절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고, 거기다 그런 논리면 최근 복장이 가벼워진 어머니도 딴 남자가 생겼게? 나도 참..'
그 설마가 전부 적중하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하는 하일즈였다.
"그런데 여기서 뭘 하고 있어?"
"방이 좀 답답해서 살짝 몸을 좀 풀고 있었어."
그러면서 티나는 스트레칭을 하는데 훤히 드러난 매끈한 겨드랑이와 슬쩍 보이는 배꼽이 얼마나 예쁘고 색기 넘치는지, 하일즈는 주책도 없이 눈을 떼지 못했다.
"내가 좀 도와줄까?"
"응? 으음... !! 아냐. 됐어. 거의 다 풀어서 슬슬 들어가려 하던 참이었거든."
골똘히 생각하다 무언가를 떠올린 티나는 싱긋 웃으며 거절했다.
"그래? 그럼 난 방에 들어갈게."
"응."
그리고 잠시 후, 기레스가 몸을 씻고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따로 애무할 생각도 없겠다, 기레스는 자신의 방 앞에서 스트레칭하는 티나를 흘끗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 들었다.
"잠깐만."
"?? 왜?"
"저, 나 몸 좀 풀고 있는데.. 좀.. 도와주지 않을래? 둘이서만 해야 되는 동작도 있는데 아무래도 부탁할 사람이 마땅치 않아서.."
티나는 시선을 딴 곳을 돌리고 우물쭈물 입을 삐죽거리면서 기레스에게 물었다.
"왜 나한테?"
"너라면 가끔씩 애무도 하겠다, 섹스도 했겠다 이정도 스트레칭은 별 거 아니잖아...!"
미리 방음 마법도 켜뒀겠다. 티나는 소리를 콱 지르며 따지고 들었다.
"그렇긴 하지."
"!!"
'하일즈 오빠도 좋은 걸 알려줬어♥'
원래는 하일즈의 앞에서 기레스를 기다리는 게 조금 뻘쭘해 스트레칭 하는 척 한 거였는데, 하일즈의 권유에 티나는 기레스에게 써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내가 발정나 버리는 게 문제지만.."
'으...읏.'
기레스가 발정한다는 말에 실로 자신도 같은 심정인지라, 티나의 마음은 절로 떨려버렸다.
'좋아..!'
"대신, 몸 푸는 거 도와주면 애무 할인권 같은거... 줄테니까."
이왕 시작한거 꿩 먹고 알 먹자는 심정으로 티나는 툴툴 거리면서 기레스에게 권했다.
"지, 진짜냐.. 근데 그러느니 그냥 엄마한테 가서 도와달라고 하면 되지 않아?"
"엄마가 너 처럼 한가한 줄 알아? 스트레칭이 뭐라고 내가 엄마한테 부담까지 주면서 부탁해야 돼?"
"나한테는 부담 줘도 되냐?"
"당연하지. 귀축 오빠잖아? 얼마든지 맘 편히 부려먹을 수 있지. 응. 응."
티나는 건방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칫... 그래서 얼마나 할인해 줄건데?"
"ㄱ.. 크흠. 반액 할인 해줄게."
구십퍼센트 할인해준다고 할까 하다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속이 보이는 행위라고 생각한 티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반액!?? 진짜지?"
'하여간 색골 오빠라니까..'
구십은커녕 반액이어도 눈을 껌뻑이며 좋아라 하는 기레스의 반응에 덩달아 마음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티나였다.
"진짜야. 뭣하면 서약서라도 써줄까?"
반액은커녕 공짜로 안게 해주고 싶을 정돈데 그깟 서약서 따위 몇장이든 써 줄 수 있는 티나다.
"좋아. 네 방 따라가면 되냐?"
"됐고, 이쪽이 가까우니까 여기서 해 그냥."
티나는 자신의 몸을 비비면서 슬그머니 기레스를 밀어, 기레스의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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