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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네토기-166화 (166/238)

〈 166화 〉 티나(58)

* * *

그로부터 며칠 뒤, 티나는 썩 기분이 좋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칫...'

자신을 피해 달아나는 기레스를 보면서 티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달아나는 것 자체야 항상 있는 일이었지만, 기레스의 반응이 문제다.

최근들어 기레스는 티나가 도발해도 이전만큼 크게 당황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는 티나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인 소피아가 자신 이상으로 대담한 옷을 입기 시작했기 때문인 것이다.

평소 클로에와 몸매 경쟁을 벌일 때의 색기가 넘치는 복장을 집에서 입자마자, 소피아는 가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방금 전, 식사시간에도 젤가부터 시작해 하일즈와 기레스까지 헤벌쭉 풀어진 얼굴로 요리하는 소피아의 뒷태를 감상하고 있었던 것을 떠올린 티나는 고운 미간을 찡그렸다.

'아빠야 그렇다치고..'

젤가야 남편이기도 하고, 소피아바라기니 소피아의 저 아찔한 몸매에 넋이 나가는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있다.

'하일즈 오빠도 뭐... 클로에 언니가 저런 복장을 입고 유혹할 것 같지는 않으니까..'

지금 중요한 것은 하일즈 같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티나는 클로에의 고지식한 성격을 생각하면서 저런 복장에 유혹 당해본 적이 없는 하일즈도 혹할 수는 있다고 대충 생각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저 병신은..'

사람만 없다 하면 자신이 나서서 음탕하게 살을 비비려 들고 남들이 없을 때면 속살을 은근히 보여 대면서 그렇게 유혹해 주는데도 한눈을 팔고 있는 기레스만은 용납이 안되는 티나였다.

'물론 엄마가 나보다 몸매가 좋기는 하지만..'

양 손으로 가슴을 들어 모아보면서 티나는 불만스럽게 입을 삐죽였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유혹할 때는 그렇게 철벽을 치면서..'

뭔가 흐뭇하게 소피아를 바라보고 흥분한 듯, 은근히 헤롱대며 눈을 흘끗이는 기레스를 상상하니 티나는 괜시리 울화가 치밀었다.

자신을 대할 때는 흥분하기는 해도, 갖가지 흥분하지 않은 척을 하려고 발악하는 기레스다. 그러면서도 자지는 정직하게 세우는 점이 좋았지만, 요즘들어 기레스의 덤덤한 반응은 어쩐지 티나의 속을 시큰거리게 만들었던 것이다.

사실 티나의 입장 상, 기레스가 자신을 보고 흥분하든, 소피아를 보고 흥분하든 어느 쪽이든 손해는 없다.

아니, 되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기레스가 변태 같이 소피아로 흥분해 자위하는 편이 티나에게는 더 형편이 좋다고 말할 수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째선지 티나의 기분은 꿀꿀하기만 했다.

'절조도 없는 짐승새끼..'

누구를 위한 절조인지, 티나는 그렇게 속으로 기레스를 욕하면서 씩씩 거렸다.

"아, 티나. 마침 잘 됐네."

속이 타서 잠시 홀로 울그락불그락 기레스를 욕하고 있던 티나에게 뒤에서 설거지를 끝낸 소피아가 상냥하게 말을 걸어왔다.

"? 엄마?"

소피아의 복장을 본 티나도 살짝 말문이 막혔다. 윤기나는 금발을 날리는 미모만 해도 사기적인데, 앞태도 뒷태도, 풍만하면서도 늘씬해 폭발적인 몸매를 고스란히 선보이는 소피아의 대담한 복장을 보고 있자니, 설사 가족이라 할지라도 남성들의 심정이 십분 이해는 될 정도였다.

'으으...'

불만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티나의 귀여운 모습을 감상하면서 소피아는 입가에 가는 미소를 띠었다.

"왜요? 뭐 하실 말이라도 있어요?"

살짝 따지는 투로 말하는 티나에게 소피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음.. 티나, 혹시 요즘 뭐 도둑 맞은 물건 없니?"

"네? 도, 도둑이라뇨?"

티나는 자글자글 속이 타는 것도 잊어 버릴만큼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사실은... 기레스가 요즘 자신의 속옷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나한테 상담을 해와서 말야.."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제가 그 녀석의 속옷을 훔치기라도 했다는 거에요?"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티나는 마치 자신은 아니라는 듯 항변부터 하기 시작했다.

도둑맞은 물건은 없냐는 소피아의 첫 질문을 생각하면 누가봐도 미심쩍은 반응이었지만, 내막을 다 알고 있는 소피아는 일부러 모른 척 해주면서 티나를 타이르듯 말했다.

"티나 말고도 다른 가족들한테도 물어보려 하고 있었어."

"그, 그래요?"

"어디 도둑 맞은 물건은 없니?"

"전.. 없는데요.."

"흐음.."

"그냥 그 바보 오빠가 착각한 거 아닐까요?"

"응?"

"그 왜, 기.. 레스 오빠가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잖아요? 어디 보관을 잘못해서 몇 장 잃어버렸다거나, 단순하게 숫자를 착각했다거나 그랬을 가능성도 있잖아요. 상식적으로 누가 그 녀석의 속옷을 훔쳐가겠어요?"

자신이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고 이실직고 하는 것이나 다름 없었지만 티나는 내심 잘 둘러 댔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냥 남자도 아니고, 기레스의 속옷을, 그것도 유페르 가문에 와서 훔쳐갈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건 그렇지만.. 실제로 물건이 사라졌다고 하고 있고.. 앞으로는 순찰을 좀 돌까 생각중이거든."

"네!?"

티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를 내었다. 소피아가 감시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이 달콤한 변태생활이 무너질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렇게 놀라니?"

"아니, 뭐 이런 일로 순찰까지 도나 싶어서요."

"집 안에 도둑이 들었을 지도 모르는데 순찰 정도야 돌 수도 있지."

"그냥... 그 바보가 관심 받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는 거 아닐까요?"

"티나! 오빠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그리고 기레스의 표정을 보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 으음.. 혹시 티나 너 기레스를 괴롭히려고 도둑질을 해서 곤란하게 만들려는 건 아니지?"

"!!? 아, 아니에요. 괴롭히는 건 옛날에 관뒀단 말예요."

소피아의 회심의 질문에 티나는 억울하다는 듯 잡아 떼었다. 그런 티나를 살짝 의심스레 쳐다보면서 소피아는 다시금 말을 이어 나갔다.

"어쨋든 티나는 도둑 당한 물건은 없다는거지?"

"저, 저는.. 없기는 한데요. 그.."

"알았어. 일단은 순찰을 돌면서 생각해 봐야겠네. 티나도 뭔가 사라진 물건이 있으면 언제든 엄마한테 말해줘. 뭐 더 이야기 할 것 있니? 티나?"

이미 혼자 결론을 다 내어버린 소피아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티나에게 놀리듯 묻자 티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없어요..."

'아으...!'

가급적이면 자신의 변태생활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기에 최대한 소피아를 설득해 보려 했지만, 괜히 기레스라는 지뢰를 잘못 밟아 버리는 바람에 티나는 더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티나의 도벽은 완전히 끊겨 버렸다. 저녁만 되었다 하면 소피아의 감시가 붙는데, 어찌나 물 샐 틈도 없이 완벽한지 매사 욕실 근처에 누가 왔다 하면 소피아는 기다렸다는 듯 어디선가 칼같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뭐야.. 도대체..'

방음마법까지 사용하면서 살금살금 이동해 봐도, 욕실을 근처에만 왔다하면 소피아는 귀신 같이 어슬렁거리고 있어서 티나는 트라우마가 걸릴 것만 같았다.

'엄마 때문에 훔치지도 못하고.. 그 병신이 자위하는 것도 못 보고..'

어디가서 불평하지도 못할 이야기라 더 속이 타는 티나였다.

'최근에는 훔치지도 않았는데 적당히 감시 좀 그만둬 주면 안되나.'

[스읍]

"아흣~"

감시만 그만둬 주면 어떤 것이든 해줄 수 있겠다고 툴툴거리면서 티나는 기레스의 팬티의 냄새를 음미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모아둔 게 있어서 다행이야..'

저번에 빨래통에 돌려 놓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하면서 티나는 지금까지 하루하루 모아온 콜렉션들을 돌려가면서 발정난 몸을 달랬다.

"으... 씨.."

조금만 참으면 순찰을 그만두지 않을까 싶었지만 소피아의 순찰은 벌써 일주일도 넘고 있었다.

아무리 빨지 않아서 냄새가 난다고 해도 며칠이지, 냄새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빠지기 마련이어서 스멀스멀 턱밑까지 불만이 올라온 티나는 최근에는 자신이 욕실을 사용할 때에만 자위하기를 반복했다.

"후흡 하ㅡㅡ으~"

자신의 방으로만 가져가지 않으면 빨래통에 있는 기레스의 팬티를 얼마든지 맛볼 수 있었기에 이 순간만큼은 그래도 어느정도 성욕을 해소시킬 수 있었다.

'시발. 최근에는 자위도 안하나 보네.'

최근에도 여전히 티나는 기레스를 유혹하며 도발하고 있었고, 조금 무덤덤해지기는 했어도 기레스는 여전히 티나에게 흥분해 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빨래통을 뒤져봐도 기레스의 정액은 전혀 맛볼 수 없어서 티나는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하긴.. 엄마가 저렇게 밖에서 감시해대니..'

자신도 욕실에서 기레스의 팬티로 자위할 때, 호흡 하나 내지 못해서 짜증나 미칠 것만 같은데, 기레스가 자위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티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납득할 수 있는 건 있는거고, 불만은 불만이어서 갈 길 없이 방황하는 성욕에 티나는 소피아가 미워질 정도로 속이 새까맣게 타버리고 있었다.

'이제 교환하면서 도둑질 할테니까.. 좀 봐주셨으면 좋겠는데..'

하나하나 버리기 아깝기는 해도 여기까지 오면 어쩔 수 없어서, 티나는 냄새가 빠진 방 안의 팬티를 로테이션 돌려가면서 티 안나게 도둑질 할테니 제발 좀 용서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눈 딱 감고 숨겨서 가져가 볼까..'

자신의 옷 사이에 숨겨서 가지고 올라가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티나는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자신이 기레스를 괴롭히고 싶어서 훔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소피아는 아주 가끔씩 불심검문을 하면서 티나의 옷가짐을 살펴볼 때가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기레스의 팬티를 훔치고 있다는 것을 소피아에게 걸린다니, 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일이었다.

소피아가 둔해 빠진 인간이었다면 몰라도 최근들어 소피아가 얼마나 괴물 같은 사람인지 그야말로 뼈져리게 느끼고 있었던 티나는 도저히 팬티를 몰래 가져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걸 가지고 누워서 자위하면.. 딱 좋을텐데..'

"하아아.."

무슨 술안주를 품평하기라도 하듯이 오늘의 팬티를 움켜쥐고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티나는 선 채로 자위했다.

몸을 개운하게 씻고 나왔음에도 퀭하기 짝이 없는 눈으로 티나는 소피아를 지나 방으로 올라갔다.

"야.. 티나!"

그리고 기레스의 방을 지나는 순간, 정말 오랜만에 들은 목소리에 티나는 깜짝 놀랐다. 기레스가 자신을 불러 세운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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