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5화 〉 티나(57)
* * *
"하아... 하아.."
품 안에 넣고 온 기레스의 팬티를 꺼내 들고 티나는 흥분으로 거칠게 숨을 몰아 쉬었다.
'내가 도둑질을 하다니..'
도둑질을 한 물건이 팬티라는 것도 깨는데, 하필이면 그 대상이 그냥 팬티도 아니고, 기레스의 정액이 덕지덕지 묻어 냄새를 풀풀 풍기는 팬티라니.. 정신이 없어 급하게 들고 오기는 했지만, 다시금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
그렇다곤 해도, 되돌려 놓고 싶은 마음 따위는 1도 없는 티나는 소중한 물건이라도 바라보는 것처럼 지그시 기레스의 팬티를 바라보다가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스읍]
"아으으...!"
그리곤, 고운 얼굴에다 팬티를 가져다 대고 그대로 숨을 들이킨 티나는 좌우로 데굴거리면서 좋아라 했다.
"네뮤즈."
티나는 기레스가 두고 간 방음마법 주문을 외웠다. 사용할 때마다 기레스가 생각나서, 발정을 하고 있을 때면 어지간하면 사용하지 않았던 마법이지만, 오늘은 이야기가 다르다.
"하아... 하아... 응읏.."
방음도 완벽하겠다, 방해꾼도 없겠다, 극상의 딸감도 찾았겠다, 티나는 더 기다릴 것도 없이 자신의 음부를 향해 손가락을 가져갔다.
"하아으으응, 아ㅡ 읏!"
욕실에서부터 이미 흠뻑 젖어 매끌거리는 보지에 손가락이 닿자마자, 티나는 마치 직접적으로 쾌락에 지져지는 듯한 농밀한 쾌감을 맛볼 수 있었다.
물 밖에 나온 생선마냥 팔딱거리면서 티나는 다시 한번 숨을 들이켰다.
[흐읍 하아]
코 끝을 때리는 정취에 머리가 오싹오싹해진다. 가족이나 친구는 물론, 기레스마저도 모르는 자신의 비밀스런 변태성을 자각하면 할수록 지독한 쾌락이 전신에 스며들어 버린다.
"하으... 스읍, 하아.. 스읍.. 낼름"
음탕하고 게걸스럽다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티나는 냄새를 쫓고, 아직 다 마르지 않은 정액을 혀로 핥아 나갔다.
다른 한 손은 찌걱이는 소리를 낼 정도로 젖은 자신의 음부를 미칠듯이 후리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실로 색욕에 실성하기라도 같은 모양새지만, 되려 그렇기에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티나의 자위에는 원초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다.
"앗, 아... 히야아아아아앙♥"
지금까지 속 안에 꾹꾹 눌러 두었던 신음소리를 사양도 없이 마음껏 내뱉으면서 티나는 그대로 몸을 쭉 펴고 자지러 졌다.
"헤헷.. 스읍.. 아....♥"
기레스에게 능욕 당하기라도 한듯, '기분 좋은' 절정감이 넘실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티나는 자연스럽게 기레스의 팬티를 가져와 냄새를 맡고 절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최고야..♥"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고, 티나는 방 안에서 기레스의 팬티를 늘여 놓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고, 팬티 도둑질은 처음이 어렵지, 이후부터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이따금 생각이 날 때 즈음이면, 하나 둘 씩 훔쳐낸 팬티는 이미 다섯 장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거.. 슬슬 들키지 않을까?'
한 두장이면 몰라도, 벌써 다섯 장, 아직 들킬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슬슬 기레스가 위화감을 느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다.
'역시 몇개 정도는 다시 빨래통에 넣어둬야 될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팬티에 손을 가져간 티나의 손이 움찔거리며 멈춘다.
"으음...."
'이건... 정액이 묻었던 거고, 이건 좋은 냄새가 났던 거고, 이건 땀에 절었던 거고, 이건...'
하나하나의 팬티를 들었다 놨다, 품평하면서 티나는 쉽사리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남들이 보면 하나하나 다 구리기 짝이 없는 팬티지만 티나에게는 빨래통에 가져가 버리면 다시는 구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여러 종류의 소중한 반찬이었던 것이다.
"스읍. 우으...."
그래도 하나를 꼽아볼까 싶어서 하나하나 냄새를 맡아보면, 제각각 장점이 있어서 도저히 하나를 꼽아 버릴 수가 없는 티나였다.
[덜컥]
'앗....'
기레스의 방문 소리에 티나는 정신을 차리고 주섬주섬 기레스의 팬티를 다시 보관함에 넣었다.
"일단 아직은 괜찮을테니까..."
오늘의 고민은 보기 좋게 내일로 미뤄 버리고 티나는 기레스를 따라 살금살금 방을 나섰다.
[킁킁]
방문을 나서자, 단련을 끝마치고 나온 기레스의 잔향이 감도는 것을 티나의 코는 놓치지 않았다.
'오늘은 꽤 땀을 많이 흘렸나본데..'
자신의 팬티 콜렉션에 하나 더 좋은 작품이 들어갈거라 생각한 티나는 농염한 미소를 띠우고선 방음 마법을 외우고 살금살금 발을 놀렸다.
'오빠는 방이고..'
하일즈의 방에서 인기척이 나는 것을 확인하고 티나는 아랫 층으로 내려갔다.
'아빠는 안계시나? 엄마는 주방이시고..'
"좋아.."
가끔 가족들과 동선이 겹쳐 버려서 기레스의 팬티를 훔치지 못하는 날도 있었지만, 오늘은 훔치는 데에 성공할 수 있을 거 같아 티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총총걸음으로 서둘러 욕실로 향했다.
"크읏.."
'오늘도 자위하고 있네.. 오늘은 만나지도 않았는데 하여간.. 원숭이라니까.'
기레스의 꼴사나운 자위행위를 티나는 이제는 거부감 하나 없이 어딘지 흐뭇함마저 느껴지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음?'
하지만 오늘 기레스의 자위는 평소와는 달랐다.
'팬티를 안 입고 있잖아..?'
평소 기레스는 항상 팬티를 입고 자위한 뒤에, 정액을 닦고 빨래통 제일 아래에 숨기거나, 아예 자위를 하지 않고 그냥 빨래통에 넣거나 했지, 이렇게 팬티를 다 벗어 던져두고 자위를 하는 일은 없었다.
'왠일이지..'
기레스의 자지가 훤히 드러난 것을 빤히 관음하면서 티나는 괜히 빨고 싶어져 군침을 삼켰다.
"끄윽.......... 에이.. 나와서 치우지 뭐."
조금 늦게 내려왔기 때문일까, 얼마 구경하지도 않았는데 기레스는 정액을 싸지르곤 몸이 나른해 졌는지 아주 잠시 고민하다 그대로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
기레스가 욕실로 들어가자마자, 티나는 텅 빈 눈으로 욕실 안으로 들어와 바닥에 떨어진 기레스의 정액에 다가갔다.
"........."
어제 욕실에서 자위하지 않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욱 끈적한 정액이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본 티나의 눈에는 혼란보다 더한 혼돈의 색이 깃들어 있었다.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티나는 정액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니, 아니, 정액 같은 건... 다른 날도.. 맛 볼 수 있잖아..'
기레스를 마음껏 유혹해대서 욕실에서 자위하게만 한다면, 매일은 아니어도 이따금씩 정액의 맛은 볼 수 있다.
고개를 좌우로 붕붕 저으면서 티나는 정신차리라고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마음은 술렁이면서 이성을 거부해 나갔다.
[꿀꺽]
'누가 명령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짓은, 이런 짓은... 하면 안돼. 절대로 안돼...'
명령만 해준다면 하겠다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 있는 생각이었지만, 바닥에 떨어진 정액에 정신이 팔릴대로 팔려버린 티나는 지금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멀쩡한 음식조차도 바닥에 떨어지면 안 먹는데..'
하물며 지금 시선에서 떼지 못하는 건, 오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남자의 정액이라는 사실에 티나의 변태성이 소용돌이처럼 술렁거린다.
그냥 펠라치오를 하다가 받아 먹거나, 팬티에 묻어 있는 걸 핥아 먹는 건 몰라도 이렇게 땅바닥에 쓰레기처럼 널부러진 정액은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런 걸 먹으면...'
인간 이하나 다름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기에' 더더욱 핥아 먹어 보고 싶은 티나다.
[꿀꺽]
'어차피.. 이 정액이나, 저 정액이나... 정액은 정액이지....?'
티나는 부서져 내릴 것만 같은 표정으로 한걸음을 떼며 생각했다.
'떨어진 지도 얼마 안 됐고....'
설사 그게 말도 안되는 변명일지라도, 생각을 거듭하면 할수록 마음의 천칭은 급속도로 기울어져 버린다.
'변기 역할은 예전에도 했잖아....?'
이제는 옛일이나 다름없는 기레스의 육변기 역할마저 자기 변명에 써먹으면서 티나는 자신을 합리화 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보는 사람도 없으니까...'
자신의 이런 정신 나간 변태성을 아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티나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바닥에서 풍기는 정액의 시큼한 냄새에 불쾌함은커녕 사타구니는 팬티를 훔쳤을 때보다 더욱 흥건히 젖어버린 티나다.
"아...."
작고 예쁜 입을 벌리고 더럽기 짝이 없는 정액을 향해 혀를 내밀면서 티나는 전신에 감도는 파멸적인 쾌락에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낼름]
'아흐으으읏~'
자신의 말마따나 이런 정액이나 저런 정액이나 뭔 맛의 차이가 있겠냐마는, 정작 바닥에 혀를 할짝이는 티나는 치사량의 고양감에 머리가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으면 않을수록 티나는 그 자체만으로도 미칠 듯 흥분해 버린다.
'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바닥에 떨어진 정액의 상당한 양을 핥아 먹은 상태였다. 아쉬움에 티나는 탐스러운 혀로 살짝 입맛을 다셨지만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끝나고 치운다고 했었던가..?'
"으으...."
기레스의 말을 떠올려 남김없이 전부 핥아 버리면 되려 의심을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 티나는 바닥의 정액을 빤히 쳐다보면서 망설이다가 겨우 눈에서 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쩔 수 없지..'
어딘지 오늘은 이걸로 봐주겠다는 듯한 태도로, 티나는 주섬주섬 알뜰살뜰히 기레스의 팬티를 챙겨 들고는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는 발걸음으로 욕실을 뒤로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