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 티나(56)
* * *
기레스에게 복수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다음 날, 티나는 미리 준비해 뒀던 평소보다 더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식사를 하러 내려왔다.
슬쩍 기레스의 모습을 보면 자신에게는 시선 하나 주지 않고 음식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칫...'
그 고지식함에 속으로 혀를 차며 실망하는 티나에게 젤가가 말을 걸어왔다.
"티나, 요즘 복장이 너무 대담한 것 아니냐?"
원래가 고루하기 짝이 없는 아버지인 젤가는 사랑하는 소중한 딸, 티나의 다소 야시시한 차림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이. 요즘 이 정도는 기본이에요. 아빠. 제 친구들은 이보다 더한 옷도 많이 입는다구요."
가볍게 티나는 준비해 뒀던 변명을 꺼냈지만, 바로 젤가의 표정이 살짝 굳는 것을 보고 재빨리 말을 덧붙혔다.
"요즘 너무 더우니까 집에서라도 편하게 지내려고 입는 것 뿐이고, 전 밖에서는 이런 옷 안 입어요."
딱히 티나는 패션을 신경 쓰고 싶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집에서만 이렇게 입는다는 것을 젤가에게 어필했다.
이런 복장을 입는 것은 집에서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복장을 보일 대상은 기레스로 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으음.."
"젤가도 참, 티나도 이제 다 컸는데 언제까지 어린애 취급을 할 생각이에요?"
못마땅하다는 듯한 젤가에게 소피아는 상냥한 목소리로 티나의 편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주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건 그렇게 이성적으로 딱딱 떨어지는 게 아닌 것이다.
사랑하는 딸이 어쩐지 노출도를 높혀 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젤가는, 아무리 소피아의 말이라 해도 뒤숭숭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도 요즘 너무 더워서, 티나처럼 시원한 옷을 입을까도 생각해 봤는데.."
살짝 교태스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소피아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젤가에게 말했다.
'으응?'
'어엇?'
어딘지 요염함이 묻어 나오는 소피아의 발언에 젤가와 하일즈는 순간 작게 몸을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소피아도 몇년 전에 비해 최근에는 나름대로 개방적이 되긴 했지만, 지금의 티나처럼 대놓고 살을 은근히 노출시키는 옷을 입은 적은 없었다.
[꿀꺽]
소피아야 뭘 입어도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옷을 보고 싶지 않느냐 묻는다면 그건 단언코 아닌지라 젤가는 티나가 입은 옷과 소피아를 번갈아 보고는 군침을 삼켰다.
"당신이 그렇게 나오면 저도 부담스럽잖아요. 티나도 집에서만 입는다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소피아가 속삭여 오는 달콤한 말투에 온 몸이 발정으로 절여져 버린 젤가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생각했다.
'보고 싶다.. 보고 싶어!'
"그, 그래요. 아버지. 확실히 티나의 말처럼 요즘 애들한테 저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긴 해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젤가 뿐만이 아니어서, 하일즈도 은근히 티나의 편을 들어주면서 말했다.
"크흠.. 어쩔 수 없나. 티나 밖에서는 자제해라?"
그렇게 젤가는 헛기침을 하면서 못 이긴 척 티나의 차림을 허락해 주었다.
"네~"
그리고 식사 시간이 끝나고.. 설거지를 하는 소피아를 제외하고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는 사이, 티나는 2층으로 향하는 기레스의 길목을 슬그머니 가로막아 차단해 버렸다.
"읏.."
딱히 티나가 어떤 액션을 취하지 않았음에도 기레스의 바지는 이미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하핫.'
그런 기레스를 보면서 교태스러운 눈웃음을 짓고는, 티나는 대범하게 옷을 잡아 당겨 자신의 봉긋한 가슴을 노출시켰다.
'그 어미에 그 자식이라더니..'
그 모습이 어찌나 요망한 지, 절로 자신에게 아양을 떠는 소피아가 떠올라 버리는 기레스다.
젤가와 하일즈가 아직 근처에 있는 상황인데도 티나는 아랑곳 하지도 않고 소악마 같은 미소로 기레스를 도발했다.
"비, 비켜.."
"싫은데?"
이제는 대놓고 기레스와 몸을 부빌 수 있다는 생각에 티나의 얼굴에는 요염한 웃음으로 한가득이다.
이렇게 대놓고 도발하고 몸을 접촉하려 들어도 기레스는 복수 때문이라고 생각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에휴.. 지독한 년 진짜.."
기레스는 체념한 듯 성큼성큼 티나를 향해 걸어갔다.
'온다...!'
그런 기레스를 보면서 티나는 어떻게 하면 기레스와 끈적하게 몸을 비빌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렸다.
근처까지 기레스가 다가오자, 티나는 기레스의 좋은 냄새에 몸이 달아 올랐다. 이제는 좋든 구리든 아무 냄새에나 발정나 버리는 티나였다.
'일단은 살짝 품 안에 껴안기는 각도로.. 가로 막으면서.. 다리로는 저 병신의 자지를 살살 비비면서 자극하고..'
머릿 속에 구상해 놓은 치밀한 계획을 시행하려고 기레스에게 몸을 기대려는 순간 익숙한 허한 느낌에 티나는 깜짝 놀랐다.
'앗?'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기레스는 자신을 통과한 뒤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귀신에라도 홀린 듯 티나는 재빨리 기레스를 따라가려 했지만, 이미 가로막은 상태에서 통과해 버린 이상, 다 잡은 고기를 놓친 뒤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날 제대로 피했었어..'
당시에는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이쯤되면 우연일 리가 없었다. 한껏 기대했던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자 티나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입술을 근질거리며 생각했다.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저새끼는 병신이고.. 아직.. 기회는 많으니까...'
하지만 클로에가 작정을 하고 공격해도 죄다 흘리고 피할 수 있었던 기레스를 티나가 잡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 아예 최근 기레스는 작정하고 티나를 피해다닐 생각으로 평소 맞춰 오던 귀가 시간마저 불규칙적으로 바꿔 버리고, 식사 때나 집 안에 있을 때도 기레스는 최대한 움직임을 자제해서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큭.."
어쩌다 마주쳐서 은근히 스킨십을 시도하려 하면, 무슨 공기라도 상대하는 것처럼 빠져나가 버리는 기레스다.
'으... 우으..!'
괜히 실속은 없이 기레스의 잔향에 애만 잔뜩 타서 티나는 욕구불만으로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본래라면 그 기레스의 잔향만으로도 좋아라 했던 티나는 어느샌가 자연스럽게 코 끝에 남는 잔향만으로는 전혀 만족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계단이 아니면 스치지도 못하겠어..'
처음에는 기레스가 저렇게 날랠거라 생각하지 못했고, 두번째는 집중하지 못해서 그렇다 쳤지만, 이제는 티나도 기레스를 잡는 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티나는 계단처럼 좁은 공간이 아닌 평평한 곳에서는 작정하고 달려들지 않는 한, 스치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작정하고 달려들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자신은 어디까지나 여유롭게 기레스를 놀리면서 도발해야 하는 입장, 기레스와 살을 비비고 싶다고 꼴사납게 작정하고 달려들 수는 없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자신이 머릿 속에 박혀 있는 기레스라는 존재는 그냥 모든 방면에서 뒤떨어지는 지진아였기에 지금의 기레스의 변모를 티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훌렁 자신을 너머 지나가 버리는 기레스를 보면서 티나는 원망과 울상이 반반씩 섞인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코만 킁킁 거리며 아쉬워 했다.
그 모습은 하이에나가 남이 먹다 버린 식사를 눈치 보면서 먹는 것처럼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치사해...'
발정에 살짝 이성을 잃어, 최근 기레스는 자신이 잔뜩 제공해 주는 딸감으로 매일 같이 자위를 즐기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버린 티나는 요상한 질투심에 속이 끓어 버렸다.
'나한테도... 조금 정도는 줘도 좋잖아..'
어떻게 이렇게 실수 하나 없이 철두철미하게 피해다니려 할 수 있는지 티나는 울화통이 터져 버렸다.
"읏.."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사이, 기레스는 옷가짐을 가지고 티나의 앞에 나타났다.
'아.....'
그리고 그 순간, 평상복과 더불어 가장 위에 놓인 기레스의 팬티에 티나는 눈은 홀리기라도 한 듯 시선이 고정되어 버렸다.
"음? ...."
자신을 유혹할 생각도 않고 멀뚱거리는 티나의 모습에 놀란 척을 하면서 기레스는 부랴부랴 욕실로 향하는 척을 했다. 물론 티나가 무엇에 홀렸는지 잘 알고 있는 기레스다.
기레스가 욕실로 향하고, 티나는 기레스가 눈치채지 못하게 살금살금 뒤따라 갔다. 욕실로 다가가자 작은 말로 궁시렁 대는 기레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으윽.. 티나.. 이 시발년.."
거기에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꼴사납게 자위를 하고 있는 기레스의 모습이 보였다.
'아앗....!'
순간 몸을 숨기면서 티나는 한번 심호흡을 한 뒤, 다시 조심스럽게 문틈으로 기레스를 살펴 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기레스의 자지에 티나는 숨이 막혀 버릴 정도로 심장이 두근 거렸다.
팬티 안에서 성기를 흝고 있는 기레스의 손이 자신이 입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변태 같은 망상을 하면서 티나는 일거수일투족을 놓치기 싫은 듯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기레스의 자위를 엿보았다.
"끄윽..!"
얼마나 지났을까 외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기레스는 자신의 팬티에 한차례 사정하고는 슬쩍 눈치를 보다가 빨래통 깊숙한 곳에 팬티를 숨기고는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꿀꺽]
그 모습을 지켜보던 티나는 물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하고 살금살금 도둑고양이처럼 세면대 쪽으로 들어갔다.
"시발.. 덮칠 수도 없고.."
욕실 안에서 혼자 궁시렁 거리는 기레스의 말에 흥분하면서 티나는 천천히 빨래통 쪽으로 다가갔다.
'분명히 안 쪽에 숨겼었지? 하긴..'
자신의 정액으로 범벅이 된 팬티를 버젓히 맨 위에 올려둘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티나는 일단 위에 쌓여 있는 팬티 몇가지를 꺼내 들었다.
'음...'
[킁킁]
일단 기레스의 것으로 보이지 않은 팬티를 슬쩍 코 끝으로 가져가 본 티나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면서 무심한 얼굴로 그대로 홱하고 빨래통에 팬티를 던져 버렸다.
'역시 아냐..'
기레스의 것이 아니어도 흥분할 수 있다면 그게 베스트라고 생각했지만, 몇가지 팬티와 속옷을 맡아봐도 팍 하는 흥분이 오는 건 전혀 없었다.
"하으윽...♥"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레스가 안에 숨겨둔 깊숙한 곳의 팬티를 꺼내 드는 순간, 티나는 살짝 풍기는 정취만으로 애액을 흘리며 자지러져 버렸다.
'이, 이거야..'
[스으읍ㅡ 하ㅡ 스으읍ㅡ]
흡사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티나는 정액으로 범벅이 된 기레스의 팬티에 얼굴을 파묻고는 연신 숨을 들이키면서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지릿한 냄새가 들어 올 때마다 도대체 어디서 오는지 쾌락으로 뇌가 저릿거린다.
[낼름]
덤으로 아직 뽑은지 얼마 안된 기레스의 정액까지 맛 본 티나의 마음은 그야말로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 시발.. 너무 좋아..!'
지금까지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티나는 자신을 마구 자책했다.
강아지의 꼬리가 있었다면 좌우로 마구마구 흔들었을 정도로 발발 거리며 좋아하는 티나의 모습은 기레스의 정액 묻은 팬티에 흥분하는 변태가 맞나 싶을 정도로 귀엽기 짝이 없었다.
[스읍]
'아아.....'
평소 맡던 잔향과는 비교도 안되는 농밀한 정취에 티나는 환희로 몸을 떨었다. 이미 티나의 하복부는 자위 하나 없이 애액으로 축축해진지가 오래다.
더 못 참고 자위를 하기 위해 손가락을 가져가려는 순간 물소리가 들려왔다.
[촤악]
기레스를 씻어내는 물소리에 티나는 앗차 싶어 정신을 차렸다.
"아..........."
'어쩌지... 어쩌지...'
곧 기레스가 나올 기미를 보이자, 티나는 기레스의 팬티를 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좌불안석으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끙끙 거리면서 고민 했을까 티나는 무너질 듯한 얼굴로 생각했다.
'으... 어쩔 수 없지...'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기레스의 팬티를 빨래통에 던져 두고 도망쳤을테지만, 변태인 티나는 '어쩔 수 없이' 기레스의 정액으로 범벅이 된 팬티를 소중하게 품 속에 넣고 자신의 방 안으로 달아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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