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163화 (163/238)

〈 163화 〉 티나(55)

* * *

방해꾼인 하일즈가 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티나는 아랫 층에서 들려오는 문소리를 들었다.

[덜컥]

'왔다...!'

2층 위에서 귀를 쫑긋이며 티나는 기레스가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곤 계단을 올라오는 기레스의 발소리에 맞춰 티나는 기다렸다는 듯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은 혼자 오르고 내려가기에는 전혀 좁지 않지만, 이렇게 서로 마주보고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달랐다.

서로 피해준다면 못 지나갈 것도 없었지만 티나는 피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흐흥~'

티나는 밑에서 자신을 올려다 보면서 은근히 당황해 하는 기레스를 보면서 몸을 살짝 떨면서 한걸음씩 발을 내딛었다.

'고자 같은 새끼.. 하지만 오늘은 네 생각대로는 안될걸?'

"아앗..!"

한쪽 벽에 찰싹 달라붙고 자신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기레스를 보면서 티나는 속으로 기레스를 욕하면서 외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다리가 걸린 듯 비틀거리면서 기레스를 향해 몸을 던졌다.

'좋아..!'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 티나의 목은 넘어지는 와중에도 기대로 근질 거렸다.

찌질한 기레스가 자신을 건드릴 마음이 없다면, 자신이 우연을 가장해 건드리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오늘 티나는 기레스가 오기 전, 미리 속옷까지 벗어가면서 만반의 준비를 다 끝마쳐 두었다.

이대로 기레스의 품 안에 안겨, 푹푹한 땀냄새 속에서 끈적하게 몸을 부비적 거리는 상상을 하자 티나의 입 안은 절로 침이 고이고 표정은 헤벌쭉 풀어져 버렸다.

'혹시라도 저 병신이 날 받다가 넘어지면 안되니까 적당히..'

이번만큼은 절대로 실수가 용납되지 않아서 당황한 듯 휘청이는 연기를 하면서도 티나는 정확하게 기레스를 향해 적당히 기대듯 몸을 날렸다.

아무리 기레스의 신체능력이 떨어져도 깃털처럼 받아낼 수 있도록 스윽 가볍게 기대려고 했지만 티나가 느낀 것은 허공 뿐이었다.

"꺄앗..!"

도저히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피한건지, 기레스는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버렸고, 기레스에게 기댈 생각으로 몸을 내던진 티나는 그대로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게 생겨 버렸다.

'어떻게..'

바닥에 떨어지는 그 찰나의 사이, 자신이 다치는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티나의 마음은 그저 기레스에게 안기지 못한 것에만 절망해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기레스를 바라보면서 힘없이 떨어지는 티나의 손을 무엇인가가 잡았다.

'아....'

설마하니 이 상황에 저 둔탱이 기레스가 자신을 잡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티나는 잠시 생각이 멈춰 버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티나는 약삭빠르게 기레스가 잡아 당기는 힘을 반동 삼아 그대로 기레스의 품 안으로 쏙 하고 들어가 버렸다.

'아으으...!'

기레스의 품에 푹 잠기자마자, 날카롭게 선 유두가 기레스의 살에 닿는데 그게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티나는 눈을 감고 음미하며 헤실헤실 좋아라 했다.

'아직.. 시간은 있어.'

3초도 지나지 않은 시간, 두뇌를 풀가동하면서 티나는 아직도 균형을 잡지 못한 척, 몸을 흐느적 거리면서 그대로 기레스의 살에 자신의 야들야들 부드러운 가슴을 은근히 가져다 대면서 부비적 거렸다.

[스읍ㅡ 하아]

'아아아아......!♥'

실로 기대했던 그대로의, 아니 그보다 훨씬 더한 만족감에 눈물이 날 것 같이 황홀해 하며 티나는 어떻게든 더 자연스럽게 기레스의 살결을 맛보기 위해 필사적으로 품 안에서 몸을 꼬물거렸다.

'아앗♥'

그렇게 기레스의 품 안에서 몸을 비벼댄지 채 몇초도 지나지 않아, 티나는 자신의 하복부에 닿는 기쁜 오산을 느끼고 환희에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기레스와 몸을 맞댈 생각만으로 가득해, 의식하지 못했는데, 어느샌가 기레스의 발기한 자지가 자신의 몸에 살짝 닿고 있었던 것이다.

'하아... 하아.....'

젖가슴에 꾸욱 포개어진 기레스의 몸과, 아직도 단련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아 후끈거리며 전신에서 물씬 풍겨오는 기레스의 살내음, 거기에 바지 위로 힘차게 솟은 육봉은 티나의 변태성의 불길에 그야말로 기름을 들이 부어대고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바지 위로도 좋으니 오랜만에 기레스의 자지에 좀 더 진하게 달라붙기 위해 티나가 몸을 조금 더 들이미려는 순간, 겨우 정신차린 기레스가 양 팔을 벌리고 화들짝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

"으읏.. 티, 티나 너.. 조심해야지. 거기서 발이 걸려 넘어지면 어떡하냐?"

"아......"

'이... 바보오!'

백번 양보해서 기레스가 나서서 자신을 겁탈하지 않는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할 수 있는 상황에 자신이 나서서 떨어질 건 뭐란 말인가?

'만질 용기가 없으면 가만히라도 있으란 말야..!'

차라리 기레스가 자신한테 흥분하지 않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그 짧은 사이에 몸이 살짝 접촉 했다고 아주 성기를 빨딱 세우고 발정이 날대로 난 기레스가 저렇게 내빼니 티나로선 더더욱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으... 우으...!"

너무 분한 나머지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티나에게 기레스는 당황한 척하며 말했다.

"야.. 티나. 나도 이번에는 피해자야? 너 떨어지던거 잡아 주다가 이렇게 된 거잖아.. 나도 어지간하면 너랑 몸이 닿는 건 피하고 싶었어."

"시발새끼!"

티나는 원망스럽게 기레스를 노려보면서 기레스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입 밖으로 꺼냈다.

자신의 속마음도 모르고 나불대는 저 주둥이가 티나는 얄미워 죽을 것만 같았다.

"후우.."

하지만 오늘 소기의 목적은 달성 했기 때문에 티나는 살짝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래.. 여기선 어쩔 수 없었다고 인정해 주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는거야.'

보기 드물게 솔직하게 티나가 기레스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티나는 좋게좋게 나가기로 했다.

아직 티나와 기레스가 서 있는 장소는 좁은 계단길, 지금은 살을 비비고 있지는 않다지만 이렇게 맞대고 서 있는 것은 티나에겐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

"알았어.. 어쩔 수 없었으니까.."

살짝 티나는 기레스에게 고맙다고 말해볼까 하다가, 질색하면서 고개를 붕붕 저었다.

'여러가지 의미로' 고마운 건 사실이지만, 얄밉게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기레스에게는 억지로라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만났으니 하는 말인데.."

'응?'

정말 별 것 아닌 말이었지만 티나는 귀를 쫑긋 세우며 반응했다. 능욕이 끝난 뒤로, 기레스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뭐?"

기레스는 슬그머니 하일즈의 방을 눈치보면서 머뭇거렸다.

"오빠는 나가서 없어. 그래서 뭘 말하고 싶은 건데?"

"너 그 복장이랑 행실거지 좀 조심해 주면 안되냐? 시발... 앵간하면 말 안하려고 했는데, 요즘 옷들도 그렇고 행실도 그렇고 좀 개방적이지 않아?"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상관 있지. 이년아."

오랜만에 기레스의 난폭한 말투에 티나의 분했던 기분은 괜시리 좀 나아졌다.

"무슨 상관이 있는데?"

툴툴 쏘아 붙히면서 티나는 기레스의 다음 답변을 기다렸다.

"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말을 해야 고치든 말든 해줄 거 아냐?"

"시발년아. 꼴린다고! 이제 능욕도 못하는데, 그게 나한테 얼마나 고문인지 아냐?"

"아하~?"

티나는 도발적인 요망한 미소를 머금었다. 기레스가 찌질하게 자신에게 흥분하고 있다고 고백한 것을 듣자마자 티나는 주책도 없이 살짝 가버릴 정도로 흥분해 버렸다.

"네가 꼴리든 말든 나랑은 관계 없잖아?"

웃음을 숨길 수가 없어서 티나는 대놓고 기레스를 보고 조소하듯 실실 쪼개면서 말했다.

"아니, 그리고 도대체 요즘 나랑 마주치는 일이 왜이리 많은거야?"

"내가 집에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렇지. 요즘 친구들도 리움 사관학교를 준비한답시고 바쁘단 말야. 더운데 집에 있어야지. 그럼 네가 꼴린다고 일도 없는데 밖에 싸돌아 다니기라도 하라는 거야?"

"끅.."

미리 준비해 둔 답변을 속사포처럼 쏟아낸 티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았어. 그래도 복장 정도는 이전처럼 입으면 안되냐?"

'잠깐.. 이거 좋은 기회잖아..!'

티나는 여우 같은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너무 꼴리는데 능욕을 하지는 못하니까 좀 노출을 줄여 줬으면 좋겠다. 이거지?"

티나는 기레스의 요구를 다시금 확인하듯 되물었다.

"그래."

"훗. 그렇게 싫다면 더더욱 꼴리게 입어 줘야겠네."

"뭣..?"

"뭘 놀라? 네가 그걸 싫어하면 그걸로 복수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 그동안 그렇게나 날 능욕해 놓고 내가 그런 부탁을 들어줄거라 생각한 거야?"

"아니.. 그래도 너 제정신이냐? 내가 널 보고 꼴린다는건 그... 널 보면서 딸친다는건데?"

"치, 치고 싶으면 치든지?"

'딸친다고..?'

생각해 보면 자신이 일일히 기레스를 빼준 적은 있어도 기레스가 자위하는 것은 본 적이 없는 티나의 시선이 살짝 기레스의 육봉을 향했다.

"이.. 미친년아..!"

"너한테 듣고 싶진 않거든? 아니면 예전처럼 능욕이라도 한번 해볼거야?"

옷을 아래로 쭉 잡아당겨 그대로 탐스럽게 빛나는 가슴골을 슬그머니 내보이면서 티나는 소악마처럼 요망하게 혀를 냘름거리면서 기레스를 대놓고 도발해 왔다.

"으읏.."

그 티나의 폭발적인 매력에 기레스는 뒷걸음질 치며 자지를 더욱 빳빳히 세웠다.

'어차피 나보다 약하기도 하고, 강하다 해도 겁탈할 인간도 아니지만..'

기레스가 덮쳐와도 좋지만, 안 덮치고 기레스가 멋대로 꼴려서 자지를 빨딱 세우고 발정하는 것만으로도 티나는 대만족이었기 때문에 어느쪽이든 티나로선 손해볼 일이 없다. 그야말로 변태이기에 무적인 것이다.

"바보 같은 년. 이렇게 딸감을 제공하면 너만 손해인 것도 모르냐? 내가 널 가지고 자위한다니까?"

'지랄하네. 손해는 무슨..'

애시당초에 기레스를 흥분시키기 위해 얇게 옷을 입고 있었던 티나는 기레스의 강한 척 하는 마지막 저항에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옷을 팔랑 거렸다.

그에 노브라인 가슴은 상하좌우 가릴 것 없이 음탕하면서도 모양좋게 흔들거렸다.

저번에는 더운 척이라도 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명백하게 눈 앞에 있는 기레스를 의식한 도발인 것이다.

"시발.. 후회하지 마라."

누가봐도 씩씩 거리며 잔뜩 흥분한 티를 내며 기레스는 티나를 제치고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헤헷..."

그런 기레스를 보면서 티나는 후회를 하기는커녕 황홀한 표정으로 음탕하게 웃음지었다.

'이젠 합법적으로 저녀석한테 비벼댈 수 있어...♥'

그런 달콤한 망상을 하면서 티나는 산들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방으로 돌아가 오늘 잔뜩 모은 반찬으로 일락의 절정을 만끽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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