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화 〉 티나(49)
* * *
"핫.."
시답잖은 이야기를 끝내고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마지막 밤. 끙끙 거리다가 겨우 잠든 티나는 습관적으로 눈을 떴다.
"하아.."
낯설기 짝이 없는 친구의 방 천장에 티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살짝 눈을 돌려보니 해가 뜰락말락 거리는게, 기레스의 육봉을 빨아 잠에서 깨울 때의 시간이었다.
'아우...'
괜히 기레스의 자지를 핥으며 자위할 때가 떠오른 티나는, 다시 잠을 청하지도 못하고 몸이 달아올라 버렸다.
여기가 기레스의 침구였다면 딱히 자위하지 않아도 한차례 정사를 즐긴 이후, 나른하게 누워 꿀잠을 청하는 것만으로도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이곳은 기레스의 방이 아니었다.
"....."
티나는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폈다.
"후우..."
"푸으ㅡ"
"으음.. 후.."
"......"
입술을 우믈거리면서 티나는 몇 초 되지 않는 짧은 고민을 끝마쳤다.
'조금 쯤이면.. 괜찮겠지..?'
밤 늦게까지 이야기 하느라 그야말로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친구들을 보고 티나는 또다시 변태성이 도져 버렸다.
기레스를 깨우면서 만끽하는 자위에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친구들의 호흡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거리에서 자위행위를 하면 어떻게든 이 발정난 신체를 가라 앉힐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것이다.
'응.. 아...'
들썩 거리지 않도록 천천히, 티나는 가녀린 손가락은 잠옷 너머 자신의 속옷을 향하기 시작했다.
눈은 감은 상태로 미동조차 느껴지지 않도록 몸을 고정시키고 느릿느릿 손가락만을 움직이는데, 느린 만큼 티나는 슬며시 속옷을 들추는 자신의 행위를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읏..'
속옷 안으로 꾸물거리며 기어 들어간 손가락이 음핵을 쓸고 지나가자, 티나는 평소보다 더 민감한 느낌에 몸을 살짝 뒤척였다.
무려 3일이나 기레스와 만나지 않은데다, 친구의 집에서 친구들을 앞에 두고 한다는 자위 한다는 생각 때문에 티나의 몸은 평소 홀로 자위할 때보다 훨씬 민감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바로 보지에 손가락을 찌를 생각이었지만 생각보다 민감해 기분이 좋았던 티나는 음부로 향하던 손가락을 멈추고 기레스의 애무를 떠올리면서 살살 공알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아으... 응?'
"으음.."
화장실이라도 가려는지, 부시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친구 한명이 눈을 부비며 일어나 방문 앞으로 향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자신의 앞을 지나치며 방문을 여는 친구를 보면서도 티나의 손가락은 멈출 줄을 몰랐다.
[덜컥]
'앗....!?'
살짝 아슬아슬하게 느끼고 있기는 했지만, 충분히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티나는 친구가 나감과 동시에 조루마냥 가벼운 절정을 느끼며 가버렸다. 그리고 그 뒤에 느껴지는 것은 평소 혼자 자위할 때 이상의 압도적인 허탈감이었다.
더 하고 싶어도 이미 속옷이 꽤나 젖어 있었기에 더 하기 힘들었지만, 티나는 깊은 현자타임이 온 것처럼 자위를 하고 싶은 욕구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티나는 분한 듯 이를 악 물면서 아쉬움에 몸을 뒤척 거렸다.
요염한 미녀 앞에서는 몇 번이고 성기를 세울 수 있는 남자가, 추녀 앞에서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자위행위라해도 모두가 같은 자위행위는 아니다.
변태같이 몰래 친구들 앞에서 몸을 달래느니 마느니 하는 것도 아직 이런 최악의 절정을 느끼지 않았을 때의 텐션일 때나 가능한 거지, 아무리 욕구불만이라 해도, 최악의 절정으로 몸이 팍 식어 버린 지금에 와서, 자위 재개는 어림도 없었다.
'시발.. 그 병신만 있었어도...'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끝내주는 자위도구인 기레스만 곁에 있었어도 자신이 이런 상실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티나는 분을 삭혔다.
'바로 오늘 해만 뜨면 집으로 가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참자.'
그렇게 티나는 마지막 새벽을 뜬 눈으로 지새었다.
마지막 날, 아침. 티나는 친구들과의 추억 같은 건 이미 뒷전으로, 대충대충 식사를 끝내자 마자 작별의 인사와 함께 쏜살같이 집으로 향했다.
'드디어...!'
얼마나 집에 오길 기대했을까, 티나는 퀭하기 짝이 없는 눈으로 현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 티나."
"어머. 티나. 왔니?"
문 앞에서 소피아와 젤가가 티나를 반겨 주었다.
"네. 다녀왔어요."
"친구들과 추억은 잘 만들고 왔고?"
소피아는 티나의 척 봐도 꽤 수척해진 몰골을 보고 실실 웃으면서 물어왔다.
"네.. 뭐.."
친구들을 만나면서도 제사보다 젯밥에만 관심이 있어, 욕구불만으로 불만 투성이었던 티나는 빈말로도 좋았다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가 없었다.
"다행이네. 후훗.. 친구들이랑 노느라, 꽤 피곤해 보이는데 얼른 올라가서 쉬도록 해."
소피아의 말에 티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쿵쿵 거리는 발소리를 내면서 성큼성큼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음?"
"앗..."
발소리를 듣고 나온 기레스와 마주치자마자 티나의 차갑다 못해 쓰디 쓸 정도로 식어 있던 몸은 후끈 달아올랐다.
기레스의 얼굴만 봤을 뿐인데도, 티나의 속옷은 이미 푹푹해질 정도로 질척하게 젖어 버려서 어느 정도 기레스를 기대했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하고 있었던 티나조차도 순간 당황해 버릴 정도였다.
'그건 그렇고..'
원래 못난 기레스지만, 오늘의 기레스는 평소보다 뭔가 더 안색이 안좋아 보였다. 티나가 온답시고 굳이 밤을 지새운 까닭이다.
'이 녀석도 내가 없어서 불만이었던 거 아냐? 그... 항상 내가 꼴린다고 하기도 했고.. 이녀석이라면 당연히 그렇겠지!'
마음만 먹으면 소피아든 클로에든 골라 먹을 수 있는 기레스지만, 그런 사정은 알 길이 없는 티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성욕이 없는 인간도 아니고, 능욕을 할 때면 매번 원숭이처럼 날뛰던 기레스 같은 못난 동정이 마을에서 제일가는 미녀인 자신을 안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자신보다 더 발정할 것은 틀림 없어 보였던 것이다.
기레스를 봤다고 생기가 생긴 티나는 유심히 기레스의 얼굴을 스캔이라도 하듯 훑어보았다.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데다 눈매는 자신 못지 않게 퀭하고 어두운 것이, 아무리 봐도 자신처럼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나마 잠을 자기는 했던 티나와 달리 기레스는 고의로 밤을 지새웠으니까..
'그래. 저 피곤해 보이는 면상을 보면 틀림 없어.'
매사 자신을 안으면서 도저히 못참겠다는둥, 꼴린다는 둥, 원초적이게 꼴사나우면서도 천박하게 요구해 왔던 기레스를 떠올린 티나의 마음은 더욱 더 흐무지게 풀어져 버린다.
'제까짓 게 그럼 그렇지~'
변태같이 능욕을 바래서 잠을 설친 건 자신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티나는 우쭐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뭘 그리 쪼개? 친구들이랑 재밌었나보지?"
"뭐.."
"그건 그거고.."
"앗.. 하아응..♥"
슬쩍 티나의 곁에 도착해 기레스는 티나의 야무진 가슴을 조물거렸다. 기레스의 손을 거절할 생각도 못하고 티나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화답해 버렸다. 그 목소리가 어찌나 달콤한 지 애무하는 기레스마저도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되나 당황할 정도였다.
"시,, 시발 넌 시도 때도 없어?"
티나도 자신의 교성소리에 당황해서는 황급히 기레스에게 쏘아붙혔다. 그러면서도 기레스를 거절할 생각은 않고 몸은 은근히 기레스에게 기대는 티나다.
'아.... 시발... 너무 좋아♥'
조금만 더 이렇게, 아니 이왕이면 지금 당장 방 안으로 데리고 가서 한번 질펀하게 즐기고 품 안에서 단잠을 즐기고 싶다는 욕망이 티나의 온 몸을 푹푹 찌르고 들었다.
상상만으로도 머리는 저릿 거리며 아랫도리의 애액은 이제는 다리를 타고 흘러내릴까 걱정이 될 정도로 젖어 버린다.
"방금 돌아왔는데 얼마나 발정해댄거야? 이대로 능욕이 끝나면 볼만 하겠다? 그치?"
'누가 할 소리를..'
속으로 조소하며 기레스는 티나의 귓전에 속삭였다.
"너도 조금은 내가 없어서 발정하긴 했지?"
'역시..!'
너'도' 라는 말에 티나는 발그레 얼굴을 붉히곤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흥, 거울이나 보고 오지 그래? 꼴랑 몇번 좀 가게 했다고 내가 발정한다고 착각하는 거야? 너 따위를 상대로 내가 발정 같은 걸 할리가 없잖아."
"크윽... 하긴 뭐.. 일리는 있나?"
티나의 말을 순순히 인정하면서 기레스는 부드럽게 조물거리던 가슴에서 손을 뗐다.
'어? 뭐야? 여기는 씩씩대면서 달려들어야 할 상황이잖아!'
"무, 뭐야 갑자기 멈춰서는.."
"뭔가 기분이 좀 쳐져서 그만 할란다. 피곤하기도 하고.."
바로 몇시간 전, 기레스가 느낀 것과 비슷한 기분을 맛 본 티나는 순간 기레스의 말에 공감해 버렸다.
절정을 승부의 내기로 걸어서 섹스 하나 못 할 뻔 해서 혼자 삐진다거나, 꼴리는 연기까지 해달라고 능욕 시간까지 걸거나, 이상한 쪽으로 소심한 기레스기에 저런 뜬금없는 반응도 어느 정도 티나는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그래도...! 여기서 내가 능욕을 못 받아서 발정 했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하암. 그럼 난 더 잔다. 오늘은 밤 빼고는 안 부를거니까 쉬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그런 티나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레스는 보란듯이 하품 쉬며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찌질이 새끼!'
[쾅]
문이 박살날 기세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티나는 씩씩대며 그대로 분노의 자위행위를 시작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티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한없이 덧없는 절정 뿐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