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148화 (148/238)

〈 148화 〉 티나(40)

* * *

"하아응.. 앗, 하앙♥"

기레스의 움직임에 맞춰 클로에는 요리조리 허리를 돌려서 호응한다. 기본적으로 클로에는 고지식한 성격답게 수동적인 타입이지만, 오늘의 클로에는 아양이라도 떨듯이, 둥글둥글 음탕하게 허리를 돌려가면서 기레스를 받아들였다.

기레스와의 섹스는 불필요한 고민을 쾌락으로 덮어 씌워 버린다.

지저분한 질투에 그냥은 넘어가기 힘든 실수까지, 본래라면 흑역사에 이불킥을 하면서 죽을 날까지 후회할 일들도 오랜만에 맛보는 이 쾌락 앞에서는 안개처럼 덧없기 짝이 없었다.

기다리다 지친 육체는 건드리기만 해도 절정해 버릴 것만 같이 발정나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일선을 넘지 않는 아슬아슬하게 농축된 쾌락은 클로에의 머리를 녹여 버린다.

"하.. 스읍."

구교사의 오래된 나무 냄새는 일전에 즐겼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들었다. 거기에 더해 한바탕 대련에 땀으로 범벅이 된 기레스의 체취까지 들이키면 그것만으로 클로에의 머릿 속은 새하얗게 저려버렸다.

"앗.. 아응..."

클로에의 입에서 아쉽다는 듯한 신음소리가 튀어 나왔다. 기레스의 애무에서 곧 절정이 몰려 올 것을 예상한 까닭이다.

이렇게 절정을 느끼든 저렇게 절정을 느끼든, 기레스가 주는 절정이 만족스럽지 않을 리는 없었지만 평소보다 갑절은 이른 타이밍인지라 클로에는 아쉬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이왕 즐기는 거 좀 더 여유롭게 굵으면서도 길게, 클로에는 이 시간을 음미하고 싶었다.

"응, 아으ㅡ 으.. 으으..... 히야아아아으으읏....!♥"

하지만 기레스의 앞에서 참는다고 참아질리도 없어서 클로에는 오랜만에 극상의 절정을 맛보았다.

"으... 기레스."

불만스럽게 기레스를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이는 클로에의 모습은 평소와는 다른 갭이 있어 너무나도 귀여웠다.

"왜? 일찍 가버려서 화났냐?"

"으.."

다 알면서도 왜 그랬냐는 듯, 클로에는 기레스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았다.

"벌이야 벌."

"어?"

"날 죽일 뻔 했던 건, 이걸로 넘어가 줄게."

"아.... 응!"

실제로 기레스가 죽었다면 따라 죽을 각오까지 할 정도로 무겁게 쌓여 있던 클로에의 죄책감은 기레스의 한마디에 상당히 덜어져 버렸다.

좀 더 기레스와 살을 섞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지만 '그렇기에' 이 벌은 벌로써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아쉬움에 기레스를 원망하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벌은 벌다워 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벌을 당해도 싸다고 느끼고 있는 고지식한 클로에는 기레스의 체벌에 어느 정도 마음이 가벼워 졌다.

"원래는 가기 직전에 멈추는 걸로 벌을 줘볼까 생각하기는 했는데.."

".....!"

기레스의 말에 클로에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그 편이 죽을 짓을 한 자신에게 더 합당한 벌이긴 했지만 상상하면 몸이 오싹해 졌다.

"네가 너~~무 꼴려서 그렇게는 못하겠더라."

"읏.."

아마 한창 티나와 즐기고 있을 텐데도 기레스가 자신을 필요로 했다는 사실에 속이 달아올라 클로에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이런 일로 쓸데없이 폭주 하지마. 다음에는 진짜 할거니까."

"으응..."

"그리고 말야. 좋은 생각이 났어."

"좋은 생각?"

"사실 나도 지금까지 널 못 보는게 좀 아쉽긴 했거든?"

"정말?"

클로에는 다시 한번 듣고 싶은 마음에 되물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왕 일이 이렇게 벌어졌으니까.. 이참에 엄마를 이용해 버리면 어떨까?"

은밀하게 소피아를 이용해 먹자는 기레스의 배덕적인 말에 클로에의 심장은 기대감으로 꽉 조여온다.

"아줌마를...? 어떻게?"

"잘 생각해 봐. 어차피 티나가 너와 날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이유래봐야 내가 약점을 빌미로 널 겁탈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거잖아?"

실제로는 정반대였지만 티나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엄마의 공인을 받자는거지."

"후우.."

기레스와의 대련했던 장소에서 소피아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클로에만큼은 아니었지만, 소피아도 소피아 나름대로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슬슬 기레스의 몸에 자신의 비기를 때려넣는데 성공해서, 소피아는 그 성과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마침 그 때에 클로에가 미행을 시도했던 것이다.

요사이 젤가를 조교하면서 조금 우쭐해져 있었던 소피아는 괜시리 클로에를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클로에의 질투를 자극하는 행위를 저질러 버렸다.

딴에는 적당히 놀리고 위로하면서 클로에를 잘 구슬릴 생각이었지만 서로 간에 폭주해버린 결과는 소피아가 생각했던 그림과는 전혀 달랐다.

'그나저나.. 클로에도 상당히 무섭네.'

질투하게 만든다는 목적과 기레스의 현재 수준을 잘 알고 있었던 소피아는 기레스와는 달리 클로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클로에도 아직 애는 애구나.'

단순 화력으로는 클로에보다 몇배는 약한 기레스조차도 클로에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그 힘든 와중에도 의도적으로 빈틈을 내는 노력까지 했을 정돈데, 아무리 실수라곤 해도 소피아를 부정하고 싶다는 마음에 이성을 잃은 것은 평소의 클로에 답지 않은 일이었다.

'아니, 이건 기레스가 대단하다고 해야되려나?'

기레스가 없어서 하일즈와 원활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한다면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클로에는 이성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소피아에게 배워 지금의 기레스 이상으로 하일즈가 성장 했다면, 클로에는 오늘처럼 이성을 잃기는 커녕 대인배처럼 솔직하게 감탄하고 건설적인 경쟁심을 품었을 것이 틀림 없었다.

오늘 클로에가 이성을 잃고 폭주한 근본적 원인은 순수한 의미로 기레스에게 있다 할 수 있었다.

'그 클로에가 말이지..'

어려서부터 클로에를 잘 알고 지내온 만큼 소피아도 나름대로는 클로에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으로, 오늘에서야 소피아는 매사 냉정침착한 얼음공주 같았던 클로에의 밑바닥에는 저런 질척한 질투심이 드글거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

멀리, 소피아는 두 사람이 걸어오는 기척을 느꼈다. 꽤 긴 시간이 지나고 소피아의 앞에 기레스와 클로에가 나타났다.

"클로에."

"아줌마. 정말 죄송합니다!"

클로에는 소피아를 보자마자 냅다 90도로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사죄의 말을 건넸다.

"어?"

흘끔 기레스의 눈치를 살피자 기레스도 눈짓으로 다 받아주라는 눈짓을 재빨리 보냈다.

"아냐. 아무 것도 모르는 클로에가 본다면 그렇게 착각 했을수도 있지."

평소의 온화한 어투로 소피아는 클로에를 위로했다.

"기레스한테 다 들었어요. 원래가 그런 단련이었다고... 그런데 괜히 착각을 하고 실수해서.. 정말 죄송해요!"

"괜찮아."

"오늘 제가 얼마나 모자른 사람인지 뼈저리게 느꼈어요."

클로에는 늠름한 무사를 연상시키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런 결례를 범해 죄송하지만, 저도.. 기레스와 함께 소피아 아줌마와 단련하면 안될까요?"

"으응?"

"저도 부탁할게요 엄마! 지금까지 클로에가 가르쳐 준 은혜도 있고.. 사실,, 클로에는 리움사관학교의 지명권을 얻게 되면 저한테 써주기로 했었거든요. 클로에도 같이 가르쳐 주시면 안될까요?"

옆에서 기레스도 나서서 그렇게 명분까지 동원해서 부탁해오면, 기레스바라기인 소피아는 허락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말이 부탁이지, 기레스가 소피아에게 저렇게 말했다는 건 '그렇게 하라'는 명령이나 다름 없었다.

"기레스가 그렇게 부탁한다면.. 어쩔 수 없지."

소피아의 상냥한 말투에 클로에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기레스와 소피아는 부모자식일 뿐, 자신만큼의 유대는 없을테니 더는 질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소피아의 말 하나 하나에 클로에의 속은 재채기라도 나올 것처럼 근질근질 거렸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꽤 늦었으니까 다음부터 시간을 맞추도록 하자."

"그럼 전 클로에를 데려다 주고 올게요. 먼저 들어가세요. 엄마."

"응? ㄱ, 그러렴."

"할짝 츄릅 넬름넬름 하.. 헤으응."

소피아를 뒤로하고 살짝 떨어진 위치에서 기레스와 클로에는 정신없이 혀를 뒤섞고 있었다.

"어때? 잘 됐지?"

"응....! 넬름."

'역시.. 기레스야..'

기레스의 말을 들어 좋았다고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클로에는 평소의 무표정은 집어 치우고 녹아내릴 듯한 표정으로 혀를 깔딱이며 기레스의 목덜미와 혀를 음란하게 핥아댔다.

"엄마는 기본적으로 다정다감자상하시니까.. 자존심을 조금만 굽히고 부탁하면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단 말이지."

"응! 이걸로 다시 합법적으로 만날 수 있게 된거네...?"

양팔로 기레스를 끌어안고 지근거리에서 클로에는 요염하게 속삭여 온다.

학교에서 기레스가 클로에와 아는 척 하거나, 클로에가 기레스를 아는 척 할 수는 없다.

물론 학교 외에도 일단은 보는 눈이 어디에 있을지 모르고 만에 하나라도 둘이 만나는 게 티나의 귀에 들어가면 곤란하기에 앞으로도 가급적이면 만나는 일은 피해야 했지만, 이렇게 사람의 인기척이 드문 장소에서 소피아가 공인 해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따로 섹스를 하지 않더라도 둘이서만 만나는 것을 티나에게 걸리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소피아의 공인 하에 '배우는 입장이라' '어쩔 수 없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설사 이후에 티나에게 발각 당한다고 해도, 소피아의 앞에서 만나는 것을 공인 받게 되면 학교에서 같은 수업을 듣고 있는 것처럼 책 잡힐 일은 어디에도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세세하게 따지고 들자면 문제점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지만, 기레스가 말하는 것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클로에는 그 총명한 머리를 굴려 생각하는 것을 포기해 버렸다.

"그런데 기레스, 만날 수 있게 된 건 좋은데 이런 짓을 해도 될까? 지금은 없으시지만 아줌마도 있고.."

"난 그 편이 더 좋은거 같은데.. 음.. 은밀하게 장난 치는 건 싫어?"

"아니. 너무 좋아아아♥ 넬름."

그 질투했던 소피아의 뒤에서 음탕한 장난질을 한다는 배덕감에 클로에는 발음까지 무너뜨리면서 기레스를 끌어 안고 뱀처럼 요사스레 혀를 꿈틀였다.

평소에는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클로에지만 기레스의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애보다도 더 애처럼 투정을 부리는 클로에다.

적당히 불장난을 즐긴 후, 기레스는 클로에를 보내고 소피아에게 돌아갔다.

"클로에는.. 갔어?"

먼저 돌아가라고 했지만 소피아가 먼저 돌아갔을 리 없다. 클로에는 소피아의 기척을 읽지 못했지만, 소피아는 당연하게도 둘의 질펀한 장난질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래."

"으..."

기레스가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 지지하는 소피아지만, 이렇게 대놓고 자신을 놀리는 불장난에는 클로에만큼은 아니어도 질투심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레스는 데자뷰를 보는 것만 같이 뾰루퉁한 표정으로 자신을 원망스레 바라보는 소피아의 유방의 밑둥을 덥썩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음부에 손가락을 걸었다.

"앗, 아응♥"

먹음직스러운 가슴은 기레스의 손 위에서 음탕하면서도 아름답게 출렁인다. 관음하면서 자위라도 했는지 이미 사타구니 안쪽은 애액으로 흠뻑 젖은 소피아에게 기레스는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건.. 오늘 멋대로 일을 벌인 '벌'이니까.. 알겠지?"

바로 얼마 전에 클로에에게 속삭인 말을 기레스는 그대로 소피아에게 속삭였다. 클로에와의 불장난은 보기 좋게 기레스의 벌로 둔갑되어 버렸다.

"응,,, 하앙. 으응♥"

역시나 오랜만의 애무에 발정이 날대로 난 소피아는 저항하나 하지 못하고 귀엽게 고개만을 끄덕끄덕이면서 군말 없이 기레스의 벌을 받아 들일 수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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