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144화 (144/238)

〈 144화 〉 티나(36)

* * *

여름의 새벽은 빠르게 찾아온다. 어슴푸레한 빛에 기레스는 티나보다 먼저 눈을 떴다.

'음..'

고개를 돌려보면 기레스에게 달라붙어 새근거리면서 자고 있는 티나의 얼굴이 보인다. 덮고 있는 이불 안, 모양 좋게 솟은 가슴의 굴곡은 아침부터 마음이 동하게 만들어 버린다. 정사가 끝나고도 은근히 기레스에게 희롱된게 기분이 좋았는지 티나는 입가에 미소까지 띄어 가면서 단 잠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 티나의 모습을 보면서 기레스는 입가를 비틀며 앞으로의 계획을 곱씹어 정리했다.

'어떻게 반응할 지 기대되는구만. 그나저나 그건 그거고..'

앞으로의 일은 앞으로의 일이고 오늘의 능욕은 오늘의 능욕이다. 기레스는 슬쩍 티나의 넘실거리는 봉긋한 가슴 봉우리를 손으로 부드럽게 움켜쥐고 티나의 호흡에 맞춰 살근살근 조물거리기 시작했다.

"으응.."

보통의 티나였다면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을 해야 정상이었지만, 기분 좋게 잠에 빠져있는 티나는 저도 모르게 간드러지는 소리를 내며 몸을 흔들었다.

"으음.. 헤헤.."

'뭐야? 왜 안 일어나?'

능글맞게 놀리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기레스는 헤실거리는 티나를 보고 살짝 당황했다.

본래는 편안하게 깨울 생각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기레스는 조금 더 질척하게 티나의 비소를 향해 손을 움직였다.

"아응.... 아... 핫!?"

기분 좋게 잠에 취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뇌를 저리게 만드는 쾌감에 티나는 한껏 만끽하던 기분 좋은 잠에서 화들짝 깨어났다.

"뭐, 뭐하는거야!"

"보면 알잖아?"

들썩거리는 이불 안 속에서 기레스가 손가락을 꺼내니 끈끈히 반짝이는 애액이 반들거리고 있었다.

"발정난 짐승새끼.."

"깨워줬더니 말하는 거 보게? 방에 안 돌아갈거야? 하일즈한테 걸리고 싶어?"

기레스의 말에 티나는 정신을 차리고 창을 바라보았다. 해가 슬슬 떠오를 무렵인지 하늘에는 이미 색이 칠해지기 시작했고, 방에도 희미하지만 빛이 새어들고 있었다.

"깨웠다니? 내가 안 일어났다고?"

"그럼 내가 거짓말 하겠냐?"

"아니,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너 자고 있는 모습이 좀 꼴려서 가슴을 주물거리면서 깨우기는 했지. 근데 안 일어나길래.."

어깨를 으쓱 거리면서 기레스는 티나를 놀리듯 번들거리는 손가락에 시선을 옮겼다.

'말도 안돼.'

기본적으로 기레스를 믿는 건 아니지만, 이제 티나는 기레스가 이렇게 빤히 보이는 걸 속이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기레스가 가슴을 조물거리면서 깨웠다고 능청거리면서 말할 정도면 그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깨어나기 전에 뭔가 기분이 좋기는 했던 거 같기는 한데....'

꿈이라도 꾼 것처럼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티나는 몸이 지글거리는 쾌락으로 달아오르기 전에 어딘지 둥실거리면서 기분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깊게 자기는 했지만..'

그간 티나는 오두막이든 집이든 기레스에게 능욕을 당했다 하면 허구한 날 방에서 자위하다가 잠을 설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이렇게 잡 생각 없이 기분 좋게 푹 잠에 빠진 것은 정말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렇게 사태파악을 하고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니 머리도 몸도 나른하기 그지 없다. 딱 10분만 더 이부자리 안으로 몸을 집어 넣어 다시금 방금 전의 아늑한 수면을 맛보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올라올 정도로 티나는 잠에 취해 있었다.

"뭐하냐?"

잠시 멍하니 눈을 감고 망설이던 티나를 기레스는 무심한 말투로 깨운다.

"응? 아.. 지금 일어나려 했어."

"아, 잠깐 잠깐.."

"뭐야 또?"

"그... 아침이니까 발기해서 그러는데 한발 빼주라."

창피한 줄도 모르고 기레스는 그렇게 뻔뻔스럽게 부탁을 해온다.

"뭐가 '아침이니까'야!"

그렇게 따지면서 슬쩍 눈알을 굴려보니 기레스의 하복부가 솟아 오른 것이 보인다. 그 기레스의 발정난 모습에 티나의 몸은 덩달아 근질근질 달아오른다.

"남자는 원래 아침에 이렇게 빨딱 서는 법이라구. 하일즈라고 뭐 다를거 같냐? 어제 입으로 정액 빨아준게 진짜 꼴려서 그런데 입으로 좀 빼줘. 좀."

"후우.. 어차피 까라면 까야되는거지?"

별다른 저항 없이 티나는 체념한 듯 말하곤 기레스의 육봉에 눈을 흘긴다.

"잘 알고 있구만."

"그럼 거기 누워."

티나는 이불을 몸에 뒤집어 쓰고 기레스의 육봉을 입으로 푹하고 물었다.

'그래. 이제와서 어쩔 수 없잖아? 또 안한다 하면 꼬장 부릴게 뻔하고.. 이렇게 해주면 2주도 삭감해준다 하니까 일석이조지 뭐...'

1초도 안되는 사이 생각의 정리를 끝낸 티나는 서로의 체온으로 따땃하게 데워진 이불 안에서 맛있게 기레스의 육봉을 물고 빨고 돌리며 음탕하기 짝이 없는 애무를 시작해 나간다.

'아아.. 이거..'

입 안에서 도톰한 혀를 껍질의 안으로 밀어 넣으면 기레스의 체취가 그대로 입 안 가득 퍼져버린다. 섹스 때문에 한동안 맛보지 못했던 육봉에 티나의 음부는 따로 애무한게 없음에도 만족스러운 쾌락이 넘실거린다.

'잠깐.. 어차피 이녀석 꼴리게 연기를 해달라고 했잖아?'

"우옷.."

입에 성기를 머금은 채, 티나는 살작 도발적인 미소를 짓고는 혀로 기레스의 자지를 갈듯 말듯 희롱하면서 자신의 손가락을 음부를 향해 가져갔다.

흠뻑 젖어 찌걱이는 소리에 맞춰 티나의 허리는 살랑이며 흔들리고 뒤집어 쓴 이불은 들썩거리는데 직접적으로 자위하는 모습이 보여지는 것이 아님에도 그 모양새가 음란하면서도 야하기 짝이 없었다.

"응? 너.."

"으움... 푸우.. 넬름. 왜? 뭐?"

살짝 입에서 육봉을 꺼내 귀두 끝을 혀를 까딱이며 핥으면서 티나는 찌릿 사나운 시선으로 기레스를 째려보며 말했다.

"꼴리게 '연기'하라며? 왜? 안꼴려? 응.. 하아..."

어디까지나 기레스가 연기하래서 더러워서 한다는 듯, 표독스럽게 대꾸하면서 티나는 음부에 댄 고운 손가락을 정신없이 놀리며 한가닥 신음소리를 내었다.

"아니, 시발 존나 꼴리긴 한데.."

"그럼 닥치고.. 하읏... 즐기기나 하시지? 아움.. 우웁. 츄릅.. 으응..♥"

성기를 빨아 제끼는 소리, 허리를 흔들어 이불이 흔들리는 소리, 손가락을 흔들어 찌걱이며 질척거리는 상스러운 소리들은 방 안을 가득 메운다.

그 소리는 뭇 남성이라면 소리만으로도 발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음탕했다.

"우아..."

입 안에 쏟아지는 정액에 맞춰 티나의 손가락도 분주히 스스로의 음핵을 후린다. 기레스가 애무하지 않았음에도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절정감에 티나는 입 안 가득 찬 정액을 맛있게 목구멍으로 넘기며 쓰러지듯 기레스의 위에 몸을 포갰다.

그 봉긋 잘록한 매끄러운 몸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기레스는 티나에게 물었다.

"뭐해? 안 일어나고?"

"좀 지쳤으니까 쉬다 갈래. 아직 시간 좀 남았잖아?"

"남기는 했지만 걸릴지도 모르니까 얼른 가지?"

"그러게 누가 이런 거 시키래? 알아서 안 들키게 잘할거니까 냅둬."

그렇게 말하면서 티나는 기레스의 몸 위에서 훽 하니 돌아 다시 침대에 눕고 눈을 감았다. 이후 아슬아슬한 시간이 된 이후에야 티나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티나와 동침을 시작한 지 며칠 뒤, 학교의 수업이 끝나고 기레스는 여느때와 다름 없이 소피아에게 특별수업을 받기 위해 부지런히 발을 놀렸다.

'우.. 조금 피곤한데..'

그래도 일과를 넘길 수는 없다. 미래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해야하는 일이라면 그게 가시밭길이라도 걸어가는 것이 기레스라는 인간이다.

'그래도 요즘은 은근히 고통스럽지는 않단 말이지.'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처음에는 소피아의 움직임을 막든 맞든 온몸에 고통이 새겨지는데, 차라리 하일즈와 티나에게 대놓고 구타 당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될 정도로 고문 그 자체였던 특별교육도 이제는 고통에 적응이라도 해버린 듯, 이전만큼 고통스럽지는 않게 되었다.

'하도 찌들어서 이제 고통에 적응해버린건지. 소피아가 봐주고 있는건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기레스는 소피아가 기다리고 있는 마을 변두리에 도착했다. 본래는 우거진 풀숲에 마수가 출몰하는 구역이라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지만 소피아의 노력으로 지금은 기레스와의 수업을 위한 좋은 아지트가 되어 있었다.

"아..! 기레스."

이미 기레스가 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소피아는 활짝 미소 지으며 기레스를 반겼다.

"어라?"

그러다 소피아는 살짝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왜?"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소피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가에 미소를 띄우는데 그 표정은 어딘지 요사스러우면서도 아름다웠다.

'발정했나?'

그 소피아의 요망한 미소를 보고 기레스는 최근 티나를 조교한답시고 소피아를 다소 멀리 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러는 사이 소피아는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있었다.

소피아는 다소 헐렁헐렁해 보이는 반팔 셔츠와 착 달라붙는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바람이라도 불면 팔랑팔랑 거릴 정도로 헐렁한 옷을 입고 있음에도 풍만한 가슴의 굴곡은 가릴 수 없고, 아무런 특징 없는 면바지임에도 몸에 착 달라붙는 것만으로 잘록한 허리와 모양좋게 봉긋 솟은 엉덩이, 그리고 각선미가 조화롭게 도드라져 노출 하나 없는 옷임에도 틈만 났다하면 음심이 들끓어 버린다.

"음?"

오늘은 기술을 익힌다는 명목하에 소피아에게 두드려 맞는 날로 평소 같았으면 바로 시작했을텐데 소피아는 어쩐지 아직도 상의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콧소리를 내면서 상의의 밑 부분을 위로 팽팽하게 당겨서 묶어 배꼽티를 만들었다. 당겨진 옷은 평소보다 더 선명하게, 소피아의 예쁜 가슴을 돋보이게 만들었고 노출해 유백색으로 반짝이는 잘록한 허리는 소피아의 나신을 오래 관찰해 온 기레스마저도 순간 시선을 빼앗길 정도로 아름다웠다.

"좋아. 준비 끝."

"오늘은 왜 그 차림이야?"

"아~ 요즘은 좀 더우니까.. 이런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소피아는 자연스럽게 몸매를 과시하듯 엉덩이를 빼면서 간드러지는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역시 발정났었나? 아니 그보다 나도 발정날거 같은데..'

그렇게 쥐어 짜여서 피곤해하고 있었음에도 소피아의 색기에 기레스의 물건은 자연스럽게 부풀어 있었다. 기레스의 머릿 속에선 오늘 티나는 대충 거르고 오랜만에 소피아와 질펀하게 즐길까? 라는 생각과 그래도 2주밖에 안남았는데 티나에 집중해야지. 하는 생각이 잠시동안 치열하게 다투었다.

"자, 그럼 시작할까?"

"어? 아.. 어어.."

기레스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소피아는 기습적으로 한걸음에 접근해서 그대로 기레스를 공격하려 들었다. 이전 같았으면 반응하지도 못할 정도의 속도 였지만 기레스는 기다렸다는 듯 요령좋게 소피아의 공격을 피했다.

이어 쇄도하는 공격들을 기레스는 피하거나 막거나 흘려대면서 도망치듯 대응해 나간다.

처음 소피아가 기레스에게 조교하겠답시고 공격을 날렸을 때처럼 공격이 날아올 때면 생각하기 이전에 몸이 먼저 귀신같이 반응해 버린다.

소피아가 자신이 막을 수 있는 곳에 대놓고 공격을 해주면서 봐준다는 자각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정신없이 날아드는 공격을 하나하나 받아내면, 그것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해도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마냥 성취감을 느껴버린다.

'으극..'

대부분의 공격을 피하고 막는다 쳐도 막을 때의 고통은 상당부분 전해진다. 소피아는 젤가의 기술을 대놓고 무시해댔지만, 당하는 기레스의 입장에서 젤가의 기술은 꽤나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고문하기만 하는 기술이 아닌, 전투중에도 일단 몸이 부딪히면 다치지 않아도 고통만은 전달된다는 것은 꽤나 성가신 것이다.

기레스는 처음 지독한 고통에 몇합 섞지도 못하고 꼴사납게 항복했던 것을 떠올렸다. 항복 이후로 소피아는 점점 힘을 빼는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고통은 옅어져 갔지만 그럼에도 조교는 조교. 막을 때의 고통이 없지는 않다. 특히나 공격을 막거나 피하지 못하고 정통으로 허용당했을 때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근데 오늘 뭔가 좀..'

강하다고 해야되나 빠르다고 해야되나. 기레스는 평소의 대련과는 뭔가 다른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크앗.."

한차례 균형을 잃고 흔들려 기레스는 바닥을 뒹굴러 추가적인 공격을 피했다. 바닥을 굴러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날아온 소피아의 걷어차기도 기레스는 마치 공격을 알기라도 한 듯, 양팔을 들어 가까스로 막으면서 그대로 데굴데굴 굴러 거리를 벌렸지만 소피아의 연공은 멈추지 않는다.

반신반의 했던 처음과 달리 이제는 확언할 수 있을 정도로 숨 한번 돌릴 시간도 없이 몰아치는 공격은 분명 평소의 소피아와는 완전히 달랐다.

'뭐지..? 내가 뭐 화나게 한 게 있었나?'

차림새도 그렇고, 대련도 그렇고, 어딘지 평소와는 다르다. 하나하나 공격을 받아낼때면 받아낼때마다, 눈앞에 있는 소피아가 소피아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방금까지 소피아의 몸에 발정했던 물건은 소피아의 위압에 쫄아 수그러든지가 오래다. 쇄도하는 공격에 소피아를 정확히 바라볼 틈은 없지만, 일전 마을 단위로 느꼈던 괴롭힘. 아니 그 이상의 살의가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소피아니까 당연히 내 편일 것이다. 소피아니까 다치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점점 지워져 버릴 정도로 오늘의 대련은 어딘지 차가웠다.

죽이려고 공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괴롭히고자 하는 의지가 합을 겨루면 겨룰수록 선명하게 느껴진다.

'티나한테 집중한다고 요즘 너무 등한시 했나?'

흡사 하일즈와 티나를 괴롭히던 소피아를 보는 것만 같아서 기레스는 오금이 저려오는 것을 느꼈다.

'하, 항복할까?'

항복의 제스쳐는 정해뒀기에 슬슬 항복의 표시를 할까 하면 그 손은 표시를 할 새도 없이 어김없이 소피아에 공격에 의해 너덜너덜해진다.

항복하겠다고 목소리를 내려고 하면 말을 낼 호흡을 할 수 없는 공격이 치고 들어온다. 마치 자신의 생각이 모두 읽히는 것 같은 상황에 기레스는 소피아를 상대로 두려움까지 느끼고 있었다.

"으윽.."

하나 하나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유지되고 있던 방어가 깎여 나간다.

'오늘은 뭔가.. 본보기라도 보이려 하는건가..'

소피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기레스가 알 도리는 없다. 하지만 무언가 생각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정신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 시발. 어디 하고 싶은대로 해봐라.'

일전 대련은 진지할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소피아의 말에 따라 기레스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끝은 가까웠다.

한차례의 주먹에 몸의 중심이 흔들리고 몸을 뒹구르는 방향이 엇난다. 다음의 일격 기레스는 소피아의 다리에 그대로 머리를 걷어 차일 미래를 직감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라? 그래도 끝에서 멈춰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뜨자 눈 앞에는 먼지와 함께 햇살에 비친 청은색의 머리칼이 어지러히 아른거리고 있었다.

"어어... 클로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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