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3화 〉 티나(35)
* * *
"근데 아까도 말한 것처럼 나 진짜로 자신은 없어. 꼴리게 반응하라니 도대체 뭘 어쩌라는거야?"
허리를 휘감아 껴안은 팔은 거둘 생각도 않은 채, 티나는 시큰둥한 어조로 말했다.
"나도 얼마전까지 동정이었으니까 정확하게 뭘 말하느냐고 하면 솔직히 잘은 모르겠는데.."
'병신같은게 그럼 뭐 어쩌라는거야?'
"일단은 애무하면 애무하는대로 반응부터 해보는 게 어때? 뭐든 좋으니까 말야."
그렇게 말하면서 기레스는 그대로 손을 아래로 내려 티나의 성기를 움켜쥐듯 만져 문지르기 시작했다.
"응... 앗..."
아직도 벗겨지지 않은 애액으로 범벅이 된 축축한 팬티 위로 만져지는 음탕한 손길은 왜이리도 기분이 좋은지 티나의 입에선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제 참을 필요는 없다. 아니 되려 참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은 티나의 안에서 본능적인 원초적 반응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낸다.
"응.. 아으.... 하아아아...♥"
하복부로부터 전신으로 흐르는 쾌감에 맞춰 마음껏 숨을 토해가며 신음하는 것이 어찌나 상쾌하고 후련한지 바로 버릇이 되어 버릴 것만 같을 정도였다.
"하아.. 아응.. 시발.."
겉으로는 그렇게 신음을 내어 부끄러움에 분한 척, 욕을 내뱉어 보지만 티나의 달아오른 속은 완전히 흐물흐물 녹아내린지가 오래다.
"하아... 으읍."
따로 무언가를 요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남심을 호려대는 소리를 내뱉는 티나의 입에 무언가가 들어온다.
짐승이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어떻게 교미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입에 들어온 매끄러운 혀에 맞춰 티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진즉부터 알고 있는 것마냥 혀를 받아들인다.
"아웁. 츄릅 넬름 쮸읍 하아.. 아응.. 음."
이제는 해도 된다. 아니 해야만 한다는 안전장치가 풀려버린 티나는 실로 정직하게 쾌락을 쫓는다.
정말 싫어했던 인간의 혀가.. 타액이.. 입에 뒤섞여서 들어오든 말든 그것은 뒷전이다. 지금 그녀가 해야하는 것은 클로에를 위해, 하일즈를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위해' 마음껏 이 쾌락을 탐미하는 것 뿐이다.
기레스가 하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연기하는 것 뿐이라는 생각으로 녹아내린 신념은 바닥이 없는 깊은 쾌락의 늪으로 티나를 빠져들게 하고 있었다.
"으으움 파아.. 헤에응.."
얼마나 물고 빨고 돌렸는지 입을 떼자 혀와 혀를 걸쭉한 타액이 잇고 있다. 그럼에도 불쾌함보다는 그저 혀가 떨어져서 아쉽다는 생각만이 티나의 마음을 스치고 지나간다.
"하.. 시발 못참겠다."
못 참겠는 것은 티나도 마찬가지다. 음부를 애무하고 혀를 뒤섞어가며 만개해 달아버린 몸은 그 다음을 요구하고 있었다.
기레스의 한껏 발기한 육봉이 아슬아슬하게 티나의 음핵을 살살 비비고 들자 티나는 안달이 나 가볍게 활어처럼 몸을 바동거린다. 그런 몸부림 하나하나가 풋내나면서도 음탕한 것이 설명따윈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히 남자의 음심을 자극해 버린다.
"앗.. 아응.. 아....."
쏙 들어가면 이미 젖어서 매끄러운 성기는 그대로 간질거리며 기레스의 육봉을 받아 들인다.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기대로 목이 간질거리고, 한번 두번 요령좋게 허리를 돌리며 티나의 민감한 부위에 찔러 넣어질 때마다 티나의 입에선 환희의 신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제 신음소리를 참아야 될 이유는 없다. 혹시나 벽 하나를 둔 옆방의 하일즈가 들을까 싶은 마지막 보루인 작은 불안감마저도 이미 방음마법이라는 존재로 사라진 지 오래다.
"하앙.. 앗.. 응.. 아우... 조........ 하응.. ♥"
'아, 안돼.'
무심결에 좋다고 말할 뻔 했던 티나는 그대로 신음으로 대신했다. 기레스가 자신의 원수라는 상황과 티나의 삐딱한 자존심이 없었다면 이미 옛적에 좋다고 시인하며 아양 떨며 신음하고 싶을 정도로 티나는 쾌락에 허덕이고 있었다.
'신음을 내는게 이렇게 기분이 좋을 줄은.. 하아 시발. 이 변태같은 몸뚱이..'
스스로를 자학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이미 기레스에 의해 개발이 될대로 된 몸이 느끼는 미칠 것만 같은 쾌락 뿐이다.
'으응.. 뭐... 좋아. 이건 이거 나름대로 기분이 좋으니까... 이정도로 신음하는 척..... 하면서 적당히 구슬려야지.'
어디까지나 기레스가 폭주하지 않게 하기 위해.. 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티나는 저항감 하나 없이 기레스를 받아 들인다.
봉긋 솟은 젖가슴은 유두를 따라 혀 끝으로 돌돌 원형으로 핥아지고 구멍 안은 이제는 쫄깃하다고 느껴지는 육봉이 애액을 타고 마구 찔러 들어옴에 따라 티나는 몸을 빳빳하게 세워 반응해 나간다.
'아.... 올라온다. 온다... 와..'
"아앗. 하으응.. 흐아아앙...♥"
얼마나 기다렸을까 하루종일 이 순간만을 기다려 온 티나는 자신의 바랬던 절정을 원없이 누릴 수 있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저릴 절정에 허리에 들어간 힘이 살짝 풀어질 때 기레스는 다급하게 찌르는 것을 멈추며 말했다.
"야 야야! 손 떼!"
기레스는 바들바들 떨면서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티나의 손을 뿌리치고 티나의 안에서 육봉을 꺼내들었다. 그와 동시에 걸쭉한 정액이 그대로 티나의 예쁜 몸에 울컥거리며 튀어 버렸다.
"후아.. 하마터면 질내사정 할뻔 했네."
천만 다행이라는 듯 기레스는 숨을 깊게 내쉬며 안도했다.
"하아.. 하아... 꼴에 양심 있는 척 하고 있네."
"이년은 꼭 한마디가 기네. 질내사정 당하고 싶어?"
"아니, 뭐.."
싫다. 안된다. 그런 자잘한 생각들과 함께 기레스에게 길러진 티나의 변태성은 '안에 정자가 부어지면 어떤 느낌일까?'하고 천박한 망상을 떠올리고 있었다.
'미쳤어 미쳤어. 저 짐승같은 새끼도 질내사정은 안하려 하는데..'
오싹한 망상에 티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다가 얼굴과 몸에 걸린 기레스의 정액을 발견했다.
"으음.. 야."
매끈한 몸에 담긴 정액덩어리를 보고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한 티나는 기레스를 불렀다.
"응?"
티나는 자신의 몸에 걸린 정액을 고운 손가락으로 건져서 입가에 가져가 혀를 내밀어 그대로 천천히 혀를 들어 올리며 핥아 먹었다. 그 저속한 행위와 자태가 얼마나 요염한지 방금 사정한 기레스의 육봉이 바로 힘을 되찾을 정도였다.
"어어..?"
"이렇게 반응해 주면 되는거지? 나중에 딴소리 하지 마?"
그 변태같은 행위를 하면서 흥분한건 기레스만이 아니어서 티나도 음부가 찌르르 떨려올 정도였다. 조금씩 이성을 놓고 미치면 미칠수록 티나는 흥분하는 체질로 스스로 변모해 나가고 있었다.
"이야. 이거 양심에 찔려서 그냥은 못 넘어가겠다 야."
"??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또?"
"아까 네가 하도 지랄해대서 2주 삭감은 없던걸로 하려고 했는데, 시발 너무 꼴려서 그렇게는 못하겠네. 야 티나 너 오늘처럼만 해주면 2주 까줄게."
"어?"
그 말을 들은 티나의 표정은 뭔가 떨떠름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티나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랑곳 하지 않고 기레스는 티나의 곁에 누워서 속삭였다.
"그리고 말야. 오늘부터는 집에서 한판 뜨고 나면 자고 가라."
"시발 뭔 소리야 그건 또!"
티나가 신경질적으로 쏘아붙히자 기레스는 천연덕스럽게 받아친다.
"아니, 이렇게 살 비비면서 눕는게.. 편하다고 해야되나 부드럽다고 해야되나 기분이 엄청 좋더라고.. 연기한다고 생각하고 싫어도 그냥 닥치고 해. 아님 하일즈한테 간다?"
물론 티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거기다 티나도 이렇게 살을 섞고 부비는게 좋은건 기레스와 마찬가지여서 은근히 마음이 동해 버릴 정도였다.
"시발. 치사한 새끼.. 나중에 나갈때 하일즈 오빠한테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당연히 곁잠 자다가 중간에는 니 방 가야지 이년아. 거기다 방음 마법이 있으니까 하일즈 눈 피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거야 그렇긴 한데.."
"정액까지 핥는 연기를 할 정도면 그냥 이정도는 해줘라 좀. 시발 2주까지 까준다는데 너무 팅기는거 아냐?"
"시발.. 내가 까달랬어? 여튼 알았으니까 좀 닥쳐. 자면 되잖아 자면."
그러면서 꼬물거리며 티나는 군말 없이 기레스의 품 안으로 기어들어 왔다. 매끄러운 알 같은 가슴에 기레스의 맨살이 스륵 스륵 스치고 지나갈 때면 한번 더 후려지고 싶다는 음심이 들끓어 버린다. 그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기레스의 손은 음탕하게 티나의 몸을 조물거리며 쓸어내린다.
"으읏.."
"애무는 안할테니까 이정돈 봐줘라. 알았지?"
절정을 갈무리하는 부드러운 손놀림에 티나는 그야말로 달콤한 여운을 음미할 수 있었다. 물론 속마음이 좋아 죽을 것 같아도 기레스의 앞에서 그런 내색은 보이고 싶지 않은 티나다.
"...... 어차피 선택권도 없잖아? 멋대로 하시지?"
그렇게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틱틱대며 티나는 기레스의 손길을 만끽하면서 오랜만에 단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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