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1화 〉 티나(33)
* * *
"후우..."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티나는 세수를 하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티나가 기레스를 꺼려하고 피하고 싶다해도 집은 집. 기레스와 마주하게 되는 것은 필연이다. 한번 두번 마주할때면 기레스는 교묘하게 가족들의 사각에서 티나를 슬근슬근 희롱하고 지나갔다.
젤가나 하일즈의 사각에서 행해지는 희롱이니만큼 일전 하일즈의 방 앞에서처럼 끈적하니 정성들여 능욕하는 건 아니기에 자연히 티나는 몸만 주책없이 달아올라 발정난 상태로 하루를 지내야 했다.
나중에는 따로 건드리지 않아도 기레스를 볼 때마다 몸이 근질거리는 바람에 차라리 앗싸리 하일즈의 방 앞에서 범해질 때처럼 질펀하게 후려줬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마저 속에서 올라올 정도였다.
'하여간 나란 년은...'
자신이 변태라는 것은 이제와선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이런 치욕을 당하는 와중에도 멋대로 발정이 나버리는 몸이 티나는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 상황에 이르러서도 티나는 기레스의 개발 때문에 그런 몸이 되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자신의 변태성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식사 후 하일즈와 젤가의 눈을 피해 자신의 몸뚱이를 흝었던 기레스의 쫄깃한 손놀림을 떠올린 티나의 뺨에는 울긋불긋한 색이 감돈다.
"후우.."
'뭐, 됐어.'
한차례 얼굴에 물을 끼얹고 티나는 음탕한 망상을 애써 떨쳐냈다. 이러니 저러니 욕구불만으로 하루를 지내긴 했지만, 머리와 몸이 지글지글 끓어올랐던 일과는 이것으로 끝났다.
남은 일과는 언제나와 같은 기레스의 농후한 능욕의 시간 뿐. 기레스에 의해 몸이 달아 올랐다면 기레스를 자위도구로 이용해 가라앉히면 그뿐인 것이다.
곧 당하게 될 능욕을 떠올리자 티나의 목은 기대로 간질간질거린다.
'그건 그렇고..'
티나는 뚱하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 기레스는 은밀히 티나를 애무하면서 귓속말로 티나에게 늦은 밤, 자신의 방에 오라고 호출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녀석 방에서 당하는건가..'
집 안에서 기레스에게 능욕을 당한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오두막에서 당했던 것처럼 질펀하게 서로를 애무해가면서 침대에서 살을 섞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레스의 옆 방은 다름아닌 하일즈의 방.
일전에 기레스가 티나의 방문을 두드렸을 때도 별 반응이 없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아무리 하일즈의 귀가 뛰어나고 바로 옆방이라고 해도 설마하니 살을 부비적 대는 소리까지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무의식 중에 자신이 신음소리가 새어나와 하일즈가 듣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지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어차피 기레스의 앞에서는 무표정 무반응으로 일관하겠다고 굳게 다짐한 티나였지만 이미 기레스의 애무에 한번 자지러진 경험이 있는 티나는 끝까지 소리 하나 흘리지 않을 자신은 없었다.
"그녀석도 집인데 거기까지 열심히 하지는 않겠지..."
그렇게 혼잣말로 생각을 정리하면서 기레스가 오늘 있을 애무에 힘을 빼거나 하진 않을까 생각하니 그건 그것 나름대로 지레 아쉬운 마음이 들어 버린다.
한껏 달아올라 아지랭이처럼 전신에 피어오르는 욕정은 티나의 이성과는 달리 지난 번의 아찔한 절정을 달라고 소리없이 아우성 치며 시위하고 있었다.
"아... 몰라!"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젓자 젖어서 반짝이는 붉은 머리칼이 찰랑거리며 흔들린다.
'지가 알아서 하겠지! 어차피 난 반응도 안할건데 어째서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해야 되는거야?'
그렇게 괜히 혼자 속으로 불만을 토하면서 티나는 몸을 정돈하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야심한 밤, 모두가 취침에 들 시간. 티나는 까치 발을 들고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자신의 방문을 열고 기레스의 방으로 향했다.
기레스의 방을 지나가려는 척 하면서 주위를 살피고는 살그머니 기레스의 방문을 열었다.
"오.. 왔냐?"
티나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레스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무신경한 인사를 건넸다.
"조용히 해."
티나는 좌 눈치를 살피면서 불만스레 쏘아붙혔다.
"음? 어째서?"
"하일즈 오빠가 들으면 어떻게 할거야? 스쳐 지나가다가 만나는거야 그럴 수도 있는거지만 내가 네 방에 올 리는 없잖아. 그 정도 머리도 안 돌아가?"
"참 피곤하게 사는구나. 너 평소에 내 방에서 들리는 소리 몰래 엿듣고 그랬냐?"
"뭐? 그럴리가 없잖아!"
"쉿."
버럭 날뛰며 언성을 높히는 티나에게 기레스는 놀리듯 조용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으극... 음..."
기레스의 건방진 말투에 살짝 목소리가 높아진 티나였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언제부턴가 기레스의 방에서 잡음을 들은 적은 거의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음.. 생각보다 우리집은 방음이 잘 되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는 티나의 표정은 저도 모르게 은근히 밝아져 있었다.
"옛다."
기레스는 손가락에 걸고 까딱까딱 거리던 종이를 티나에게 던졌다. 날렵하게 펄럭이면서 떨어지는 무언가의 종이를 받아 챈 티나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기레스에게 물었다.
"뭐야 이건?"
"뭐긴 뭐겠냐? 내가 바보도 아니고 하일즈의 옆방에서 방심같은 걸 할 거 같냐? 뭐 딱히 걸려도 상관은 없지만, 누구와는 다르게 나는 약속은 지키는 주의거든. 방음마법이야 방음마법."
다름아닌 지금까지 소피아와 집에서 질펀하게 뒹구를 때 사용해 왔던 특제 방음마법이다.
"방음마법이라고? 이런 걸 니가 어떻게?"
"당연히 널 여기서 범하기 위해 산거지. 잊었냐? 클로에를 빚으로 협박한 게 나라는걸? 돈이라면 아직 여유가 조금 있거든."
'원숭이 같은 새끼. 맨날 날 어떻게 덮칠까만 생각하고 사나? 아니 그래도 뭐....'
나쁘진 않다. 티나는 그렇게 생각한 자신을 자각하곤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하, 하일즈 오빠한테 들키면 안되니까 말이지.'
애써 그렇게 속으로 변명하면서 티나는 멋쩍은 듯한 표정으로 기레스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거 확실하게 방음 되긴 하는거야? 불량품이거나 해서.. 그... 소.. 소리가 세거나 할수도 있잖아?"
차마 신음이라고는 말하지 못했지만 티나의 표정은 누구라도 무엇을 떠올렸는지 짐작할 수 있을만큼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여간 걱정은.. 뭣하면 실험해 보던가?"
이미 이 방 안에서 소피아의 음탕한 교성을 음미할대로 음미했던 기레스는 방음마법이 얼마나 뛰어난지 잘 알고 있었지만 티나의 마지막 보루를 꺾어내기 위해서는 여기서 티나의 걱정을 덜어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후우.. 시원~하다"
누구 들으라는 듯 괜한 헛소리를 하면서 기레스는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음..."
"어때?"
한동안 기레스와 방 안팎으로 오가면서 실험을 해본 티나는 기레스가 준비한 방음마법에 적잖게 놀라고 있었다. 단순하게 방음의 성능만 따지고 들어도 가족들의 귀를 속이기에 충분할 정도의 성능인데 그것 뿐 아니라, 밖의 소리는 안에서 고스란히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놀라웠다.
'몰래 능욕하기 위해 맞춤제작이라도 한 것 같은 마법이네.'
실제로 그러했지만 아직 마법에 대해 배우는 것도, 사는 것도 경험이 없는 티나는 이 마법의 가치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하지 못했다.
'만에 하나 소리가 나더라도 이거면 별 문제 없겠어. 가족 중 누군가가 방에 와도 반응할 수 있을거고..'
능욕을 당하기에 형편 좋게 마련된 마법에 티나의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살짝 올라가 버린다.
"크흠.."
풀어지는 표정을 다잡고 티나는 헛기침 하며 생각했다.
'물론! 소리는 내지 않을거지만.'
만약에 대한 대비는 대비고, 기레스 좋은 일은 시켜주지 않는 것은 않는 것이다. 변태 그자체인 자신은 소리를 낼지도 모르지만, 가급적이면 최대한 반응하지 않고 신음소리를 죽여 기레스를 만족하게 두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처녀를 잃고 몸을 유린당한 티나의 마지막 소박한 저항이었다.
"그럼 이제 문제는 없는거지?"
"앗."
기레스는 실실 쪼개면서 그대로 티나를 자신이 앉아 있는 침대쪽으로 잡아 끌었다.
"뭐하는 거야! 으읏.."
따지고 드는 티나는 입을 다물었다. 기레스의 손길이 어깨너머로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주무르기 시작한 까닭이다.
"옷도 안 벗었는데..!"
말투는 사납고 표정도 질린다는 듯, 삐딱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도 티나는 저항할 생각도 않고 은근스레 몸을 기레스에게 슬쩍 기대고 든다.
티나치곤 굉장히 요망한 행동에 기레스는 입꼬리를 올리며 티나의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유두에 손가락을 걸어 돌리며 애무를 시작했다. 꼬물꼬물 옷 안쪽에서 음탕하게 손이 들썩 거릴 때마다 티나의 필사적인 무표정은 찔끔거리며 흔들린다.
'하... 으...'
발가벗고 애무당하는 것도 좋지만, 옷을 입은 채로 당하는 것은 그것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기레스의 음탕한애무에 맞춰 싱그럽게 잘 여문 젖무덤은 흔들흔들 부드러운 천에 스쳐 반응해 나간다.
"하아 시발."
티나의 말랑거리는 가슴을 만지는 기레스는 기레스대로 안달난 느낌으로 욕지꺼리를 해대며 손이 분주해지자, 티나는 괜시리 우쭐거리며 안심해버린다. 이 서로 살과 살을 맞대는 애무에 애간장이 녹는 것은 자기 자신만은 아닌 것이다.
'안돼. 안되지. 무표정 무표정.'
지금까지의 척척 쌓인 욕구불만을 쓸어내리는 애무에 풀어지는 표정을 다잡고 티나는 냉랭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내려 시큰둥한 무표정을 연기했다. 그 작정하고 정색한 표정에 자극받은 척 기레스의 애무에는 어딘지 조급함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후훗..'
기레스에게 한 두번 희롱당해보랴. 티나도 당연히 기레스의 애무가 급해져 허둥댄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 기레스의 보통 사람은 알아채기 힘든 미묘한 변화도 지금의 티나에게는 자위의 좋은 반찬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 넌 그냥 그렇게 씩씩거리면서 내 자위도구로 이용되기만 하면 그만인 거야.'
그렇게 티나가 우쭐거리는 생각을 하면서 속으로 이죽이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티나의 잘록한 허리를 지나 하의쪽으로 향한 기레스의 안달난 듯한 손놀림이 멈추었다.
"음?"
기분좋게 기레스의 애무에 취해있던 티나는 기껏 음부까지 와서 멈춰버린 애무에 의아해 했다.
"뭐하는 거람?'
눈을 흘기며 기레스의 반응을 보려던 찰나, 언제 그랬냐는듯 여유를 되찾은 기레스의 쫄깃한 손가락은 그대로 음부의 표면, 얇은 천 위를 리드미컬하게 흝고 지나갔다.
'으흣..!'
그 손가락에 티나는 자기도 모르게 단숨을 내쉴뻔 했지만 오기 전, 저항하겠다고 수차례 다짐해왔기 때문일까 필사적으로 참아낼 수 있었다.
티나는 기레스가 어째서 애무를 살짝 멈추었는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방금까지는 기레스의 애무에 만취해 눈치채지 못했는데, 기레스가 전희로 살살 애무했을 뿐이었음에도 티나의 속옷은 그야말로 주책없다 싶을 정도로 흠뻑 젖어있었던 것이다.
흠뻑 젖은 속옷 위를 스르륵 쓸고 지나가는 손길은 오싹할 정도로 감미로운 것이었다.
애무를 당할 때 어느정도 젖는 정도야 흔한 일이고, 비단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레스가 직접적으로 비소를 희롱할 때의 일이며 그마저도 촉촉히 젖을 뿐이지 이정도로 봇물이 터진 것마냥 천박하게 젖지는 않는다.
이렇게 음부를 애무하지도 않고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왈칵 속옷이 젖어 있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 어째서.. 이렇게..'
"이야~ 꽤나 기대한 모양이구만?"
당황해 눈알을 굴리는 티나의 눈앞에서 기레스는 보란듯이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손가락을 흔들면서 능글맞은 어투로 속삭였다.
'기대...'
아닌 척, 변명하려고 해도 기대를 했다는 것은 티나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저, 이렇게 기대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정도까지 상스럽게 애액을 질질 흘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뿐.
"지랄하고 있네.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 이런 건 그냥 생리현상일 뿐이야."
"그러니까 느끼긴 느꼈다는거지?"
"뭐래?"
"지난번에 섹스할때는 느껴서 애액을 그렇게 싸지르셨다면서? 이번에도 느꼈으니까 이렇게 된 거 아냐? 아니면 너.. 별다른 이유도 없이 나같은 놈이 만지기만 했는데도 이렇게 질펀하게 젖어버리는 변태냐?"
"누가 변태야! 변태는... 아니지만... 그래.. 조금은 느꼈어."
본인이 속으로 변태라고 인정할 수는 있어도 기레스에게 그런 식으로 매도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티나는 고개를 휙 돌리곤 쥐구멍 들어가는 목소리로 느꼈다는 것을 시인했다.
"아니, 근데 시발 느꼈다는 년이 오늘 왜 이렇게 목석같이 무반응이었던거야?"
"남이사? 이렇게 능욕 당하는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내가 네 장단에 맞춰서 일일히 반응까지 해줘야 돼? 꼬우면 반응하게 만들던가?"
"하긴 그렇긴 하구만."
그렇게 기레스는 순순히 티나의 말을 시인하곤 지지부진 애무도 않고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자글자글 잘만 올라오던 쾌감에 찬물만 끼얹어진 상태가 되어버린 티나는 퉁명스럽게 쏘아붙혔다.
"뭐해? 안 할 거야?"
"보채기는... 좋아. 결정했다."
"보채기는 누가 보챘다는거야? 음? 결정?"
"그래. 이제부터는 앞으로 이렇게 능욕할때면 느끼는 척 연기를 해주셔야겠어. 아니.. 아니지 연기가 아니라 느끼면 느낀대로 솔직하게 반응해달라는게 올바른 표현이겠구만."
"미쳤어? 내가 그런 짓을 왜 해?"
"대신 남은 기간의 반을 까줄게."
"뭐?"
"그러니까 니가 내 애무에 맞춰서 음탕하고 야하게 반응해주면 이번에 승부로 벌었던 한 달의 반을 까주겠다고. 어때? 파격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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