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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네토기-140화 (140/238)

〈 140화 〉 티나(32)

* * *

집으로 돌아온 티나는 그대로 침대 위에 몸을 날렸다.

"하아.."

'나는 도대체 얼마나 변태인거야.'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면서 티나는 자신을 자학했다. 몸 안에선 아직까지 가시지 않은 달달한 절정의 열기가 넘실거리고 있다.

기레스와의 승부에서 패배하고, 처녀를 잃었으며, 능욕을 한달이나 더 연장되어 버린 최악의 날이었음에도 어쩐지 티나의 마음은 불편하지가 않았다. 도리어 후련하다면 후련할까. 울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울 수 없다고 해야할지. 티나는 그런 자신이 너무도 싫었다.

이성적으로는 기분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나빠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티나의 바람을 그녀의 몸과 마음은 따라주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 한켠에서는 살내음 그득한 오두막 안에서 절정의 여운을 만끽하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이 가시질 않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몸 안에서 나긋나긋 절정의 열기는 넘실거리고 있었지만, 오두막이 아닌 자신의 방이었기 때문일까 티나는 어딘지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덧없이 식어가는 절정의 열기가 아쉬웠는지 티나는 욕정에 젖은 표정으로 천천히 자신의 음핵을 향해 가녀린 손가락을 가져갔다.

"으응.."

기레스에 의해 몇번이고 가버렸을 때에는 분명 벗고 있었던 속옷은 손가락이 닿기 전부터 이미 흥건히 젖어 질척거리고 있었다.

민감하게 부풀어 오른 음핵을 손가락의 끝으로 가볍게 건드려 본다. 평소 홀로 자위를 할 때보다 더욱 기분 좋았음에도 섹스의 맛을 알아버린 티나는 말로 형언하기 힘든 허전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게 아냐..'

티나의 손가락은 속옷을 비집고 비소의 안으로 쏙 들어갔다. 피부를 만지는 것과는 달리 미지근한 온탕에 몸을 담근 것마냥 체온 속에 푹 잠기는 느낌이다.

"하아.. 응흐으으.."

기레스의 앞에서는 낼 수 없었던 신음 소리를 내며 티나는 손가락을 좀 더 깊숙히 찔러 넣었다. 그렇게 속살을 헤집는 손가락을 향해 티나의 눅진거리는 음부는 살아있기라도 한 것처럼 찰싹 달라붙는다. 아픔은커녕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신선한 자위의 쾌락에 티나는 다시한번 처녀를 잃었다는 것을 분명히 자각하게 되었다.

'나... 처녀를 잃은 거구나..'

그토록이나 소중하게 여겼던 처녀의 상실에도 크게 슬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우응... 하아.."

슬퍼할 시간이 있다면 쾌락이나 더 탐하고 싶다는 듯, 비소에 쏙 들어간 티나의 손가락은 속옷 안에서 꼬물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찌걱거리는 소리와 신음소리는 절묘하게 뒤섞여 방안에 음탕하게 울려 퍼진다. 음부에 농밀하게 퍼져 나가는 쾌락에 티나의 이성은 천천히 마비되어 나갔다.

'그래.. 난 할만큼 했어. 몸이 이따위로 변태인 걸 어쩌란 거야? 어차피 내가 승부로 기레스를 꾀지 않았으면 진작에 잃었을 처녀고..'

어차피 당했을 섹스에 잃었어야 할 처녀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기레스를 속여 지금까지 버텨온 자신이 괜시리 대견하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앗. 아흐응 으응.."

기레스를 애무했던 것처럼 요망하게 손가락을 데굴데굴 굴리면 지금까지 자위로 느껴보지 못했던 진한 쾌락이 몰려온다.

'하긴 요즘같은 세상에 처녀 따위가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티나의 친구들 중에는 걸레처럼 문란까지는 아니어도 처녀성 따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여자는 상당히 많았다.

물론 티나처럼 순결을 소중히 여기는 여자들도 많았고, 티나도 오늘 기레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당연히 소중히 여기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고 처녀를 잃어버린 지금 티나의 생각은 마치 처음부터 순결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는 듯 천천히 왜곡되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오빠한테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손가락으로 비소를 휘저어 나갈 때마다 티나의 마음은 거짓말처럼 점점 편해진다.

한없이 민감해진 신체를 후비며 쾌락을 탐닉할 때면 그나마 남아 있던 순결을 잃었다는 슬픔조차도 가루가 되어 흩날려 버린다.

"아응. 으으.. 응하아.."

자위로 몽그작대는 티나의 이불이 들썩인다. 쾌락을 탐하는 손가락의 움직임에 벌벌 거리는 몸뚱이와 이따금씩 흔들거리는 들썩임, 거기에 감초처럼 따라 붙는 신음소리 한 가락까지, 그 아리땁기 짝이 없는 몸 한점 노출시키지 않았음에도 이불 속에서 피어오르는 티나의 음탕함은 감출 수가 없다.

'조금만.. 조금만 더..'

손가락에 질척이는 느낌이 전해진다. 도대체 얼마나 애액을 흘리고 있는 건지 짐작조차 가지 않지만 티나는 손가락을 하나 더 늘려 가면서 몸을 꼼질거린다.

"아..."

낯익은 느낌과 함께 줄이 끊어진 실처럼 티나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한창 후빌 때에는 그토록이나 거칠 것 없이 기분 좋았던 쾌락은 당연한 것처럼 달콤한 절정에 이르지 않는다.

살얼음이 낀 강에 전라로 내던져지기라도 한 것처럼 넘실거렸던 절정의 여운은 곧바로 차갑게 식어 버렸다.

"시발..."

자신의 저주받은 몸뚱아리를 저주하면서 티나는 몸을 부여잡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 날 이후 기레스의 행위는 세상 높은 줄 모를 정도로 적극적이 되었다.

"흐읏.."

티나의 방 안도 아니고 방문 밖에서 기레스는 티나를 뒤에서 껴안아 옷 위로 속이 꽉 찬 탐스러운 젖무덤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적개심 어린 앙칼진 눈빛을 하면서도 다리를 바들거리며 쾌락에 어찌할 줄을 몰라하는 티나를 상대로 기레스는 그대로 목덜미를 혀로 쓱 핥아 올렸다.

대리석 같이 새하얗고 매끌거리는 피부는 젤리의 표면처럼 탱글탱글해 언제까지고 계속해 빨고 싶어질 정도로 좋은 촉감이었다.

목덜미에 엷게 코팅하듯 칠해지는 침에 티나는 직접 빨아올리고 있는 기레스 못지 않게 자신의 매끈한 살결을 선명하게 느껴버린다. 딱히 민감한 성기를 애무받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오싹거리는 쾌감은 가실 줄 모른다.

옷 위로도 몽글거리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젖가슴은 기레스의 움켜쥔 손아귀 위에서 금방이라도 흘러 넘칠듯 음탕하게 출렁거린다.

"!!"

"으엑."

기레스에게 살짝 체중을 맡기고 몸을 흐느적이며 반응하던 티나는 갑작스레 화들짝 놀라며 그대로 기레스를 밀쳐내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그와 동시에 하일즈의 방문이 열렸다.

"음? 뭔가 인기척이 나서 나와봤더니.. 티나, 기레스 형 여기서 뭐하고 있어? 둘이 함께 있다니 별일인데?"

티나와 기레스가 마주하는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적어도 겉으로는 기레스에 대한 적의를 거두는 연기를 하고 있는 하일즈와 달리 티나는 기레스에 대한 적개심을 거두지 않았고 기본적으로는 무시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슬슬 식사하려고 내려가려던 참이었는데 실수로 티나랑 부딪혀 버리는 바람에 말야."

'.....'

평소 그렇게 얼빵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기레스는 청산유수로 거짓말을 내뱉는다.

"미안하다고 사과하려고 했더니만 이렇게 밀치다니 너무한 거 아냐?"

사과하려다가 밀쳐져 억울하기라도 하다는 듯 기레스는 그럴싸해 보이는불만을 티나에게 토로했다.

'흥.. 여전히 주제 파악 못하는 놈이구만.'

그렇게 속으로 기레스를 업신여기던 하일즈는 티나의 안색을 살폈다.

'음...?'

티나의 안색은 평소와는 전혀 달랐다. 발그레 물든 얼굴, 살짝 풀어진 눈빛과 촉촉히 젖은 입술에 이르는 요염함의 삼중주에 하일즈는 순간 말문이 턱하고 막혀 버렸다.

"어..? 아 맞다. 오늘 준비물이 있었지. 깜박할 뻔 했네. 잊기 전에 미리 챙겨둬야겠다."

잠깐의 적막 사이 기레스는 손벽을 치고 천진난만한 바보처럼 그렇게 혼잣말을 떠벌대며 그대로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기레스는 하일즈는 볼 수 없는 사각에서 티나를 향해 살짝 손짓했다.

'읏...'

"음.. 어디 아프기라도 한거야? 티나? 얼굴이 빨간데..?"

기레스가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가자 하일즈는 어쩐지 조심스럽게 티나에게 물었다.

"응? 아냐 오빠. 아프기는.. 기레.. 저 병신이랑 부딪혀 버린 걸 오빠한테 들킨 게 창피해서 그런 거겠지."

하일즈의 앞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기레스가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던 티나는 굳이 기레스에 대한 표현을 욕설로 고쳐 말했다.

"그러고 보면 신기하네. 티나 네가 기레스랑 부딪히다니 말야."

하일즈가 방 안에서 나오는 소리만 듣고도 기레스를 냅다 밀쳤던 티나다. 평소 같았으면 기레스 따위에게 부딪힐 일은 만에 하나라도 일어나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나라도 실수 정도는 한다구..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저 바보가 갑자기 문을 열어 버렸단 말야."

살짝 자신의 코를 만지는 척하면서 불만스럽게 툴툴 거리는 티나의 모습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기분 탓이었나?'

그 옛날 욕실에서 보았던 소피아만큼이나 요염했던 표정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어느새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어쨋든 몸이 아픈 게 아니라니 다행이야. 그럼 밥 먹으러 갈까?"

"아, 오빠 먼저 내려가."

"뭐 해야 할 일 있어?"

"저 바보 녀석 말을 듣고 떠올랐는데.. 나도 친구한테 전해줄 것좀 준비해 두고 내려가려구.."

'흐음.. 친구 생각을 하다가 기레스와 부딪힌 건가? 여전히 친구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 같네. 티나가 그렇게나 고민할 정도의 친구라.. 누군지 한번 보고 싶은데.'

하지만 여동생의 사생활에 사사껀껀 간섭하는 것은 이상적인 오빠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하일즈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내딛지 않는다.

"그래? 그럼 천천히 내려와."

"응... 먼저 내려가 있어."

[덜컥]

하일즈를 뒤로하고 티나는 씩씩거리며 기레스의 방문을 열어제꼈다.

"하일즈가 둔해 빠져서 다행이네. 티나."

방 안에는 능글맞은 미소를 띈 기레스가 서 있다.

"뭐하는 짓거리야!"

"뭐가?"

"하마터면 들킬 뻔 했잖아!"

방 안에서 범해진 적은 있어도 이렇게 아침에 방문 앞에서 기레스에게 범해진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안 들켰잖아?"

기레스는 별 일 아니었다는 듯 뻔뻔스럽게 맞받아쳤다.

"뭘 말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지만.. 이렇게 나오면 안되지. 한달 감면해 줄테니 언제 어디서든 내 몸을 청소하는 육변기가 되기로 한 건 너잖아? 집에는 하일즈에 가족이 있으니까 네 사정 다 봐줘 가면서 범하지 말기라도 하라는 거냐?"

"그, 그건.."

"애초에 너만 조심하면 걸릴 일은 없어."

"뭔 소리야 그건?"

"아까 하일즈 반응 보면 모르냐? 어느 누구 씨가 병신 취급이란 취급은 다 해준 덕에 하일즈는 내가 너랑 뭔 짓을 했는지 전혀 몰랐잖아? 아버지 어머니는 다를 거 같아? 너만 잘 참으면 누가 날 의심하겠냐? 너 같으면 지금 내가 널 범하고 있다고 의심 할 수 있겠어?"

"음..."

티나는 잠시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았다. 기레스가 하일즈처럼 머리가 좋아도 타인이 아닌 가족을 범한다는 생각은 미치기 힘들진대, 자타공인 바보로 유명한 기레스가 자신을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누가 의심할 수 있으랴.

"내가 어디 무시를 한 두번 당해보냐? 엄마를 빼면 뭘 해도 관심 밖, 하일즈 가문의 내다 버린 자식이 바로 나란 말야. 내가 가족들 눈 앞에서 범할 것도 아니고... 너만 내색 안하고 잘 둘러대면 어지간해서는 걸릴 리가 없다고."

'자랑이다.'

"하지만 정히 집 안에서는 못 받겠다면 능욕 기간 두 달을 추가로 물러줄 수도 있어."

기레스는 검지와 중지로 V를 만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뭐? 왜 두달이야? 그때 조건으로 감면한 건 한달이었잖아!"

티나는 도끼눈을 뜨고 따지듯 물었다.

"위약금 모르냐? 위약금. 이대로 니가 무르면 약속을 어기는 건데 한달 정도는 얹어 줘야지. 거 참 오줌싸개답게 양심은 더럽게 없네."

"오줌싸개랑은 관계 없잖아!"

"아무튼 노예 기간 두달 연장하고 육변기 계약을 무를건지, 이대로 갈 지 결정이나 해."

'개새끼 처음부터 이렇게 억지 부려가면서 기간을 늘리려고 했던 거 아냐?'

티나는 기레스를 고깝게 꼬나보다가 바닥을 내려다 보면서 골똘히 생각했다.

'분하긴 하지만 기레스의 말도 틀린 건 아냐. 직접적으로 들키거나 하는 게 아니면.. 오빠는 물론이고 아빠나 엄마도 저런 병신이 날 능욕하고 있다는 걸 예상할 수 있을 리는 없을테니까.. 거기에...'

티나는 심심할때면 기레스에게 자신의 방에서 능욕 당했던 자신을 떠올렸다.

'아냐 아냐. 그게 아니라..'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 슬쩍 고개를 들어 기레스를 보면 뭐가 그리도 기쁜지 싱글거리는 얼굴이 보인다.

'그, 그래. 저 바보가 바라는 대로 기간을 늘려줄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자신의 속마음을 포장하기로 마음을 굳힌 티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힘없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대로 하면 되잖아 하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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