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 티나(31)
* * *
기레스는 침대 위에 누운 티나의 새하얀 가랑이를 양팔로 벌렸다.
'읏..'
음부를 노출시키는거야 한 두번 겪는 일이 아니었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섹스를 위해 기레스의 앞에서 가랑이를 훤히 벌리는 것은 또 다른 수치심을 불러 일으킨다.
승부랍시고 서로의 성기를 핥을 때와는 다르게 기레스의 얼굴을 정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은근히 기고만장 우쭐해 하는 기레스의 얼굴을 보고 티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저 기고만장한 얼굴을 일그러 뜨릴 수 있다면 티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음..'
티나는 빳빳히 서 있는 기레스의 육봉을 흘끗이며 생각했다.
'설마 섹스도 기분이 좋은 건 아니겠지..?'
기레스에게 능욕을 당하기 시작한 뒤, 티나는 넌지시 친구들에게 성에 대한 관심이 생긴 척 밑밥을 깔아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어왔다.
'대부분은 첫 경험은 기분 좋은 것보다 아프다고 했었지..? 거기에 저녀석은 동정이니까..'
티나는 아무리 자신이 구제할 길 없는 변태라 해도 이번만큼은 틀림없이 최악의 섹스가 될거라 생각했다. 아니 생각뿐 아니라 그래야만 했다.
'무표정으로 반응하면 열등감에 빠지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처음부터 티나는 기레스의 섹스에 반응하지 않을 야심으로 가득했지만, 곰곰히 생각을 갈무리 해보면 소심한 저항에 불과하다지만 무반응은 기레스에게 충분히 상처를 심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뭐니뭐니해도 기레스라는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여자를 가버리게 만들고 싶어서 온갖가지 권리를 다 내던져 버리는 열등감의 화신같은 남자였기 때문이다.
'좋아.'
반응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 티나는 가녀린 팔로 이마를 가리고 이 상황 때문에 망연자실 하기라도 한 듯이 슬쩍 고개를 돌려 눈을 내리 깔았다.
항상 툴툴 거리면서 쏘아붙히는 티나답지 않게 톡 건드리면 깨져버릴 것 같은 차가운 유리처럼 티나는 클로에를 연상시킬법한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부터 기레스가 무얼 하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뭘 하든 반응하거나 내색하지 않는 것. 티나는 딱딱한 얼굴로 굳은 다짐을 되새겼다.
[할짝]
"힛!?"
하지만 그런 결심은 기레스의 낯익은 혀의 애무로 파도에 쓸려나가는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려 버렸다. 아플 것을 각오하고 있었던 티나는 미처 참지 못한 신음소리를 내며 벌려진 다리를 파들파들 떨었다. 그렇게나 절정에 자지러졌음에도 쾌락의 샘은 마를 기색도 없이 머리를 아찔하게 만들어 버린다.
"뭐, 뭐하는거야!"
"뭐가?"
질문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기레스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되물었다.
"섹스한다며!? 왜 애무를.."
티나가 따지고 들자 기레스는 코웃음치면서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 거리며 거들먹거렸다.
"쯧쯧. 내가 공부해 본 바에 의하면 섹스하기 전에 애무로 기분 좋게 만드는 전희가 매우 중요하다 하더라고. 역시 처녀라 뭘 모르는구만?"
"너, 너도 동정인 주제에.."
분한 듯 이를 갈면서 한마디 쏘아붙히는 모양새에 무표정으로 기레스의 열등감을 터트리겠다는 티나의 야망은 시작부터 보기좋게 허물어져 버렸다.
"그래서 이렇게 공부를 한 거 아니냐. 덕분에 이렇게 이겨서 처녀도 따먹을 수 있게 되었고."
'공부 좋아하네. 내가 욕구불만만 아니었다면 너 따위가..'
[후루룹]
"흐으읏..!"
음부에 입을 맞추고 빨아들이자 티나는 생각을 이어나가지도 못하고 기레스에 의해 벌려진 다리를 쭉 펴고 몸을 떨었다.
"전희는 이쯤 해두고 슬슬 넣어 볼까?"
"엇?"
잠시 쾌락에 정신줄을 빼놓은 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기레스는 그대로 티나의 구멍 안으로 육봉을 찔러 넣었다.
'아, 아팟..!'
파과의 아픔에 티나의 고운 미간이 일그러진다. 찝찝하기 짝이 없는 고통 속에서 티나는 오히려 아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으로 자연스럽게 질색하거나 반응하지 않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까짓 게 그럼 그렇지.. 으응..?'
명불허전 풋내나는 동정이라고 속으로 기레스를 멸시하는 것도 잠시 티나는 순간 자신의 속 안에서 꿈틀꿈틀 근질거리는 감각에 당혹스러움을 느꼈다.그것이 무슨 감각인지 티나는 잘 알고 있었다.
'아, 안돼...'
슬근슬근 일정한 속도로 기레스가 허리를 흔들때마다 메스꺼웠던 아픔은 하나 하나 걷어져 나가고, 그 빈자리는 쾌락으로 차곡차곡 채워져 나갔다.
'느끼면... 안돼. 이정도는 참을 수 있...'
하지만 몸은 티나의 생각을 따라주지 않는다. 쿵덕이며 들썩거리는 기레스의 남근이 음부의 안쪽을 누비며 민감한 부위를 찾아 나갈 때마다 마치 이때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 쾌락은 기하급수적으로 부풀어 올랐다.
'왜..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거얏...'
만지면 기분이 좋은 살덩이들을 전부 뭉쳐 모아놓은 것처럼 쑤시면 쑤시는대로 티나는 기분이 좋아 정신이 아득해져 버린다. 괜스리 자잘하게 매끈한 다리를 비비며 간질이는 손가락에 티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가락을 오므렸다 피기를 반복했다.
"하... 으..긋."
그렇게 몸을 배배 꼬는 와중에도 티나는 입술을 깨물어 새어나오는 단숨을 가까스로 참고는 자신의 저주받은 몸뚱이를 저주하면서 필사적으로 무표정을 연기했다.
'하여간 하나하나 맛있게도 반응한다니까..'
제 딴에는 필사적으로 참는다고 참는 모양이지만, 그렇게 느끼지 않는 척 노력하는 와중에도 숨길 새 없이 촉촉하게 새어나오는 욕정어린 색기와 쾌락에 일일히 반응해 춤추는 몸뚱이는 이루 형언하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인 것이었다.
'안돼... 승부할 때보다 더 기분 조...아..'
속 안을 오가는 끈적거리면서도 질척거리는 느낌은 티나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섹스라는 건 원래 이런거야?'
그렇게 느끼도록 기레스가 손을 쓰고 있는 탓이지만, 파과의 아픔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지금도 기레스와의 섹스는 지금까지 그토록이나 빠져들었던 애무보다도 기분이 좋았다.
'싫어해야 되는데... 싫어해야 되는데..'
머리로는 싫어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성적으로는 분명히 그것을 바라고 있음에도 도저히 싫어할 자신이 없다.
되려 '어째서 이렇게까지 섹스를 싫어해야하지?'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갈 정도로 성교의 쾌락은 달콤한 것이었다.
'아..'
티나는 자신의 안에서 벌벌 거리면서 떨리는 친숙한 느낌에 이 정사의 끝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언제나 입으로 느껴왔던 사정 전의 신호는 친숙하면서도 너무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입으로 애무할 때의 기레스의 사정이 자신과는 관계 없는 별개의 일에 불과했다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지금은 마치 기레스와 감각을 공유하기라도 하는 것만 같았던 것이다.
사정을 앞둔 기레스는 거칠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에 남근을 벌벌 떨면서 사정을 눈앞에 둔 기레스 못지 않게 티나는 티나대로 숨이 터져 버릴 듯한 절정이 임박해 버렸다.
"읍.. 흐읍.."
새어나오는 달콤한 교성소리를 참는 티나의 입술이 오물거린다.
"아으.. 시발.."
외마디 욕설과 함께 기레스는 육봉을 뽑아내 티나의 몸에 정액을 뿌려댔다.
"흐...그읏!"
그 뽑히는 느낌에 맞춰 티나는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화답이라도 하듯 그대로 조수를 흩뿌리며 절정을 느껴버린다.
"하아... 하아..."
새하얀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 살짝 풀린 눈으로 백치처럼 헤벌쭉 입을 벌린채 쌕쌕거리는 티나의 모습은 무표정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요염함을 머금고 있었다.
기레스는 살짝 지친 듯 티나의 옆에 은근슬쩍 쓰러지듯 누우며 말했다.
"후우.. 지쳤다. 그나저나 듣던대로 섹스라는 건 역시나 존나게 기분 좋구만.."
산전수전 다 겪어가며 전생에 여자를 골라잡아 따먹고 다녔던 기레스조차도 감탄을 금하지 못할 정도로 티나의 보지는 명기였다. 기레스가 아니라 여체를 생전 처음보는 동정이었다해도 평가가 달라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왜 눕고 지랄이야? 끝났으면 얼른 갈 것이지."
기레스를 등지고 있는 엉덩이에 살결이 닿자 티나는 괜시리 흥분해 버린 나머지 툭 하고 쏘아붙혔다.
"지는? 피곤해서 난 좀 쉬다갈거니까 갈거면 너나 먼저 가버려."
"칫.."
그렇게 혀를 차면서도 티나는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밤을 새고 피곤해서 아무 생각 없이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것마냥 절정의 여운에 몸을 맡겨 이렇게 누워 있는 것이 너무도 기분이 좋았던 까닭이다.
"뭐야. 안가냐?"
"나도 기분 더러워서 풀릴때까지 쉬다 갈거야."
"그렇게 애액을 싸질러 놓고 더럽기는.."
"그, 그건.. 생리현상일 뿐이야."
"지금까지는 그런 적 없었잖아?"
"그렇게 집요하게 애무 당하면 애.. 애액이 나오는 건 당연한 거야. 동정인 너는 모를지 몰라도.. 아니 너도 애무하면 싸버리잖아! 지금까지 나오지 않은 건 네가 병신같이 애무해서 그런거겠지."
티나는 입에서 나오는 말을 거를 생각도 않고 내뱉었다.
"훗. 공부한 보람이 있는건가."
그 정신없이 떠드는 말을 능숙히 받아 기레스는 마치 지금을 위해서 특별한 준비라도 했다는 듯이 거드름을 피웠다.
"그래서 느끼긴 느낀거지?"
은근 기대하는 듯한 어투로 기레스는 티나의 귓가에 속삭이듯 물었다. 그 귀를 간질이는 행동이 한없이 불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제멋대로 오싹오싹한 쾌감을 느껴버린다.
"찐따같이 그런 건 왜 묻는거야?"
"시발! 그럼 지금까지 그렇게 조루니 뭐니 매번 놀림당했는데 당연히 물어봐야지. 이제부터 오줌싸개에 변태에 변기취급이란 취급은 다 해줄테니까 각오하고 있어. 시발년아."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티나의 마음은 시큰거리며 기대로 반응해 버린다. 차라리 눈치채지 못했다면 좋았을 자신의 그 마음을 선명하게 자각해버린 티나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미친년! 미친년!'
기레스가 없었다면 자신을 수차례나 쥐어 박아주고 싶을 정도로 티나는 그 사실을 곧이 곧대로 인정하기 싫었다. 그렇게 티나가 속으로 자신을 자학하는 사이 기레스는 집요하게 따지듯 물었다.
"그래서 느꼈어? 안 느꼈어?"
"아까도 가버렸다고 인정했잖아. 변태새끼야! 꼭 그걸 또 쳐들어야돼?"
티나는 거짓말을 할 의지조차 잃고 시원하게 다 털어내 버렸다. 애초에 그렇게 애액을 흩뿌려 놓고 느끼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도 우스운 일인 것이다.
"누가 누구보고 변태라는거야? 당연히 들어야지. 지금까지 당한 게 얼만데. 흠.. 어쨋든 느꼈다 이거지?"
기레스는 실실 쪼개며 뒤에서 살그머니 티나를 껴안아 팔을 허리에 걸어 손가락으로 음부를 간질였다.
'하읏..!'
"좀 더 느끼게 해줄까?"
귓가에 속삭여지는 악마의 말에 티나의 몸이 떨린다. 나쁜 의미로도 좋은 의미로도 소름이 끼친다. 어느 쪽이 더 큰지는 티나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 꺼져. 갈거야."
살짝 시간을 두고 티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몸이 조금 느꼈다고 기분까지 좋을거라 착각하지마. 아까도 말했지만 기분은 더러우니까 기어오르지 말란 말야!"
제 딴에는 정색한다고 한 모양이지만 새하얀 얼굴에 아직까지도 흥분으로 울긋불긋 물든 색은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련하시겄어. 뭐 좋아. 오늘만 날인 것도 아니니까."
기레스가 밉상스러웠는지 자신에게 화가난건지 약이 오를대로 오른 티나는 이를 아득바득 갈며 옷가짐을 챙겨 입고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박차고 나간 티나를 보던 기레스는 홀로 남은 오두막 안에서 티나가 떠난 자리로 시선을 돌렸다. 침대 위에는 연거푸 애액을 쏟아내 살짝 젖어 생긴 얼룩과 처녀막을 상실한 붉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귀여운 년."
정신이 없어서 자신이 어떤식으로 가버렸는지 전혀 자각하지 못한 티나와 달리 그 꼴을 정면에서 감상한 기레스는 티나가 자신의 앞에서 얼마만큼 음란한 치태를 보여주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처녀였던 여인이 자지러지며 만든 결정체는 보는 것만으로 다시금 티나의 치태를 선명히 떠올리게 만들어 버린다.
"그럼 정리하고 돌아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