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138화 (138/238)

〈 138화 〉 티나(30)

* * *

"아니긴 뭐가 아냐! 이렇게 싸질러 놓고는."

"그, 그건..!"

기레스에게 가버렸다는 사실이 어찌나 혼란스러웠는지 티나는 시선을 둘 곳을 찾지 못하고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며 당황해 하다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오.. 오줌이야!"

'클로에냐..'

티나의 말도 안되는 변명에 기레스는 클로에를 떠올렸다. 물론 순진해서 정말 모르고 있었던 풋풋한 클로에와 다르게 티나는 자신이 싸지른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정말로 애액을 모르고 있다면 아주 모른다는 반응을 보여야지. 제 발 저린 도둑마냥 오줌이라고 저런 식으로 변명할 리는 없는 것이다.

"누굴 바보로 아나."

"아, 아니라는 증거는 있어?"

이제는 도망칠 퇴로가 없는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며 막 나가는 티나에게 기레스는 가증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쏘아 붙혔다.

"내 혀가 증거지 이년아. 네가 나한테 소변을 얼마나 퍼먹였는지 잊은거냐? 네 덕에 강제로 오줌 소믈리에가 되어버린 내 혀에 의하면 이건 오줌이 아니야."

"으읏.."

과거 하일즈와 함께 기레스를 괴롭혔을때 몇번이고 기레스의 머리를 발로 짓밟고 소변을 뿌리며 조롱했던 기억을 떠올린 티나는 빈정거리는 기레스의 말에 움찔거리며 말문이 막혀 버렸다.

절정을 느꼈는지 아닌지는 티나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솔직히 꼬리를 말고 패배를 시인한다는 것은 소중한 처녀를 따먹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기에 순순히 기레스의 말을 인정해 줄 수는 없었다.

'그래..'

잠시동안 쾌락에 취해 어질거리는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려 생각을 가다듬은 티나는 여우같은 눈초리를 번뜩이며 기레스에게 따지듯 말했다.

"아주 대단한 미식가 납셨네. 하지만 그건 증거가 아니라 네 일방적인 주장이잖아?"

"뭐?"

"네가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딨는데? 이제 노예로 부릴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남았으니까 내기에서 이기려고 사실은 오, 오줌의 맛이 났는데도 애액이라고 구라치는 걸수도 있잖아?"

스스로가 생각해도 엉망진창의 억지였지만 이미 티나에겐 뒤가 없었다.

기레스에게 명확하게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는 틈을 찌르기 위해선 억지든 뭐든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잡고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음..? 그 말대로라 해도 넌 오줌싸개가 되어버리는데.. 그래도 좋은거냐?"

냉정한 기레스의 일침에 티나는 멈칫거리고 살짝 당황하면서도 물러나지 않고 대답했다.

"윽...! 어, 어쨋든 가버린 건 아니야. 오늘 너무 더운데다 하도 오랜만이라 집에서 무.. 물을 너무 많이 마시고 와서 이렇게 되버린거니까.."

오줌싸개가 되는 한이 있어도 여기서 기레스에게 질 수 없는 티나는 있는 이유 없는 이유를 다 가져다 붙히며 변명했다.

'3살 먹은 어린애도 안 믿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기레스는 티나의 그 뻔뻔한 변명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나 쾌락에 빠져 골골대고 헤롱거리는 와중에도 아직 그 마음은 꺾이지 않은 것이다.

안팎으로 당황한 나머지 눈 둘 곳을 찾지 못했고 데굴거리며 구르기 바빴던 티나의 눈빛에 자신감이 살짝 서린다.

"아니면 선택할 수 없는 노예 나부랭이인 나니까, 그렇게 우겨가면서 '억지로' 능욕의 기간을 연장하기라도 할거야?"

티나는 억지라는 말에 힘을 줘가면서, 기레스의 자존심을 살살 긁으며 도발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기레스와 티나의 관계는 압도적인 갑을의 관계다.

까짓거 소변이든 애액이든 그 진위여부와 관계 없이 기레스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버린 걸로 치부하고 억지로 범할 수 있는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도발을 해두면 절대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는 기레스라 해도 쉽사리 자신의 승리를 밀어붙힐 수 없게 된다.

티나의 의견을 묵살한 채 다소 억지를 부려가며 내기를 이겼다고 강제선언해 버릴 경우 기레스는 자신의 힘으로는 티나라는 여자 하나 보내버리지 못한, 그리고 시간 안에 보낼 자신이 없는 열등한 인간이라고 스스로 인정해 버리는 꼴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 이거라면...'

티나는 자신이 이렇게 도발하면 틀림없이 열등감 덩어리나 다름 없는 기레스가 강제로 승리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겉으로 말로는 기레스를 못 믿겠다고 온갖 억지를 부리고 오줌싸개를 자처하면서까지 자신은 가버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어느사이엔가 티나는 '기레스라면 분명 이 도발을 받아들여 줄 것'이라고 누구보다도 더 기레스를 신뢰하고 있었다.

"시발년 정말 너무하네.. 지금까지 이렇게나 약속을 잘 지켜왔는데 아직도 나를 의심하다니.."

기레스는 뒷머리를 털면서 질렸다는 듯 말했다.

"너 같으면 이 상황에 의심을 안할 수 있겠어? 지금까지 약속을 지켜왔다는 게 지금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끝이 가까운 이럴 때 써먹기 위해서 지금까지 약속을 잘 지켜왔을수도 있는거잖아?"

어쩐지 기세가 꺽인 듯한 기레스의 말투에 자신의 억지 논리가 먹혀 들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티나는 살짝 우쭐댈 정도의 여유를 되찾았다.

'본인은 가버린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 저렇게까지 철판 깔 수 있다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구만..'

비슷한 상황에 소피아나 클로에였다면 절대로 티나처럼 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후우.. 시발 어쩔 수 없지.."

체념한 듯한 기레스의 한숨소리에 티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좋았어!'

해냈다! 라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티나의 기뻐하는 모습을 지그시 감상하면서 기레스는 보란 듯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그럼 이제 오줌은 다 싼거지?"

"뭐?"

"뭐?는 무슨 뭐야? 나 아직 사정 안했잖아? 티나 네가 그 나이 먹고도 오줌싸개인 탓에 내기가 도중에 잠시 중단되어 버린 것 뿐이고.. 아직 나도 너도 가지 않았으니까 승부를 재개해야 될 거 아냐?"

'어어..?'

기레스를 거짓말쟁이로 몰기는 했지만, 정신줄을 놓고 자지러지며 절정을 느껴버렸다는 사실은 다른 누구보다도 티나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아직 능욕이 끝나지 않았다는 기레스의 말에 티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라 대꾸하고 싶어도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기레스의 말은 정론이다. 지금까지는 항상 기레스를 쥐어 짜내가면서 사정시키며 승부를 끝내왔기에 잊고 살아왔지만 본래 기레스와의 이 승부가 끝나는 조건은 어느 한 쪽이 '가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티나 본인이 주장하듯 폭포수처럼 싸질러 버린 체액이 애액이 아닌 소변이라면 확실히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뭐야? 그 겁 먹은 것 같은 표정은? 설마 아까 정말로 가버렸던 거야?"

기레스는 히죽거리며 표정관리도 못하고 창백한 얼굴로 질려있는 티나를 살살 약올렸다.

"그, 그럴 리 없잖아. 네 앞에서 오줌을 싸버린 게 신경 쓰였던 거 뿐이야."

애써 그렇게 둘러대기는 했지만 티나의 머릿 속은 이제 곧 당하게 될 애무에 대한 걱정과 기대만이 뒤죽박죽으로 혼재되어 엉망진창이었으면 이었지, 오줌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래? 난 또 하도 흙 씹은 얼굴을 하고 있길래 조루새끼인 나한테 가버릴까봐 쫄기라도 한 줄 알았잖아."

"누, 누가!"

'기, 기고만장해하기는..'

티나는 아니꼽다는 듯 기레스를 노려보았지만, 그 눈빛에 이전같은 당장 싸버리게 만들어 절망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패기는 없었다.

평소의 넘치는 자신감은 방금 전 감미롭다 못해 미쳐버릴 것만 같았던 절정에 의해 이미 흐물흐물 녹아내리고 있었다.

"뭐 쫄았든 안 쫄았든 아무래도 좋지만.. 어쨋든 이렇게 한번 오줌을 쌌으니까 이젠 내가 뭔 짓을 해도 안 쌀 수 있지?"

그렇게 능글맞은 어투로 신경 쓰이는 약점을 후리고 들어오는 기레스의 말에 티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뭣하면 따로 볼일 보고 와도 좋기는 한데.. 이제부터는 싸면 그게 오줌이든 뭐든 가버린 걸로 칠거야."

"무.. 뭐..?"

"왜? 뭐 문제 있어?"

지그시 시선을 맞추고 기레스가 역으로 되묻자 티나는 시선을 내리깔며 위축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제아무리 얼굴에 철판을 깔고 소변이라고 우겼던 티나라도 여기서 더 군말할 수는 없다. 상식적으로 미리 볼일을 볼 기회까지 제공해준다 하는 마당에 애무를 할때마다 계속 오줌을 싸는 것은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특히 근 한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능욕을 받아오면서도 지금까지는 단 한번도 지린 적이 없는 티나라면 더더욱이 그렇다.

절정에 애액을 분수처럼 싸질러 버린 걸 오줌 지렸다고 치부하며 억지를 부릴 수 있는 것은 이번 한번 뿐인 것이다.

"문제 없으면 얼른 시작 하자고."

그렇게 말하곤 기레스는 자리에 벌렁 누웠다. 티나는 발기한 기레스의 육봉을 흘깃 거리면서 생각했다.

'그래.. 아까는 너무 즐기려 했던 게 문제였을거야. 민감하면 민감한 만큼, 내가 기레스를 먼저 싸게 만들면 그뿐인 거니까..'

오랜만에 맛보는 쾌락을 조금만 더 맛보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기레스를 사정시킬 수 있었을 것이라 애써 자신을 타이르면서 티나는 누덕누덕 헤진 자신감을 기워 나갔다.

'좋아..'

하지만 그 자신감은 기레스의 몸에 올라타는 것만으로 모래성처럼 부서져 내려버렸다.

"아흣..."

아까 전 욕구불만으로 기레스와 살결이 스칠 때도 민감했지만 절정을 맛봐버린 지금, 티나의 몸은 살에 스쳐지는 것만으로도 기레스의 애무를 받는 듯, 쾌락의 꿀에 빠져 그대로 절여져 버린다.

'하으으...'

느끼고 싶지 않아도 티나의 몸은 멋대로 펌프질이라도하듯 열심히 전신으로 쾌락을 운반해 버린다.

순간 기레스의 살결에 음부를 비벼대면서 자위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껴버린 티나는 이를 악 물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민감한 건 어쩔 수 없어..'

자신의 몸이 기레스의 맨살에 변태같이 발정해 버리는 건 이제 어찌할 도리가 없다.

'어차피 기레스니까 내가 느끼기 전에 싸버리게만 만들면 돼.'

기레스가 구제할 길 없는 조루라는 한가닥 희망에만 의지해 그녀는 음탕함을 잔뜩 머금은 꼬물거리는 움직임으로 천천히 육봉을 향해 다가갔다.

"우우.. 하.."

육봉을 눈앞에 두고 티나는 한바탕 단숨을 내쉬고 천천히 고개를 들이밀었다. 가버리면 안된다고 의식을 하면 할수록 푹푹한 기레스의 체취는 더욱 진하게 코끝을 찌르고 들어온다.

살짝 기분이 아찔하게 좋아져 버린 티나는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는 어지러움을 느꼈다.

"흐읏.."

'괘, 괜찮아. 이정도는..'

이정도의 기분 좋음은 지금까지도 여러번 겪어 온 티나였다.

"아움.. 흐으으읍.."

조심스레 입 안에 넣고 혀를 굴리기 시작하면 기다렸다는 듯 기레스의 손가락도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음흉하게 밖에서부터 안으로 서서히 치밀고 들어오는 손길은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고 그에 맞추어 닿을듯 말듯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느껴지는 새근거리는 숨결은 약방의 감초처럼 오싹오싹한 쾌락을 가져온다.

'단번에 싸게 해야해.'

이전처럼 5분이니 2분이니 1분이니 즐길 틈은 없다.

'이전처럼....'

기레스를 단번에 사정 시켰던 과거의 일을 떠올리면서 티나는 혀를 포피 안으로 집어 넣으려 들었다. 그 행위로 티나는 꼴사납게 기레스가 싸주길 기대했지만, 사정은커녕 되려 역한 냄새에 자신이 더욱 흥분해 버렸다.

"쮸읍.. 츄릅.. 으븝!"

벼랑 끝까지 몰린 티나는 필사적이었다. 기레스를 사정 시키기 위해 부드러우면서도 과격하게 포피 안쪽의 치구를 정신없이 빨아내면 음탕한 소리는 숨길 새도 없이 새어나간다.

'어째서.. 어째서 싸지 않는거야!'

울먹이는 티나의 입 안에서 육봉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바들바들거렸지만 아무리 최선을 다해 쫄깃하게 혀를 놀려대도 기레스는 사정만은 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티나가 쫓고 있는 조루라는 환상은 기레스가 심어준 신기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전에 비해선 많이 늘었다곤 하지만, 음탕한 소피아는 물론이거니와 절정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순진했던 클로에만도 못한 실력에 불과한 티나의 구강성교를 기레스가 참지 못할 리가 없다.

포피 안을 열심히 빨아 더욱 흥분해버린 티나의 움직임에 맞춰 기레스는 그대로 티나의 잡티하나 없는 음부에 얼굴을 쳐박고 도리도리 부벼가며 격렬하게 빨아 올렸다.

"으푸읍.. 하... 히야아아앙."

그동안의 욕구불만과, 한차례의 미칠듯한 절정에, 혀에 전해지는 역겨운 맛, 거기에 더해 코 끝은 물론이고 방 안을 가득 메운 냄새로 이미 발정할대로 발정해 버린 티나가 기레스의 애무를 참는 것은 애시당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티나는 다시 한번 시원하게 조수를 내뿜었다. 차라리 기분이라도 처졌으면 좋으련만 첫번째에 이어 연거푸 가버린 두번째의 절정은 역시나 머릿 속이 새하얗게 물들어 버릴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내가 이런 녀석한테 가버리다니...'

상체를 세운 기레스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우쭐거리며 티나에게 말했다.

"자, 이젠 누가 조루지?"

"크읏..!"

희롱당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처녀까지 따먹힐 처량한 처지에 놓여 눈망울에 고이려 했던 눈물은 기레스의 비아냥거리는 말 한마디에 그대로 도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것도 오줌이라고 우길거냐?"

"이겼으면 이긴거지. 뭘 그렇게 말이 많아! 구질구질한 새끼."

"그 말은 가버린 거 인정하는거지?"

"..... 그래."

티나는 아래로 눈을 내리 깔고 입을 삐죽이면서 퉁명스레 답했다. 제아무리 티나라 해도 변명의 여지조차 없을 정도로 시원하게 싸지른 이상 더 억지를 부릴 수는 없었다.

티나의 마음은 착잡했지만, 빼도 박도 못할 정도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때문인지 오히려 이전보다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여기서 더 발뺌하면 저녀석은 틀림없이 하일즈 오빠를 들먹이겠지..'

능욕할 시간이 며칠 남지 않은 지금은 기레스도 티나 못지 않게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여기까지 와서 티나가 불복한다면 하일즈 카드를 꺼내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오빠를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어.'

인정할 수밖에 없는 패배는 각오를 다지게 만든다. 애초에 기레스에게 능욕을 당하기로 결심한 그때부터 처녀를 잃는 것은 이미 각오한 바였다. 그저 그 때가 조금 미루어졌을 뿐이다.

'그래.. 어차피 처녀가 아니어도.. 난 이미 더러워질대로 더러워져 버렸는걸.'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하는 비틀린 각오는 체념을 낳는다. 티나는 그녀답게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끝마쳤다.

"앞으로 조금만 더 버티면 자유였을텐데 아쉽겠구만? 티나."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가며 승자의 여유를 보이는 기레스의 모습은 여전히 밉상스럽기 그지 없었다.

'재수없는 놈.'

"하지만 승부는 승부니까.. 약속은 지켜주셔야겠어."

"해볼테면 해보던가?"

방금전까지 결국 참지 못해 흐느끼는 교성소리를 내곤 끝내 절정을 느껴버린 사람과 동일인물일까 생각될 정도로 티나는 무뚝뚝한 어투로 기레스에게 쏘아붙혔다.

승부에서 져버린 건 어쩔 수 없지만 이대로 약한 모습을 보여 기레스를 즐겁게 만들어 주기는 싫다는 지극히 티나다운 어리광스러운 심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말투였지만, 되돌려 말하면 억지로 강한 척을 한다는 이야기로 이미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훤히 꿰고 있는 기레스에겐 그 얄팍한 의도가 뻔히 보이는지라 더욱 즐겁기만 할 뿐이었다.

"그럼 사양않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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