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137화 (137/238)

〈 137화 〉 티나(29)

* * *

기레스에게 능욕을 당하러 가는 길에 티나의 마음은 어지럽게 술렁거렸다.

'기껏 적응해 나가고 있었는데..'

적응 따위 전혀 하지 못해서 요즘은 자신의 친구들에게까지도 히스테릭한 날선 반응을 보였던 티나는 애써 그렇게 속으로 불평을 늘어 뜨려 놓았다.

'부를거면 진작에 부를 것이지.. 괜히 또 참는데 고생하게 생겼잖아!'

원망스럽다는 듯한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오두막을 향하는 티나의 발걸음에는 신경질적인 조급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기레스의 능욕은 좋다 싶다가도 상대가 기레스라는 점 때문에 싫어하고 싶은가 하면, 그렇게 싫다 싶다가도 자연스레 그 달콤한 쾌락에 빠져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 마성을 품고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 오두막을 향해 다가갈 때마다 불만과 기대로 팽팽히 평형을 이루던 티나의 마음의 천칭은 점점 기대 쪽으로 찬찬히 기울어져 갔다.

"하아.."

어느새 도착해 오두막의 문 앞에 선 티나의 숨결에는 달콤함이 물씬 배어있었다.

"후우... 끄으으.."

문을 열면 상의를 벗고 필사적으로 끙끙거리며 팔굽혀 펴기를 하는 기레스가 보인다. 후덥진 여름에 방문도 하나 열지 않은 채로 땀을 줄줄 흘려가며 기레스는 꾸역꾸역 몸을 굽히고 일으키기를 반복해 나갔다.

"스읍."

'흐읏..'

방 안에는 며칠을 안 씻어서 대놓고 불쾌한 냄새와는 또 다른 기레스의 체취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체취에 멍해진 정신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티나는 기레스에게 물었다.

"뭐하고 있는 거야?"

"으... 후우.. 어 왔냐? 보면 알잖아? 체력 훈련 하고 있지."

"그게 훈련이야?"

티나는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갸우뚱 거리며 물었다. 별다른 훈련 없이 손가락만으로도 팔굽혀 펴기 같은 건 손 쉽게 해내는 티나가 기레스의 훈련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고작 저딴 걸 한다고 그동안 능욕을 거른거야?'

티나는 짜증이 잔뜩 담긴 못마땅스럽다는 표정으로 기레스의 위 아래를 훑어 보았다. 하일즈의 이상적인 신체와 비교하면 아직 보잘것 없다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요 수개월 간 피나는 노력을 한 기레스의 몸은 이전의 비실비실한 체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져 있었다.

"잘난 척 하기는... 그나저나 왔으면 얼른 벗고 준비나 할 것이지. 뭘 그리 멀뚱멀뚱 보고 있어?"

"응? 지, 지금 벗으려고 했어."

잔근육을 사이로 흘러내리는 땀방울에서 순간 눈을 떼지 못한 티나는 기레스의 일침에 살짝 당황하며 곧장 자신의 몸을 담고 있는 옷을 열기 시작했다.

천천히 옷가짐을 풀어나가는 티나의 모습은 무뚝뚝하게 일처리 하는 것처럼 옷을 훌렁 벗어 넘기던 전과는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옷을 벗는다는 지극히 단순한 행위 속에는 자연스레 남성을 유혹하는 듯, 유혹하지 않는 듯 줄타기라도 하는 것 같은 아슬아슬한 암컷의 색기가 흘러 넘치고 있었다.

"요새 좀 안 불렀더니 빠져가지고는..."

"그러게 누가 부르지 말래?"

그렇게 한마디를 안지고 앙칼지게 톡 쏘아 붙히며 티나가 대꾸하는 사이 마지막 남은 속옷 한 자락은 사르륵 티나의 매끄러운 다리를 따라 흘러내린다.

"불러 줬으면 했다는 듯이 들린다?"

"안 불렀다고 그렇게 징징거릴 거면 차라리 부르고 딴소리나 하지 말라는 거야. 내가 능욕에 도망치기를 했어? 명령에 불복하기를 했어? 옷 조금 늦게 벗었다고 쪼잔하기는..."

티나의 말 속에는 자신의 매도에 삐져서 능욕을 잠시나마 포기했던 기레스의 찌질함에 대한 원망도 은근히 섞여 있었다.

'그래도 어째 오늘은 예전처럼 자신감이 넘치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사래 칠 정도로 싫었던 기레스의 태도도 지금에 와선 불쾌하기는커녕 반갑기만 할 뿐이었다.

티나는 흘끗 기레스의 하반신에 시선을 돌렸다. 자신에게는 옷을 전부 벗으라고 지시한 주제에 기레스 본인은 팔짱을 낀 채, 바지를 벗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기레스가 따로 명령하지 않아도 그 의도는 뻔하디 뻔하다.

[꿀꺽]

아주 오랜만에 능욕다운 능욕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입 안에 고인 달곰한 침을 삼키며 티나가 기레스의 바지를 입으로 벗기기 위해 이동하려는 순간 기레스는 혀를 차며 말했다.

"쳇... 좋아. 그럼 큰 마음 먹고 아량을 배풀어서 오늘은 내가 바지를 벗어주지."

'엑..?'

기레스의 경박한 얼굴에는 고맙게 생각하라는 듯한 의기양양한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물론 능욕을 통해 자위를 하려고 기대하고 있던 티나에게 기레스의 그 호의 아닌 호의는 고맙기는커녕 밉상스럽기 그지 없을 뿐이었다.

'눈치없는 자식. 꼭 이럴때만... ......'

하나하나 일일히 청개구리 같은 기레스의 행동에 목구멍까지 올라온 티나의 불만은 모습을 드러낸 육봉에 의해 곧바로 가라앉아 버렸다.

욕구불만으로 몸이 미라처럼 바짝 말라 비틀어졌던 티나에게 기레스의 볼품없어야 할 육봉은 매력적이게까지 보일 정도였다.

"올라와."

기레스의 명령에 티나는 못 이긴 척 슬그머니 침대로 다가가 기레스의 몸 위로 올라갔다. 가급적 몸이 닿고 싶지 않아서 허리를 빳빳히 세우던 전과는 다르게 티나는 기레스의 위에 올라타 자세를 잡는 짧은 사이에도 살근살근 자신의 살결을 부벼나갔다.

'으으...읏.'

최근에는 사정으로 지친다는 핑계로 일방적으로 애무아닌 애무를 당해온 까닭에 기레스의 살을 원하는대로 맛보지 못한 티나는 땀방울로 반들반들거리는 신체에 음부가 스치자 절로 목구멍이 간질간질 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타고 있는 사람이 원수인 기레스가 아니라 보통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잘록한 허리를 정신없이 앞 뒤로 흔들고 싶어질 정도로 티나의 정욕은 멋대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티나는 기레스의 몸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체중을 맡겨 귀두 끝에 자신의 코 끝을 가져갔다.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는 지릿한 냄새에 티나의 표정은 헤벌쭉 흐무지게 풀어져 버린다.

"스읍.. 하아.."

언젠가부터 맡고 싶어도 맡지 못했던 그리운 자지의 냄새는 티나의 변태성을 직접적으로 자극해 버린다.

그간 기레스가 어설픈 손길로 몸 구석구석을 꽉꽉 막아둔 성감대의 쾌락은 체취를 맡는 것 하나로 천천히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푸석푸석하게만 느껴졌던 몸은 꿀에 절여 놓은 음식마냥 달콤함에 젖어 티나의 음심을 달구어 나간다.

고인 침에 잘 적셔진 도톰한 혀를 내밀어 티나는 오랜만에 기레스의 육봉을 밑둥부터 귀두 끝가지 쪼옥 빨아 올린다. 그렇게 자극을 주면 맥동하며 반응해버리는 기레스의 육봉마저도 지금은 각별히 느껴질 정도였다.

'으음..'

살짝 혀로 간만 봤을 뿐인데도 기레스의 육봉은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처럼 바들거리고 있었다. 며칠동안 사정하지 않아서인지 예상했던 것보다 민감해도 너무 민감한 기레스의 육봉을 티나는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이 바보는 지금까지 자위 하나 안했나? 하지만.. 이대로 가버리게 할 수는 없지.'

얼마나 기다려왔던 기레스를 이용한 자위행위던가. 앞으로 능욕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지금 티나의 머릿 속에는 즐길 수 있을 만큼 즐겨둬야 겠다는 치녀나 다름 없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크큭..'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뭇 남성들의 육봉을 빨딱 세워버릴 티나의 쫀득한 혀놀림이 느슨해진 것을 빨리는 당사자인 기레스가 모를 리 없었다.

빨리 끝나길 바래야 할 이 능욕을 좀 더 만끽하고 싶다는 티나의 그 저열한 욕망이 고스란히 육봉에 전해지는 그 느낌은 기레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만찬이었다.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하읏!?"

기레스의 손가락이 넝굴처럼 스멀스멀 티나의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 가랑이 사이를 희롱하자 참지 못한 티나의 숨소리가 새어나온다.

그간 머뭇거리는 척하며 쾌락을 틀어막아 티나를 잔뜩 애타게 만들었던 성감대를 후린 것이다.

먹음직스러운 티나의 몸을 뒤로 해가며 한땀한땀 정성껏 쌓아 올린 쾌락의 둑이 기레스의 음탕한 손길에 차근차근 해체되어 갈때마다 티나의 몸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끈적거리면서도 저릿한, 인간의 원초적인 성적 쾌감이 흘러 넘치기 시작했다.

'으으응.. 위험한데..'

봇물 터지듯 온몸에 엄습해 오는 쾌락의 홍수에 티나의 엉덩이가 팔딱거리며 반응한다. 차마 자신이 느낀다고 기레스가 생각하는 건 싫어 가까스로 반응하는 몸을 멈추었지만 참으면 참을수록 티나는 전신을 배배 꼬아가며 쾌락을 탐닉하고 싶어 죽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설마 나도 민감해져 버릴 줄은..!'

티나는 자신이 이토록이나 느껴버리는 이유를 기레스의 실력이 아닌 자신의 욕구불만에서 찾았다.

기레스의 자지가 며칠동안 사정하지 않아 민감해진 것처럼 자기 자신도 제대로 된 성욕처리를 하지 못해 민감해 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 어쩌지..'

티나는 정신줄을 놓으면 금방이라도 정신이 쾌락의 탁류에 휩쓸려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어쩌면 좋아....'

이 쾌락의 파도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레스를 가버리게 만들면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티나는 발만 동동 굴러가며 선뜻 혀를 놀리지 못하고 있었다.

능욕을 시작한 지 꼴랑 1분, 그토록이나 손꼽아 기다렸던 능욕을 끝내기에는 애간장이 녹아내릴 정도로 너무나 안타까웠던 것이다.

"으응... 하아.."

새어나오는 신음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몸이 기분좋아 바들거리며 떨리는 것을 멈출수가 없다. 지금 당장 기레스를 멈추기 위해 혀를 굴려야 하는데도 이제는 몸 안 가득 퍼져나가는 이 쾌락이 아까워서라도 보내버리고 싶지 않아 버린다.

'그래.. 이제 고작 1분 지났는걸... 딱 1분만 더 즐기고 보내 버리자.'

흘끗 고개를 들어 시간을 확인한 티나는 그렇게 다짐하며 기레스의 뭉글거리는 혀로 육봉을 맛봐 갔다.

'1분만 더...'

약속한 1분이 지낫음에도 티나는 취하기라도 한 듯한 흐리멍텅한 눈으로 끝을 보류해 나간다.

'2분도 버틸 수 있었으니까.. 지금까지 버틴 만큼만.. 아니, 평소 이녀석이랑 능욕했던 시간 정도만 즐기고...'

약속한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검은 욕망에 져버린 티나는 스스로의 다짐을 깍아가며 타협해 버린다. 그런 티나의 망설임에 기레스는 가차없이 쐐기를 박아 넣었다.

[할짝]

"으응... 히..이잇!"

넘칠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절정의 한계를 잡아주던 둑은 기레스의 혀에 의해 산산조각으로 무너져 내렸다. 머릿 속이 새하얘진 티나는 신음을 참는 것도, 기레스의 육봉을 빠는 것도, 몸을 가누는 것도 모두 잊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애액을 기레스의 얼굴에 흩뿌리며 그대로 자지러져 버렸다.

"오옷! 이건! 가버린 거 맞지?"

"으으으.. 응..?"

절정의 여운에 헤롱거리는 와중에도 티나는 기레스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티나는 머리에 망치라도 맞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아... 아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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