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 티나(25)
* * *
"으음.."
다음날 아침 티나는 한여름의 따가운 햇살에 눈을 떴다.
"휴우~"
전날 기레스에게 치욕스러운 능욕을 당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개운한 표정으로 티나는 기지개를 켜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리야리한 몸매에 걸쳐진 얇은 속옷은 벌거벗은 나신 못지 않게 티나의 매력을 넘실넘실 흘러넘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앞으로 2주.. 아니 2주도 채 안남았지.'
일어난 티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곱씹어 보고는 딱 지금까지 해온 만큼만 버티면 끝이난다는 사실에 그녀는 가벼운 마음으로 싱긋 미소지었다.
'어제도 기분이 좋았으니까.. 그정도로 2주면 여유지 여유.'
티나는 자연스럽게 기레스의 능욕이 기분 좋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이전 기레스를 미치도록 싫어했을 무렵이라면 설사 기분이 '좋더라도' 나빠야만 한다고 생각했을 티나지만, 이제 그때의 순결했던 티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음...'
어젯밤. 서로의 음부를 살살 부비며 스쳤던 애무를 떠올린 티나는 가볍게 몸을 파르르 떨었다.
혀와 손가락의 애무도 좋았지만 자신의 타액으로 매끌매끌거리는 육봉의 속살이 은밀한 음부에 스치는 그 느낌은 색다르면서도 너무나도 감미로운 쾌감이었던 것이다.
[똑똑]
"응?"
그런 음탕한 망상을 하며 군침을 다시던 티나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누구세요?"
보통 알아서 척척 일어나 준비하는 티나의 방에 이런 이른 아침부터 찾아오는 이는 없기에 티나는 살짝 불안해 하며 물었다.
"나야."
"읏!"
문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아니나 다를까 지금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기레스였다.
"뭐, 뭐야.. 왜 여기.."
"왜라니? 이년이 어제 계약해 놓고선 뭔 오리발을 내밀고 있어? 내가 원할때면 언제든지 육변기가 되기로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렇기는 한데... 지금?"
"지금 뭐? 문제라도 있어?"
히죽거리면서 기레스는 단번에 티나의 말을 받아쳤다. 썩어도 준치라고 십 수년을 한 집에서 살아온 기레스는 지금부터 가족과 함께하는 아침식사까지 티나에게 기레스를 피할만한 별다른 일이 없다는 것 쯤은 훤히 꿰뚫고 있었다.
'발정난 원숭이 같은 새끼.. 어제 그렇게 싸질러 놓고선..!'
티나는 기레스를 매섭게 쏘아보면서 스스로 문을 열며 말했다.
"들어와."
"흐음..."
티나의 방에 들어선 기레스는 두리번 거리면서 티나의 방 안을 살폈다.
"뭐, 뭐야?"
"아니 잘 생각해 보니 네 방에 들어온 건 처음이구나 싶어서 말이지."
가족이지만 기본적으로 기레스는 지금까지 티나와 하일즈의 방에 들어가 본 일이 없었다. 괴롭히고 있던 무렵은 너무나도 당연히 출입금지였고, 소피아와 젤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휴전하게 된 최근까지도 하일즈와 티나가 기레스를 꺼리고 있는 게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평범하구만.'
"감상에 빠질 시간이 있으면 얼른 끝내고 나가지? 자지를 빨면 되는거야?"
평범한 소녀의 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저급한 말을 티나는 태연히 내뱉는다.
"아니 아침부터 사정하는 건 좀 아니지."
"그럼?"
기레스는 일부러 티나가 싫어할 기분 나쁜 미소를 실실 거리며 말했다.
"입을 닦아 주셔야 겠어."
"이... 입?"
반사적으로 되묻기는 했지만, 기레스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티나가 모를 리 없다.
"뭘 새삼스럽게 놀라고 있어?"
"뭐?"
"이미 실컷 자지까지 맛있게 물고 빨고 돌려 놓고는 말야."
"누가 맛있게 빨았단 거야!"
속으로 뜨끔 거린 티나는 매섭게 부인했지만 기레스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말했다.
"싫어하는 거 같아 다행이구만. 이정도는 되야 육변기로 사용하는 보람이 있지. 알아 들었으면 얼른 입이나 쳐벌려."
"읏..."
'하지만 확실히 이녀석의 말도 일리는 있어. 이제와서 입 정도는... 자지를 빠는 거에 비하면.... 거기에..'
티나는 기레스의 입가를 흘끗거리면서 전날 밤. 기레스와 서로 성기를 부볐던 기억을 떠올렸다.
'입은 어떤 느낌일까..'
신선하면서도 아찔한 쾌감을 바로 전날 경험했기 때문일까? 역겹고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상으로 흥미가 샘솟는다.
"베에...."
고운 이마를 찡그리며 티나는 작은 입을 열고는 탐스러운 혀를 삐쭉 내밀었다.
'싫어하는 척 하더니만 혀 내미는 꼬라지 하고는..'
진짜 싫었다면 마지못해 입 만을 열었을 테지만, 티나는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도톰한 연분홍빛으로 반짝이는 혀를 내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붑.."
마치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는 참새를 연상시키는 그 모습에 기레스는 사양않고 그대로 티나의 입을 훔쳤다.
"으... 음... 후르릅...."
입 안을 비집고 들어와 얽히는 혀의 감각에 티나는 순간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느낌을 받았다. 몸을 배배 꼬고 싶을 정도로 간지러운 느낌과 동시에 음부를 애무 받고 있는 것처럼 짜릿한 쾌감까지 지금까지와는, 어제와는, 또 다른 쾌감에 삽시간에 취해 버린 것이다.
'냄새... 좋....아..'
일부러 며칠동안 닦지 않은 입 안에서 나는 역해야 할 냄새는 그저 쾌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달콤한 조미료에 지나지 않는다.
"푸핫.. 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기레스는 입을 떼었다.
"히야.. 시발 존나 기분 좋네. 이게 키스라는 거구만."
'동정새끼답게 분위기 깨게 만드네.'
티나는 불만스레 기레스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키스는 이걸로 됐고.. 자.. 이번에는 진짜로 닦아라."
그렇게 말하면서 기레스는 입을 벌렸다.
아주 방금전까지만해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혐오가 남아 있던 티나의 마음은 이미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기레스가 추잡하게 벌리고 있는 입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입 안에는 달달한 침이 고이고 음부는 찌르르 떨려오는 것이다.
"쪼옥."
티나는 스스로 기레스의 머리를 끌어들여 혀를 들이 밀었다. 기레스의 혀가 멋대로 들어와 자신의 입 안을 휘저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어쩔 수 없는거야.. 하지 않으면 기간을 단축 받을 수 없으니까...'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변명하며 티나는 기레스의 입에 넣은 혀를 요리조리 돌리기 시작했다.
"응.. 츄릅!?"
닦으라곤 했지만 가만히 있을 기레스가 아니다. 자신의 입 안을 혀로 닦게 두면서도 기레스는 마치 요격전이라도 하는 것처럼 혀를 내밀어 티나와 혀를 섞는다. 기레스의 혀가 꿈틀 거리며 티나의 민감한 혀를 휘감아 후려 나갈때마다 지금까지와는 깊이가 다른 쾌감이 티나의 뇌리를 흔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으브브 파읍. 후르릅."
'왜.. 왜 이리 기분이 좋은거야!'
쫄깃한 혀가 얽혀서 꿈틀 거릴때마다 티나는 말그대로 뇌가 녹아버리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으음 쯔읍 아후움. 하음.."
그저 정신줄을 놓고 하염없이 빨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머리가 가득 차버린 티나는 혀를 닦으라는 명령도 잊고 게걸스럽게 기레스의 혀를 갈구해 나갔다.
'제정신 차리기 전에 끊어야 겠구만. 얼마나 키스를 좋아하는 거야? 이녀석.'
간을 보면서 서서히 쾌락의 맛을 새겨줄 생각이었던 기레스는 티나가 예상보다 더 정신을 못차리고 빠져들자 적당히 제지를 하기 위해 입을 떼었다.
여기서 티나가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푸하앗.."
"!?"
기레스가 입을 떼자 짜릿한 쾌감은 끊겨버린 실처럼 뚝 끊겨 버렸다.
"좋아. 오늘은 여기서 끝."
"엣..?"
티나는 예상밖이라는 듯 토끼눈을 뜨며 놀랐다.
'거기서 네가 놀라면 안되지.'
애써 기레스는 티나의 놀라며 낸 소리를 못 들은 척하며 말했다.
"더 했다가는 싸버릴 것 같아서 못해먹겠다."
흘끗 기레스의 하반신을 보면 볼록 튀어나온 것이 발기했다는 게 눈에 선하게 보인다.
'뭔 키스만 했다고 싼다는 거야!'
차마 입 밖으로 그렇게 귀여운 불만을 내뱉지는 못하고 티나는 기레스를 싸늘한 시선으로 노려보면서 매도했다.
"조루새끼..."
원래도 싫어했지만, 이제는 다른 의미로 기레스가 미워 죽겠다는 듯한 서슬퍼런 감정이 실려 있었다.
정확히는 사사건건 쾌락을 방해하는 기레스의 조루끼가 밉다는 것이 티나 본인도 눈치채지 못한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니 내가 조루가 아니라.. 니가 너무 음란하게 빨아 제껴서... 에, 에이 시발.. 오늘은 이쯤 해둘테니까 이따가 각오해 둬."
기레스는 말문이 막힌 척을 하면서 꼬리 만 개처럼 부랴부랴 티나의 방에서 나가버렸다.
"시발새끼..."
그렇게 기레스가 나간 방문을 티나는 한참을 원망스레 노려만 볼 뿐이었다.
"시발.. 짜증나.."
달아오른 몸에서 피어오르는 흥분은 가라앉지 않는다. 이불 안에 들어가 몸을 돌돌 싸맨 티나는 볼멘 얼굴로 씩씩거리면서 생각했다.
'저 병신이 조루만 아니었어도...'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상황임에도 뭐가 그리도 억울한지 티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 이제는 끊어져 버린 쾌감을 쫒아 티나는 자신의 손가락을 입 안에 집어 넣어 자신의 혀를 애무하려 들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손가락은 혀가 아니다.
'이게 아냐..'
티나의 손가락은 가녀리고 매끄러웠지만, 지금의 티나 자신에게는 그저 푸석푸석한 살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첫 키스였는데..."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처럼 침울한 표정으로 티나는 중얼거렸다.
처녀만큼은 아니라지만 하일즈를 사랑해 연인이라고는 단 한명도 사귀지 않았던 순결한 티나에게 첫 키스가 중요하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 중요한 첫 키스의 상실을 지워 버릴 정도로 아득한 욕구불만에 티나는 천천히 자신의 입에 넣었던 손가락을 빼 음부로 가져가고는 기레스와의 정사 아닌 정사를 떠올리면서 정신없이 손가락을 흔들기 시작했다.
"흐응.. 하아... 으읏."
달아오른 몸을 차갑게 식혀버리는 한없이 덧없는 절정에 티나는 퀭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최악이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