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 티나(17)
* * *
집으로 돌아 오자마자 티나는 자신의 방에 틀어 박혔다.
'그럴 리가 없어.'
이불을 뒤집어 쓰고 티나는 사납게 날이 선 눈으로 필사적으로 현실부정을 하고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단순히 냄새로 흥분한다고 해도 변태같을진대, 그토록이나 혐오하는 기레스의 악취에 흥분한다는 사실을 어찌 인정할 수 있을까. 기레스의 말마따나 개변태 취급을 받아도 찍 소리도 못할 상황인 것이다.
'뭔가 착오가 있었을 거야. 너무 신경 쓰느라 몰랐지만 그 녀석이 애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거나..'
기레스가 평소와 다름 없는 애무를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티나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속이려 노력했다. 그렇지 않으면 꼼짝없이 개변태라고 시인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 상식적으로 내가 그런 악취로 느낄 리가 없잖아? 그 병신의 애무가 형편없던 걸 착각한 거겠지.'
티나는 천천히 자신의 기억을 왜곡해 정신승리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접근한다면 티나의 정신승리가 마냥 터무니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티나의 왜곡은 천천히 그녀의 기억을 좀먹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적인 자위를 해가던 중, 오늘은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평소 이상으로 조루끼를 풀풀 풍기며 정액을 토해낸 기레스가 머릿속에 떠올라 버린 티나는 어째선지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시발."
'애무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조루새끼..'
처음에는 적당히 자신을 속이고 달래기 위해 둘러댄 거짓말이었지만, 어느샌가 티나의 안에서 오늘의 능욕에 미적지근 했던 것은 기레스의 탓인 것으로 기정사실화 되어 버렸다.
"후우.. 으으.. 아 짜증나!"
좋은 게 좋은거라고 어찌되었든 오늘 하루의 능욕은 무사히 끝이 났고, 모든 게 기레스의 탓인 걸로 치부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티나는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삭힐 수가 없어 베개에 주먹을 내리 꽃았다. 항상 애무를 받고 나면 들었던 상쾌한 기분은 온데간데 없고, 티나의 몸에는 해소하고 싶은 무언가의 갈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아.. 하아.."
새하얀 피부는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내뱉는 숨결은 여름의 더위 속에서도 김이 느껴질 정도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몸 속 깊은 곳으로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 정욕은 소피아 못지 않게 민감하기 짝이 없는 신체를 지닌 티나를 욕구불만의 발정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개새끼. 남자 구실을 못하면 애무라도 잘할 것이지.'
티나의 성욕에 바짝 익어버린 머리는 그 생각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하고 멋대로 기레스를 매도해 버린다.
목이 마른 짐승이 우물을 찾듯이 본능적으로 티나의 손은 욕정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은밀한 비소로 향했다.
"핫.."
살짝 음부의 표면에 손이 닿자 티나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떼곤 눈알을 좌우로 굴렸다.
'으...'
음부는 티나에게 더 만져달라며 근질근질거리는 쾌감으로 졸라대 온다.
'괘... 괜찮겠지?'
여기서 자위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만약 자위를 했을 때 전날 같은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기껏 기레스의 애무를 팔아 쌓아올린 정신승리의 성이 허물어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티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술에 만취라도 한 것처럼 몸을 달달히 데우는 욕정은 티나가 이성적인 판단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발정난 신체는 그 영특한 티나의 머리마저 엉망진창으로 휘저어 버렸다.
'내 자위가 기레스 따위의 애무와 같을 리가 없잖아. 그래..'
기레스의 애무로는 절정을 느낀 적이 없지만, 자위로는 이미 몇번이고 가버린 적이 있는 티나가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요는 자위로 그때처럼 느끼기만 하면 되는거잖아?'
욕구불만에 발정해 티나의 눈은 초점을 잃고 있었고 입가에는 흡사 도박이나 마약에 미쳐버린 광인을 연상케 하는 파멸적인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파르르 떨리는 가느다란 손가락을 말릴 수 있는 의지는 이제 티나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아흐응."
손가락이 음부에 닿자 느껴지는 것은 쾌감과
"어어....?"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상실감이었다.
상기되었던 얼굴은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려 버린다. 방금까지만해도 천국의 절정을 기대했던 티나의 활짝 핀 꽃밭과도 같은 마음은 삭막한 사막처럼 메말라 버린다.
쾌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없이 묽어서 싱겁기 짝이 없는 기레스에게 느꼈던 쾌감을 스스로의 자위로도 고스란히 느끼게 된 것이다.
"아, 아냐.."
그제서야 티나는 욕정에 미쳐 자위를 하게 된 것을 후회했지만, 후회는 언제나 늦은 법이다. 뒤늦게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처녀막이 나가지 않을 정도로만 온갖가지 방법을 다 동원해서 스스로의 보지를 후려 봤지만, 기레스가 주던 쾌감을 얻는 것은 불가능 했다.
"으읏..."
싱겁디 싱겁다 해도 쾌감은 쾌감. 티나의 부지런히 움직이는 손은 절정을 가져왔다. 시원하게 속이 후련해 졌어야 할 그 절정은 덧없기 짝이 없어서 마치 티나에게 변태라는 선고를 내리는 것만 같았다.
다음 날, 밤새 욕구불만으로 잠을 설친 티나는 퀭한 눈으로 기레스에게 능욕을 받기 위해 그 날도 오두막으로 향했다.
'그래 아닐거야. 어제는 그저 몸 컨디션이 안좋았을 뿐일거야.'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그런 바램이 있었기에 오늘은 기레스의 능욕에 기대 아닌 기대까지 하고 온 티나였다. 변태보다 더한 변태가 되느니 혐오하는 기레스의 손에 쾌감을 느끼는 쪽이 백배는 더 나았기 때문이다.
'어제는 씻었을까? 아니면..'
[꿀꺽]
자신의 머리를 붕붕 저으면서 티나는 입 안에 고인 침을 삼키곤 기레스의 육봉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가져갔다.
[킁 킁]
육봉에선 안 씻었다면 날 수 없는 향긋한 비누의 냄새가 풍겨 온다.
'씻었구나..'
안도인지 아쉬움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으로 티나는 얼마나 빨아왔는지 모를 기레스의 육봉을 입 안에 머금었다. 그와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기레스의 애무도 시작되었다.
"으윽."
티나의 기분은 매우 좋지 않았다. 전날에 이어 오늘도 기레스의 애무는 매우 밍밍하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내가 벼, 변태라고..?'
하지만 이렇게 팩트로 현실이 들이밀어지면 아무리 제 자신을 속이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변명을 해온 티나라도 부정하기 힘들게 되어 버린다. 하지만 티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아냐 좋게좋게 생각하자. 딱히 저녀석이 안 씻어서 이렇다는 보장도 없기는 하니까.. 거기에 이렇게 물러 터진 애무로는 가버릴 일도 없으니까 이대로 처녀는 끝까지 지킬 수 있을거고.. 오히려 나쁠 건 없잖아?'
하지만 그렇게 전화위복이라고 자위하면서도 속에서 살랑거리며 간지럽히는 욕정의 숨결은 그런 티나의 정신승리를 한없이 찝찝하게 만들어 버린다.
금방이라도 기레스가 빨고 손가락을 돌리면 그때의 그 미칠 것만 같은 쾌감이 느껴질 것만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느껴지는 건 허전하기 짝이 없는 싱거운 쾌감 뿐이다.
'얼른 사정이나 시키자..'
어차피 쾌락을 얻을 수 없다면 기레스의 능욕 따위는 티나에게 어떠한 가치도 없었다. 그것은 반대로 쾌락을 얻을 수 있다면 능욕에 가치가 생기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이미 티나의 안에서 기레스의 애무에 가치를 느끼면 안된다는 생각 따위는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사라져 있었다.
"끄으읍!"
이정도면 됐겠지 싶을 정도의 음란한 혀놀림에도 기레스는 필사적으로 사정을 참아낸다. 기레스의 애무로 어쭙잖은 쾌감을 느끼고 있는 티나에게 그 꼴사나운 저항은 더욱 고깝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오늘따라 진짜 지겹게도 버티네.'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다고는 하나 벌써 5분도 넘어 조금만 지나면 기레스로선 신기록을 세울 판국이었다.
'얼른 싸버리지 뭐하는 거야. 기분 나쁘게...'
그런 불만 가득한 생각을 속으로 틱틱 거리며 쭉 빨아 사정시키려는 찰나 기레스의 허리가 앞으로 꿈틀 거리자 그대로 기레스의 육봉은 티나의 꼭 조이고 있는 입 안으로 들이밀어졌다.
"으읍."
'시발. 가지가지하네.'
그 순간 살짝 구릿하며 짭짤한 냄새가 티나의 입 안에 드리우기 시작했다.
'어?'
그 냄새에 척박하게 바짝바짝 메말라가던 티나의 몸에는 촉촉한 쾌락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거. 어디서..?'
냄새의 출처도 출처지만, 방금까지만해도 퍽퍽했던 애무가 달콤하게 바뀌는 감각에 티나는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이세계 사람들은 포경수술 따위는 하지 않는다. 수술이 필요하고 말고를 떠나서 그런 개념 자체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세계인 것이다.
필연적으로 기레스의 작은 자지는 발기하지 않으면 포피에 둘러 쌓여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고 지금까지는 적당히 발기를 시킴으로서 기레스는 벗겨진 귀두를 티나에게 고의적으로 노출시키지 않고 있었다.
그런 기레스가 한계까지 발기시키고 허리를 빼는 순간 일주일 가량이나 씻지 않았던 포피의 끝이 살짝 벗겨져 버린 것이다.
그 껍데기의 안에서 흘러나오는 냄새를 티나의 한껏 욕구불만으로 바짝 목말라 버린 신체는 놓치지 않았다.
[꿀꺽]
군침이 도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미 몸에는 혀로 핥아 만끽하고 싶은 꿀물 같은 쾌감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티나의 혀는 조금씩 그리고 확실하게 냄새의 근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그래. 오늘따라 조루새끼 치고는 꽤나 잘 버티니까... 다른 방식으로 얼른 싸게 만들지 않으면....'
"쯔읍.. 츄르릅."
그렇게 허울 좋은 변명을 늘여 놓으면서 살짝 발기를 줄여 포피 뒤에 숨어버린 귀두를 향해 티나의 혀는 달팽이처럼 천천히 움직여 나간다. 그 쾌락을 탐하며 더러움을 쫓는 그 혀의 움직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음탕함과 저열한 욕망을 품고 있어 기레스의 마음에 쏙 들어 버린다.
"으움.. 넬름. 쮸읍."
기레스의 포피 안으로 혀를 집어 넣어 티나는 더럽기 짝이 없는 치구를 혀로 긁어 빨아 올린다.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맛본 적이 없는 지고의 쾌감이 티나의 음부에 치밀어 오른다. 방심하면 가버릴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쾌감이지만 어째서인지 절정에 치닺지는 않는다.
"우왁.. 뭐 뭐하는.. 으으윽!!!"
약방의 감초처럼 기레스는 티나의 그 혀놀림에 놀란 시늉을 하면서 허벅지를 파닥파닥 거리면서 발버둥 쳤다. 그 한심한 꼴을 느끼면서 온몸에 스며드는 쾌락을 만끽하는 티나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환희의 미소로 가득해 있었다.
"끄앗!"
입 안에 쏟아지는 정액과 함께 티나는 와들와들 거리는 몸을 멈추며 쾌락을 갈무리한다. 정확하게는 기레스가 갈무리를 해주고 있는 것이지만 그 사실을 티나가 알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이 벅차오르면서도 상쾌함으로 가득한 쾌감을 만끽한 까닭인지 오두막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퀭하니 죽어 있던 눈은 해맑게 반짝이고 있었다.
'하아..'
사르르 몸 안에 녹아드는 쾌락을 느끼면서 티나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와선 아무리 고지식한 티나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기레스의 냄새로 발정하고 흥분해 버리는 변태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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