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계네토기-124화 (124/238)

〈 124화 〉 티나(16)

* * *

그로부터 3일간 기레스는 느긋히 티나에게 쾌락을 주입시켜 주었다.

"다들 식사하러 내려오렴."

아침을 여는 소피아의 상냥한 목소리에 하일즈와 기레스 그리고 티나는 방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으읏..'

기레스가 옆을 스치고 지나가자 이제는 코에 익어버린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티나의 코를 찌르고 들어왔다. 불쾌하기 짝이 없어 눈살을 찌푸리지만, 어째선지 그녀의 몸은 찌릿찌릿 저려오기 시작했다.

"흐음.."

식사를 하는 도중 젤가는 킁킁 거리더니 뭔가 석연찮은 표정으로 주위를 살폈다.

"무슨 일이에요? 젤가."

그런 젤가의 모습을 보고 소피아가 넌지시 물었다.

"아니. 무슨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아?"

"아!"

기레스는 아직도 젤가에게 트라우마가 있다는 듯, 지레 겁을 먹은 것처럼 몸을 움찔거리면서 반응했다.

"죄, 죄송합니다!!"

"어?"

"어, 어제 씻는 걸 깜박 해서요. 아무래도 여름이라 그런지 바로 땀내가 난 모양이네요."

'어제 좋아하네.'

기레스가 몸을 씻지 않은지도 거의 일주일이 다 되어 간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티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속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에이. 냄새가 나면 얼마나 난다고 그래요?"

소피아는 끈적거리는 시선으로 기레스를 바라보면서 부드럽게 이야기 했다. 소피아에게 기레스의 체취는 그저 황홀한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는 천연의 향기나 다름 없었다.

"화, 확실히 그렇게 심하지는 않긴 하지만.."

기레스 나름대로는 겉으로 나는 냄새를 숨기기 위해 자잘한 노력을 했다곤 하나, 지독하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어도한여름에 6일이나 씻지 않은만큼어느정도 신경이 쓰일 정도의 냄새를 풍기는 건 사실이었음에도 젤가는 소피아의 말에 찍 소리도 못하고 쭈그러들었다.

되려 소피아의 말을 듣자 정말로 냄새가 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젤가의 마음은 이미 송두리째 소피아의 손아귀에 사로잡혀 있었다.

'기레스의 냄새였나. 아무튼 기레스를 건드리는 건 조심해야지.'

이전 같았으면 매타작을 내놨을 젤가였지만, 이미 기레스를 향한 송곳니는 다 뽑히고 거세되어 버린지 오랜 젤가였다. 기레스를 어쭙잖게 건드려 소피아의 미움을 사는 것에 비하면 저런 냄새 따위는 나지 않는 것이나 다름 없는 수준인 것이다.

"아니에요. 엄마. 어제 너무 피곤해서 몸을 씻지 못한 제 잘못이죠. 오늘은 잊지 말고 꼭 씻을게요."

'때마침 잘됐어.'

기레스는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젤가를 옹호하듯 말했다.

한편 그런 젤가와 소피아 기레스의 이야기를 찬찬히 지켜본 티나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오늘은... 그래도 씻는다는 말이겠지..?'

"후우.. 하아.. 하아.."

소피아의 특훈을 끝내고 기레스는 그대로 벌러덩 몸을 뒤로 젖혀 쓰러졌다. 그렇게 풀밭에 쓰러지는 기레스의 몸은 바닥에 닿기도 전에 찰떡처럼 말랑거리는 소피아의 매끈한 다리가 반겨 주었다. 이제는 일과가 된 훈련 후 무릎베개의 시간이다.

"하아..."

"? 웬 한숨이야?"

"오늘 아침에 기레스가 젤가에게 씻는다고 말했잖아..?"

기레스가 쾌락으로 잔뜩 애를 태워 놓았을 때나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요염한 표정으로 소피아는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아쉬워 했다.

낮이 긴 여름,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었음에도 마치 달빛의 어스름이 감도는 것 같이 요사스러운 느낌이었다.

"젤가는 괜히 그런 이야기를 꺼내서는.."

아버지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소피아의 눈에는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듯한 시퍼런 독기가 스며들어 있었다.

"오히려 잘 됐어. 한번은 이렇게 환기 시켜줄 필요가 있었으니까. 애초에 내가 어떻게 티나를 함락 시킬 지는 말해 줬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역시 아쉽고 괘씸한걸.. 스읍."

소피아는 욕정에 젖은 눈으로 기레스를 내려다 보면서 눈을 감고 깊게 심호흡 했다.

"아흥♥"

그 기레스의 체취를 맡는다는 행위 하나로 소피아는 애무 하나 없이 작지만 기분 좋은 절정에 도달해 버린다. 기레스가 집요하면서도 진득하니 후려 주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멋대로 가버리는 절정도 그 나름대로 소피아에겐 포기할 수 없는 너무나도 달콤한 디저트였다.

"그나저나 그 기술인지 뭔지는 언제쯤 가르쳐 줄 생각인거야?"

"음.."

"역시.. 막상 훈련시켜보니 나한테는 가르쳐 주기 힘든거지?"

"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기레스도 평범하게 잘 쫓아오고 있고.. 물론 더딘 감도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이정도까지 노력해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서 꽤 놀랐거든."

"그런 거야?"

"응. 하지만 아마 본격적으로 기술을 주입시키기 시작하면 티나의 조교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아서.. 지금은 착실하게 기초부터 다져 놓으려고 했었지."

"지금도 차질은 생기고 있다고."

"에이. 훈련도 이렇게 알뜰살뜰하게 조교에 잘만 이용해 먹으면서. 할짝."

불만스럽게 기레스가 툴툴거리자 소피아는 요망하게 눈웃음 지으며 살짝 기레스의 고개를 들어 땀이 방울져 흘러내리는 기레스의 뺨을 낼름 핥고는 환희로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러고 보면 클로에 때도 느끼긴 했지만 이제 나도 체력이 상당히 붙은 느낌이긴 한데..'

이세계 사람들과 비교하면 훈련을 하나도 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당해내기 힘들겠지만, 기레스는 전생의 자신을 생각해 보면 여유롭게 신체적인 스펙만으로도 가볍게 짓누를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고 있었다.

"무슨 기술을 가르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건지.."

"후훗. 기대해줘."

그렇게 소피아는 기레스의 체취를 자신의 몸에 새겨 두고 싶은 짐승마냥 피부와 피부를 맞대고 질펀하게 부비면서 꽁냥거리며 놀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흥. 아빠한테 한 소리 듣더니 오늘은 씻긴 한 모양이네?"

기레스의 발가 벗은 나신을 흘끗이면서 티나는 비꼬듯 톡 쏘아붙혔다. 옷을 벗으면 지척이 아니어도 스멀스멀 풍기는 특유의 체취가 오늘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쳇. 어쩔 수 없잖냐. 아버지가 너처럼 성노예인 것도 아니고. 그런 말이 나오면 씻는 수밖에.."

"으극."

이미 살과 살을 맞대고, 짐승 같은 취급을 당해 며칠이 지나 알몸을 마주하는 저항감이 많이 사그라든 지금도 여전히 성노예라는 말에는 익숙해질 수 없었다.

'두고보자. 그놈의 악취만 없다면 네 자지따윈 3분... 아니 요즘은 어째선지 몸이 더 민감해져 버렸으니까 5분이면....!'

어느샌가 1분이라는 시간은 5분까지 늘어나 버렸지만 티나에게 그에 대한 자각은 없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최근 별반 달라진 것 없어 보이는 기레스의 애무에도 티나의 몸은 정말이지 녹아내릴 것처럼 화끈하게 달아올라 버렸다.

악취니 뭐니 겉으로든 속으로든 자신을 속이고는 있었지만, 막상 기레스의 애무를 받기 시작하면 '악취 따윈' 안중에도 없어져 버릴 정도로 몸이 쾌락에 절여져 버리는 바람에 애무에 온전히 집중을 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티나가 보기에 기레스는 언제나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애무를 하고 있었다.

설마하니 기레스가 사람의 성감대를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을 가졌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는 티나는 최근 미쳐버릴 것만 같은 쾌감의 원인이 자신의 몸이 거듭된 애무로 인해 더욱 민감해져버린 까닭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기레스를 멸시하고 있는만큼 자신의 변화의 원인을 기레스에게서 찾을 수는 없다.

거기에 더해 마침 자위로 자기가 얼마나 민감한 신체를 가지고 있는지 알았겠다. 필연적으로 티나는 쾌감의 이유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짜맞추듯 맞추어 제멋대로 납득해 버렸던 것이다.

'그래도 이녀석 나만큼 능숙한 건 아니라서 가버릴 것 같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지글거리는 쾌락에 온몸이 길들여 지면서도 절정이 마렵기는커녕, 기레스의 애무를 끝내고 돌아가면 따로 성욕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을 정도로 몸은 산뜻하게 해소되어 버린다.

"뭐해? 와서 안 눕고."

'좋아. 얼른 끝내고 돌아가자.'

하루의 일과를 끝내는 직장인의 마음가짐으로 티나는 기레스의 거리낌 없이 기레스의 몸 위에 올라탔다.

티나는 기레스의 가랑이 사이에 오똑 선 예쁜 코를 가져가 살짝 체취를 맡았다. 씻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기레스치고는 향긋한 냄새가 가랑이 사이에서 피어 올라온다. 전의 습습하고 짭짜리하면서, 시큼하기 짝이 없는 역겨운 악취에 비하면 향기라고 취급해 줘도 좋을 냄새다.

"츄릅 할짝. 낼름낼름"

자신의 음부는 기레스가 며칠은 굶은 개처럼 허덕 거리면서 평소의 애무를 계속하고 있다.

'..... 어라?'

흘끗 티나는 혀를 추잡하게 놀리는 기레스를 보고, 다시 육봉에 눈을 돌렸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변함 없는 애무의 광경이었지만 무언가가 다르다.

'어... 어어...?'

벌써 일주일도 넘게 반복 해오던 이 행위에서 티나는 압도적으로 무언가가 결여된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티나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뭐, 뭐지..?'

요 3일 간, 자신을 미치게 만들었던 그 농후하게 압축되었던 쾌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기분이 나쁜 건 아니다. 여전히 기분은 좋고 쾌감은 몸에 넉넉히 흐르고 있다. 기레스가 씻지 않기 전에 느꼈던 그 달달한 쾌감이다.

분명 3일 전에는 그것만으로도 몸이 달달히 달아오를 정도로 기분 좋았던 쾌감이었는데, 지금은 그저 맹물에 설탕 몇 알갱이를 타놓은 것처럼 밍밍하기 짝이 없다. 달콤하다는 느낌은 있지만 이미 진한 엑기스를 맛본 티나에게 이정도의 애무는 상대적으로 그다지 달콤하지 않은 것이다.

기레스의 애무는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저 병신같은 오빠는 개처럼 게걸스럽게 혀를 놀렸고, 새가 날기 위해 열심히 날갯짓 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파닥이고 있었다.

'어, 어째서..'

티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3일간 광란의 쾌락을 만끽한 것은 꿈이라거나 착각이 아니다. 같은 장소를 같은 방식으로 애무하면 쾌락을 얻는 것은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자신을 그토록이나 괴롭혔던 쾌락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것에 생각이 미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티나는 쳇바퀴처럼 도는 이 능욕의 나날에서 유일하게 하나 달라진 점을 눈치챘다.

'서, 설마..?'

3일 간의 기레스와 오늘의 기레스가 다른 점은 명백하다. 오늘의 기레스는 '씻고 온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티나의 뇌리에는 기레스가 했던 말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건 개변태 뿐이겠지.'

무심하게 툭 건진 그 말이 티나에게는 비수가 되어 되돌아와 꽃히고 있었다.

'아.. 아냐. 벼, 변태라니 내가 그럴리가..'

그런 역겨운 악취에 흥분하는 여자라니 자신이 그럴 리가 없다고 티나는 기레스의 육봉을 문 채로 고개를 붕붕 돌렸다.

"우오오옷!"

그렇게 티나가 고민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등 뒤에서 기레스는 한심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시발...'

언제나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지만 오늘은 더더욱 영문 모를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아니.. 아니지. 기레스의 애무로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내겐 좋은 일이잖아?'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면 혐오해 마지 않는 기레스의 손길에 느낄 필요도 없고, 기레스 본인은 자신의 입에 꼼짝을 못해 찍 싸버리는 이 상황은 매우 이상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나의 마음은 썩 편치 않았다.

"끄윽!"

'어?'

티나가 아직 본심을 내지 않고 느긋하게 혀를 굴리고 있음에도 기레스는 평소보다 배는 빠른 타이밍에 신음성과 함께 티나의 입에 정액을 털어 넣었다.

'시발.. 이 개조루새끼..'

분명 쌍수를 들고 신나해야 하는데도 티나의 속은 어째선지 주체할 수 없이 부글부글 끓어 오르고 있었다.

"젠장...!"

"조루새끼. 그것도 못 참아?"

"크...윽.."

찍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숙여 분해하는 기레스를 보면서도 티나의 마음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이성적으로는 기뻐해야할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런 마음이 피어 오르지 않는 것이다.

"칫."

어째서 이리도 화가 치미는지 자신의 속마음을 깨닫지도 못한 채 티나는 짧게 혀를 차고 신경질 적으로 오두막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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