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 티나(14)
* * *
티나는 기레스의 명령에 쭈뼛거리면서 옷을 벗었다. 수치심보다는 섹스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껴서 저항감은 덜했지만, 역시 기레스의 앞에서 자신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를 보이는 것은 익숙해질 수 없었다.
은은히 빛나는 촛불을 머금어 반짝이는 티나의 신체는 보는 것만으로도 살이 간질거리며 저려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더욱이 한 손으로 자신의 봉긋 솟은 가슴을 가리는 헛된 저항은 기레스의 저열한 음욕을 더욱 들끓게 만들었다.
"크큭.."
숨길 기색이라고는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고 가랑이를 벌리고 빳빳히 남근을 내미는 기레스의 기고만장한 표정을 보면서 티나는 기레스가 자신에게 대놓고 수치심을 주고 싶은 것이 이번 명령의 목적이라 생각했다.
"흥."
티나는 기레스의 육봉을 보면서 콧방귀를 끼며 업신여기는 표정을 지었다. 기레스가 수치스러워 하기를 바란다면 청개구리처럼 그 반대의 행동을 하는 것이야말로 티나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었다. 그런 자신의 헛된 저항은 기레스에게는 그저 귀여운 재롱이며 감미로운 조미료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티나는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훗."
'뭐야.. 어제는 그렇게 씩씩거리더니..'
자신의 멸시에도 생각보다 태연한 기레스의 태도에 티나는 괜시리 부아가 치밀었다. 하지만 기레스의 조루끼야 이미 손에 잡힐 듯이 알고 있는 티나는 이내 오늘도 기레스의 열등감을 폭발시켜 저 건방진 미소를 뭉게버릴 각오를 다졌다.
'시작하자마자 싸게 만들어 버려야지.'
어제처럼 기레스가 대꾸하나 하지 못하고 축 쳐져서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은 표정이 될거라는 상상을 하자 티나의 짜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즐겁게 전의를 가다듬은 티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허술한 육봉을 과시하는 기레스의 정면으로 다가가 자지를 빨기 위해 기레스의 가랑이를 향해 넙죽 엎드렸다.
"그게 아니야!"
기레스의 가랑이 사이에 티나가 얼굴을 파묻기 직전, 기레스는 티나에게 버럭 호통을 쳤다.
"뭐... 뭐야.. 갑자기."
"말했잖아 오늘은 다른 방식으로 즐길 거라고."
"다른 방식?"
티나의 물음에 기레스는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이제껏 생각해 봤는데.. 나만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
'불리한 싸움?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티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런 일방적인 애무를 받고 사정하지 않을 남자가 어딨겠냐? 남자가 쉬지않고 자극을 받으면 사정하게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생리적인 현상이지. 조루가 아냐!"
누가봐도 열등감이 푹푹 찌든 억지로 가득한 한심한 발언이었지만 기레스는 무슨 대단한 연설이라도 하는 듯이 열변을 토했다.
'개소리 하고 있네.'
티나는 콧방귀를 끼며 기레스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
"오늘은 나도 너를 같이 애무할거야."
"으읏.."
'애무라니..'
기레스의 정액만 빠르게 뽑아내고 오늘 하루를 조용히 끝마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던 티나는 순간 몸을 움찔거렸다. 기레스의 앞에서 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고 쓰고 있지만, 생리적인 혐오감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나를 애무하는 거랑 네가 조루새끼인거랑 무슨 관련이 있어서? 애무하면 찍 싸지 않기라도 한다는 거야?"
"큭... 그런 건 아니지만 이건 내가 조루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승부라고!"
"승부라니?"
"여자도 절정을 하지 않는 건 아니잖아? 서로 애무를 하면 누가 더 빨리 가버리는지 알 수 있겠지? 네가 나보다 더 빨리 가버려도 날 조루 취급 할 수 있을까? 못하겠지?"
'그 그런 어린애 같은 이유로..'
열등감을 자극하고 섹스를 피할 수 있었던 것까지는 좋았지만 설마하니 그 결과가 이런 식으로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티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당황했다.
이전에 이미 기레스의 손길을 맛본 적이 있는 티나는 가급적이면 다시는 기레스의 애무를 피하고 싶었다.
가장 싫어하고 혐오하고 싶은 기레스의 애무가 생각보다 기분이 좋다는 것은 티나에게 있어 저주라고 밖에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거절할 선택권은 없었다.
"승부 좋아하네. 어차피 나한테는 선택권도 없고, 이겨서 돌아오는 것도 없는데 뭔 놈의 승부야? 어차피 평소처럼 억지로 하게 만들거잖아. 하일즈 오빠를 약점 삼아서."
"약점을 잡아서 강제로 하게 만드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나한테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다고. 건방진 노예 동생에게 조루 취급을 당하고 강제로 굴복시켜서야 의미가 없지. 그러니 이번에는 네게도 기회를 주겠어."
"응?"
"노예의 권리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나를 먼저 사정하게 한다면, 그 날의 능욕은 그걸로 끝. 섹스건 다른 능욕이건 일절 네게 손을 대지 않아 줄게."
"정말로?"
꼼짝없이 기레스의 애무를 당하게 될거라 생각해 잔뜩 구겨진 티나의 인상이 활짝 펴졌다.
기레스를 놀린답시고 가학적이거나 심술궂은 미소를 짓을 때는 있어도, 이렇게 밝은 웃음을 보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기레스의 제안은 파격적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은근히 열등감을 유도한 것과는 다르게 기레스 본인의 입으로 '합법적으로' 섹스와 능욕을 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천금보다 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할 수 있었다.
'저 조루새끼를 쥐어 짜내기만 하면 그날은 섹스도 능욕도 끝낼 수 있다고?'
두달 간의 노예생활이 청산되는 건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도 실로 이상적인 일이라 티나의 머릿속은 꽃밭으로 가득 차버렸다.
티나에게 있어 기레스를 쥐어짜는 일 따위는 지금의 자신에게는 식은 죽을 먹는 것보다도 더 쉬운 일이기 때문이었다.
'저딴 조루새끼쯤은 1분이면 차고 넘치지. 근데.. 가만..'
티나는 기레스가 자신에게 기회를 주었다면 반대로 기레스도 무언가를 요구하고 싶은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승부라고 한다면 네가 이기면 나도 뭔가를 걸어야 되는거야?"
"음... 노예 기간을 한달 정도 늘려볼까?"
"뭐... 뭐..?"
"왜? 자신 없어?"
기레스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 살짝 고민하는 티나의 표정을 능글거리는 미소로 바라보았다. 여기서 기레스의 제안을 물리면 이 주인과 노예 생활의 주도권은 기레스 쪽으로 전부 넘어가 버린다. 한번 기레스의 절망한 모습에서 희열을 느껴버린 티나는 주도권의 끈을 쉽사리 놓을 수가 없었다.
"흥..! 없을 리가 있겠어?"
기레스의 저 도발적인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티나의 안에선 절로 저 음흉한 미소를 무너뜨리고 싶은 마음이 달아올라 버린다. 뻔히 보이는 도발이지만 제 발로 그 함정에 몸을 들이밀고 싶어지는 것이다.
'두 달만 이기면, 기레스만 실컷 괴롭히다 끝낼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
거기에 기레스에 대한 역겨움과 막대한 이득은 티나의 눈을 멀게 만들어 버린다.
'어차피 하지 않으면 강제로 시킬거고..'
일견 타당해 보이는 생각이지만 티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기레스의 이 제안을 거절하고 강제로 애무받게 될 경우 '기간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는 눈을 돌리고 있었다. 마치 도박판에 끌려온 호구마냥 리스크는 잊고 이득만을 쫓게 되어 버린 것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것은 다름아닌 기레스다.
"그럼 승부할테냐?"
"좋아. 두달 뒤에 무효라면서 딴소리나 하지 마."
"누가 할 소리를. 넌 단 한번만 져도 한달 추가라는 거 잊지 말라고."
"자 그럼 정해졌으니 엉덩이를 이쪽으로 들이 밀고 누우라구."
"으..."
기레스에게 애무를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스스로 치부를 기레스를 향해 들이밀어야 한다는 상황은 수치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윤기가 흐르는 과실처럼 탐스러운 티나의 엉덩이를 보며 기레스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읏..'
반면 말그대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놓인 기레스의 육봉에서 풍기는 시큼한 냄새에 티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을 가져갔다. 이미 발기해서 껍데기가 살짝 벗겨진 기레스의 육봉을 보며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기레스의 혀가 티나의 음부를 흝고 지나갔다.
"흐읏!? 뭐 뭐하는거야!"
황급히 따지는 티나의 말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기레스는 티나의 음핵에 입술을 부비며 정성스레 애무하기 시작했다.
'이... 치사한 새끼.. 그렇게까지 이기고 싶은 거야?'
그제서야 뒤늦게 기레스의 기습으로 승부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안 티나는 뇌에 질척거리는 듯한 기묘한 쾌감을 느끼면서 기레스의 육봉을 물기 시작했다. 혀의 도돌도돌한 돌기가 음부의 겉을 휩쓸고 지나갈 때마다 간질거리는 고문이라도 받는 것처럼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으움.."
뒤늦었지만 티나는 기레스의 자지를 물고 혀를 굴리기 시작했다. 제 딴에는 순수하게 정액을 쥐어 짜내기 위해 열심히 혀를 굴려 보지만 음부를 타고 전신에 흐르는 근질거리는 느낌에 티나는 제대로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사이 기레스는 티나의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 넣고 살살 부비기 시작했다.
"하..으으...윽.."
손가락이 들어오는 감각에 놀랐지만 그리 깊지는 않다. 마디 하나가 들락거릴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천천히 문대지는 그 짧은 부분은 기레스가 첫 애무로 이미 옛적에 알아둔 성감대였다. 절정을 느끼지는 않을 정도로 아주 살살 문지르는 그 아슬아슬한 쾌감은 티나의 집중을 흐리게 만들고 있었다.
기레스가 주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쾌감에 분명 움직이고 있을 혀는 둔하기 짝이 없었다. 클로에가 그러했듯, 기레스의 기준으로는 1점짜리도 되지 못할 애무의 쾌감은 티나에게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질적인 쾌감을 선사해 주고 있었다.
분명 아슬아슬한 쾌감이 전신에 흐르기는 했지만 자지러지며 정신을 잃을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굳이 따지고 들자면 저번에 느꼈던 짐승같은 저열한 애무를 좀더 진하게 농축시킨 듯한 느낌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순박했던 티나의 정신을 후리기에는 차고 넘칠 정도였다.
"애무하는 사람 어디 갔나?"
"으움... 앗!?"
보이지 않아도 실실거리며 히죽이는 게 느껴지는 기레스의 말투에 티나는 그제서야 자신의 둔해진 혀를 자각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여태껏 기레스를 짜냈을 때를 떠올리면서 티나는 필사적으로 혀를 움직였다.
"읏!"
기레스의 외마디 신음소리와 함께 티나의 입 안에서는 이제는 은근히 익숙해 져버린 육봉이 움찔거리는 느낌이 든다. 그 반응을 놓치지 않고 티나가 혀를 휘감아 더욱 희롱하려들자 이번에는 기레스의 혀가 티나의 음부의 안으로 쏙 들어간다.
"히극!"
손가락으로 부비던 그 부위를 혀로 핥기 시작하자 티나는 간질거리는 느낌에 몸을 조금씩 들썩거리면서 배배 꼬기 시작했다. 그 미약한 흔들림에 티나의 젖꼭지는 이따금씩 기레스의 하복부를 스치기 시작했다. 몸에 빼꼼 솟은 유두가 닿아 살살 스칠 때마다 티나의 극상의 신체는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져 버린다.
'변태새끼. 처음부터 내가 애무를 하면 저렇게 방해할 생각으로..'
티나는 기레스가 아무렇게나 자신의 음부를 헤집어 놓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으응.."
기레스의 혀가 쭈욱 쓸고 지나가자 티나는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를 파르르 떨었다. 소피아 못지 않게 애무에 민감하기 짝이 없는 야한 몸둥이는 기레스가 주는 쾌감을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빨아들이고 있었다.
'집중을.. 못하겠어. 애무 당하면서 애무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티나는 조루의 화신과 다름없는 기레스가 아직도 사정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기레스의 애무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기레스는 싫어 죽겠는데도 몸은 애무에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모순적인 감각에 확실히 티나는 스스로 생각해도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딱히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긴 하지만..'
기레스가 손속에 사정을 두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는 티나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지금까지 동정일 기레스가 여자를 후리는 법 따위를 알 수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질 순 없어.'
지게 되면 꼼짝없이 무려 세 달이라는 시간을 기레스에게 눌려 지내야 한다. 소중한 처녀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덤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티나는 정액을 짜내기 위한 최선의 루트를 찾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기 시작했다. 기레스가 방해한다고 해도, 그 전에 더 빠르게 민감한 부분을 참지 못하도록 후려서 사정시키면 되는 것이다.
흡사 정액을 탐하는 치녀처럼 티나는 정액을 짜내기 위해 요란하게 혀를 놀리기 시작했다.
그 변화에 기레스 나름대로 무언가 해보려 손을 다급히 움직였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생물이라고, 기레스의 쾌락에 어느사이엔가 적응해 버린 티나에게 같은 성감대의 자극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우 우아앗!"
'정성껏' 자신의 입 안의 볼과 혀를 이용해 부드럽게 육봉을 쪽 빨아내는 티나의 행위에 기레스의 자지는 곧장 울컥울컥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 안돼!"
기레스의 한심한 외침도 무색하게 그대로 그의 육봉은 정액을 한껏 티나의 입에 털어 넣었다.
'이겼다!'
자신의 입에 쏟아진 정액을 받아 목구멍으로 넘기면서도 티나는 이겼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크윽.. 이정도로 버텼는데도.."
활짝 웃는 티나와 다르게 기레스는 열등감에 분해 죽겠다는 듯 치를 떨면서 말했다.
자신의 한심함을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는 그런 기레스의 분해하는 모습을 본 티나의 기분은 더욱 더 날아갈 것처럼 좋아졌다.
혐오하는 사람의 정액을 쥐어짜 먹었다고는 상상하기 힘들정도로 티나의 표정은 해맑았다.
"후훗. 조루 치고는 애썼다만 그정도론 어림도 없지. 약속은 약속이니까 오늘은 이걸로 끝이지? 조루 오빠?"
이불을 돌돌 감아 자신의 가녀린 몸을 가리고 티나는 눈웃음치며 여유를 부린다. 그 겉멋만 든 당돌한 귀여움에 기레스는 새어나올 것 같은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기 위해 이를 갈아야만 했다.
"크윽... 두 두고보자. 아직 한참 남았으니까.."
그런 기레스의 삼류 악역 같은 대사와 함께 첫 애무대결은 끝을 고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