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 티나(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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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
사뿐한 발걸음으로 오두막을 나서는 티나를 보면서 기레스는 입꼬리를 비틀어 가며 악당다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유도되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자신의 계략이 잘 먹혔다고 생각하며 기뻐하는 티나의 꼬라지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소피아와 클로에와는 다르게 티나는 기레스를 싫어한다. 아니 단순히 싫어하는 것을 넘어 징그러운 벌레를 보는 것처럼 혐오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성과 살을 섞어 보기는커녕 손을 잡아본 적도 없는 순결했던 티나는 기레스의 능욕 이전에, 단순한 성행위에 대해서도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기레스에게 온몸이 쾌락에 절여져서 헤롱거리던 소피아조차도 '아들'이라는 거부감에 한번은 확실하게 기레스를 거부했던 일이 있을 정도로심리적 거부감이라는 것은 쾌락을 퇴색시켜 버린다.그럴진대 기레스를 길가의 벌레를 보는 것보다도 더 혐오하는 티나라면 그 거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 분명했다.
클로에처럼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시간을 들일 수 없는 상황이니만큼 기레스는 티나의 그 거부감을 한번 덜어낼 필요가 있었다.
이미 약점을 잡아 강제로 봉사받고 있겠다. 살면서 마치 가치관처럼 머리에 박혀버린 기레스를 싫어하는 마음을 좋아하게 바꿀 수는 없다.
불가능한 것도 불가능한 것이지만 설사 클로에 때처럼 호감을 살 수 있다고 해도, 티나만큼은 건방진 저 상태로 조교하고 싶었던 기레스는 애시당초에 티나에게 호감을 살 생각 자체가 없었다.
거부감을 없애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본인 스스로가 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기 방귀냄새는 향기롭게 느껴진다고 아무리 더러운 행동이라해도, 스스로가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멋대로 납득하고 합리화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을 기레스는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명령을 거절하지 못하는 티나가 스스로 주도권을 쥐고 흔들 생각을 가질 수 있을 리 없었기에, 기레스는 이 극단적으로 수직적인 주종관계 속에서 은근히 티나가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도록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세계에서는 열등종 그 자체나 다름없는 기레스에게 있어서 자연스럽게 주인으로서의 위엄을 잃어가면서 주도권을 내어주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 없는 일이었다.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짝이 없는 육봉에 열등감이 뚝뚝 묻어 나오는 진심이 섞인 기레스의 연기는 약점으로 곤두박질 친 티나의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역시 기레스는 자신의 약점을 잡고 있기만 할 뿐이지,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엇던 것처럼 여전히 병신이라는 자만심까지 품게 만들었다.
토끼처럼 찍찍 싸재끼면서 조루에 대한 열등감을 폭발시켜 티나의 입보지를 이겨보겠다고 낑낑거리는 시늉을 하며 멍석을 깔아주기만 하면 그 뒤는 일사천리다.
기레스를 혐오하면 혐오하는만큼, 필사적인 티나가 기레스의 열등감을 이용해 자신의 입에 집착하게 만들어 처녀를 지키자는 생각을 품게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싫어한다면 되려 그 싫어하는 마음을 이용해서 심리적 거부감을 없애 버리는 것이 기레스라는 인간이었다.
"이제부터 재밌어 지겠군."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기레스는 더 늦기 전에 집으로 돌아갔다.
"으... 소피아 녀석. 뭐가 당장은 그렇게 힘들지 않다는 거냐.."
다음 날. 학교의 수업을 끝마치고 이전 소피아와 약속한 대로 특별 훈련을 시작해 있는대로 휘둘려 버린 기레스는 온몸 구석구석 삭신이 쑤시지 않는 곳이 없었다.
본디 단련이라는 것은 힘들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기에 클로에와 훈련할때도 힘들지 않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소피아의 단련은 그 클로에의 단련마저도 천국처럼 느껴질 정도로 무참히 힘들었던 것이다. 차라리 티나와 하일즈에게 고통을 받는 쪽이 낫겠다고 순간 생각할 정도로 소피아의 훈련강도는 드높았다.
'가만... 당장은 이라는 말은 본격적이 되면 이것보다 힘들어진다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한 순간, 답답함에 숨이 퍽 하니 막혀 버렸지만, 기레스는 그만둘 생각은 들지 않았다.
힘이라는 것은 다다익선으로 가지면 가질수록 좋다. 그것이 돈이든, 권력이든, 개개인의 능력이든 가지고 있는 쪽이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노력해도 얻을 수 없으니 얻지 못했을 뿐, 노력해서 얻을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사실 소피아나 클로에를 손에 넣은 지금은 일신의 힘 따위는 없어도 좋지만, '있다면' 더 좋으면 좋았지 나쁠 건 없는 것이다.
'힘들긴 하지만,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겠지.'
기레스는 소피아가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피아가 자신이 이정도로 힘들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돌려서 생각하면 그녀가 가르치려 드는 기술은 기레스가 그만큼의 힘듦을 각오할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필요하다면 티나와 하일즈에게 고문을 받는 것조차도 이용해 먹는 것이 기레스기에, 그렇게 소피아가 보증하는이상 기레스는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할 생각 따위는 전혀 들지 않았다.
'이제 티나를 만나러 가야 되나..'
그 중요한 티나의 조교조차도 뒷전으로 미루고 쉬고 싶을 정도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아무리 소피아와 클로에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해도 티나같은 여성을 함락시킬 기회 같은 건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몸이 부서지더라도 할 때는 해야하는 것이다.
"잠깐.. 이왕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면 이것도 조교에 이용해 보도록 할까?"
노인이 구부정한 허리를 천천히 펴는 것처럼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기레스는 턱을 매만지면서 심술궂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 오늘도 잽싸게 끝내버리는 거야.'
오두막의 문 앞에서 티나는 자신의 뺨을 두어번 친 후 심호흡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왔냐?"
'뭐지?'
어제 그렇게 침울해 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심술궂은 미소를 짓고 있는 기레스가 그곳에 있었다.
'곧 울상을 짓게 만들어 줘야지.'
"왔는데. 오늘은 어쩔까?"
다소 도발 섞인 어투로 티나가 쏘아붙히자 기레스는 숨을 씩씩 거리며 말했다.
"어쩌긴 뭘 어째? 빨아야지."
'훗.'
기레스의 그 말에 티나는 살짝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제 딴에는 보이지 않을거라 생각한 모양이지만, 이미 그녀의 마음을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있는 기레스에겐 그 속내가 훤히 보인다.
"벗겨."
"어?"
"어? 좋아하네. 니가 내 바지를 스스로 벗기라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내가 너무 인간 대우를 잘 시켜준 것 같더라고. 노예는 노예답게 사용해줘야지."
"으..."
육봉은 빨 생각으로 만만이었던 티나는 되려 기레스의 갑작스러운 명령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기레스가 까라면 티나는 깔 수밖에 없기에 그녀는 주섬주섬 고운 손으로 기레스의 바짓춤을 더듬기 시작했다.
"음~"
기레스의 기분 좋은 듯한 추임새 하나에 티나의 기분은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으읏. 됐지!?"
티나는 어째 어제 기레스의 육봉을 빨았을 때보다도 더 치욕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잽싸게 기레스의 바지를 내려버렸다.
"되기는.. 아직 속옷이 남았잖아."
티나는 싫은 티를 내려다 여기서 티를 내면 기레스가 원하는 대로라는 생각에 최대한 평정을 가장해 여린 손가락을 기레스의 속옷을 향해 가져갔다.
"아.. 속옷은 손말고 입으로 벗겨."
"무... 뭐?"
"뭘 놀라고 그래? 싫어?"
싫은 게 당연하다고 쏘아붙히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는 순간 기레스가 더욱 좋아라 하면서 시킬 것은 명백했기에 티나는 묵묵부답으로 이를 갈면서 기레스의 고간에 얼굴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개같은 변태새끼.'
입으로 팬티를 벗기기 위해서는 낮은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어 자연히 티나는 무릎을 꿇고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들이민 자세가 되었다.
"절경이구만~"
'이딴 짓을 시킬 생각이었다이거지?'
티나는 어째서 오늘 기레스가 그리 싱글벙글이었는지를 지레 짐작해 버렸다.
'두고보자..'
그렇게 티나가 오늘은 더 빠르게 기레스를 쥐어 짜 그 한심한 열등감을 자극해야 겠다고 마음 먹으면서 입으로 문 팬티를 서서히 내리자 기레스의 자지가 빼꼼 모습을 드러내었다.
'풋..'
언제봐도 만만해 보이는 크기와 형태에 티나는 방금까지 찌푸렸던 인상을 펴면서 천천히 물건을 머금기 위해 입을 벌렸다.
"아 잠깐 잠깐 오늘은 조금 다르게 할거야."
"뭐?"
제지당해 당황한 티나를 아랑곳 하지 않고 기레스는 침대 위에 누워서 손가락을 까딱 거리며 티나를 불렀다.
"옷 벗고 올라타."
"어... 어딜?"
기레스가 구강성교 대신 섹스를 하자는 것인줄로 착각한 티나의 가뜩이나 백옥같이 새하얀 얼굴은 얼음장처럼 창백하게 질려 버렸다.
"어디는 시발 안 빨거야?"
"어?"
영락없이 섹스를 하겠구나 싶어서 절망하던 찰나, 입으로 빨라는 기레스의 말은 티나의 안에서 시퍼렇게 올라오던 초조한 감각을 삽시간에 따스한 안도의 마음으로 바꾸어 버렸다.
그 마음 속 깊은 곳에 움튼 안도의 새싹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변화인지 티나는 아직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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