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화 〉 티나(12)
* * *
"음? 티나 이 시간에 어딜 가는 거냐?"
젤가는 저녁식사를 끝내고 집 밖으로 나가려 하는 티나를 보고 말을 걸었다.
"아.. 잠시 친구와 약속을 잡아 둬서.."
물론 기레스의 호출로 능욕을 당하러 가는 길이었지만 당연히 티나는 그 사실을 젤가에게 이실직고할 수 없었다.
"그래? 슬슬 해가 질 무렵인데..?"
"무슨 일이에요? 젤가."
소피아는 식기 정리를 끝내고, 자연스럽게 젤가에게 말을 걸면서 상황을 물었다.
"아 소피아. 티나가 친구와 약속 때문에 나간다고 해서 말야. 곧 해가 질 무렵이니 걱정이 돼서 말이지."
티나는 이제 마냥 어린애가 아니지만 젤가가 걱정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세계의 치안은 썩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세계도 인간이 사는 곳이고 법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세계, 그중에서도 힘을 숭상하는 세프람 제국은 법보다는 주먹이 우선시 되는 곳이다.
개개인의 능력이 전생의 지구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그만큼 작정하고 범죄를 저지르려 한다면 제지가 쉽지 않는 것이다. 자연히 위험에 대해선 일단 조심하고 보는 것이 이세계 사람들에게는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괜히 소피아가 일전에 기레스가 늦게 들어와 걱정을 한 게 아니었다.
'음.'
기레스의 명령에 집을 나서려던 티나는 슬쩍 기대에 찬 시선으로 젤가를 바라 보았다. 저 고지식한 젤가가 여기서 강하게 자신이 나가는 것을 막아준다면 오늘의 능욕은 건너 뛸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에이.. 여름에는 해가 길잖아요.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고, 그런 걱정 때문에 티나가 친구와 사이가 나빠지면 그것도 좋지 않잖아요? 거기까지 걱정하면 티나에게 팔불출 취급을 받을지도 몰라요."
"그 그런가.."
'으 으읏..'
젤가를 이용해 위기에서 벗어나려 했던 티나의 기대는 소피아의 나긋나긋한 설득에 의해 무너져 내렸다.
"거기에.. 우리 마을이라면 조금 늦은 밤에 돌아다닌다 해도 문제는 없잖아요?"
전생의 지구에서도 각 나라별로 치안이 다르듯, 기본적으로는 치안이 뒤떨어지는 이세계에서도 지역마다 각양각색의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기레스의 마을은 '마을 단위의 괴롭힘'이 있기는 했지만, 소피아라는 존재 덕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치안의 문제나 사건이 발생한 일은 수년 간 일어난 적이 없었다.
세간의 인식 때문에 가급적이면 늦은 밤에는 나돌아다니지 않도록 주의하곤 있지만, 기레스 같이 집단으로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어린아이도 밤에 홀로 돌아다녀도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마을의 치안은 훌륭하다 할 수 있었다.
"그런 것 치고는 이전에 기레스가 늦었을 때 소피아도 엄청 걱정했잖아..?"
젤가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툴툴거리며 소심한 반론을 내뱉었다.
"후우.. 그때는 기레스가 연락도 없이 늦은 시간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잖아요.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목적지가 있는 티나와는 상황이 다르죠."
소피아의 말은 여전히 나긋나긋했지만 표정에는 아주 미세한 언짢은 기색이 감돌기 시작했다.
티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미 소피아에게 수차례나 조교를 당할대로 당한 젤가는 그 작은 변화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과 함께 심장이 벌렁거리고 온몸에 음열이 끓어올라 근질거려, 몇달은 자위조차 하지 못한 고문이라도 받은 것처럼 신체가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런 소피아의 앞에서 젤가가 내뱉을 수 있는 말은 동조 뿐이다.
"정 그렇게 불안하면 언제까지 들어오라고 정해두면 되잖아요?"
소피아가 차가운 기색을 거두고 그렇게 상냥한 어조로 설득하자, 젤가는 마치 신의 은총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티나가 보기에도 젤가 방패를 사용하기는 텃다는 게 훤히 느껴질 정도로 젤가는 이미 소피아에게 흠뻑 넘어가 있었다.
'으으..'
그렇게 티나는 찍소리도 못하고 기레스의 능욕을 받으러 발을 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입 벌려."
'좋아..'
야심찬 표정으로 자신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해 오는 기레스의 추잡한 요구를 들으면서도 순간 티나의 머릿속에는 역겨움보다 먼저 다행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최근 한가할 때면 티나는 언제나 어떻게 하면 기레스의 능욕을 덜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생각을 하기 일쑤였다.
씩씩 거리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바짓춤을 여는 기레스를 보면서 티나는 생각했다.
'역시..'
기레스가 없는 사이 집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생각해 본 티나는 기레스가 자신의 물건에 대해 극심한 열등감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나이가 찬 뒤로 남성의 성기를 직접적으로 본 적이 없는 순결한 처녀인 티나조차도 어렸을 적의 경험과 어깨너머로 들은 소문만으로 기레스의 자지는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확연히 작다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본인인 기레스가 어찌 열등감을 품지 않을 수 있으랴.
티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신의 처녀를 앗아갈 수 있음에도 처녀를 빼앗는 것보다 어떻게든 자신을 이겨먹어 보려 하는 기레스의 그 비루하기 짝이 없는 열등감을 이용해 먹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한번밖에 세우지 못하는 빈약한 녀석이니까..'
기레스의 육봉이 한번 사정을 하고 나면 축 늘어져 힘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이미 전의 능욕으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말인 즉슨 한번의 능욕에 기레스를 구강성교로 유도해 쥐어 짜기만 한다면 그 날 만큼은 자신의 순결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할 수 있었다.
"입 벌리라니.. 괜찮겠어?"
티나는 실실 쪼개면서 기레스에게 말했다.
"뭐..?"
"아니 입으로는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한심하게 싸버릴 게 뻔한데.. 그럴거라면 그냥 섹스나 하는 쪽이 낫지 않나 싶어서 말야."
"뭐야..? 혹시 섹스하고 싶냐?"
여기까지는 집에서 생각했던 그대로의 기레스의 빈정거리는 반응이다. 평소라면 '그럴 리가 있겠냐'며 방방 뛰었을 티나였지만 이미 이미지 트레이닝을 끝내 둔 티나는 침착하게 소악마 같은 조소 섞인 눈초리로 육봉을 흘겨 보면서 기레스가 들으라는 듯 비웃음 소리를 흘렸다.
"푸훗."
"읏!?"
백마디의 변명보다 폭발적인 단 한마디의 빈정대는 웃음소리에 기레스의 얼굴은 삽시간에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입으로도 조루처럼 찍찍 싸대는 네깟 물건에 섹스하고 싶을 리가 있겠냐는 멸시가 절절히 담겨 있는 티나의 조롱섞인 비웃음에 기레스는 열등감이 폭발해 버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열등감이 뚝뚝 묻어 나오는 기레스의 한심한 표정에 티나는 능욕을 당하기 직전이었음에도 날아갈 것 같이 즐거운 기분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면 그리 생각해도 상관은 없는데? 어차피 선택권을 가진 건 너고. 아니면 섹스하고 싶다고 말해줄까? 그렇게 명령해 보시던가?"
하고 싶으면 억지로 섹스하고 싶다고 말하게 하든가? 라는 건방진 노예의 도발에도 열등감을 품은 기레스는 넘어갈 수밖에 없다.
"시 시발... 입이나 벌려.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어 줄테니까!"
바로 오똑 선 코 앞에 기레스의 육봉을 두면서도 티나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머금을 수 정도로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휴.. 다행히 제대로 먹힌 모양이네. 병신새끼. 단순해 빠져가지고는.'
속으로 시시덕 거리면서 티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티나로서도 방금 전의 도발은 상당한 도박이 아닐 수 없었다. 기레스가 회까닥 돌아서 다리를 벌리라고 한다면 찍 소리도 못하고 처녀를 잃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기레스가 자신의 약점을 잡아 표면적으로는 대범한 척 하고 있지만, 실상은 쥐새끼처럼 열등감에 찌든 병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백프로는 아니어도 높은 확률로 저 기레스라면 자신의 도발에 넘어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이렇게 못 박아두면 어지간 해서는 섹스하자고 하진 않겠지?'
만약 기레스가 티나의 입을 피해 섹스를 하자고 요구한다면, 그건 기레스 본인이 스스로 자신은 좁쌀만한 육봉에 조루새끼라는 것을 시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티나는 어지간히 급하지 않다면 열등감에 찌든 기레스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리 없다고 생각했기에기레스가 자신의 구강성교를 버티지 못하는 한동안은 자신의 처녀를 지킬 수 있다고 안도했다.
자신의 처녀를 건 도박이었지만 레이즈에 성공해 티나는 보기좋게 노예라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처녀를 둘러싼 주도권을 가져온 것이다.
"으윽."
혀를 한번 굴릴 때마다 기레스는 티나의 혀를 피하려고 하는 것처럼 허리를 쭉 빼가면서 움찔움찔거리며 반응해 나간다.
사정을 참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일그러지는 기레스의 표정을 보면 티나는 절로 이긴 듯한 기분이 되어 자신이 행하고 있는 행위가 추잡하디 추잡한 '구강성교'라는 것도 잊은 채 입가에 미소가 서려 버린다.
어제보다 조금 더 긴 시간을 참는데 성공한 기레스는 간신히 기어가는 목소리를 내는 척을 하며 말했다.
"어 어떠냐..."
'흐음~'
티나는 여유넘치는 짓궂은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입 안의 혀 끝을 세워 퉁기면서 기레스의 육봉을 톡톡 건드렸다.
"크 끄윽."
몸을 빳빳히 세우고 고개를 숙인 채, 주먹을 불끈 쥐면서 그야말로 기레스는 누가봐도 안간힘을 쓰며 필사적으로 버티는 척을 해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티나의 부드러운 혀가 귀두의 밑둥부터 빨아올리듯이 쭉 들어 올리자 기레스의 육봉은 힘을 잃으면서 티나의 입에 정액을 발하기 시작했다.
기레스가 기고만장해서 삼키라는 명령을 내릴 새도 없이 도도한 표정으로 붉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티나의 목젖은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이 이럴.."
기레스는 망연자실한 척을 하면서 당황해 했다. 그런 겉으로 훤히 드러난 기레스의 절망한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티나는 그토록이나 싫어하는 사람의 자지를 빨고 정액을 삼켰다는 사실조차도 잊고 주책없이 기쁜 마음이 솟아 올라 버린다.
완전히 주도권을 잃어버린 기레스는 한동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멍하니 있었다. 바지를 내려 꼴사납게 하체를 훤히 드러낸 다리 사이로 축 늘어져 있는 육봉을 보면서 티나는 승리의 기분을 만끽하며 기레스에게 도발적인 어조로 물었다.
"다 끝냈는데 어쩔래? 애무라도 할거야?"
전날 은근히 기분 좋았던 것도 잊었는지, 티나의 말투에선 네 주제에 애무를 하면 얼마나 하겠느냐는 은근히 기레스를 무시하는 투가 서려 있었다.
"오늘은 됐어. 이제 가봐."
기레스는 어깨를 축 늘어 뜨리고는 힘없이 대답했다.
'어? 웬일이래? 그렇게 충격을 먹었나?'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티나는 괜히 한번 기레스를 떠보듯 물었다.
"정말이지? 나중에 딴 소리 하지 마?"
본래라면 한시도 더 있고 싶지 않을 오두막이었지만, 괜시리 티나는 기레스의 벌어진 마음의 상처에 소금을 뿌려주고 싶은 마음에 주변을 알짱거렸다.
"됐으니까 꺼지라고!"
'흠! 오늘은 이쯤 해둘까?'
마음 같아서는 기레스의 마음을 더 후벼 파주고 싶었지만, 기레스의 저기압 상태를 보고 티나는 괜히 더 건드렸다가 이전처럼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싶어 곧장 몸가짐을 정리하고 오늘의 결과에 함박웃음으로 만족하면서 오두막 밖으로 나갔다.
힘없이 고개를 푹 숙인 기레스의 입꼬리가 귀에 걸려 있다는 것은 생각치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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