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티나(10)
* * *
'으... 또 이곳에 오게 되다니..'
다음날 학교에서 기레스에게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티나는 기레스를 만나기 위해 변두리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어제는 불행중 다행으로 순결을 잃지 않을 수 있었지만 오늘은 씨알도 먹히지 않을 걸 생각하니, 몸은 한기가 든 것처럼 무겁기 짝이 없었다.
"후우.."
티나는 문 앞에서 깊은 숨을 내쉬고는 자신이 지었던 추억이 담긴 오두막 집의 문을 열었다.
"늦어."
늦기는커녕 할 수만 있다면 이곳에 오고 싶지도 않았던 티나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양 거들먹 거리는 기레스의 태도가 같잖게 보일 뿐이었다.
"왔으면 됐잖아?"
티나가 퉁명스레 쏘아붙히자 기레스는 주먹으로 책상을 쾅 치며 말했다.
"왔으면 된 게 아니지! 너 네가 노예라는 자각은 있는 거냐?"
"읏.."
"세상 어느 노예가 주인이 이야기 명령한 것을 멋대로 어기고 쏘다니냐?"
'개새끼.. 겨우 10분 늦은 걸 가지고..'
티나는 사납게 치켜뜬 눈으로 기레스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뭐? 고작 이깟 일 때문에 오빠한테 고자질이라도 할 셈이야?"
"....."
'훗 그렇겐 못하겠지?'
아무리 배를 째며 협박 하고 있다고는 하나 지금 기레스가 클로에나 티나에게 벌이고 있는 행위는 본디 용서받지 못할 행위다.
하일즈를 엿 먹일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는 기레스라고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잃을 게 없을 때의 이야기다.
티나가 이렇게 노예를 인정하고 자신의 몸을 바치고 있는 한, 스스로의 위협을 불사르며 주저없이 쉽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행위는 아닌 것이다.
티나가 약속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는 사소한 사실은하일즈에게 모든것을 폭로하기에는미묘하기 짝이 없었다.
"그것도 괜찮겠지만.. 그래서야 모처럼 들어온 노예를 잃어 버리게 되니까 이번에는 넘어가 주도록 할까."
'역시..'
티나는 꼴 좋다고 생각하며 가는 눈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렇게 자잘하게 명령을 어기면 기간을 늘려 버릴 거야."
"무.. 뭐..?"
"뭘 놀라고 있는 거야?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계속 이런 자잘한 일들을 계속 어겨댈 게 뻔하잖아."
"개소리 하지 마. 그럼 내가 할 수 없는 명령만 내려서 평생 노예로 삼을 수 있다는 이야기잖아!"
"호들갑 떨지 마. 그런 거야 한도치를 정해 놓으면 되는거잖아. 네가 명령을 자잘하게 어긴다고 해도 최대 반년으로 정해두면 만사해결이지."
이렇게 되면 티나는 자잘한 명령들을 어길 수 없게 된다. 계속 지각해대서 반 년 간 능욕을 당할지, 지각을 안하고 두 달만에 깔끔하게 끝낼지 어느 쪽이 더 좋을지는 물을 것도 없는 것이다
"바 반년..?"
"뭐야. 그 표정을 보아하니까 계속 이렇게 명령을 살살 어길 생각이었나보구만?"
"멋대로 넘겨짚지마! 그럴 생각은... 없었으니까."
방금까지만해도 기레스에게서 주도권을 살짝 빼앗아 온 것만 같은 느낌에 은근히 들떴던 티나의 마음은 나락으로 곤두박질 쳐버렸다.
"벌칙이니 뭐니 지껄이긴 했지만 처음과 달라진 건 없다는 거 알고 있지? 어차피 내 명령을 못 듣겠다고 네가 직접 하일즈를 '버리는' 선택을 하면 넌 자유롭게 될 수 있는거고, 명령을 끝까지 참고 들을 수 있다면 처음의 약속처럼 두달로 끝내줄테니까.. 노예면 노예답게 잠자코 말이나 쳐들으라고."
기레스는 일일히 능욕을 포기하는 것은 하일즈를 버리는 행위라고 자각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크읏.."
"그러면.."
기레스는 부산스럽게 바지 섶의 단추를 풀어 헐레벌떡 자신의 음경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점잖게 꺼내도 역겨워 죽을 것 같은데 시정잡배만도 못한 그 추잡한 행동에 티나의 미간은 절로 찡그려 졌다.
"빨아."
시작이 반이라고, 여전히 기레스의 육봉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지만 티나는 전보다는 거부감 없이 기레스의 음경에 입을 가져갔다. 뜨끈한 입 속에서 혀는 오물이라도 대하는 것처럼 움찔 움찔 거리면서 조심스럽게 기레스의 귀두를 살짝 핥아 올렸다.
"으읍.."
티나의 혀놀림을 음미하던 기레스는 티나의 작은 머리를 움켜쥐고 자신의 육봉을 향해 쭉 잡아 당겼다.
"어떠냐! 이래도 조루냐!"
'응?'
방금 전, 주인이랍시고 벌칙을 운운하며 여유로운 태도로 능글거리던 기레스는 허리를 앞으로 내밀면서 열등감이 뚝뚝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티나에게 씩씩거리고 있었다.
'흐응..'
기레스의 불쾌하기 짝이 없는 육봉을 입에 머금고 있으면서도 그 한심한 열폭에 티나의 입가에는 살짝 미소가 서리기 시작했다.
'꼴에 조루라고 취급 받기는 싫었나 보지?'
전날 조루라고 매도해 둬서 좋았다고 생각하며 티나의 자지를 물고 있는 입꼬리는 더욱 선명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움."
기레스의 얄팍하기 짝이 없는 자존심을 적나라하게 느낀 티나는 세상 무엇보다도 흉물처럼 여기는 기레스의 육봉을 스스로 집어 삼켜 서서히 혀를 굴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 혀놀림은 단순히 입에 머금고 기레스의 명령에 따라 수동적으로 핥아 나가기만 했던 어제와는 달리, 미숙하지만 확실히 능동적인 움직임이었다.
"으윽! 으... 으읍!! 흡.."
기레스는 어느샌가 티나의 머리를 당기는 것도 잊고 고목마냥 몸을 빳빳히 세워 전신을 벌벌 떨면서 필사적으로 쾌감을 참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풋."
역겹기 짝이 없는 기레스의 필사적인 신음소리를 듣자 티나는 남근을 머금고 있는 와중에도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분명 평소 같았으면 눈살을 찌푸리고 울먹이면서 억지로 영혼을 갈아가면서 행해야 했을 애무임에도 티나의 입가에는 명백히 웃음기가 서려 있었다. 주인과 노예라는 절대적인 우열이 결정지어진 이 시점에서도 기레스에게서 주도권을 가져와 괴롭힐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티나는 희열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슬슬인가..'
"쭈웁."
"크앗.."
살짝 빨아제끼는 일련의 혀놀림에 마치 치명타라도 맞은 듯 기레스는 허리를 쭉 굽히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읍.. 우욱.."
걸쭉한 정액이 자신의 입 안에 쏟아지자, 티나의 미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삽시간에 사라져 버렸다. 입 안 구석구석에 배긴 정액의 비릿한 내음은 그대로 티나의 코 끝을 비집고 들어와 구역질이 올라오게 만들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무조건 삼켜라."
'칫..'
기레스를 죽일 듯이 쏘아보는 티나의 목젖이 꿈틀이며 움직였다. 그 티나의 모습에 흥분해 곧장 부풀어 오를 것 같은 육봉을 죽이며 기레스는 분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기랄.."
기레스의 분한 듯 중얼거리는 그 한마디에 구토감이 올라올 정도로 불쾌함을 느끼던 티나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 졌다.
'꼴 좋다. 어제보다는 조금 버텼지만 제깟 놈이 내 입을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지.'
"푸훗. 그렇게 조루여서야 주인으로서의 위엄이 살겠어?"
"뭐.. 뭐야!?"
이전까지의 여유롭던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기레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조루라는 것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가 눈에 선하게 보일 정도의 태도였다.
"아... 이런 말은 버릇 없어서 하면 안되는 건가요? 주인님?"
기레스가 능글 거렸던 것처럼 티나는 살살 기레스의 열등감을 긁어 가면서 놀려 나갔다.
"명령이시라면 절륜하다고 해줄 수도 있는데.."
"시발... 바지 벗고 누워!"
"엣..?"
'너 너무 놀려 버린 건가?'
지금까지 기레스와 은근히 주도권을 두고 티격태격 할 때마다 좋은 꼬라지는 본 적이 없었던 티나는 갑작스러운 기레스의 분노에 덜컥 겁부터 집어 먹었다. 또 입을 잘못 놀려 버리는 바람에 이번에는 그대로 자신의 처녀가 날아가겠다 생각하면서 그녀는 불안한 마음으로 주섬주섬 옷을 벗어 던졌다.
[스르륵]
'어라..?'
옷을 벗으면서 티나는 기레스의 육봉을 흘끔거렸다. 방금 전 빳빳히 부풀어 올랐을 때와는 다르게 축 늘어진 기레스의 자지는 발기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뭐해? 얼른 눕지 않고."
"알았다고."
'변태새끼가 세우지도 못하는 주제에 무지 보채네.'
그렇게 생각하는 티나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 잘만 하면 오늘도 처녀를 잃지 않고 끝이 날거라 생각한 까닭이었다.
티나는 침대 위에 올라 자신의 가느다란 팔로 새하얀 나신을 어설프게 가리고 기레스를 지그시 노려 보았다. 그 자태는 어떤 의미로는 대놓고 전신을 노출하는 것보다 더 매력적이게 보일 정도였다.
침대 위에 서서 씩씩거리며 티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기레스의 남근은 여전히 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흥. 뭐 겁탈이라도 할 것처럼 분위기를 잡더니만.. 정력도 보잘 것 없잖아? 지까짓 게 주인은 무슨..'
"뭘 할 건지 몰라도 할거면 빨리 해보시던지?"
살짝 우쭐대는 투로 티나는 살살 기레스를 약올렸다. 어차피 저런 자지의 상태로 자신을 겁탈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 그녀는 콧대가 선 게 느껴질 정도로 여유를 되찾고 있었다.
'끽해봐야 어제처럼 애무나 좀 하고 말겠....'
"히잇!?"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질적인 느낌이 티나의 음부에 짙게 내리 깔리기 시작했다.
'서 설마..'
살짝 고개를 들어 하복부를 내려다 보자, 기레스는 자신의 음부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뭐 뭐하는 거야!"
"뭐는.. 애무잖아?"
"아니 그 그건.. 미친 거 아냐? 거긴 소변을 보는.. 으읏. 시발."
기레스의 혀가 겉을 쓱 핥아 올리자 티나는 그 간질거리는 이질적인 느낌에 불쾌함과 미묘한 쾌감을 함께 느끼며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변태새끼!"
고지식하기 짝이 없어서 소피아라는 아내를 두고 있음에도 정상위 밖에 해본 적이 없는 젤가의 딸답게 티나는 배설의 통로를 핥는 기레스의 행위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자는 모두 변태라고, 니가 그렇게 사랑하는 하일즈도 포함해서 말야!"
"으흑!"
티나는 기레스와 눈도 섞고 싶지 않아서 가녀린 팔로 눈을 가리고는 입술을 질끈 물었다. 하지만 시각을 차단해 버리자 더욱 더 생생한 감각이 그녀의 사타구니에서 꿈틀 거리기 시작했다.
전날에 이미 가슴을 애무 당한 티나였지만, 가슴과 보지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만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랐다.
기레스를 바퀴벌레처럼 혐오하는 티나에게 있어 그 느낌은 그야말로 소름 끼치는 것이어서,티나는 애무를 당하기 싫다는 생각에 하일즈고 나발이고 다 때려 치워버리고 싶어졌다.
'적당히 시작해 볼까?'
기레스는 티나의 매끈한 각선미에 손을 가져가 유리를 닦는 것처럼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그 스치는 와중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감대를 슬쩍 스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쯔웁. 할짝."
그와 동시에 티나의 분홍빛이 감도는 보지를 쪽 빨면서 흔들자 어제와는 전혀 다른 쾌감에 티나의 몸이 살짝 튀어 버렸다.
"아읏!"
"어라? 뭐야.. 설마 느낀거냐?"
아무리 기레스가 밉고,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이질적인 느낌에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라고 할지라도 기분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아주 대놓고 티나의 성감을 후벼버린 기레스의 애무는 빈말로도 기분이 나쁘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좋다는 말만은 저 능글거리는 원수인 기레스에게만은 할 수 없다.
"우 웃기지마! 너무 불쾌해서 비명소리를 참지 못한 것 뿐이니까! 1분도 버티지 못하는 조루새끼 주제에 자의식 과잉인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크윽... 쳇."
기레스는 티나의 시야 밖에서 비틀린 미소를 잔뜩 머금고는 혀를 차는 시늉을 하면서 티나의 옥면보다 더 매끌거리는 다리를 잡아 가랑이를 벌려 버렸다.
"으으으... 으.."
자신의 치부가 훤히 노출되었다는 수치심에 티나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오오.. 이게 티나의 보지인가.."
클로에의 보지는 봤다는 듯한 뉘앙스가 은근히 담겨 있는 그 말투가 티나는 그리 밉상일 수가 없었다.
'저런 병신에게 클로에 언니와 내가... 읏!?'
기레스는 슬며시 애무의 질을 높혀 나가기 시작했다.
"우오! 히야.."
표면상으로는 여체를 만져서 신기해 죽겠다는 추잡스럽게 감탄하는 남자를 연기하면서 기레스의 치근덕 거리는 손길은 티나의 은밀한 성감대의 새싹에 촉촉히 물을 뿌리고 있었다.
'뭐.. 뭐야 이녀석.. 어제와는 달라..'
타인이 자신을 만지는 손길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이미 대충 경험 했지만 오늘 기레스의 애무는 확실히 몸이 붕 뜨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하일즈도 그렇지만 티나도 기레스와 한 집에 살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소피아와 기레스가 안마 행위를 하는 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기레스를 질색하는 티나는 단 한번도 기레스에게 안마를 받아본 적이 없었지만 아직까지도 소피아의 기분 좋다는 듯한 그 표정은 뇌리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었다.
'그때는 그냥 엄마가 기레스를 위해서 그러는 척을 할 뿐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와서 이렇게 직접 애무를 받아본 티나는 어째서 그때 소피아가 그렇게 기분 좋아 보였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런 쓸데 없는 재주는 어디서 배운거야!'
기레스의 손길이 은근히 기분이 좋은 바람에 티나는 자신도 모르게 짜증스레 생각했다.
"응... 읏."
"기분 좋지?"
"흥.. 좋기는.. 내가 자위를 하는 쪽이 100배는 더 기분 좋거든? 다 너 같은 조루인줄 알아?"
"시발년.. 꼭 좋다고 말하게 만들어 주마."
'절대로 말 안할거야.'
원수 같은 기레스의 그런 다짐을 들을 때면 티나는 더더욱 말하고 싶지 않은 오기를 품어 버린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애무를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으로 미칠 것만 같았던 티나의 마음은 '기분 좋다고 말하지 않겠다'는 오기로 은근스레 변질되어 있었다.
"할 수 있다면 해보던가?"
이미 어느 정도는 기분이 좋다고 인정하면서도 티나는 허세를 부리며 기레스를 자극했다.
"후우.. 후우..!"
그에 기레스는 흥분해 자극이라도 받은 것처럼 거친 호흡을 내쉬면서 손놀림의 속도를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다.
'뭐 뭔가 몸이 이상해..'
속이 뻥 뚫릴 듯이 후련하고 상쾌해,포근한 녹림에서 휴양하고 있는 듯한 편안함을 주고 있었던 기레스의 애무는조금씩 독한 느낌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여전히 기분은 좋지만 어쩐지 간접적인 편안함과는 살짝 다른, 직접적이면서도 근질거리는 액기스 같은 쾌감이 몸 구석구석에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괘 괜히 자극했나..?'
또 뒤늦게 후회를 하고 있는 사이에도 여전히 기레스는 씩씩 거리면서 티나의 몸을 유린해 나갔다.
"으... 으응.. 읏"
애무의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무언가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받으면 넘을 것만 같은 아슬아슬한 줄이 존재하는 것만 같은 기분에, 제 딴에는 괴로움을 가장한 신음소리가 살짝 새어나올 즈음 갑자기 기레스의 손이 멈춰 버렸다.
'어..?'
넘어야 할 줄이 똑 하고 끊어져 버린 듯한 느낌에 티나는 다행이라는 생각과 어쩐지 허전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모르는 멍한 얼굴로 기레스를 바라보았다.
"젠장! 지쳐서 도저히 못해먹겠네."
기레스는 분해 죽겠다는 듯한 얼굴로 씩씩대면서 어깨를 축 늘여 뜨렸다.
"네.. 네가 하는 일이 그럼 그렇지."
기대했던 기레스의 힘빠진 모습을 보면서도 티나는 순수히 기뻐하는 것 이전에, 허전한 듯한 느낌을 먼저 받았다.
"쳇.. 아직 두달 남아 있다고!"
기레스는 그렇게 말하곤 비굴하게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자존심이 짓밟혀 꼬리를 만 개처럼 도망치듯 나가버렸다.
그 한심한 꼬라지를 보자 마음이 풀어지면서도 여전히 무언가 휑하니 허전한 느낌은 가시질 않았다.
'뭘까? 이 느낌은..?'
생애 아직 절정 다운 절정의 꽃을 피워 보지 못한 티나는 그 영문 모를 허전한 느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정확하게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