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화 〉 티나(9)
* * *
"다녀... 왔어요."
"아 티나. 부탁한 건 가지고 왔니?"
부엌에서 소피아는 온화한 얼굴로 티나를 맞이했다.
"네 여기.."
"그런데 꽤 늦었네? 무슨 일 있었니?"
소피아의 상냥한 목소리에 티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처량한 기분을 느꼈다. 기레스에게 당한 일을 전부 까발리고 싶은 욕구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지만, 티나는 이내 그 욕망을 꾹꾹 눌러 참으며 말했다.
"아뇨. 오다가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좀 하느라고.."
"아 그렇구나. 친한 친구인가 봐? 이렇게 오래 이야기한 걸 보면?"
소피아는 마치 딸내미의 친한 친구에 관심을 보이는 어머니처럼 입가에 미소를 잔뜩 머금고 물었다.
"네? 아.. 뭐.. 그렇죠. 저.. 그럼 올라가 볼게요."
소피아의 미소에 숨겨진 의미도 깨닫지 못한 채 소피아를 속이고 있다는 죄의식과, 친한 친구는커녕 기레스에게 능욕만 당했던 사실이 머릿속에 뒤죽박죽으로 뒤섞여 버린 티나는 떨떠름하게 대답하고는 서둘러 방으로 올라갔다.
"그래서.. 거기서 싸버린거야?"
취침 직전 소피아는 얇은 옷을 입고 기레스의 방에 들어와 오늘의 일을 들었다.
"뭐 그렇지."
"헤에.. 그렇게 단번에 싸버릴 수도 있는거구나."
소피아는 혀로 윗입술을 살짝 핥아 요염하게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사정을 해버릴 필요가 있어? 어차피 명분이 티나를 괴롭히는 것이었으니까 그냥 오랫동안 빨면서 즐겨도 좋았을텐데.."
기레스에게 능욕 당해버린 자신의 딸 티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아니 그렇기 때문인지 소피아의 말투는 평소보다 더더욱 꿀 덩어리가 떨어질 것처럼 교태스럽기 짝이 없었다.
"상관은 없지만, 이쪽이 더 제대로 조교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거든."
"우리 기레스는 또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는걸까나?"
소피아는 얇은 원피스의 속옷사이로 넘실거리며 은근히 비치는 우윳빛 속살을 은근히 기레스의 살에 슬근슬근 비비며 속삭여 왔다.
"왜 싫어?"
소피아는 촉촉히 젖은 눈빛으로 기레스를 바라보면서 슬며시 기레스의 손을 자신의 음부를 향해 가져갔다.
섹스나 애무는커녕 자위하나 한 적이 없는 소피아의 음부는 끈적한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손가락에 투명한 실처럼 늘어지는 애액은 백마디 말보다도 확실한 대답이었다.
"나 원 참."
"응하앗~"
기레스가 슬쩍 소피아의 속옷 위로 그녀의 음핵을 쓸어 내리자 소피아는 신음을 참을 생각도 않고 그대로 고개를 꺾으며 가볍게 자지러 졌다.
기본적으로 소피아는 클로에와 달리 집에서 밖에 기레스를 안을 수가 없기 때문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신나게 신음소리를 내지 못해 답답해 하던 소피아는 이렇게 둘만의 시간을 보낼 때를 대비해 방음 마법을 준비해 두었다.
'역시 좋다니까..'
옆으로 밑으로 벽 하나를 두고 음탕한 교성소리를 내지른다는 배덕감에 소피아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흡족해 했다.
"하아 하아.. 그나저나 티나가 하일즈를 사랑하고 있었다니.. 상상도 못했어."
소피아는 살짝 헝클어진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쓸어 정리하면서 말했다.
"그녀석도 나름대로는 숨기려 노력했으니까.. 나도 곁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야."
"괴롭힘이랑 무슨 관련이 있는데?"
"그 녀석은 날 괴롭힐 때, 하일즈의 반응을 보면서 괴롭혔거든. 마치 하일즈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괴롭힌다는 듯 말이지. 한 두번은 그러려니 해도 그렇게 몇 년이나 지켜보게 되면 아무래도 느껴지는 바가 있다는 거지. 의심을 하게 되면 하는만큼 보이는 법이거든."
"그렇구나..."
"그건 그렇고.. 소피아 부탁할 게 생겼는데.."
"정말? 뭔데?"
오랜만의 기레스의 부탁에 소피아는 활짝 얼굴을 피고 방실거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티나의 협박 때문에 두달 간은 클로에를 만날 수 없게 되어 버렸잖아? 리움사관학교를 가는 데에는 클로에의 지목을 받을 생각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과락은 면해야 하니까.. 두달 간 교육을 좀 해줬으면 하는데 괜찮을까?"
소피아는 기쁜 기색을 풀풀 풍기면서 연거푸 두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응! 드디어 나도 기레스를 가르칠 수 있게 되었네."
"그렇게 가르치고 싶었나?"
"당연하지. 클로에가 기레스를 가르치는 걸 보고 내가 얼마나 부러웠는데."
"그럼 말을 하지 그랬어?"
"하지만 기레스는 클로에를 손에 넣기 위해서 했던거지 딱히 공부나 운동을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 내가 하고 싶다고 기레스를 부릴 수는 없지."
하루에도 한가할 때면 은밀히 스토킹하면서 기레스의 계획을 지켜보기 일쑤였던 소피아는 기레스의 어지간한 진심 정도는 전부 꿰뚫고 있었다.
"설마 이렇게 기레스가 스스로 내게 가르침을 요구하는 날이 올 줄이야.. 티나 녀석도 참 여러가지로 아낌없이 효도를 해준다니까.."
"효도?"
"기레스를 괴롭혀서 내가 기레스에게 빠질 동기를 만들어 준데다, 이제는 이렇게 제 한몸 바쳐서 기레스를 가르칠 수 있게까지 해줬잖아? 이만한 효도가 어딨겠어?"
기레스를 사랑하는 마음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딸이든 과거의 자신이든 소피아는 망설임 없이 부정할 수 있는 여자가 되어 있었다. 귀를 간질이는 소피아의 요사스러운 속삭임에 덩달아 마음이 들떠버린 기레스는 살살 손가락으로 소피아의 잘록한 허리를 희롱하기 시작했다.
"하으읏.. 흐응.. 으... 칫.."
사랑을 속삭이는 것처럼 가는 신음소리를 내며 흥을 내던 소피아는 혀를 차더니 번개처럼 기레스에게서 멀어져 일어섰다.
"응?"
"소피아 있어?"
소피아는 기레스의 방문을 살짝 열어 올라온 젤가에게 얼굴을 보였다.
"네. 무슨 일이에요? 젤가."
말 자체는 평범했지만 그 말투에는 서리가 내릴 것만 같은 냉랭함이 서려 있었다.
"어? 아니 곧 잘 시간인데 없어서 찾으러 온 것 뿐인데.. 소피아야말로 기레스의 방에서 뭘 하고 있는거야?"
'괜찮아 보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리 기레스가 바보라고해도, 이제 어린애가 아닌데 저런 차림으로 괜찮은 건가?'
젤가는 문 앞에서 상체를 내밀고 있는 소피아의 차림을 슬쩍 가늠해 보았다. 소피아는 속살을 은근히 비추는 순백색의 속옷은 사심없이 보면 단아해 보이면서도, 음란한 눈으로 보면 성적 매력을 물씬 풍기고 있었다.
"뭘 하다뇨. 엄마가 아들 방에 있는 건 그다지 이상할 건 없잖아요? 아흣."
방문의 사각에서 기레스의 손가락이 소피아의 음부를 헤집고 들어오자 소피아는 순간 숨을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 젤가의 앞인지라 필사적으로 달콤한 교성소리를 내는 것은 참았지만 살짝 멈칫 거리면서 몸을 살근거리는 작은 움직임은 그것 자체만으로 무언가 남심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소피아?"
"아 죄송해요 아버지. 제가 발이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엄마에게 부딪혀 버려서.."
말문이 살짝 막힌 소피아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등 뒤에서 기레스가 나서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발소리가 나기는 했었지. 하여간 좋아할래도 좋아할 수가 없는 머저리라니까. 걷는 것도 제대로 못하나?'
"기레..스 조심... 해야지."
소피아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곤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기레스를 가볍게 질타했다.
보짓 속에서 쏘삭거리는 기레스의 손가락에 소피아는 단숨을 내쉬고 싶어 죽을 것만 같았다. 강한 충격에 고통받으면 자연스레 비명을 내지르게 되는 것처럼 온몸에 흐르는 쾌락의 숨결은 소피아의 목구멍까지 그득히 차올랐다.
"사실 엄마한테 상담을 받고 있었어요."
기레스는 속 안에 흘러 넘치는 쾌감에 쌕쌕이며 숨을 고르기 바쁜 소피아를 대신해 젤가에게 말했다.
'으읏.. 아응.'
반쯤 열린 문틈의 사각에서 기레스는 손가락을 꼭 물어제끼는듯한 소피아의 쫄깃한 속살을 요리조리 들쑤셨다.
딱히 젤가를 위해서 들키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들키면 안된다는' 그 금단의 상황이 소피아의 몸을 더욱 흥분으로 달아오르게 만들어 버린다. 겉으로는 필사적으로 태연함을 가장하지만 그 태연함 속에는 애욕의 색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상담이라니?"
"곧 리움사관학교의 시험도 있는데다 저도 이제 슬슬 나이가 나이인만큼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아서요."
'리움사관학교라니 주제파악도 못하고..'
기레스같은 병신이 리움 사관학교를 지원한다는 것에 자신과 소피아의 모교가 더럽혀 지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은 젤가는 순간 기분이 살짝 상했지만 소피아의 앞에서 그 속마음을 그대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그렇구나. 다음에는 이 아버지한테도 상담하러 오거라."
"그런거니까.. 젤가. 전 기레스..의 상담을... 더 해주고 내려갈...게요. 늦으면 먼저... 자도 좋아요."
소피아의 입에선 어쩐지 끊길 듯 끊길 듯 끊기지 않는 요염함이 깃든 간드러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거듭 소피아에게 조교된 젤가는 그 간드러진 목소리에 순간 넋을 잃고 발정해 버렸다.
"저 저기. 소피아. 뭔가 목소리에 힘이 없어 보이는데 괜찮은 거야?"
"괜찮..아요. 오늘 집안 일을 몰아서 하느라 조금 나른... 한 모양이네요. 하우으.."
스트레칭을 하면서 시원하게 한숨을 내쉬는 척 하면서 소피아는 가슴 안에 터질 듯이 쌓여 있던 단 숨을 털어내었다.
"근데 더 할 말이 있어요? 젤가?"
한차례 숨을 토해낸 소피아는 단아한 표정으로 나긋하게 말했다. 평상시의 소피아 다운 말투였지만, 이야기의 흐름 자체를 차단해 버리는 말이었다.
"아 아냐. 그럼 이따가 봐."
"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아버지."
소피아는 손을 살랑거리며 흔든 뒤 그대로 방문을 닫아 버렸다. 소피아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고 싶었던 젤가는 가로막혀 버린 방문을 두고 혀를 차며 생각했다.
'후우.. 소피아는 저놈의 어리광을 너무 받아준단 말야. 빨리 분가를 시키던가 해야지 원. 리움 사관학교 좋아하네 지깟 놈이 주제를 알아야지.'
소피아의 기레스 편애는 한 두번 있는 일이 아니었지만, 오늘은 유달리 소피아가 요염해 보여 발정나 버린 젤가는 기레스에게 살짝 질투심을 느꼈다.
'오늘 내려오면 섹스하자고 부탁이나 해볼까..'
그렇게 불끈거리는 정욕을 억누르며 젤가는 쓸쓸히 안방으로 내려갔다.
"아흠.. 하아.. 츄읍."
젤가가 몸을 돌리는 것을 느끼자 마자, 소피아는 고개를 뒤로 돌려 등 뒤의 기레스와 정신없이 혀를 뒤섞었다.
"파하. 기레스.. 젤가가 방에 들어왔으면 어떡할 뻔했어."
나무라는 투였지만 표정은 사근사근한 것이 싫은 기색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소피아였다. 애무야 그만두면 그뿐이지만 줄줄 흘러내려 젖어버린 애액의 웅덩이는 발각당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
"좋아서 몰래 엉덩이까지 돌리며 즐긴 주제에.."
"아읏. 하지만.. 그렇게 젤가를 눈앞에 두고 뒤에서 만져지면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으읍. 하아.."
기레스의 손가락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소피아는 반들거리는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보지를 조여온다.
"젤가는 나를 천치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말야. 이럴 때 무시 당하는 건 편하거든. 아까도 봐 이렇게 보지를 들쑤시는데도 전혀 눈치도 못채잖아."
기레스는 손가락을 멈춰 고정시켰다. 그에 소피아는 자연스레 자신의 엉덩이를 요리조리 돌리면서 기레스의 손가락을 이용해 자위를 시작하며 그간 쌓여 있었던 달콤한 교성소리를 마음껏 내질렀다.
"응.. 하으.. 흐응."
"들어와도 병신처럼 넘어지는 척을 하면서 몸으로 닦으면 그뿐이고.."
"그렇게 적당히?"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는 소피아도 젤가라면 그대로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갈 거라는 생각이 선하게 그려졌다.
"그것도 아니면 야반도주라도 해버리면 되잖아?"
빈말이라해도 클로에와 티나를 뒤로하는 야반도주의 이야기를 꺼냈다는 사실에 소피아의 마음은 달달히 달아올랐다.
"흐응.. 기레스. 나도 부탁이 하나 있는데."
"부탁?"
"어떻게 하면 조교를 잘 할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어?"
소피아는 기레스의 목덜미를 핥아 올려가면서 귓가에 속삭이듯 물었다.
"조교는 왜? 어차피 지금도 젤가는 꼼짝도 못하잖아. 서 설마 나를 조교하려고?"
"그.. 그것도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하고는 싶은거냐..'
기레스가 순간 기분 좋게 등골이 오싹해 졌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소피아는 말을 이어나갔다.
"꼼짝 못하는 건 단순히 젤가가 나와 성행위를 하고 싶어서잖아. 나도 기레스처럼 내 인격을 바꿀 정도의 그런 조교를 해서 젤가를 무너뜨려보고 싶은 거야."
'눈도 깜박 안하고 지독한 소리를 하는구만.. 그 편이 달아오르기는 하지만..'
"나는 바보니까 딱히 이거다. 하고 가르쳐 줄 건 없어."
실제로 조교라는 건 사람마다 개인적인 차이를 나기 마련이었는지라, 정해진 정답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 기레스의 주의였다.
"으.."
'가르쳐 주고 싶지 않은 걸까.'
기레스가 가르쳐 주고 싶지 않다면 딱히 배우지 않아도 좋지만, 기레스가 자신을 믿지 않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소피아의 마음을 살짝 우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요령과 앞으로의 계획정도라면 얼마든지 이야기 해줄게. 그것만으로도 소피아라면 충분하겠지?"
"어? 괜찮아?"
"뭐가?"
자신이 더러운 만큼 더러운 것만 보인다고 기레스는 타인을 신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피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소피아를 믿는 것도 믿는 것이지만 그와 별론으로 어차피 소피아가 배신한다고 하면 그때는 이미 답이 없는 상태일 게 뻔하니 이런 조교의 요령 따위야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기레스 널 조교할지도 모르는데?"
"그.. 그건 조금..."
말과는 달리 기레스는 소피아라면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후훗. 농담이야."
눈에 콩깍지가 씌일대로 씌인 소피아는 기레스의 당황하는 모습이 귀여워 죽겠는지 연신 생글거리며 장난스레 말했다.
"흠.. 그럼 내가 티나를 어떻게 조교할지부터 이야기 하도록 할까?"
"응!"
그날 침대 위에서 기레스와 꽁냥거리며 자신의 딸인 티나 조교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소피아는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홀로 쓸쓸히 기다리던 젤가의 침실로 돌아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