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 티나(8)
* * *
"보 본방?"
"육노예가 성처리를 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
기레스는 마치 상식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덤덤한 어조로 티나에게 말했다.
기레스가 살던 전생과는 달리 이세계에는 합법적인 노예제도가 존재한다. 유페르 가문에서는 딱히 노예를 부리지 않고 있지만, 마을에서도 적당히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는 가정에서는 노예를 사들여 부리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애초에 제국이라 불리우며 온갖 나라에 전쟁이란 전쟁은 다 걸고 다녔던 세프람 제국이니만큼 노예제도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기레스와 달리 티나의 주변에는 수많은 친구들이 존재한데다 젤가를 통해 마을의 공동 노예나 다름없는 기레스를 부려본 적도 있는 티나는 노예가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기레스보다도 더 훤히 꿰고 있었다.
단순한 노예조차도 주인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상식처럼 통용되는 것이 이세계인 마당에 육노예의 취급이 어떤지는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으으읏..."
분명 시작 전에는 기레스의 어떤 음란한 행위라도 견뎌내겠다고 각오를 단단히 다졌던 티나의 마음은 기레스의 역겨운 발을 빠는 행위만으로도 몇달 치의 정신력이 빨려 버린 듯,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래도 티나 너 치고는 생각보다 순종적으로 발을 빨아주기도 했으니까.. 이번에는 포상을 주도록 할까?"
'어? 혹시 오늘은 여기서 끝낼 생각인 건가?'
포상이라는 말로 살살 밑밥을 까는 기레스의 말에 새파랗게 질려서 바닥만 보고 있던 티나의 얼굴에는 순간 화색이 깃들었다. 지레 오늘의 능욕이 끝날것이라 짐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기레스는 자신의 팬티를 까집어 내리기 시작했다.
"포 포상을 준다면서!"
티나는 육봉을 노출시키며 나신이 되어가는 기레스에게 다급하게 소리쳤다.
"응? 줄거야. 선택지로 말이지."
티나의 눈앞에 대고 덜렁거리는 육봉을 과시하면서 기레스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택지?"
"나와 섹스할래? 아니면 애무행위를 할래?"
"크읏!"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티나는 능글거리는 기레스를 씹어 먹을 듯 사납게 쏘아보았다.
"뭐야.. 그 건방진 눈초리는? 포상으로 선택권을 주려 했더니만.. 싫으면 내 멋대로 고른다?"
기레스의 어차피 아쉬울 게 없다는 듯한 말투에 티나는 분을 삭히는 듯 입술을 질근질근 씹으며 말했다.
"애무.."
웅얼거리는 말투로 티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어차피 선택지라고 해봐야 답은 정해져 있었다. 몸이 주물러 지는 것과 순결을 잃는 것은 고려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다.
기레스에게 능욕 당하는 두 달 동안 순결을 지킬 수 없다 할지라도 티나는 조금이라도 더 길게 자신의 순결을 지키고 싶었다. 거기에 설령 순결을 잃었다해도 가급적이면 저 추악한 신체를 자신의 안에 받아들이고 싶을 리가 없었다.
"응 뭐라고?"
"애무하라고 개 같은 새끼야!"
"육노예 주제에 입버릇하고는.. 벗고 침대 위로 올라와."
티나는 남자도 입을 법한 활동성 있어 보이는 캐쥬얼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소피아가 그렇듯 따로 멋을 부리지 않아도 티나의 매력은 숨길 수 없었다.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라고 멋을 부리지 않으면 않는대로 그 점이 털털한 매력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티나는 짜증이 뚝뚝 묻어나오는 태도로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졌다. 티나는 소피아는 물론이고 클로에보다도 가슴이 살짝 작았지만, 전반적으로 호리호리한 체격에 늘씬하게 잘 빠진 몸매 덕에 잘 여물어 반짝이는 탐스러운 과일을 연상시키는 나올만큼 나온 봉긋한 가슴은 더욱 맵씨를 띠고 있었다.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붉은 머릿결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얼굴이 비쳐보일 듯한 투명한 피부는 최고급 고기의 마블링을 보는 것처럼 입 안에 군침이 돌게 만들어 버린다.
'역시 소피아의 딸답구만.'
소피아와 클로에를 보면서 눈이 한껏 올라가 버린 기레스라 해도 그 탱글탱글한 티나의 나신에서 눈을 뗄 수는 없었다.
'이건 조교하는 보람이 있겠는걸.'
끝날 것이라 지레짐작하다가 속은 게 분했는지 사납게 자신을 노려보는 티나의 눈초리를 기분 좋게 음미하면서 기레스는 실실 쪼개며 티나의 탱글탱글한 가슴을 덥썩 주물렀다.
"이야.. 이게 여자의 가슴이란 말이지. 존나 말랑말랑하네."
기레스의 조물조물거리며 만지는 손에 의해 티나의 가슴은 위 아래 할 것 없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소피아와 클로에에 비해 약간 작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체형이나 몸매를 고려하면 거유라고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탐스러운 유방이었다.
"읏.. 씨..."
기레스의 천박한 반응에 티나의 분노했던 얼굴에는 역겨운 기색이 깃들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외간남자의 살을 허용하지 않은 티나의 야들거리는 가슴은 역겨운 기레스의 손을 받아 이루 말할 수 없는 이물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애미에 그 딸이라고 끝내주는 감촉이구만.'
땀이고 침이고 체액이고 무엇하나 칠해지지 않았는데도 티나의 피부는 코팅이라도 한 것처럼 매끌거린다.조물거리면 조물거리는대로 푹푹 부드럽게 들어가 몰캉거리는 가슴의 감촉은 소피아나 클로에 못지 않게 매력적이었다.
기레스는 지금까지 일생 여성의 가슴을 만져본 적이 없는 동정처럼 신기해 하면서 티나의 마시멜로 같은 가슴을 주물 거렸다.
기레스는 티나의 정면에서 여성의 가슴에 놀란 듯 당나귀처럼 길쭉하게 풀어진 변태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불쾌함의 귀감이라 봐도 손색이 없는 추레한 몰골이었다.
'언제까지 주무를 생각인 거야.'
"히야..."
기레스는 승천이라도 할 것처럼 황홀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한 손에 담고도 은근히 남는 먹음직스러운 가슴을 반죽을 문대는 것처럼 정신없이 주물거렸다.
'버러지 같은 놈.'
동정도 저렇게까지 호들갑을 떨지는 않겠다 싶을 정도로 숨을 헐떡이면서 필요 이상으로 흥분한 그 꼴은 실로 티나가 알고 있는 한심한 기레스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런 기레스의 불쾌함에 불만을 하나 하나 쌓아 나가는 사이 어느사이엔가 티나는 기레스의 손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여전히 속으로는 집요하게 가슴을 만지고 드는 기레스를 역겹다라고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티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낯설기 짝이 없었던 타인의 손길에 대한 이질감에는 적응해 버리게 된 것이다.
'어..음?'
어려서부터 젤가의 밑에서 황소고집이란 고집은 죄다 받아온 티나다. 그녀는 당연히 기레스와의 이 성관계에서 조금의 쾌락도 느낄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기레스의 동정 애무 따위에 쾌락을 느낄리도 없다고 생각한 티나였지만 생각보다 기레스의 추잡한 손놀림은 적응하고 보니 기분이 아주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심취할 정도로 좋냐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메스껍게 느껴야 할 행위가 생각보다 편해진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소피아를 닮아서 상당히 민감하구만.'
성에 대한 쾌락을 알지 못했던 여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티나는 민감했다. 마음만 먹으면 온몸을 성감대로 바꾸는 것도 기레스의 실력이라면 순식간에 가능할 정도로 구석구석에 성감대가 숨어 있는 꿀단지 같은 몸이었다.
하지만 기레스는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다. 여기서 쾌락을 줄 수 있다고 천둥벌거숭이처럼 기술을 신나게 사용하는 짓은 삼류나 하는 짓이다.
'저 고약한 성질머리에 하일즈를 위해 여기까지 할 정도면..'
유페르 가문의 사람은 방심할 수 없다. 전신에 혈액 대신에 쾌락을 흐르게 만들어 손에 넣었다 확신했던 소피아조차도 모성이라는 정신력으로 자신을 거절한 전력이 있는 것이다.
기레스는 기본적으로 자신을 싫어하는 대다 하일즈에 대한 마음만큼은 지키고 싶은 티나라면,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쾌락을 단기간에 느끼게 되면 클로에고 나발이고 계약을 집어 던질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선..'
이미 잔뜩 흥분한 척 티나의 쉬운 가슴을 주무르는 사이 기본적인 성감대의 탐색은 옛적에 끝난 기레스는 검지를 세워 티나의 말캉거리는 가슴의 민감한 부위를 꾹 눌렀다. 폭 하고 쑥 들어가는 극상의 촉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가져다 주었다.
"히익!"
지금까지 조물거리면서 만지기만 했던 느낌과는 너무나도 다른 낯선 감각에 티나는 여리여리한 상체를 빳빳히 세우면서 작은 신음소리를 내었다.
"오오! 드디어 느낀 거냐?"
기레스는 감동한 듯이 과장스레 신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
"개 개소리 마! 갑자기 찔러 버려서 아파서 당황한 거니까."
그렇게 말하고 보니 정말 그런 듯한 기분이 되어서 티나는 여유를 찾아 다시금 지긋지긋하다는 듯, 오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기레스를 쏘아보았다.
방금까지 한심한 기레스의 애무를 보아온 탓인지 은근히 자신감을 되찾은 듯한 모습이다.
"음... 사실은 느꼈는데 느끼지 않은 척 하는 거 아니냐?"
약간 아쉽다는 듯 다소 힘 없이 기레스가 그리 묻자 티나는 괜시리 기고만장해져서 멸시를 담아 기레스를 조소하면서 도발했다.
"풋. 너 같은 만년 동정의 손에 느낄 리가 없잖아? 뭣하면 더 찔러 보던가?"
"쳇..."
기레스는 누가봐도 실망한 듯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 깔았다. 그에 티나는 승리자라도 된 듯 신이 나서 기레스를 후벼 파기 위한 말을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네 실력으로 여자를 느끼게 만드는 건 백년을 해도 무릴걸?"
'크큭.'
기레스는 티나의 건방진 말을 만끽하면서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기레스가 못난 탓도 있겠지만 천성이 제 잘난 맛에 사는 하일즈와 티나다.
지금까지 기레스에게 수도 없는 모욕과 멸시를 해오면서 자신을 과시해왔던 티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작은 권력의 감미로운 맛에 길들여져 있었다.
기레스에게 육노예 취급을 당하는 이 시점에서조차 제 버릇 개 못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레스는 그 버릇을 이용해서 티나를 유도해 나갈 뿐이다.
스스로의 입으로 기레스의 애무를 까내리는 행위가 기레스가 주는 쾌감의 족쇄를 자신의 발목에 채우는 행위라는 것을 지금의 티나가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젠장...."
'푸훗. 저 분해하는 표정 봐. 어차피 약점을 잡아봐야 기레스는 기레스네.'
방금까지만해도 기레스의 약점에 벌벌 떨었던 티나는 그것이 기레스의 당근과 채찍이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치 못한 채 자신감을 되찾고 있었다. 비록 노예취급을 받곤 있지만 기레스는 병신이고 나는 기레스보다 뛰어나다는 자부심은 티나의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바로 잡아 주었다.
기레스는 살짝 언짢은 듯한 얼굴로 침대 위에 벌떡 일어섰다.
"엇?"
"뭘 실실 쪼개고 있어? 빨아."
티나의 고운 얼굴에 기레스는 찌질하게 마음에 상처를 받은 보복이라도 하는 것마냥 자신의 육봉을 들이 밀었다.
"으읏!?"
자신의 뺨을 지그시 누르고 들어오는 기레스의 너저분한 육봉에 티나는 살짝 당황했지만 아까 발을 들이밀어 졌을 때보다는 확실히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레스의 육봉은 그녀가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 더 작았기 때문이다. 이미 옛날 옛적 어린 시절 하일즈와 함께 목욕을 했던 그 때의 크기와 비교해 봐도 기레스의 물건은 훨씬 볼품이 없었다.
'훗. 저것도 물건이라고..'
기레스의 물건을 자신의 음부에 넣어진다거나 입 안에 넣을 생각을 하면 삽시간에 기분이 잡쳐지는 건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하일즈를 기준으로 예상하고 있었던 티나는 뭔가 예상 밖의 만만함에 마음이 살짝 편해져 버렸다.
'그다지 빨고 싶진 않지만..'
방금까지 기레스가 보여준 꼴을 보면 하지 않겠다고 하면 분명 섹스를 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한 티나는 별 수 없이 기레스의 육봉을 입에 머금었다.
'우웩. 역겨워.'
클로에나 소피아가 기레스의 육봉을 좋아하는 것과는 다르게 근본적으로 기레스를 역겨워 하는 티나에게 기레스의 남근은 그저 배설물을 배출하는 기관에 지나지 않았다.
"이 세우지 마라."
"좀 더 혀를 굴려서 빨아."
'요구하는 것도 많네. 변태같은게.'
하지만 일단 명령이 내려진 이상 하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으아앗."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기레스는 허리를 움찔거리면서 뒤로 빼며 나지막한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와 함께 티나의 입 안에는 걸쭉한 무언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 우웁"
놀란 것도 잠시 속이 뒤집히는 느낌과 함께 메스꺼운 느낌이 올라왔다. 티나가 기레스의 정액을 토해내기 전에 기레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먹어. 못 먹으면 하일즈에게 말해버릴 거야."
"으... 시발조루새끼.."
명령을 듣기 전이라면 몰라도 '들어버린 이상' 티나는 거절할 수 없다. 정액을 삼키는 것과 하일즈의 배신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녀는 분한 마음에 살짝 눈물이 고인 이글거리는 눈으로 기레스를 쏘아보면서 구역질이 올라오게 만드는 정액을 목구멍으로 간신히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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